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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마지막 당부의 글

이음광장 잘 지내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신강수 연극배우
  • 등록일 2021-09-29
  • 조회수1478

안녕하세요.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나름 잘 견디며 지내고 있습니다. 웹진 [이음]에서 저에게 청탁한 4회 연재의 마지막 글이라서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을 하다가, 당부의 글을 남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저의 마지막 글을 조금 더 즐겁게 읽는 팁을 드리자면, 영화 <엽기적인 그녀> OST 중 신승훈의 〈I Believe〉를 듣고 보시면 더욱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관객으로 만날 독자님에게

여러분, 많이 어색하시죠? 장애인을 길거리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무법 질주를 하는 모습이나 대중매체에서 불쌍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070 ARS로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또는 방송이나 영화에서 비장애인 배우가 장애인 흉내 내는 연기만 보다가,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장애인을 바라보려니 참 생소하고 어색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그들도 똑같은 배우예요. 그러니 어색해하지 마세요.

공연 볼 때 당황스러운 일이 많이 생길 거예요. 언어장애가 있는 배우의 대사가 처음엔 잘 안 들려서 무슨 말인가 싶은데 갑자기 어느 순간 잘 들리는 경험을 할 때 ‘뭐야? 무슨 일이지?’ 하고 당황스러울 텐데, 걱정 마세요. 당연한 현상이거든요. 그리고 분명 시각장애인 배우가 나온다고 했는데 무대에서 움직이고 소품을 잡는 모습을 보면 의심이 생겨 ‘저 사람 보이는 거 아냐?’ 하고요. 그런데요. 모든 시각장애인은 움직일 수 있고 소품도 잡을 수 있어요. 그러니 당황하지 말아요. 아! 제가 공연을 하면서 들었던 말 중 재미있었던 말이, 관객이 공연이 끝나고 무대 아래에서 저를 보더니 이렇게 작을 줄 몰랐데요. 키 132cm인 제가 무대에선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시죠? 그럼 공연 보러오세요.

배리어프리 공연을 볼 때 수어 통역사가 수어를 하고 화면해설이나 자막이 나오면 뭘 봐야 할지 모르시겠죠? 수어를 보자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화면해설과 자막을 보고 듣자니 배우들의 연기를 놓치고. 그럴 땐 당황하지 마시고 그 순간 가장 보고 싶은 것을 보세요. 배리어프리 공연도 자주 보면 자신만의 보는 방식이 생겨요. 솔직히 제가 앞에서 말씀드리는 거 모두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요. 많이 보고 경험하면 자신만의 방식이 생기잖아요. 그러니 장애인 배우가 나오는 공연이나 예술 작품을 많이 경험하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제발 당부하는데요. 공연 보시고 감동 포르노 같은 감정은 안 가지면 좋겠어요. 장애인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보고 ‘저들도 하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주관적인 거니까 괜찮은데, 장애인 배우들에게 말은 하지 마세요. 저희가 여러분에게 감동 주려고 공연하는 거 아니에요. 직업이에요. 장애인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보고 대부분의 관객이 감동도 받고 연기도 참 잘한다고 응원을 해주시는데, 그거 다 장애에 가려져서 그래요. 장애인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자주 보면 장애가 아닌 그들의 연기가 보여요. 그러니 공연 자주 많이 봐주세요. 그리고 응원도 좋지만 비평도 해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장애 예술인이 나오는 공연을 보고 비평을 해주는 비평가가 나오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제 공연을 보고 ‘잘한다’ ‘좋다’ ‘최고’라고 응원과 칭찬을 너무 해줘서 ‘배우’라는 직업을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돈도 안 되는 이놈의 공연, 차라리 ‘똥배우’라고 ‘연기 못한다’고 일찍 말해줬더라면 빨리 접고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공무원 시험을 봤을 텐데 하며 우스갯소리를 해봐요.

