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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순간⑤ 외계인

이음광장 첫 연극 도전기, 서로에게 빛을 비추다

  • 장근영 작가
  • 등록일 2022-03-17
  • 조회수1370

요즘 들어 나는 내가 외계인처럼 느껴진다. 지구에 온 외계인. 다들 나를 이해 못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나는 그것이 답답하고 우울하다. 그래서 나를 이해 못하는 그들에게 어둠의 마력을 뿜어대기도 한다. 최근에 이런 외계인 같은 모습을 한껏 펼친 일이 있었다. 2022년 1월 아주 새로운 도전을 했다. 김지우 조명디자이너의 연출 데뷔작인 연극 <비추다 :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에 함께하게 된 것이다. 김지우 연출, 정대진 배우와 함께 글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내 장애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걱정과 설렘으로 첫 연극 도전기는 시작되었다.

공연은 한 조명디자이너가 자신이 만든 빛을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모두 함께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무대에서 그녀의 빛을 가장 많이 받은 배우 정대진과 무대의 빛을 아주 다르게 느끼는 시각장애인 관객 장근영을 통해 그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비시각장애인인 배우와 시각장애인인 관객이 갖고 있는 빛에 관한 생각이 너무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배우는 빛에 대한 다양한 느낌을 전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 관객은 눈으로 빛을 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되레 어둠이 더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 빛은 눈이 부셨고 좀 강한 빛은 눈에 통증으로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두가 만족하는 빛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조명디자이너는 혼란에 빠졌다. 모두가 함께 즐기고 만족스러워할 빛을 찾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시각장애인인 근영 님도 무대의 조명을 잘 느낄 수 있을까요?”
“혹시 저에게 비시각장애인과 똑같은 감상을 원하시는 건가요? 그건 불가능해요. 그리고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요. 왜 제가 비시각장애인과 똑같은 감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말하고 나는 뭔지 모를 묘한 감정을 느꼈다. 마치 내가 맑디맑은 물에 돌을 던진 것만 같았다. 조명디자이너와 오랫동안 함께해온 다른 배우, 스태프들은 그녀의 마음을 아주 깊게 이해하고 공감했다. 빛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그녀가 모두와 함께하고 싶고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을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이다. 괜스레 머쓱했다. 사람들은 미안해할 일은 아니니 불편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왠지 미안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들은 나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도 했다. 나보다 훨씬 맑고 순수한 느낌이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하는 일을 모두가 만족하고 좋아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장애인이 된 후로는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와 다른 그들의 맑은 마음에 놀라면서도 부러운 마음으로 공연작업을 함께 해나갔다. 그러던 중 일이 생겼다. 나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외계인을 깨우는 말이 어디선가 튀어나왔다.

‘애쓰다’ 이 단어가 나를 깨웠다. 이 단어가 나온 것은 우리가 그동안 작업을 하며 만나온 과정을 기록하며 발생했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우리가 만나고 먹고 이야기 나눈 소소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시각장애가 있다 보니 우리의 만남 속에는 나를 위한 그들의 배려가 담겨 있었다. 이동을 도와주고 시각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일들이 자연스레 담긴 것이다. 이 이야기를 글로 담아 읽고, 감상을 이야기하다 그 단어가 나왔다. ‘애쓰다’. 정확한 문장은 “근데 왜 이렇게 근영님에게 애쓰고 있지?” 였다. 그 순간 정신이 바짝 들고 머리가 삐쭉삐쭉 서면서, 무언가 몸에서 뿜어져 나올 것만 같은 뜨거움을 느꼈다.

“애쓰다니요? 그 말은 너무 충격적이네요!”
그들은 내가 ‘애쓰다’라는 단어에 속상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은 나의 내면에 있던 어둠의 마력을 조금씩 뿜어져 나오게 했다.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장애인의 삶을 설명했다. 도움을 받기 싫어도 받을 수밖에 없는 그 삶을 말이다. 그들은 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하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저 의도와 다르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다는 것에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나는 완전한 외계인 같았다. ‘장애인의 마음을 비장애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거구나! 정말 서 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다르구나!’ 사과보다는 이해받고 싶은 외계인은 마음이 씁쓸했다. 하지만 다시 기운을 냈다. 이해는 못 받았지만 끊임없이 신경 써주고 말을 걸어주려는 그들의 마음 때문이었다. 그렇게 공연작업은 다시 진행되었다.

