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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광장 시시각각 〈3화〉 시각장애인 그림 작가가 창작을 지속하는 이유

  • 허은빈 작가
  • 등록일 2025-11-05
  • 조회수 19

이음광장

시시각각 시각장애인 그림 작가가 말해주는 시각예술 이야기 글/그림 허은빈 3화. 시각장애인 그림 작가가 창작을 지속하는 이유 그림설명 : 가운데 큰 글씨로 ‘시시각각’이라고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쓰여 있고, 글자 옆에는 연필이 그려져 있다. 작은 글씨로 부제가 있다. 아래에 부제와 작가명이 쓰여 있다. 만약 시각장애인 친구 or 자녀가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면 어떤 대답을 들려주고 싶은가? (아기 우산토끼: 그림을 그리러 떠나겠어요~) 그림설명 :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있는 아기 우산토끼가 작은 봇짐을 매단 막대를 어깨에 메고 있다. 솔직히 긍정적인 반응은 힘들 것이다. (엄마 토끼: ..??????? 머릿속이 꽃밭이냐? 나중에 뭐 먹고 살려고?) 생계는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나 또한 다른 길을 찾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림설명 : 곱슬 파마머리를 한 엄마 토끼가 황당한표정으로 반응하며 말하는 모습이 말풍선과 함께 그려져 있다. 안정적인 삶을 손에 넣기 위해 대학에서 교직을 이수하고 임용고시까지 준비해보려 했지만 (우산토끼: (살려줘) (죽여줘) (이건 아니야))장애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처럼, 나의 성향과 적성도 편리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림설명 : 우산토끼가 물속에 빠져 얼굴만 내밀고  허우적대며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머리 위의 작은 노란 우산은 날라가고, 주위에는 책이 흩어져 있다. ‘나는 그림을 좋아하지 않아.’ 그림설명 : 우산토끼가 문밖에서 방을 등진 채 웅크리고 앉아있다. 방 안에는 이젤과 물감, 스케치북이 놓여 있다. 몇 번을 거짓말해왔는지 모른다. 그림설명 : 우산토끼가 방 문고리를 잡고 망설이고 있다. 그 아래에는 눈물이 고인 우산토끼의 눈이 클로즈업되어 있다. 그림설명 : 우산토끼가 문고리를 놓은 손이 클로즈업된 그림. 그 아래에 우산토끼가 방 안의 미술 도구들에 다가가는 모습이 작게 그려져 있다. 참 신기했다. 온실 밖으로 발을 디디니 (여자1: 장애예술가를 찾고 있었어요. 같이 전시 준비해보실래요?) (남자1: 미술관 접근성에 대한 자문이 필요해요!) 그림설명 : 우산토끼가 스케치북을 끌어안고 울고 있다. 아래에는 웃는 표정의 여자1과 남자1의 얼굴과 말풍선이 있다. 단지 용감하게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자2: 포용적 예술과 관련해 강연을 부탁드립니다.) (여자3: 어머~ 작가가 됐구나. 우리 브랜드에서 굿즈 만들어볼래?) ‘시각장애인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드립니다…) 그림설명 : 안경을 쓰고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자2와 파마머리의 여자3의 얼굴과 말풍선이 있다. 어렸을 적, 그림은 나에게 있어 ‘세상과 관계 맺기’를 위한 과정이었다. 맨눈으로 정확한 풍경, 사물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TV, 동화책, 애니메이션을 보고 따라 그리며 세상의 생김새를 배웠다. 그림설명 : 브라운관 TV가 왼쪽에 있고 그 옆으로 비디오테이프, DVD, 그림책이 겹쳐 있다. TV 주변으로 호빵맨 캐릭터가 날아다닌다. 요즘은 진정한 의미로 그림 작업을 통해 여러 관계를 맺어가는 중이다. 지금 이 만화를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과도. (우산토끼: 제 이야기를 읽어줘서 감사해요~!) 그림설명 : 간략하게 그려진 사람 모습에 “독자”라고 쓰여 있고, 우산토끼가 점프해서 독자에게 볼을 맞대고 있다. 땀을 삐질 흘리는 독자와 우산토끼 사이에 하트 2개가 있다. 계속 계속, 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림을 지속해서 언젠가 나만이 그릴 수 있는 한 폭을 남기고 싶다. (우산토끼: 평소에는 이런 걸 그린답니다~) 그림설명 : 허은빈 작가의 작품 세 점이 있다. 〈행운이 와르르〉 〈이제 곧 장마가 올테지〉 〈다 같이 케이크〉이다. 작품 아래에 우산토끼 얼굴이 있다. 그리고 장애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걸 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시각장애인 그림 작가로서, ‘허은빈’이라는 개인으로서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림설명 : 우산토끼가 붓과 팔레트를 들고 있다. 그 옆으로 작은 흰 토끼 세 마리가 있다. 세 마리 토끼의 말풍선에 각각 야구 배트와 야구공, 식빵, 비행기가 그려져 있다. 시시각각 생각해보기 자신이 바라는 삶의 형태나 추구하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가요?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림설명 : ‘시시각각 생각해보기’에 관해 쓰여 있다.
허은빈

허은빈

선천적 저시력 시각장애인 그림 작가. 화면 확대가 용이한 디지털 드로잉, 미디어아트, 촉각매체 등을 활용합니다. 뒷다리가 짧은 토끼 캐릭터 ‘우산토끼’를 중심으로, 다양성의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주로 그립니다.
327cherish@gmail.com
· 인스타그램 @usan_tokki

2025년 11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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