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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예술인 활동에 관한 단상

이음광장 이제는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나서야 할 때

  • 신강수 연극배우
  • 등록일 2022-03-15
  • 조회수1001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선천적 장애인이 연극을 하면서 느낀 바를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임을 알아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근 들어 비장애인 중심의 연극계에서 장애인 연극계가 관심을 받고 있다.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남산예술센터에서 장애인 관객을 위한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고, 장애인극단에서 활동하던 연출이 외부작업을 통해 상을 받으며 주목받고,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동인 연출이 장애와 관련된 작업을 하고, 연극계 안에서 ‘미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소수자에게 관심을 가진 후부터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관심은 아니다. 장애인극단에서 10년 넘게 공연을 한 내가 이제야 신인배우가 된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서 연극계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배리어프리 매니저’라는 역할이 생기고 리플릿 같은 홍보물에도 표기되고, 배리어프리 워크숍도 진행하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의 프로덕션에 적용해서 공연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장애인극단에서 외부에 따로 워크숍도 하지 않았고 공연을 보러오는 지인들을 위해 맨땅에 헤딩하듯 만들었다면, 지금은 업그레이드되어 수어통역과 음성해설, 자막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있다. 배리어프리 구현을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도 생겨났다.

장애인을 위한 공연계의 발전은 정말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아쉬운 점은 장애인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장애인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알리는 사람은 장애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극계에서는 비장애인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배리어프리 워크숍을 여는 강사도, 워크숍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비장애인이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에서 주최하는 워크숍도 대부분 듣는 대상은 장애인을 뽑는데 그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은 비장애인이다.

장애인 연극계가 활동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몇몇 극단을 제외하고는 비장애인 연출들이 공연을 만들고 있고 배리어프리도 대부분 비장애인들이 만들고 있다. 비장애인 중심에서 벗어나려면 장애인을 위한 예술대학교가 꼭 필요하다.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배우고 익혀서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학교가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 젊은 장애인 창작자들을 보면 대학에서 정규과정을 밟고 1인 창작자로서 또는 극단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장애인 연극계가 형성되고 20년이 지난 지금 배리어프리에 관심이 생겼듯이, 나중엔 더욱더 많은 장애인 창작자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조명, 무대 등의 영역도 장애인 인력이 나오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극장의 조종실은 다 개조가 필요할 것이다. 요즘에는 공연계에서 배리어프리 관련 학과도 하나 정도는 생길 법도 한데, 생각해본다.

재작년에 장문원 사람들과 작업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 그 기관에 장애인 인력이 있냐는 것이었는데, 딱 한 명 있다는 말에 조금 아쉬웠다. 예를 들어, 장애인 복지센터에는장애인 인력이 많지는 않더라도 7:3 비율 정도 된다. 그렇게 있는 이유는 그들이 사회복지학과를 나와서 취업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계는 장애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더욱더 대학이 필요하다.

장애인 당사자의 적극성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기존 배우들이 처음부터 배우 활동을 하기 위해 공부하고 배워왔다면 스스로 직접 나서서 만들어볼 텐데, 장애인극단의 시스템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래서 장애인 당사자에게 적극성을 주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을 때 각 배우의 자립적인 예술활동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복지센터의 경우, 그곳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사업이 바로 장애인 자립을 도와주는 지원 활동이다. 그런 것처럼 극단에서도 배우들이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사실 각 극단은 공공기금 지원신청 시즌이 오면 지원서를 쓰고, 선정되면 그 지원금으로 공연을 올린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지원금 받으면 단기 프로젝트로 공연을 만들게 되고, 그 공연이 끝나면 배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 것보다 배우 스스로 지원서를 쓰고 자신의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자립 환경을 조성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극단에서 아카데미로 희곡 쓰기를 하고 발표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희곡을 쓴 작가가 직접 지원서를 쓰고 연출과 배우를 섭외하는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공연계에 장애인 비평가가 없다. 장애예술을 비평해주는 사람들도 나오면 좋겠다. 그런데 장애인을 비평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비장애인이 비평하게 되면 더욱 난감할 수 있다. 그래서 장애인 당사자 비평가도 있으면 좋겠다. 이걸 조금 발전시켜본다면, 이음온라인에 장애인극단의 공연이나 배리어프리 공연을 홍보하는 문화소식 페이지에 공연 리뷰를 남기는 작업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장문원에서 올해가 안 되면 내년부터라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만든 워크숍을 할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사실 고백을 하자면 이 모든 것은 제 경험에 비추어 혼자 생각하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도 없거든요. 혼자 침대에 누워 또는 노트북을 펼쳐서 망상과 상상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장도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 혼자 해봅니다. 이 글에 사진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저 혼자만의 상상이거든요. 그래서 사진이 들어갈 공간에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이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었습니다.