대본이 완성되고 연습실에서 동선을 맞추기 시작했고 드디어 극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속의 외계인은 또다시 깨어났다. 아주 제대로 말이다. 연습실에서만 하던 동선을 극장에서 처음 밟아보던 날이었다. 무대 위에 선 나는 보이지 않는 시선들이 나를 향하고 있음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동선을 이탈하고 위치를 찾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많은 이들 앞에서 보여야 하는 것에 마음이 무너졌다. 내가 바보 같았다. 비시각장애인들 앞에서 나의 시각장애를 구경시켜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 연습이 끝난 뒤 정신이 몽롱해졌다. 처음 연극을 도전한다고 했을 때 우려했던 일이 터진 느낌이었다. 물론 나에게 뭐라고 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미칠 듯이 괴로웠다. 나의 안 보이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싫어졌고, 내 존재가 싫어졌다. 그렇게 마음이 끝도 없이 가라앉았다. 다음날 연출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시각장애로 힘든 동선을 수정해주었고, 공연의 취지와 다르게 장애가 전시되는 느낌의 동선을 제거해주었다. 그럼에도 끝도 없이 우울했다. 짙은 어둠의 마력을 내뿜는 외계인으로 변했다. 그리고 극장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연출은 달라진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누구도 이해 못할 내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심정을 말하는 것 자체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이 느껴져서 더욱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일어나 몸을 풀고 연습을 했다. 마음이 다 추슬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어둠을 뿜어낸다고 달라질 것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니 더 이상 우울해만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나의 어둠을 마주한 사람들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나를 신경 써주고 다가와 주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다시 기운을 냈다. 이렇게 마지막 우여곡절을 지나며 우리의 연극 <비추다 :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는 막을 올렸다.

나의 첫 연극 경험기를 아름답고 멋있게 쓰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장애인으로 사는 삶을 이해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어느 외계인의 연극 체험기가 되었다. 두렵고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두려움은 현실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생각대로 나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여전히 스스로가 외계인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외계인이 되려고 한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와 함께했고 이야기를 들어주려 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다시 또 다시 기운을 낼 수 있었다. 그렇다. 끊임없이 서로에게 자신의 빛을 보내고, 서로를 바라봐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작은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빛을 느끼며 완전하진 않지만 작은 겹쳐짐을 그린 연극 <비추다>의 결말처럼 말이다. 이해받고 싶은 외계인과 함께 해준 연극 <비추다>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장근영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며, 장애인 당사자로 시설접근성 및 공연 배리어프리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2020년에 자전적 시각장애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어쩌려고 혼자 다녀?』를 출간하였고, 2022년 연극 <비추다 :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를 공동창작하고 출연하였다.
zzangkku9902@naver.com

사진제공.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연극 <비추다> 공연사진)

장근영

장근영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며, 장애인 당사자로 시설접근성 및 공연 배리어프리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2020년에 자전적 시각장애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어쩌려고 혼자 다녀?』를 출간하였고, 2022년 연극 <비추다 :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를 공동창작하고 출연하였다.
zzangkku9902@naver.com

상세내용

요즘 들어 나는 내가 외계인처럼 느껴진다. 지구에 온 외계인. 다들 나를 이해 못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나는 그것이 답답하고 우울하다. 그래서 나를 이해 못하는 그들에게 어둠의 마력을 뿜어대기도 한다. 최근에 이런 외계인 같은 모습을 한껏 펼친 일이 있었다. 2022년 1월 아주 새로운 도전을 했다. 김지우 조명디자이너의 연출 데뷔작인 연극 <비추다 :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에 함께하게 된 것이다. 김지우 연출, 정대진 배우와 함께 글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내 장애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걱정과 설렘으로 첫 연극 도전기는 시작되었다.

공연은 한 조명디자이너가 자신이 만든 빛을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모두 함께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무대에서 그녀의 빛을 가장 많이 받은 배우 정대진과 무대의 빛을 아주 다르게 느끼는 시각장애인 관객 장근영을 통해 그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비시각장애인인 배우와 시각장애인인 관객이 갖고 있는 빛에 관한 생각이 너무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배우는 빛에 대한 다양한 느낌을 전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 관객은 눈으로 빛을 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되레 어둠이 더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 빛은 눈이 부셨고 좀 강한 빛은 눈에 통증으로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두가 만족하는 빛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조명디자이너는 혼란에 빠졌다. 모두가 함께 즐기고 만족스러워할 빛을 찾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시각장애인인 근영 님도 무대의 조명을 잘 느낄 수 있을까요?”
“혹시 저에게 비시각장애인과 똑같은 감상을 원하시는 건가요? 그건 불가능해요. 그리고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요. 왜 제가 비시각장애인과 똑같은 감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말하고 나는 뭔지 모를 묘한 감정을 느꼈다. 마치 내가 맑디맑은 물에 돌을 던진 것만 같았다. 조명디자이너와 오랫동안 함께해온 다른 배우, 스태프들은 그녀의 마음을 아주 깊게 이해하고 공감했다. 빛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그녀가 모두와 함께하고 싶고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을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이다. 괜스레 머쓱했다. 사람들은 미안해할 일은 아니니 불편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왠지 미안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들은 나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도 했다. 나보다 훨씬 맑고 순수한 느낌이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하는 일을 모두가 만족하고 좋아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장애인이 된 후로는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와 다른 그들의 맑은 마음에 놀라면서도 부러운 마음으로 공연작업을 함께 해나갔다. 그러던 중 일이 생겼다. 나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외계인을 깨우는 말이 어디선가 튀어나왔다.

