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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새 날다③ 전시퍼포먼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관람기

이음광장 낯설지만 따뜻한 환영의 인사, 만반잘부!

  • 이음새 1기 정유경
  • 등록일 2022-01-18
  • 조회수1192
  • 이원우 <댄싱 파트너>, 푸른색 털로 뒤덮인 조형물. 오목한 공간에 사탕이 담겨있고 바닥에도 사탕이 여러개 떨어져있다.

공기는 차갑지만 따스한 햇살이 반기는 어느 주말 오후, ‘2021 무장애예술주간: No Limits in Seoul’의 전시퍼포먼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Encounter)>를 관람하러 이음센터에 방문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온도 측정과 QR코드 체크인 등 방역 수칙을 지킨 후 입장했다. 원하는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퍼포먼스를 감상하면 된다는 안내에 따라, 조금은 낯설어 보이는 공간 속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어두운 공간에서 가장 먼저 감각한 것은 바로 소리였다. 진동 같기도 하고 심장박동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낯선 소리가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류한길 사운드 아티스트의 <80-200Hz>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청인과 농인이 동일하게 인지하는 소리의 주파수 영역대에서 실험한 소리라고 한다. 이 소리를 듣자니 영화 <홀랜드 오퍼스(Mr.Holland’s Opus)>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는 작곡가이자 음악교사인 아버지와 청각장애인 아들이 등장하는데, 아들이 스피커에 앉아 진동을 느끼면서 음악을 감상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청인과 농인이 같은 소리를 다른 기준으로 들어왔던 소리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발상이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소리가 조금 익숙해질 즈음 모니터와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뜨린 반짝이줄로 만든 파티 커튼, 털이 수북한 오브제 등이 눈에 들어오고, 오브제 앞에 앉아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곧 그 퍼포머의 움직임에 따라 <마주·안녕>이라는 제목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그는 관객의 손에 사탕을 쥐어 주며 인사를 건넸다. 소리와 오브제 등이 낯설게 느껴져 계속 경계심이 드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작은 사탕 뭉치에 환대받는 느낌이었다. 마음의 문이 조금은 열렸달까. 퍼포머는 공간을 누비며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이내 익숙함을 발견한 건 다름 아닌 퍼포머의 움직임이었다. 퍼포머는 수어를 활용한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말을 걸어왔다. 평소에 알고 있던 수어 단어들이 내심 반가웠다. 그는 한 관객을 초대하여 함께 움직임을 만들어나갔다. 수어가 두 손을 사용한다면, 그와 관객이 한 손씩 ‘만나다’ ‘기쁘다’ ‘태어나다’ 등의 수어를 만들어 낼 때 말 한마디 없이도 같은 마음을 표현하는 수어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 속 소통의 도구가 ‘말’라고 할 때, 그것이 부재하더라도 소통과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퍼포먼스였다.

  • 이원우, <댄싱 파트너>(2021) 보랏빛 털로 뒤덮인 손바닥 모양 조형물. 아보카도 모양의 눈이 달려있다.

라이브 퍼포먼스가 끝나고 자유롭게 공간을 둘러보고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퍼포먼스 내내 궁금했던 설치작품 <댄싱 파트너>를 직접 만져보고 움직일 수 있었다. 익숙하게 보던 파티 커튼이 돌아가는 오브제 속에 직접 들어가 보니 감촉이 새롭게 느껴지고, 그 속에서 생성되는 소리가 바닷가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같기도 하여 재미있었다. 또 움직이는 구조물은 마치 이동 보조기기 같기도 하고,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색감과 질감이 기억에 남는다. 보통 전시를 보러 갈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눈으로만 감상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곳에서는 누구나 얼마든지 만져보고 심지어는 놀아볼 수도 있다. 배리어프리에 있어서 물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관객 누구나 마음껏 환영하는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시퍼포먼스에서는 그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공연 내내 모니터에서 송출되는 영상이 궁금했는데,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영상작품 <유랑하는 언어>를 조금 더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다섯 가지 무용 동작을 따라 하면 카메라가 인식하여 동작에 해당하는 이미지가 등장하는 것이 매우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공연되었던 우리나라 전통 무용인 춘앵무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현대적인 기술인 AI(인공지능) 기술이 만났을 때, 또한 관객의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인풋(input) 되고 작품의 애니메이션 결과가 아웃풋(output)으로 나오면서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것을 비롯한 새로운 관계와 만남이 발생되는 현상을 통해 전시퍼포먼스의 주제가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통해 평소 사용하던 익숙한 소통도구와 감각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이들의 소통방식 또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감각들을 꺼내어보게 되었고, 새로운 방식의 만남과 시도를 낯설어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를 만나 대화하고 관계 맺으려는 그 시도와 마음이 고맙고 반갑다. 예술이라는 언어로 관객인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작품들에 화답하며 인사를 건네본다. 만반잘부(만나서 반갑고 잘 부탁해)!

정유경

정유경

예술에 장애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교사이자 기획자. 학부에서 특수교육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특수학교에서 음악교사로 근무하면서 장애인과 예술에 대한 고민을 계기로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장애인의 예술 접근성, 예술교육에 관심이 있으며, 배리어프리 연극 <어느 마을>, 아동청소년극 <뀔래 출래>의 기획으로 참여했다. 2021년 이음온라인 서포터즈 ‘이음새’ 1기로 활동했다.
toakto@naver.com

[참고자료] 전시퍼포먼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Encounter)> 정보 바로가기(링크)
사진 제공.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촬영. 전시퍼포먼스 프로젝트 팀)

이음새

이음새 

이음온라인 서포터즈 ‘이음새’는 이음온라인의 콘텐츠를 널리 확산하여 장애 예술을 알리며 이음온라인과 독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음새가 제작한 홍보 콘텐츠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블로그 ‘이음새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음새 공간 바로가기(링크)

상세내용

  • 이원우 <댄싱 파트너>, 푸른색 털로 뒤덮인 조형물. 오목한 공간에 사탕이 담겨있고 바닥에도 사탕이 여러개 떨어져있다.