신강수

신강수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를 졸업하고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만들어, 희곡집 『급이 다르다』 출간하고 1인극 <작은 어른의 고백> 공연했다. 에세이집 『132cm 사용설명서』 출간하며 1인 창작자로서 자신의 장애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로 난장을 펼치며 걍(그냥)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이외에도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떻게 자신의 장애를 직업으로 잘 팔아서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지 고민하며 예술 활동을 한다.
sks419@nate.com

썸네일 사진 제공. 엘리펀트룸 (박태양 촬영)

신강수

신강수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를 졸업하고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만들어, 희곡집 『급이 다르다』 출간하고 1인극 <작은 어른의 고백> 공연했다. 에세이집 『132cm 사용설명서』 출간하며 1인 창작자로서 자신의 장애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로 난장을 펼치며 걍(그냥)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이외에도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떻게 자신의 장애를 직업으로 잘 팔아서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지 고민하며 예술 활동을 한다.
sks419@nate.com

상세내용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선천적 장애인이 연극을 하면서 느낀 바를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임을 알아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근 들어 비장애인 중심의 연극계에서 장애인 연극계가 관심을 받고 있다.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남산예술센터에서 장애인 관객을 위한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고, 장애인극단에서 활동하던 연출이 외부작업을 통해 상을 받으며 주목받고,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동인 연출이 장애와 관련된 작업을 하고, 연극계 안에서 ‘미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소수자에게 관심을 가진 후부터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관심은 아니다. 장애인극단에서 10년 넘게 공연을 한 내가 이제야 신인배우가 된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서 연극계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배리어프리 매니저’라는 역할이 생기고 리플릿 같은 홍보물에도 표기되고, 배리어프리 워크숍도 진행하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의 프로덕션에 적용해서 공연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장애인극단에서 외부에 따로 워크숍도 하지 않았고 공연을 보러오는 지인들을 위해 맨땅에 헤딩하듯 만들었다면, 지금은 업그레이드되어 수어통역과 음성해설, 자막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있다. 배리어프리 구현을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도 생겨났다.

장애인을 위한 공연계의 발전은 정말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아쉬운 점은 장애인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장애인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알리는 사람은 장애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극계에서는 비장애인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배리어프리 워크숍을 여는 강사도, 워크숍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비장애인이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에서 주최하는 워크숍도 대부분 듣는 대상은 장애인을 뽑는데 그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은 비장애인이다.

장애인 연극계가 활동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몇몇 극단을 제외하고는 비장애인 연출들이 공연을 만들고 있고 배리어프리도 대부분 비장애인들이 만들고 있다. 비장애인 중심에서 벗어나려면 장애인을 위한 예술대학교가 꼭 필요하다.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배우고 익혀서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학교가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 젊은 장애인 창작자들을 보면 대학에서 정규과정을 밟고 1인 창작자로서 또는 극단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장애인 연극계가 형성되고 20년이 지난 지금 배리어프리에 관심이 생겼듯이, 나중엔 더욱더 많은 장애인 창작자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조명, 무대 등의 영역도 장애인 인력이 나오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극장의 조종실은 다 개조가 필요할 것이다. 요즘에는 공연계에서 배리어프리 관련 학과도 하나 정도는 생길 법도 한데, 생각해본다.

재작년에 장문원 사람들과 작업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 그 기관에 장애인 인력이 있냐는 것이었는데, 딱 한 명 있다는 말에 조금 아쉬웠다. 예를 들어, 장애인 복지센터에는장애인 인력이 많지는 않더라도 7:3 비율 정도 된다. 그렇게 있는 이유는 그들이 사회복지학과를 나와서 취업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계는 장애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더욱더 대학이 필요하다.

장애인 당사자의 적극성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기존 배우들이 처음부터 배우 활동을 하기 위해 공부하고 배워왔다면 스스로 직접 나서서 만들어볼 텐데, 장애인극단의 시스템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래서 장애인 당사자에게 적극성을 주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을 때 각 배우의 자립적인 예술활동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복지센터의 경우, 그곳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사업이 바로 장애인 자립을 도와주는 지원 활동이다. 그런 것처럼 극단에서도 배우들이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사실 각 극단은 공공기금 지원신청 시즌이 오면 지원서를 쓰고, 선정되면 그 지원금으로 공연을 올린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지원금 받으면 단기 프로젝트로 공연을 만들게 되고, 그 공연이 끝나면 배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 것보다 배우 스스로 지원서를 쓰고 자신의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자립 환경을 조성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극단에서 아카데미로 희곡 쓰기를 하고 발표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희곡을 쓴 작가가 직접 지원서를 쓰고 연출과 배우를 섭외하는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공연계에 장애인 비평가가 없다. 장애예술을 비평해주는 사람들도 나오면 좋겠다. 그런데 장애인을 비평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비장애인이 비평하게 되면 더욱 난감할 수 있다. 그래서 장애인 당사자 비평가도 있으면 좋겠다. 이걸 조금 발전시켜본다면, 이음온라인에 장애인극단의 공연이나 배리어프리 공연을 홍보하는 문화소식 페이지에 공연 리뷰를 남기는 작업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장문원에서 올해가 안 되면 내년부터라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만든 워크숍을 할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사실 고백을 하자면 이 모든 것은 제 경험에 비추어 혼자 생각하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도 없거든요. 혼자 침대에 누워 또는 노트북을 펼쳐서 망상과 상상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장도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 혼자 해봅니다. 이 글에 사진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저 혼자만의 상상이거든요. 그래서 사진이 들어갈 공간에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이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었습니다.

신강수

신강수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를 졸업하고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만들어, 희곡집 『급이 다르다』 출간하고 1인극 <작은 어른의 고백> 공연했다. 에세이집 『132cm 사용설명서』 출간하며 1인 창작자로서 자신의 장애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로 난장을 펼치며 걍(그냥)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이외에도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떻게 자신의 장애를 직업으로 잘 팔아서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지 고민하며 예술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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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사진 제공. 엘리펀트룸 (박태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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