‘애쓰다’ 이 단어가 나를 깨웠다. 이 단어가 나온 것은 우리가 그동안 작업을 하며 만나온 과정을 기록하며 발생했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우리가 만나고 먹고 이야기 나눈 소소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시각장애가 있다 보니 우리의 만남 속에는 나를 위한 그들의 배려가 담겨 있었다. 이동을 도와주고 시각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일들이 자연스레 담긴 것이다. 이 이야기를 글로 담아 읽고, 감상을 이야기하다 그 단어가 나왔다. ‘애쓰다’. 정확한 문장은 “근데 왜 이렇게 근영님에게 애쓰고 있지?” 였다. 그 순간 정신이 바짝 들고 머리가 삐쭉삐쭉 서면서, 무언가 몸에서 뿜어져 나올 것만 같은 뜨거움을 느꼈다.

“애쓰다니요? 그 말은 너무 충격적이네요!”
그들은 내가 ‘애쓰다’라는 단어에 속상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은 나의 내면에 있던 어둠의 마력을 조금씩 뿜어져 나오게 했다.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장애인의 삶을 설명했다. 도움을 받기 싫어도 받을 수밖에 없는 그 삶을 말이다. 그들은 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하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저 의도와 다르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다는 것에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나는 완전한 외계인 같았다. ‘장애인의 마음을 비장애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거구나! 정말 서 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다르구나!’ 사과보다는 이해받고 싶은 외계인은 마음이 씁쓸했다. 하지만 다시 기운을 냈다. 이해는 못 받았지만 끊임없이 신경 써주고 말을 걸어주려는 그들의 마음 때문이었다. 그렇게 공연작업은 다시 진행되었다.

대본이 완성되고 연습실에서 동선을 맞추기 시작했고 드디어 극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속의 외계인은 또다시 깨어났다. 아주 제대로 말이다. 연습실에서만 하던 동선을 극장에서 처음 밟아보던 날이었다. 무대 위에 선 나는 보이지 않는 시선들이 나를 향하고 있음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동선을 이탈하고 위치를 찾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많은 이들 앞에서 보여야 하는 것에 마음이 무너졌다. 내가 바보 같았다. 비시각장애인들 앞에서 나의 시각장애를 구경시켜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 연습이 끝난 뒤 정신이 몽롱해졌다. 처음 연극을 도전한다고 했을 때 우려했던 일이 터진 느낌이었다. 물론 나에게 뭐라고 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미칠 듯이 괴로웠다. 나의 안 보이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싫어졌고, 내 존재가 싫어졌다. 그렇게 마음이 끝도 없이 가라앉았다. 다음날 연출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시각장애로 힘든 동선을 수정해주었고, 공연의 취지와 다르게 장애가 전시되는 느낌의 동선을 제거해주었다. 그럼에도 끝도 없이 우울했다. 짙은 어둠의 마력을 내뿜는 외계인으로 변했다. 그리고 극장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연출은 달라진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누구도 이해 못할 내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심정을 말하는 것 자체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이 느껴져서 더욱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일어나 몸을 풀고 연습을 했다. 마음이 다 추슬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어둠을 뿜어낸다고 달라질 것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니 더 이상 우울해만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나의 어둠을 마주한 사람들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나를 신경 써주고 다가와 주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다시 기운을 냈다. 이렇게 마지막 우여곡절을 지나며 우리의 연극 <비추다 :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는 막을 올렸다.

나의 첫 연극 경험기를 아름답고 멋있게 쓰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장애인으로 사는 삶을 이해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어느 외계인의 연극 체험기가 되었다. 두렵고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두려움은 현실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생각대로 나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여전히 스스로가 외계인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외계인이 되려고 한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와 함께했고 이야기를 들어주려 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다시 또 다시 기운을 낼 수 있었다. 그렇다. 끊임없이 서로에게 자신의 빛을 보내고, 서로를 바라봐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작은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빛을 느끼며 완전하진 않지만 작은 겹쳐짐을 그린 연극 <비추다>의 결말처럼 말이다. 이해받고 싶은 외계인과 함께 해준 연극 <비추다>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장근영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며, 장애인 당사자로 시설접근성 및 공연 배리어프리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2020년에 자전적 시각장애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어쩌려고 혼자 다녀?』를 출간하였고, 2022년 연극 <비추다 :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를 공동창작하고 출연하였다.
zzangkku9902@naver.com

사진제공.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연극 <비추다>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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