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웹진 이음

이음새 날다④ <카탈리즈의 경험: 시간과 마주해온 극단> 관람기

이음광장 연약하고 완전한 유토피아

  • 이음새 1기 우연수
  • 등록일 2022-02-23
  • 조회수1165
  • 사진출처. [기획영상] 카탈리즈의 경험: 시간과 마주해온 극단 영상

프랑스에는 ‘카탈리즈(Troupe Catalyse)’라는 극단이 있다. 들어본 적 있는가? 잘 모르겠다면 영상 ‘카탈리즈의 경험: 시간과 마주해온 극단’을 꼭 한 번 보기를 추천한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거나 예술가라면 영상을 다 볼 때쯤 “나도 저 극단의 일원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하게 하는 유토피아가 그곳에 있다.

영상의 무대는 국립어뎁티드창작센터(The national center for adapted creation, 이하 CNCA)이다. 이곳은 과거 담배공장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아틀리에 카탈리즈의 장애인 배우들, 극단 앙토르소르의 예술감독 마들렌 루안의 워크숍 및 공연 작업을 중심으로 장애가 있거나 취약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예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에 문을 열었다. 마들렌 루안이 “예술적인 일상공간”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전시장·영화관·공연장·식당을 갖추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이곳에서 장애 예술인들은 서로의 분야를 넘나들며 주변인이 아닌 예술의 중심에 있다. 센터장 티에리 스겡은 “현재 의무 규정인 접근성 문제를 법의 규정적인 측면보다는 카탈리즈 배우들의 공간 이용성에 더 중점을 두면서 다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중심이 되는 극단 카탈리즈와 배우들은 CNCA에서 활동하기까지 어떤 시간을 거쳤을까. 영상은 그들이 이전에 했던 공연들과 공연 하나를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조금씩 살펴본다. 텍스트가 선택되면 배우들은 글쓰기 작업에 참여한다. 텍스트는 오랜 시간의 워크숍, 즉흥연주, 토론, 대화를 통해 과감하게 지워지고 뒤섞인다. 작업이 끝나면 배우들은 텍스트를 파악하고 암기해야 한다. 배우들은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속도에 텍스트를 맞출 수 있도록 요구한다. 또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목소리, 리듬, 높낮이, 억양에 색깔을 부여하기 때문에 관객은 그들만의 시간과 속도를 캐릭터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장애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인상적인 것은 작품의 내용과 그것을 대하는 배우들의 태도였다. 대사의 일부를 보자.

“나는 이 씨앗, 나의 창조물을 너희에게 줄게. 너희는 새로운 세계의 첫 번째 사람이 될 거야. 그러나 너희가 지구, 벌레, 부식토, 결합, 재결합을 좋아해도 더 이상 이 거대한 우주 퇴비에서 세계와 하나가 될 수 없을걸.”
“나는 나무가 되기를 원하지 않아! 거름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아.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죽고 싶지 않아!”
- 극단 카탈리즈, <걸리버, 마지막 여행> 중

그들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훨씬 더 적극적인 몸짓으로 세상을 살피고 빠른 속도로 진행된 기술혁명의 문제점을 논한다.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은 예술의 차원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고, 등장한다고 해도 대부분 열악한 집에서 불편하게 사는 모습으로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이용되는 한국 예술계와는 대조적이다. 이들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적절한 보수, 안정된 고용, 생존의 욕구에 솔직한 공연의 주인공이면서 인생의 주인공이다. 여느 배우가 그렇듯 갑작스러운 실수를 막기 위해 연습을 반복하고, 거침없이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왜 극단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묻자 “연기가 하고 싶어서”라고 답하는 사람들을 배우 아닌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마무리하며 가장 마음에 남은 교육 슈퍼바이저 에르와나 쁘리쟁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치료적인 연극 접근 방식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연극이 ‘연극치료’에 쓰이면 환자가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카탈리즈 극단의 배우와 스태프의 목적은 예술이지, 소위 말하는 ‘장애극복’이나 ‘심리치료’가 아니다. 그들은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동료일 뿐이다. 그 선은 정확하게 지켜진다. 파리 소르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장 미셸 베스니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회에 진출했다는 것은 연약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연약하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문화적·지적·예술적 삶의 방식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자, 이제 연약함을 자신의 특성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완전해지는 극단 카탈리즈와 CNCA의 예술가들을 따라가 보자. 나아가 그간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삶에 간섭하거나 타인을 배척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뒤돌아보았으면 한다.

