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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새 날다⑤ <키아라 베르사니: 또 다른 시각을 포착하는 작품창작> 관람기

이음광장 정치적이고 예술적이며 미학적인, 창작의 불꽃

  • 이음새 1기 정유경
  • 등록일 2022-02-25
  • 조회수1006
  • 사진출처. [기획영상] 키아라 베르사니: 또다른 시각을 포착하는 작품 창작 화면 캡쳐

이탈리아의 공연예술가이자 안무가인 키아라 베르사니(Chiara Bersani)에게 예술은 어렸을 때부터 삶에 늘 존재했고 이와 연결되며 자라왔다. 학창시절 착하지만 공부와는 영 거리가 먼 공상가 같은 아이였다는 그는 열아홉 즈음 대학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났고, 그때부터 공연예술과의 본격적인 연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연극 워크숍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된 키아라는 자신을 데려다 주는 운전기사에게 ‘집에 가지 말고 극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곤 “걱정 마세요. 오늘밤 집에 가는 것은 제가 방법을 찾겠습니다.”라며 당차게 연극 워크숍에 참여했다. 막상 워크숍이 끝나고선 아무나 붙잡고 집에 데려다 달라 했다며 당시를 떠올리고 웃는다. 공연과의 인연이 “대단히 강렬했다(super funk)”는 키아라는 호기심 많고 열정 가득한 청년이었고, 동시에 그의 경험이 물리적 접근성에 있어서 비장애인의 일상과는 다른 모습이었음을 보여준다.

예술적인 삶을 살기로 다짐한 이후, 키아라는 학업이라는 벽을 마주친다. 그는 재학 중이던 이탈리아의 대학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는 비단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대학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조직하는 대학 프로그램인 ‘비엔날레 대학(Biennale College)’은 여느 대학과는 달랐다. 키아라는 여기에서 안무가 제롬 벨과 영화감독인 로드리고 가르시아와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키아라가 모든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맞춰주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는 흔히 예술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들의 작품에 참여하고, 현장에서 예술가들과 작업하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알레산드로 시아로니는 안무가이자 키아라의 좋은 친구이며 현재 같은 문화협회에 소속되어 함께 작업하고 있다. 첫 협업 알레산드로 시아로니의 작품 <더 듀얼리스트>에 퍼포머로 참여한 일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죽기 전에 쓴 편지의 서두를 다루는 작품으로 마지막 공연에서 키아라는 연기에 장애에 대한 요소를 추가하였는데, 이후 심사위원으로부터 장애를 다룬 것이 아쉬웠다는 평을 받게 된다. ‘장애연극은 예술연극이 아닌 사회연극’이라는 평에 키아라는 분노했고, 이는 곧 그가 장애예술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제가 그 세계에 첫발을 디딘 것은 그 사람들에게 너무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라고 답변한 그에게 있어 ‘그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 세계’는 어디인가 곱씹어 보게 된다. 비장애인이 중심이고 주류를 이룬 예술세계에서, 장애예술은 예술의 벤다이어그램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현실은 장애 당사자인 그에게 분명 ‘화’라는 감정으로 전이되고 창작활동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다.

폰다지오네 피에몬테 라이브 재단의 감독 마떼오 네그린은 키아라의 연기와 신체 사용이 정치적이고 예술적이며 동시에 미학적이라고 평가한다. 곧잘 정치예술은 예술적이거나 미학적이지 않기 쉬운데, 그의 작품에선 미학·예술·정치적 경험을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키아라는 한때 장애예술인이 그 자체로 정치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마떼오 네그린 감독과 협업은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단계적으로 쌓아나가는 과정으로 작업했다. 외부의 낙인이나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현혹되지 않고 도리어 경계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해야 할 몫에 대해 집중하는 예술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직업관을 엿볼 수 있었다.