동료로 만날 독자님에게

장애인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비장애인 배우, 스태프분들도 너무 감사해요. 고생하는 거 알아요. 그런데요. 저희와 작업하다 보면 주변에서 가끔 이런 소리 들을 거예요. ‘어떻게 장애인이랑 공연을 할 수 있어? 대단하다! 멋있어! 존경한다!’ 혹시라도 존경받으려고 저희와 작업하는 거라면 부디 하지 말아주세요. 뭐, 남들이 하는 소리니까 어쩔 수 없이 들을 수는 있죠.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보면, 그런 소리 들으면 으스대며 사명감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발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나오는 예술 공연이 클래식 공연이나 전시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면 잠이 와요. 전시회에 가면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그런데요, 자주 듣고 보고 경험이 쌓이면 나중엔 보이더라고요. 장애 예술도 그렇다고 생각이 들어요. 자주 보고 자주 경험한다면 정말 재미있는 공연을 보고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배리어프리를 하고 싶어 하는 외부 제작진 여러분(여기서 외부란 비장애인 극단을 말합니다), 배리어프리 작업하려니 머리 아프시죠? 힘드시죠? 제작비도 많이 들고. ‘요즘 주변에서 많이 하는데 우리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요, 요즘 배리어프리 공연장에 가보면 배리어프리는 잘 되어 있지만 장애인 관객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장애인 관객을 초대하거나 복지관을 통해서 단체관람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예전에 초창기 장애인 극단에서 공연할 때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 소극장에서 공연 하는데 장애인 관객이 참 많이 와요. 그래서 매표소 앞에 휠체어가 일렬로 서있는 경우도 있었죠. 엘리베이터가 없는데도 그렇게 장애인 관객이 오는 이유는 그들의 친구가 무대에 나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을 시도하기 전에 우리 장애인 배우들을 섭외해서 같이 공연해보고 나서 공연장의 환경을 장애인 관객에게 맞춰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봐요.

고민도 많이 되실 거예요. 장애인 배우가 이동하기 편하게 엘리베이터가 있는 연습실을 대관하고 싶은데 대관비가 부족하거나 밥 먹을 때도 경사로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하죠. 그런데요, 이미 엘리베이터 없고 경사로 없는 곳에서의 삶을 살아봐서 맞춰줄 수 있어요. 뭐, 장애인 입장에서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너무 좋죠. 그런데 제작 여건상 그렇게 안 될 때는 서로 편의를 봐주며 조율을 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계단이 많으면 이동을 도와주면 되잖아요. 왜냐하면 너무 장애인에게 맞추다 보면 나중엔 지쳐서 함께 못할 수도 있거든요. 우리 장애인 배우들이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다시 말해 장애인 배우를 위한다고 너무 배려하지 말라는 말이기도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배려보다는 차별이 더 좋더라고요. 차별은 저에게 더욱더 살 힘과 악을 주지만 배려는 저를 더욱더 장애인으로 만들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모두 저의 경험에서 말하는 주관적인 이야기에요. 그러니 함께하는 장애인 배우와 많은 대화를 해서 서로 맞춰 가면 좋을 것 같다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제작진에게 우리와 함께 작품을 해보자고 말을 해봅니다.

새로운 필자를 찾는 웹진 제작진에게

마지막 글이라 그런지 글이 길어졌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 웹진 관계자분들께도 정말 감사해요. 처음엔 못하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저를 설득하고 글 쓸 기회를 줘서. 제 글을 가독성 좋게 편집해주신 편집진, 특히 마감 알람이 되어준 도빈 님 정말 감사드려요. 연락 챙겨주시고 좋다고 응원해주셔서 마감을 지킬 수 있었어요.

이렇게 글을 쓰면서 릴레이 글쓰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해봐요. 그동안 웹진엔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분들이 많이 글을 쓰시더라고요. 저는 주변의 장애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그만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전문성, 학벌, 또는 요즘 잘나가는 그런 사람들의 글 말고 주변 사람들을 알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이 추천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죠. 저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고 현재 서울예술대학에 다니는 강현준 군, 장애인 극단에서만 활동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외부 작업을 하는 연극 <집집: 하우스 소나타>의 호종민 배우, 연극 <천만개의 도시>의 하지성 배우, 그리고 자칭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1.5세대이면서 지금은 배우와 강의 활동을 하는 전인옥 배우 등. 그들의 일상이나 생각을 글이나 영상 녹음도 좋고요, 다양한 콘텐츠로 보고 듣는다면 좋겠습니다.

