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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라의 이론과 장애인 예술의 플랫폼

이음광장 운보 김기창 화백처럼

  • 이영미 서예가
  • 등록일 2021-10-07
  • 조회수740

성공한 장애 예술인 중에는 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끼치거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두라(Albert Bandura, 미국의 심리학자)의 관찰학습이론에 따르면 학습은 실제 모델 또는 상징적 모델에 대한 관찰과 모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장애 예술인 특히 청각장애 미술인에 있어서 이러한 효과는 운보 김기창 화백을 모델로 한 경우가 많다. 지금 대부분의 회원이 연로하지만 한국농미회에서 주축이 되는 회원의 과반수가 운보 김기창 화백을 모델로 하여 미술로 향한 붓을 지팡이처럼 삼았거나 또는 지속하고 있다.

중증 여성 청각장애인인 나만 해도 여성과 장애의 이중차별이 극심했던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했지만, 장애 차별로 취직을 못하는 대다수처럼 진로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청각장애인이지만 한국 화단의 대가로 우뚝 선 운보 김기창을 도서와 언론에서 접하고 붓을 들었다. 그렇게 수십 년의 노력 끝에 작가로 등단하여 언론에서 이슈가 되자, 나를 모델로 하여 붓을 들고 싶다는 어린 학생들이 생겼고 전공을 미술로 선택해 대학에 진학하기도 하였다. 작품에 대한 모방 학습은 창작하고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필요한 단계일 수 있지만, 작가로 성공한 사람 자체를 모델로 관찰과 모방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장애 예술인에게는 단순한 예술적 선택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나아가서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희구이기도 하다.

  • 운보 김기창 화백을 처음 만난 날

꼭 미술 분야가 아니라도 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는 자녀에게 헬렌 켈러나 베토벤 위인전을 읽게 하여 ‘너처럼, 또는 너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지고도 이렇게 훌륭한 삶을 살아내었다’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고 격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도 어린 시절에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실존하지 않은 데다 다른 나라 사람인 헬렌 켈러와 베토벤에 대해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을지언정, 마음으로 공감하며 직접적으로 의지를 북돋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였다. 반면에 운보 김기창은 동시대를 살고 내가 직접 대면해서 실체감을 생생히 가질 수 있는 존재였다. 게다가 우리 고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할 뿐 아니라, 자기처럼 청각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예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예술문화적 기반을 조성하는 활동도 하고 있어 감회가 깊었다.

나에게 운보 김기창은 예술의 길을 선택하게 한 계기일 뿐만 아니라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처럼 행동적이면서 지속적인 반복 학습 효과의 모델이다. 나아가 우향 박내현 화백과의 사랑, 가족, 자연과의 조화와 상생을 그림 속에 표현하며 살아갔던 삶 자체가 내게 하나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속으로 나아가 장애인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활동도 활발하게 했던 운보 김기창처럼, 나 역시 장애인 인권단체, 교육단체, 폭력상담소 등을 설립하여 장애인이 세상에서 차별받기보다 당당하게 주체의식을 가지고 세상 속의 일원이 되어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활동을 하였다. 중견작가가 되고 문화예술교육자가 되었지만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처럼 운보 김기창을 모델로 하여 성취한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문화예술 플랫폼 또는 매개자로서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서울과 청주에서 ‘2021 장애인창작아트페어’가 열렸다. 장애인 예술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큰 행사로, 장애인아트페어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에 이어 지방에서도 여는 전시회였다. 이미 기성작가로 등단한 아트페어 참여작가들을 보면서 예술인을 희망하는 후배들은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었고, 아트페어 참여작가의 작품이 판매되어 세상 속으로 나아가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예술로 이어주는 역할도 하였다. 미술관 큐레이터를 초청해 장애인 미술에 관한 토론도 개최하였는데, 작품의 수준이 다양하고 장애 유형도 다양하였지만 일부 큐레이터들은 장애 유형에 대한 이해가 없어 발달장애인의 작품에 대해 평가가 낮았다. 일부는 장애인 아트페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으며 이러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공통적인 것은 장애인창작아트페어가 있으므로 해서 장애인 예술에 대해 별반 관심 없던 그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을 다양한 디지털정보 매체를 활용하여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후배 장애인들이 본받고 모델로 삼아 반복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기량의 장애 예술인이 끊임없이 세상 속으로 나아가 활동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창작아트페어처럼 비장애인의 인식을 개선하고 차이를 넘어 통합사회를 지향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플랫폼도 끊임없이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영미