공기는 차갑지만 따스한 햇살이 반기는 어느 주말 오후, ‘2021 무장애예술주간: No Limits in Seoul’의 전시퍼포먼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Encounter)>를 관람하러 이음센터에 방문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온도 측정과 QR코드 체크인 등 방역 수칙을 지킨 후 입장했다. 원하는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퍼포먼스를 감상하면 된다는 안내에 따라, 조금은 낯설어 보이는 공간 속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어두운 공간에서 가장 먼저 감각한 것은 바로 소리였다. 진동 같기도 하고 심장박동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낯선 소리가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류한길 사운드 아티스트의 <80-200Hz>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청인과 농인이 동일하게 인지하는 소리의 주파수 영역대에서 실험한 소리라고 한다. 이 소리를 듣자니 영화 <홀랜드 오퍼스(Mr.Holland’s Opus)>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는 작곡가이자 음악교사인 아버지와 청각장애인 아들이 등장하는데, 아들이 스피커에 앉아 진동을 느끼면서 음악을 감상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청인과 농인이 같은 소리를 다른 기준으로 들어왔던 소리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발상이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소리가 조금 익숙해질 즈음 모니터와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뜨린 반짝이줄로 만든 파티 커튼, 털이 수북한 오브제 등이 눈에 들어오고, 오브제 앞에 앉아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곧 그 퍼포머의 움직임에 따라 <마주·안녕>이라는 제목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그는 관객의 손에 사탕을 쥐어 주며 인사를 건넸다. 소리와 오브제 등이 낯설게 느껴져 계속 경계심이 드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작은 사탕 뭉치에 환대받는 느낌이었다. 마음의 문이 조금은 열렸달까. 퍼포머는 공간을 누비며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이내 익숙함을 발견한 건 다름 아닌 퍼포머의 움직임이었다. 퍼포머는 수어를 활용한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말을 걸어왔다. 평소에 알고 있던 수어 단어들이 내심 반가웠다. 그는 한 관객을 초대하여 함께 움직임을 만들어나갔다. 수어가 두 손을 사용한다면, 그와 관객이 한 손씩 ‘만나다’ ‘기쁘다’ ‘태어나다’ 등의 수어를 만들어 낼 때 말 한마디 없이도 같은 마음을 표현하는 수어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 속 소통의 도구가 ‘말’라고 할 때, 그것이 부재하더라도 소통과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퍼포먼스였다.

  • 이원우, <댄싱 파트너>(2021) 보랏빛 털로 뒤덮인 손바닥 모양 조형물. 아보카도 모양의 눈이 달려있다.

라이브 퍼포먼스가 끝나고 자유롭게 공간을 둘러보고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퍼포먼스 내내 궁금했던 설치작품 <댄싱 파트너>를 직접 만져보고 움직일 수 있었다. 익숙하게 보던 파티 커튼이 돌아가는 오브제 속에 직접 들어가 보니 감촉이 새롭게 느껴지고, 그 속에서 생성되는 소리가 바닷가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같기도 하여 재미있었다. 또 움직이는 구조물은 마치 이동 보조기기 같기도 하고,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색감과 질감이 기억에 남는다. 보통 전시를 보러 갈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눈으로만 감상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곳에서는 누구나 얼마든지 만져보고 심지어는 놀아볼 수도 있다. 배리어프리에 있어서 물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관객 누구나 마음껏 환영하는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시퍼포먼스에서는 그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공연 내내 모니터에서 송출되는 영상이 궁금했는데,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영상작품 <유랑하는 언어>를 조금 더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다섯 가지 무용 동작을 따라 하면 카메라가 인식하여 동작에 해당하는 이미지가 등장하는 것이 매우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공연되었던 우리나라 전통 무용인 춘앵무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현대적인 기술인 AI(인공지능) 기술이 만났을 때, 또한 관객의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인풋(input) 되고 작품의 애니메이션 결과가 아웃풋(output)으로 나오면서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것을 비롯한 새로운 관계와 만남이 발생되는 현상을 통해 전시퍼포먼스의 주제가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통해 평소 사용하던 익숙한 소통도구와 감각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이들의 소통방식 또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감각들을 꺼내어보게 되었고, 새로운 방식의 만남과 시도를 낯설어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를 만나 대화하고 관계 맺으려는 그 시도와 마음이 고맙고 반갑다. 예술이라는 언어로 관객인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작품들에 화답하며 인사를 건네본다. 만반잘부(만나서 반갑고 잘 부탁해)!

정유경

정유경

예술에 장애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교사이자 기획자. 학부에서 특수교육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특수학교에서 음악교사로 근무하면서 장애인과 예술에 대한 고민을 계기로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장애인의 예술 접근성, 예술교육에 관심이 있으며, 배리어프리 연극 <어느 마을>, 아동청소년극 <뀔래 출래>의 기획으로 참여했다. 2021년 이음온라인 서포터즈 ‘이음새’ 1기로 활동했다.
toakto@naver.com

[참고자료] 전시퍼포먼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Encounter)> 정보 바로가기(링크)
사진 제공.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촬영. 전시퍼포먼스 프로젝트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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