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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춤추는 은평재활원×모모댄스프로젝트 〈코나투스 옴니버스〉 신체 너머, 존재를 보존하는 욕망

  • 조형빈 무용평론가
  • 등록일 2025-11-05
  • 조회수 26

리뷰

예술계 전반에 장애예술에 대한 논의가 두터워지고 있는 가운데, 2025 라라미댄스페스티벌은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올해 여섯 번째 축제를 개최하였다. 서울에서는 이틀에 걸쳐 네 개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춤추는 은평재활원과 모모댄스프로젝트가 협업한 〈코나투스 옴니버스〉는 작품에 참여한 무용수들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스스로를 유지하고자 하는 힘, 코나투스를 주제로 무용수 다섯 명의 솔로 작업을 차례로 무대 위에 올린 작품이다. 이번 라라미댄스페스티벌에서도 장애・비장애를 아우르는 다양한 형태의 협업 작품들이 올려진 가운데, 〈코나투스 옴니버스〉는 매년 ‘가능한 춤’ 시리즈를 선보여왔던 춤추는 은평재활원 무용수들과 김소영 무용수, 정희정 안무가가 협업하여 무용수들의 고유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스피노자는 인간 본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필연적으로 자기 보존을 추구하는 특성이라고 보고, 그것을 ‘코나투스(conatus)’라고 하였다. 이전까지의 사상가들이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시선으로 인간 개념을 해석했던 것에 비해, 스피노자는 정신과 신체를 일원론적으로 바라보고 이 하나의 실체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항상 작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신체는 고유한 운동과 정지의 양태를 지님으로써 개체를 구성하는 요소인데, 이 운동과 정지 사이의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려는 노력(conor)의 과정, 그 힘을 지칭하는 것이 바로 코나투스라는 것이다. 또한 코나투스가 외부 세계를 만나 신체와 정신의 능력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변화의 과정을 ‘정동(affect)’이라고 정의 내림으로써, 이후 존재의 관계와 역량을 정동 개념으로 파악하는 ‘정동 이론’의 단초를 만들기도 했다.

모모댄스프로젝트의 안무가 정희정은 이전에도 〈코나투스〉라는 제목의 안무 작업을 하고, 이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김소영 무용수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 〈소영의 노력〉을 만든 바 있다. 이미 이전 작업에서도 움직임을 만들고 이끌어내는 방식에서 무용수의 순수한 욕망, 존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힘에 주목해 온 것이다. 정희정은 이번 〈코나투스 옴니버스〉에서 다섯 명의 무용수와 함께하며 무용수 각자가 가지고 있는 코나투스를 끌어내 무대를 구성하고 개개인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춤추는 은평재활원의 무용수들이 이전까지 ‘가능한 춤’ 연작을 통해 장애인 무용수의 가능성을 탐구했던 것에서 무용수 각자의 더 본질적인 이야기로 들어감으로써, 〈코나투스 옴니버스〉는 장애 개념 안에서 ‘가능’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위험성을 제거하고 무용수의 고유성에 집중하는 작업이 되었다.

공연은 무용수 각자의 솔로 안무가 이어지는 방식으로 구성되었고, 중간중간 영상을 활용해 안무의 내러티브를 더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공연의 첫 부분을 맡은 김소영 무용수의 춤이 시작되기 전, 무대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소영의 노력〉이 상영된다. 처음 타보는 기차, 연습실에서 춤추는 경험 등이 담긴 짧은 필름은 무대 중앙에서 앉은 채 움직임을 시작하는 김소영의 춤으로 이어지고, 곧이어 나오는 서정적인 음악에 맞추어 다양한 몸짓을 선보인다. 이어서 나오는 강봉두, 김조영 무용수는 각자 본인의 육성으로 부르는 노래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자유로운 움직임을 선보이는데, 중간에 함께 무대에 서서 박수를 주고받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장면을 전환하기도 한다. 뒤이어 나오는 유영천 무용수 역시 리듬에 맞춰 춤을 선보이고, 마지막 파트를 맡은 이종혁 무용수는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을 AI 작업을 통해 영상화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춤을 춘다.