기획영상 카탈리즈의 경험: 시간과 마주해온 극단
[출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유튜브(링크)

[참고자료]

우연수

우연수

고려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나 매끄럽고 단단하다는 이유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좋아한다. 역사와 예술은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끊임없이 배우며 글을 쓰는 신출내기이다. 2021년 이음온라인 서포터즈 ‘이음새’ 1기로 활동했다.
wooys914@naver.com

이음새

이음새 

이음온라인 서포터즈 ‘이음새’는 이음온라인의 콘텐츠를 널리 확산하여 장애 예술을 알리며 이음온라인과 독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음새가 제작한 홍보 콘텐츠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블로그 ‘이음새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음새 공간 바로가기(링크)

상세내용

  • 사진출처. [기획영상] 카탈리즈의 경험: 시간과 마주해온 극단 영상

프랑스에는 ‘카탈리즈(Troupe Catalyse)’라는 극단이 있다. 들어본 적 있는가? 잘 모르겠다면 영상 ‘카탈리즈의 경험: 시간과 마주해온 극단’을 꼭 한 번 보기를 추천한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거나 예술가라면 영상을 다 볼 때쯤 “나도 저 극단의 일원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하게 하는 유토피아가 그곳에 있다.

영상의 무대는 국립어뎁티드창작센터(The national center for adapted creation, 이하 CNCA)이다. 이곳은 과거 담배공장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아틀리에 카탈리즈의 장애인 배우들, 극단 앙토르소르의 예술감독 마들렌 루안의 워크숍 및 공연 작업을 중심으로 장애가 있거나 취약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예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에 문을 열었다. 마들렌 루안이 “예술적인 일상공간”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전시장·영화관·공연장·식당을 갖추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이곳에서 장애 예술인들은 서로의 분야를 넘나들며 주변인이 아닌 예술의 중심에 있다. 센터장 티에리 스겡은 “현재 의무 규정인 접근성 문제를 법의 규정적인 측면보다는 카탈리즈 배우들의 공간 이용성에 더 중점을 두면서 다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중심이 되는 극단 카탈리즈와 배우들은 CNCA에서 활동하기까지 어떤 시간을 거쳤을까. 영상은 그들이 이전에 했던 공연들과 공연 하나를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조금씩 살펴본다. 텍스트가 선택되면 배우들은 글쓰기 작업에 참여한다. 텍스트는 오랜 시간의 워크숍, 즉흥연주, 토론, 대화를 통해 과감하게 지워지고 뒤섞인다. 작업이 끝나면 배우들은 텍스트를 파악하고 암기해야 한다. 배우들은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속도에 텍스트를 맞출 수 있도록 요구한다. 또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목소리, 리듬, 높낮이, 억양에 색깔을 부여하기 때문에 관객은 그들만의 시간과 속도를 캐릭터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장애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인상적인 것은 작품의 내용과 그것을 대하는 배우들의 태도였다. 대사의 일부를 보자.

“나는 이 씨앗, 나의 창조물을 너희에게 줄게. 너희는 새로운 세계의 첫 번째 사람이 될 거야. 그러나 너희가 지구, 벌레, 부식토, 결합, 재결합을 좋아해도 더 이상 이 거대한 우주 퇴비에서 세계와 하나가 될 수 없을걸.”
“나는 나무가 되기를 원하지 않아! 거름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아.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죽고 싶지 않아!”
- 극단 카탈리즈, <걸리버, 마지막 여행> 중

그들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훨씬 더 적극적인 몸짓으로 세상을 살피고 빠른 속도로 진행된 기술혁명의 문제점을 논한다.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은 예술의 차원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고, 등장한다고 해도 대부분 열악한 집에서 불편하게 사는 모습으로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이용되는 한국 예술계와는 대조적이다. 이들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적절한 보수, 안정된 고용, 생존의 욕구에 솔직한 공연의 주인공이면서 인생의 주인공이다. 여느 배우가 그렇듯 갑작스러운 실수를 막기 위해 연습을 반복하고, 거침없이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왜 극단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묻자 “연기가 하고 싶어서”라고 답하는 사람들을 배우 아닌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마무리하며 가장 마음에 남은 교육 슈퍼바이저 에르와나 쁘리쟁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치료적인 연극 접근 방식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연극이 ‘연극치료’에 쓰이면 환자가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카탈리즈 극단의 배우와 스태프의 목적은 예술이지, 소위 말하는 ‘장애극복’이나 ‘심리치료’가 아니다. 그들은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동료일 뿐이다. 그 선은 정확하게 지켜진다. 파리 소르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장 미셸 베스니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회에 진출했다는 것은 연약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연약하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문화적·지적·예술적 삶의 방식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자, 이제 연약함을 자신의 특성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완전해지는 극단 카탈리즈와 CNCA의 예술가들을 따라가 보자. 나아가 그간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삶에 간섭하거나 타인을 배척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뒤돌아보았으면 한다.

기획영상 카탈리즈의 경험: 시간과 마주해온 극단
[출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유튜브(링크)

[참고자료]

우연수

우연수

고려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나 매끄럽고 단단하다는 이유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좋아한다. 역사와 예술은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끊임없이 배우며 글을 쓰는 신출내기이다. 2021년 이음온라인 서포터즈 ‘이음새’ 1기로 활동했다.
wooys914@naver.com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