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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 농인의 시각으로 오디즘 읽기② 새로운 시적 감수성을 발견하다

  • 옥지구 시인
  • 등록일 2026-07-22
  • 조회수 40

모두의시선

습작 시를 쓰기 시작한 계기는 중학교 3학년 때, 책 읽기를 좋아했던 역사 선생님이 과제로 쓴 내 시를 칭찬해 준 일이었다. 과제 주제는 ‘나를 슬프게 하는 10가지’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라서 그랬는지, 종이 위에 서걱서걱 막힘없이 시를 적어 내려갔다. 나는 농인이라는 정체성과 별개로, 구어(口語)로도 수어(手語)로도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버거워하는 아이였다. 한국어보다 수어에 익숙한 나는 한국어가 늘 어렵고 낯설었지만, 시의 언어로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2024년 2월, 나는 여전히 시인 지망생이었다. 검색창에 ‘농인 시인’을 검색했다. 한국에서 시인으로 활동하는 농인이 있는지 궁금했다. 검색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 왜 한국 사회는 농인에게 다양한 직업을 꿈꾸고 선택할 기회를 충분히 허락하지 않을까? 그러던 중 장애예술단체 풍경놀이터와 출판사 핌이 기획한 ‘농·청각장애인 예비작가 책 발간 지원사업 공고’를 보게 되었다. 작품 발표 이력이 없는 만 29세 이하 농·청각장애 청년만 지원할 수 있었다. 지원 자격을 갖춘 나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그 후 참가자로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렇게 시집을 출간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책 발간에 앞서 교육이 진행되었다. 교육 시간에 ‘시 창작에서 낯설게 하기 기법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 선생님은 수어 문법이 국어 문법과 달라, 그 차이에서 새로운 시적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한국어는 ‘비가 온다’라고 표현하지만, 수어로는 ‘비가 있다’라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차이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수어를 문학 소재로 삼는 것이 불편했다. 청인들이 주로 수어를 예술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며 의미를 오해하거나 오역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수어를 하나의 언어로 이해하기보다 아름다운 손짓이나 감동적인 퍼포먼스로만 바라보는 청인들의 시선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수어를 문학 소재로 삼는 일 조심스러웠고, 수어를 예술로 소비하는 방식에 무심코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수업을 마친 뒤 집에 돌아와 창작 시를 썼다.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몰라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썼다. 몇 시간 동안 펜을 쥐고 글을 쓰다 보니 손 근육이 단단히 뭉쳤다. 굳은 손 근육을 풀려고 수어로 즉흥시를 만들어 보았다. 그 순간 손의 움직임과 표정, 시선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선명하게 느꼈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 표정과 몸동작을 관찰하는 일에 익숙했다.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은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입 모양과 눈빛, 얼굴의 미세한 변화까지 주시한다. 표정과 시선, 몸의 방향, 공간의 위치가 함께 의미를 만든다. 사람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표정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이야기가 있다. 내가 오랫동안 바라보며 살아온 시선과 표정, 몸 움직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언어이자 시적 재료였다. 나는 비로소 수어가 품은 시적 가능성을 이해했다. 그리고 「유리조각」 「파-」 「일자의 맛있는 출발」이 탄생했다.

결국 원치 않는 모습을 입었죠

사람들은 예쁘다고 울지만
쉽게 유리 조각을 만질 마음은 0

- 「유리조각」 중 일부(『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 출판사 핌, 2024)

땅속 다양한 파를 뽑기
양파 대파 쪽파 봄파 일파 실파
먹을 수 있는 파가 소멸 불가

내 땅의 가능성을 캐낸다

아랫입술과 윗입술이 마찰을 일으키고
아주 가볍게 손 키스를 날리듯이
손바닥의 끝을 입술에 살짝 댔다가 파-

할 수 있어 가능해 파-
사소한 의심 파기 불가
채소 파를 자주 드시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집니다

- 「파-」 중 일부(『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 출판사 핌, 2024)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때 무조건 오른손

검지 입술 밑을 스친다 빨강
오므린 손끝을 코에
두 번 댄다 딸기

오른손 주먹을 쥐고
검지를 펴
입술 가까이 대고 힘차게 후!
안으로 원을 그린다 케이크

- 「일자의 맛있는 출발」 중 일부(『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 출판사 핌, 2024)

「유리조각」에서는 동그란 입 모양을 표현한 ‘0’ 아래 검지와 중지를 펴서 턱에 갖다 대는 움직임을 ‘=’로 표현해 더했다. 수어의 움직임을 문자로 변환한 것이다. 「파-」라는 제목의 시는 ‘할 수 있다’, ‘가능하다’를 뜻하는 농식 수어 표현에서 출발했다. 나는 이 표현을 제목으로 쓰고 언어유희로 활용해 채소 ‘파’가 연상되는 시를 썼다. 시 안에 ‘할 수 있다’, ‘가능하다’를 수어로 표현하는 방법도 함께 넣었다. ‘아랫입술과 윗입술이 마찰을 일으키고’, ‘아주 가볍게 손 키스를 날리듯이’, ‘손바닥 끝을 입술에 살짝 댔다가 파-’ 같은 구절이다. 「일자의 맛있는 출발」은 ‘딸기’와 ‘케이크’를 나타내는 수어에서 출발한 시다. 딸기 케이크를 표현하는 수어 동작을 시적으로 옮겨 적으며, 수어가 지닌 움직임과 감각을 시적 표현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수어의 수형과 움직임을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은 내게 무척 흥미롭다. 수어의 문법이 한국어 문법과 만나는 순간, 낯선 표현이 만들어진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수어의 감각은 시 안에서 새로운 언어가 된다. 나는 시를 쓰며 수어와 농인의 감각이 시적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수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농인이라는 사실 역시 시인으로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농인의 감각을 어떻게 시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앞으로도 수어와 농인의 시각적 감각을 시의 언어로 오래 기록하며, 나만의 시적 세계를 구축할 것이다.

옥지구

옥지구

199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슬픔을 억누르기 위해 유치한 장난을 연구하는 내향인.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다. 시집 『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출판사 핌, 2024), 일기 에세이 『어차피 삶은 이미 아름다워질 준비가 돼 있어』(부크크, 2024)를 출간했다.
ninexnain9@gmail.com

썸네일 제공.필자

2026년 7월 (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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