키아라의 작품창작 과정은 어떨까. 키아라는 <굿나잇, 피핑톰(Goodnight, Peeping Tom)>(2016)을 통해 공간 속 사람들의 시선과 존재에 관한 생각이 얼마나 강력한지 발견했다. 그는 안무나 동선을 짜는 것보다 자신의 움직임 그 자체에 대한 연구에 더 집중한다. 그에게 몸 그 자체는 부차적인 것이다. “나 자신, 내 마음, 내 영혼을 움직이는 것, 그다음에 내 시선, 나의 몸이 움직이는 것” 이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첫 번째 불꽃’이라 표현했는데, 그 불꽃 튀는 실제 연습 과정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키아라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인물 연구를 하지도 않고 형식적이지도 않지만 그와 동시에 심미성을 놓치지 않는다. 키아라는 만약 상황에 변화를 준다면, 사람들에게, 그들의 몸에, 더 나아가 그들의 움직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그러한 시도는 <고래의 노래(Il Canto delle Balene)>(2019)에서 잘 나타난다. 이 작품은 관객과의 관계를 주제로 다룬 작품으로, 사람들 간의 소통과 연합이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 현재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당연해진 분위기 이전 ‘관계’를 다룬 작품이 쓰였다는 점은 흥미롭다. 창작과정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힘썼다고 한다. 실연 영상 속 1인 퍼포머 마떼오 람포니가 객석을 누비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키아라는 몸에 대한 이미지와 상징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그는 이를 관계, 공간, 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포함하려는 여정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교회 공간에 머문다고 할 때, 개인의 여정에서 교회가 자신의 몸에 들어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골격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등에 대한 연상적인 여정이다. 머릿속에 교회 공간을 그려놓고 키아라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키아라의 인터뷰는 현대무용이라면 마치 자연스레 찾아 쓰게 되는 색안경처럼 애매함과 모호성에 주눅이 드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상상하면서 차근차근 그의 이야기를 따라갈 때 어렴풋이 느껴지는 깨달음과 재미가 있다.

기획영상 키아라 베르사니: 또다른 시각을 포착하는 작품 창작
[출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유튜브(링크)

[참고자료]

우연수

정유경

예술에 장애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예술경영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장애인의 예술 접근성과 예술교육에 관심 있다. 배리어프리 연극 <어느 마을>, 아동청소년극 <뀔래 출래>의 기획으로 참여했다.
toakto@naver.com

이음새

이음새 

이음온라인 서포터즈 ‘이음새’는 이음온라인의 콘텐츠를 널리 확산하여 장애 예술을 알리며 이음온라인과 독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음새가 제작한 홍보 콘텐츠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블로그 ‘이음새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음새 공간 바로가기(링크)

상세내용

  • 사진출처. [기획영상] 키아라 베르사니: 또다른 시각을 포착하는 작품 창작 화면 캡쳐

이탈리아의 공연예술가이자 안무가인 키아라 베르사니(Chiara Bersani)에게 예술은 어렸을 때부터 삶에 늘 존재했고 이와 연결되며 자라왔다. 학창시절 착하지만 공부와는 영 거리가 먼 공상가 같은 아이였다는 그는 열아홉 즈음 대학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났고, 그때부터 공연예술과의 본격적인 연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연극 워크숍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된 키아라는 자신을 데려다 주는 운전기사에게 ‘집에 가지 말고 극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곤 “걱정 마세요. 오늘밤 집에 가는 것은 제가 방법을 찾겠습니다.”라며 당차게 연극 워크숍에 참여했다. 막상 워크숍이 끝나고선 아무나 붙잡고 집에 데려다 달라 했다며 당시를 떠올리고 웃는다. 공연과의 인연이 “대단히 강렬했다(super funk)”는 키아라는 호기심 많고 열정 가득한 청년이었고, 동시에 그의 경험이 물리적 접근성에 있어서 비장애인의 일상과는 다른 모습이었음을 보여준다.

예술적인 삶을 살기로 다짐한 이후, 키아라는 학업이라는 벽을 마주친다. 그는 재학 중이던 이탈리아의 대학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는 비단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대학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조직하는 대학 프로그램인 ‘비엔날레 대학(Biennale College)’은 여느 대학과는 달랐다. 키아라는 여기에서 안무가 제롬 벨과 영화감독인 로드리고 가르시아와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키아라가 모든 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맞춰주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는 흔히 예술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들의 작품에 참여하고, 현장에서 예술가들과 작업하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알레산드로 시아로니는 안무가이자 키아라의 좋은 친구이며 현재 같은 문화협회에 소속되어 함께 작업하고 있다. 첫 협업 알레산드로 시아로니의 작품 <더 듀얼리스트>에 퍼포머로 참여한 일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죽기 전에 쓴 편지의 서두를 다루는 작품으로 마지막 공연에서 키아라는 연기에 장애에 대한 요소를 추가하였는데, 이후 심사위원으로부터 장애를 다룬 것이 아쉬웠다는 평을 받게 된다. ‘장애연극은 예술연극이 아닌 사회연극’이라는 평에 키아라는 분노했고, 이는 곧 그가 장애예술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제가 그 세계에 첫발을 디딘 것은 그 사람들에게 너무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라고 답변한 그에게 있어 ‘그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 세계’는 어디인가 곱씹어 보게 된다. 비장애인이 중심이고 주류를 이룬 예술세계에서, 장애예술은 예술의 벤다이어그램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현실은 장애 당사자인 그에게 분명 ‘화’라는 감정으로 전이되고 창작활동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다.