사실 예전엔 웹진 [연극in]을 보면서 그곳은 비장애인 극단과 비장애인 배우들만의 장이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최근 장애인 극단의 연출이 유명해지고 나서 장애 예술 글도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 장애인 예술 웹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이렇게 웹진 [이음]이 생겨서 참 좋아요. 다양한 장애 예술인을 접할 수 있으니까요. 지치지 말고 계속 ‘파이팅’ 해주세요.

정말 마지막으로 저의 글을 읽고 함께 하자고 손 내밀어주신 제작진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제가 올해는 스케줄이 다 차서 함께 못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지금 신승훈의 〈I Believe〉 듣고 있죠?^^

From 신강수

P.S 혹시라도 장애인,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나오는 배리어프리 공연을 보고 싶은데 낯설거나 어색해서, 그리고 수어 통역과 화면해설이 함께 나오면 배우의 연기를 봐야 할지 뭘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은 극단 다빈나오가 10월 5일부터 10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소리극 옥이>를 공연합니다. 시간 되시면 보러오세요. 잠깐 스포를 하자면 저는 9척 장신으로 나옵니다.

신강수

신강수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를 졸업하고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만들어, 희곡집 『급이 다르다』 출간하고 1인극 <작은 어른의 고백> 공연했다. 에세이집 『132cm 사용설명서』 출간하며 1인 창작자로서 자신의 장애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로 난장을 펼치며 걍(그냥)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이외에도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떻게 자신의 장애를 직업으로 잘 팔아서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지 고민하며 예술 활동을 한다.
sks419@nate.com

사진제공. 극단 지금아카이브 (이종우 촬영)

신강수

신강수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를 졸업하고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만들어, 희곡집 『급이 다르다』 출간하고 1인극 <작은 어른의 고백> 공연했다. 에세이집 『132cm 사용설명서』 출간하며 1인 창작자로서 자신의 장애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로 난장을 펼치며 걍(그냥)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이외에도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떻게 자신의 장애를 직업으로 잘 팔아서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지 고민하며 예술 활동을 한다.
sks419@nate.com

상세내용

안녕하세요.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나름 잘 견디며 지내고 있습니다. 웹진 [이음]에서 저에게 청탁한 4회 연재의 마지막 글이라서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을 하다가, 당부의 글을 남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저의 마지막 글을 조금 더 즐겁게 읽는 팁을 드리자면, 영화 <엽기적인 그녀> OST 중 신승훈의 〈I Believe〉를 듣고 보시면 더욱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관객으로 만날 독자님에게

여러분, 많이 어색하시죠? 장애인을 길거리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무법 질주를 하는 모습이나 대중매체에서 불쌍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070 ARS로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또는 방송이나 영화에서 비장애인 배우가 장애인 흉내 내는 연기만 보다가,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장애인을 바라보려니 참 생소하고 어색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그들도 똑같은 배우예요. 그러니 어색해하지 마세요.

공연 볼 때 당황스러운 일이 많이 생길 거예요. 언어장애가 있는 배우의 대사가 처음엔 잘 안 들려서 무슨 말인가 싶은데 갑자기 어느 순간 잘 들리는 경험을 할 때 ‘뭐야? 무슨 일이지?’ 하고 당황스러울 텐데, 걱정 마세요. 당연한 현상이거든요. 그리고 분명 시각장애인 배우가 나온다고 했는데 무대에서 움직이고 소품을 잡는 모습을 보면 의심이 생겨 ‘저 사람 보이는 거 아냐?’ 하고요. 그런데요. 모든 시각장애인은 움직일 수 있고 소품도 잡을 수 있어요. 그러니 당황하지 말아요. 아! 제가 공연을 하면서 들었던 말 중 재미있었던 말이, 관객이 공연이 끝나고 무대 아래에서 저를 보더니 이렇게 작을 줄 몰랐데요. 키 132cm인 제가 무대에선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시죠? 그럼 공연 보러오세요.