〈코나투스 옴니버스〉는 코나투스의 개념 자체가 그렇듯이, 무용수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다른’ 신체와 내면의 욕망을 들여다보고자 하였다. 공연 팸플릿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은 “맹목적인 자기 계발, 효율성, 쓸모의 경계 밖에 한 걸음 비켜서” 있는 일종의 탐구다. 이것은 동시대 장애예술이 바라보고 있는 지향점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장애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한계를 극복하는 발판으로 기능했던 것을 넘어서서, 장애가 가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을 통해 새로운 미학을 발굴하고자 하는 것이 지금의 장애예술이 하려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모두예술극장에 올려진 키아라 베르사니의 〈젠틀 유니콘〉(2024)이나 마이클 투린스키의 〈위태로운 움직임〉(2025)과 같은 작품은 장애를 가진 몸이 놓여있는 현장을 신화적이고 정치적인 은유들을 통해 장애를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이었다. 신화의 아이콘을 통해 문화적 관습과 이미지를 전복하는 베르사니, 속도에 대한 비판을 통해 안무의 개념을 질문하는 투린스키는 모두 장애인의 신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으로부터 새로운 미학적 질문을 제기했다. 말하자면 이들의 질문은, “효율성과 쓸모”를 넘어서서 코나투스가 실현되는 일종의 미학적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코나투스 옴니버스〉의 안무 역시 무용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몸의 욕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들이 가진 고민과 경험, 감정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코나투스 옴니버스〉가 안무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때로 표현적으로, 때로 연극적으로 무용수의 몸을 통해 표현된다. 무용수들이 가진 삶의 양식과 그 습관들이 움직임으로 그대로 드러난다. 말하자면 이것은 각 무용수의 신체가 가지고 있었던 욕망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무용수의 욕망이 신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자 힘으로서의 코나투스라면, 그것은 정동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세계가 필요하다. 욕망은 단순히 일방향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욕망이 좌절하거나 굴절되거나 실현되는 것은, 그것을 거울처럼 비추어줄 세계가 거기 있어서이다. 따라서 존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것이 어떤 세계에서 어떤 물길을 헤쳐나가고 있는지 인식할 수 있을 때만 끊임없이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정동으로 작동할 수 있다.

작업 안에서 무용수의 몸이 미학을 열어주는 장치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치유나 회복, 혹은 교육이 아닌, 장애를 열어젖히는 미학이 얹히는 몸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아마도 균질한 안무 안에 몸을 넣는 근대적 방식이 아니라, 몸으로부터 미학적 고민을 출발시킬 수 있는, ‘코나투스적’ 접근이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결국 장애예술에서 (혹은 장애예술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몸의 새로운 미학은 우리가 장애 (혹은 다른 몸)에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에서 발견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앨리슨 케이퍼는 장애를 정치적이고 관계적인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집합적 재상상이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현장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주1) 장애를 더 이상 치유가 필요한 ‘부족함’으로 파악하지 않는 지금의 장애학의 관점에서, 신체는 고유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도 강력한 현장이다. 장애는 단칼로 그어 구분할 수 있는 흑백의 개념이 아니라 스펙트럼이므로, 우리는 장애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를 파악해 낼 수 있다. 만약 무대를, 그 현장을 발견할 수 있는 찰나적 순간이자 공동체로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장애를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불씨로 피워내는 액션이 될 것이다.

  • 어두운 무대 위에서 타이트한 검정색 의상을 입은 김소영이 낮은 자세로 몸을 웅크린 채 두 팔을 비대칭적으로 뻗고 있다.

    김소영 무용수

  • 어두운 무대 위 조명 아래에서 검정색 펠트모자를 쓴 유영천이 한쪽 다리를 들고 균형을 잡은 채 춤추고 있다.

    유영천 무용수

  • 대형 화면에 자연 풍경이 비추고, 그 앞에서 이종혁이 흰 셔츠 단추를 풀어 젖힌 채 한쪽 다리를 들고 팔을 활짝 벌린 채 춤추고 있다.

    이종혁 무용수

  • 어두운 무대 위에서 김봉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얼굴을 김조영을 향해 돌리고, 김조영이 뒤쪽에서 두 손을 들어 함께 움직인다.

    김봉두, 김조영 무용수

  • 여섯 명의 무용수가 어두운 무대 위에서 서로 손을 맞잡거나 교차시키며 역동적인 동작을 펼치고 있다. 뒤편 스크린에는 ‘episode 1’, ‘무용수: 김소영’ 등의 글자가 자막으로 비춘다.

    함께하는 엔딩 신

주1.앨리슨 케이퍼, 이명훈 옮김,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불구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치학과 상상력』, 오월의봄, 2023, 43쪽.

코나투스 옴니버스

코나투스 옴니버스

춤추는 은평재활원・모모댄스프로젝트|2025.10.19.|소월아트홀

2025 라라미댄스페스티벌(한국장애인무용협회 주최) 참가작으로 선보였다. 코나투스(CONATUS)란 자기 존재를 유지하는 힘이다. 이 작품은 다섯 명의 무용수가 각기 다른 신체와 내면의 욕망을 통해 자기 존재를 유지하고 보존하려는 힘(코나투스)를 탐구한다. 맹목적인 자기계발, 효율성, 쓸모의 경계 밖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다. 안무 안희정, 출연 강봉두·김조영·김소영·유영천·이종혁, 영상편집 오재형.

∙ 공연정보 : 이음온라인 [문화소식]

조형빈

조형빈

무용평론가. [에디토리얼 콜렉티브 널]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사회학과 문화연구를 전공하고 무용월간지 [몸], 웹진 [춤in] 등에서 기자와 편집위원을 지내며 다양한 매체에 동시대 무용에 대한 비평글을 기고・발표하였다. 몸과 움직임이 사회와 연결되는 ‘정치적인 몸’의 순간들에 관심 있으며, 몸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 몇 번의 무용 작업에 드라마터그로 참여했고, 다양한 창작 작업과 예술교육 프로젝트에서 과정을 기록하는 아카이브를 제작했다.
rdculousdance@gmail.com
인스타그램 @hyeongbin_rd

사진 제공.한국장애인무용협회(사진. 이호형)

2025년 11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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