폰다지오네 피에몬테 라이브 재단의 감독 마떼오 네그린은 키아라의 연기와 신체 사용이 정치적이고 예술적이며 동시에 미학적이라고 평가한다. 곧잘 정치예술은 예술적이거나 미학적이지 않기 쉬운데, 그의 작품에선 미학·예술·정치적 경험을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키아라는 한때 장애예술인이 그 자체로 정치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마떼오 네그린 감독과 협업은 본질이 흐려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단계적으로 쌓아나가는 과정으로 작업했다. 외부의 낙인이나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현혹되지 않고 도리어 경계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해야 할 몫에 대해 집중하는 예술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직업관을 엿볼 수 있었다.

키아라의 작품창작 과정은 어떨까. 키아라는 <굿나잇, 피핑톰(Goodnight, Peeping Tom)>(2016)을 통해 공간 속 사람들의 시선과 존재에 관한 생각이 얼마나 강력한지 발견했다. 그는 안무나 동선을 짜는 것보다 자신의 움직임 그 자체에 대한 연구에 더 집중한다. 그에게 몸 그 자체는 부차적인 것이다. “나 자신, 내 마음, 내 영혼을 움직이는 것, 그다음에 내 시선, 나의 몸이 움직이는 것” 이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첫 번째 불꽃’이라 표현했는데, 그 불꽃 튀는 실제 연습 과정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키아라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인물 연구를 하지도 않고 형식적이지도 않지만 그와 동시에 심미성을 놓치지 않는다. 키아라는 만약 상황에 변화를 준다면, 사람들에게, 그들의 몸에, 더 나아가 그들의 움직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그러한 시도는 <고래의 노래(Il Canto delle Balene)>(2019)에서 잘 나타난다. 이 작품은 관객과의 관계를 주제로 다룬 작품으로, 사람들 간의 소통과 연합이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 현재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당연해진 분위기 이전 ‘관계’를 다룬 작품이 쓰였다는 점은 흥미롭다. 창작과정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힘썼다고 한다. 실연 영상 속 1인 퍼포머 마떼오 람포니가 객석을 누비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키아라는 몸에 대한 이미지와 상징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그는 이를 관계, 공간, 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포함하려는 여정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교회 공간에 머문다고 할 때, 개인의 여정에서 교회가 자신의 몸에 들어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골격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등에 대한 연상적인 여정이다. 머릿속에 교회 공간을 그려놓고 키아라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키아라의 인터뷰는 현대무용이라면 마치 자연스레 찾아 쓰게 되는 색안경처럼 애매함과 모호성에 주눅이 드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상상하면서 차근차근 그의 이야기를 따라갈 때 어렴풋이 느껴지는 깨달음과 재미가 있다.

기획영상 키아라 베르사니: 또다른 시각을 포착하는 작품 창작
[출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유튜브(링크)

[참고자료]

우연수

정유경

예술에 장애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예술경영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장애인의 예술 접근성과 예술교육에 관심 있다. 배리어프리 연극 <어느 마을>, 아동청소년극 <뀔래 출래>의 기획으로 참여했다.
toak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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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3 10: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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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유튜버를 통해 키아라 베르사니라는 몰랐던 예술가를 알게 되어 고맙습니다. 예술에 입문하는 장애인들은 키아라 처럼 좀 더 삶을 대면하는 자세가 치열해지고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자세가 주변에 공감과 감동을 주면서 끌어당김의 효과와 시너지 효과를 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예술에 스토리텔링이 잘 녹아스며들게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이지요. 특히 타인이 아닌 본인의 삶을 녹아 들게 하여 온전히 자신만의 예술로 소화시켜 다시 드러낸다는 것은..... 키아라의 예술적 여정은 장애를 끌어안고 벽에 부딪치는 많은 예술인에게 공감과 함께 동시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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