배리어프리 공연을 볼 때 수어 통역사가 수어를 하고 화면해설이나 자막이 나오면 뭘 봐야 할지 모르시겠죠? 수어를 보자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화면해설과 자막을 보고 듣자니 배우들의 연기를 놓치고. 그럴 땐 당황하지 마시고 그 순간 가장 보고 싶은 것을 보세요. 배리어프리 공연도 자주 보면 자신만의 보는 방식이 생겨요. 솔직히 제가 앞에서 말씀드리는 거 모두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요. 많이 보고 경험하면 자신만의 방식이 생기잖아요. 그러니 장애인 배우가 나오는 공연이나 예술 작품을 많이 경험하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제발 당부하는데요. 공연 보시고 감동 포르노 같은 감정은 안 가지면 좋겠어요. 장애인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보고 ‘저들도 하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주관적인 거니까 괜찮은데, 장애인 배우들에게 말은 하지 마세요. 저희가 여러분에게 감동 주려고 공연하는 거 아니에요. 직업이에요. 장애인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보고 대부분의 관객이 감동도 받고 연기도 참 잘한다고 응원을 해주시는데, 그거 다 장애에 가려져서 그래요. 장애인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자주 보면 장애가 아닌 그들의 연기가 보여요. 그러니 공연 자주 많이 봐주세요. 그리고 응원도 좋지만 비평도 해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장애 예술인이 나오는 공연을 보고 비평을 해주는 비평가가 나오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제 공연을 보고 ‘잘한다’ ‘좋다’ ‘최고’라고 응원과 칭찬을 너무 해줘서 ‘배우’라는 직업을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돈도 안 되는 이놈의 공연, 차라리 ‘똥배우’라고 ‘연기 못한다’고 일찍 말해줬더라면 빨리 접고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공무원 시험을 봤을 텐데 하며 우스갯소리를 해봐요.

동료로 만날 독자님에게

장애인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비장애인 배우, 스태프분들도 너무 감사해요. 고생하는 거 알아요. 그런데요. 저희와 작업하다 보면 주변에서 가끔 이런 소리 들을 거예요. ‘어떻게 장애인이랑 공연을 할 수 있어? 대단하다! 멋있어! 존경한다!’ 혹시라도 존경받으려고 저희와 작업하는 거라면 부디 하지 말아주세요. 뭐, 남들이 하는 소리니까 어쩔 수 없이 들을 수는 있죠.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보면, 그런 소리 들으면 으스대며 사명감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발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나오는 예술 공연이 클래식 공연이나 전시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면 잠이 와요. 전시회에 가면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그런데요, 자주 듣고 보고 경험이 쌓이면 나중엔 보이더라고요. 장애 예술도 그렇다고 생각이 들어요. 자주 보고 자주 경험한다면 정말 재미있는 공연을 보고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배리어프리를 하고 싶어 하는 외부 제작진 여러분(여기서 외부란 비장애인 극단을 말합니다), 배리어프리 작업하려니 머리 아프시죠? 힘드시죠? 제작비도 많이 들고. ‘요즘 주변에서 많이 하는데 우리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요, 요즘 배리어프리 공연장에 가보면 배리어프리는 잘 되어 있지만 장애인 관객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장애인 관객을 초대하거나 복지관을 통해서 단체관람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예전에 초창기 장애인 극단에서 공연할 때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 소극장에서 공연 하는데 장애인 관객이 참 많이 와요. 그래서 매표소 앞에 휠체어가 일렬로 서있는 경우도 있었죠. 엘리베이터가 없는데도 그렇게 장애인 관객이 오는 이유는 그들의 친구가 무대에 나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을 시도하기 전에 우리 장애인 배우들을 섭외해서 같이 공연해보고 나서 공연장의 환경을 장애인 관객에게 맞춰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봐요.

고민도 많이 되실 거예요. 장애인 배우가 이동하기 편하게 엘리베이터가 있는 연습실을 대관하고 싶은데 대관비가 부족하거나 밥 먹을 때도 경사로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하죠. 그런데요, 이미 엘리베이터 없고 경사로 없는 곳에서의 삶을 살아봐서 맞춰줄 수 있어요. 뭐, 장애인 입장에서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너무 좋죠. 그런데 제작 여건상 그렇게 안 될 때는 서로 편의를 봐주며 조율을 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계단이 많으면 이동을 도와주면 되잖아요. 왜냐하면 너무 장애인에게 맞추다 보면 나중엔 지쳐서 함께 못할 수도 있거든요. 우리 장애인 배우들이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다시 말해 장애인 배우를 위한다고 너무 배려하지 말라는 말이기도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배려보다는 차별이 더 좋더라고요. 차별은 저에게 더욱더 살 힘과 악을 주지만 배려는 저를 더욱더 장애인으로 만들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모두 저의 경험에서 말하는 주관적인 이야기에요. 그러니 함께하는 장애인 배우와 많은 대화를 해서 서로 맞춰 가면 좋을 것 같다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제작진에게 우리와 함께 작품을 해보자고 말을 해봅니다.

새로운 필자를 찾는 웹진 제작진에게

마지막 글이라 그런지 글이 길어졌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 웹진 관계자분들께도 정말 감사해요. 처음엔 못하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저를 설득하고 글 쓸 기회를 줘서. 제 글을 가독성 좋게 편집해주신 편집진, 특히 마감 알람이 되어준 도빈 님 정말 감사드려요. 연락 챙겨주시고 좋다고 응원해주셔서 마감을 지킬 수 있었어요.

이렇게 글을 쓰면서 릴레이 글쓰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해봐요. 그동안 웹진엔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분들이 많이 글을 쓰시더라고요. 저는 주변의 장애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그만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전문성, 학벌, 또는 요즘 잘나가는 그런 사람들의 글 말고 주변 사람들을 알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들이 추천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죠. 저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고 현재 서울예술대학에 다니는 강현준 군, 장애인 극단에서만 활동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외부 작업을 하는 연극 <집집: 하우스 소나타>의 호종민 배우, 연극 <천만개의 도시>의 하지성 배우, 그리고 자칭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1.5세대이면서 지금은 배우와 강의 활동을 하는 전인옥 배우 등. 그들의 일상이나 생각을 글이나 영상 녹음도 좋고요, 다양한 콘텐츠로 보고 듣는다면 좋겠습니다.

사실 예전엔 웹진 [연극in]을 보면서 그곳은 비장애인 극단과 비장애인 배우들만의 장이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최근 장애인 극단의 연출이 유명해지고 나서 장애 예술 글도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 장애인 예술 웹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이렇게 웹진 [이음]이 생겨서 참 좋아요. 다양한 장애 예술인을 접할 수 있으니까요. 지치지 말고 계속 ‘파이팅’ 해주세요.

정말 마지막으로 저의 글을 읽고 함께 하자고 손 내밀어주신 제작진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제가 올해는 스케줄이 다 차서 함께 못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지금 신승훈의 〈I Believe〉 듣고 있죠?^^

From 신강수

P.S 혹시라도 장애인,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나오는 배리어프리 공연을 보고 싶은데 낯설거나 어색해서, 그리고 수어 통역과 화면해설이 함께 나오면 배우의 연기를 봐야 할지 뭘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은 극단 다빈나오가 10월 5일부터 10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소리극 옥이>를 공연합니다. 시간 되시면 보러오세요. 잠깐 스포를 하자면 저는 9척 장신으로 나옵니다.

신강수

신강수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를 졸업하고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만들어, 희곡집 『급이 다르다』 출간하고 1인극 <작은 어른의 고백> 공연했다. 에세이집 『132cm 사용설명서』 출간하며 1인 창작자로서 자신의 장애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로 난장을 펼치며 걍(그냥)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저신장 장애인이다. 이외에도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떻게 자신의 장애를 직업으로 잘 팔아서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지 고민하며 예술 활동을 한다.
sks419@nate.com

사진제공. 극단 지금아카이브 (이종우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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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8 11: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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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면서도 찰지게 감기는(!) 맛으로 재미있게 봤네요. 잘 봤습니다. 무대에서 만나요!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