이영미 

서예가, 문화예술기획자, 여성 활동가, 사회복지사. 원광대학교 동양학 대학원 서예 문화학과를 수료하고, 서울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사) 및 사회복지(석사)를 공부했다. 서력 47년의 서예가로 지금까지 총 12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충북여성장애인연대를 창립하고, 청주시 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를 설립·운영하며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하였다.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과 청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하고 2020년 정년퇴임하고 현재 근원 서화연구원을 운영하고 충북여성장애인연대 이사, 다사리학교 운영위원으로 있다.
aom360@hanmail.net

사진제공. 필자

이영미

이영미 

서예가, 문화예술기획자, 여성 활동가, 사회복지사. 원광대학교 동양학 대학원 서예 문화학과를 수료하고, 서울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사) 및 사회복지(석사)를 공부했다. 서력 47년의 서예가로 지금까지 총 12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충북여성장애인연대를 창립하고, 청주시 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를 설립·운영하며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하였다.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과 청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하고 2020년 정년퇴임하고 현재 근원 서화연구원을 운영하고 충북여성장애인연대 이사, 다사리학교 운영위원으로 있다.
aom360@hanmail.net

상세내용

성공한 장애 예술인 중에는 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끼치거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두라(Albert Bandura, 미국의 심리학자)의 관찰학습이론에 따르면 학습은 실제 모델 또는 상징적 모델에 대한 관찰과 모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장애 예술인 특히 청각장애 미술인에 있어서 이러한 효과는 운보 김기창 화백을 모델로 한 경우가 많다. 지금 대부분의 회원이 연로하지만 한국농미회에서 주축이 되는 회원의 과반수가 운보 김기창 화백을 모델로 하여 미술로 향한 붓을 지팡이처럼 삼았거나 또는 지속하고 있다.

중증 여성 청각장애인인 나만 해도 여성과 장애의 이중차별이 극심했던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했지만, 장애 차별로 취직을 못하는 대다수처럼 진로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청각장애인이지만 한국 화단의 대가로 우뚝 선 운보 김기창을 도서와 언론에서 접하고 붓을 들었다. 그렇게 수십 년의 노력 끝에 작가로 등단하여 언론에서 이슈가 되자, 나를 모델로 하여 붓을 들고 싶다는 어린 학생들이 생겼고 전공을 미술로 선택해 대학에 진학하기도 하였다. 작품에 대한 모방 학습은 창작하고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필요한 단계일 수 있지만, 작가로 성공한 사람 자체를 모델로 관찰과 모방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장애 예술인에게는 단순한 예술적 선택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나아가서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희구이기도 하다.

  • 운보 김기창 화백을 처음 만난 날

꼭 미술 분야가 아니라도 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는 자녀에게 헬렌 켈러나 베토벤 위인전을 읽게 하여 ‘너처럼, 또는 너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지고도 이렇게 훌륭한 삶을 살아내었다’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고 격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도 어린 시절에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실존하지 않은 데다 다른 나라 사람인 헬렌 켈러와 베토벤에 대해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을지언정, 마음으로 공감하며 직접적으로 의지를 북돋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였다. 반면에 운보 김기창은 동시대를 살고 내가 직접 대면해서 실체감을 생생히 가질 수 있는 존재였다. 게다가 우리 고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할 뿐 아니라, 자기처럼 청각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예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예술문화적 기반을 조성하는 활동도 하고 있어 감회가 깊었다.

나에게 운보 김기창은 예술의 길을 선택하게 한 계기일 뿐만 아니라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처럼 행동적이면서 지속적인 반복 학습 효과의 모델이다. 나아가 우향 박내현 화백과의 사랑, 가족, 자연과의 조화와 상생을 그림 속에 표현하며 살아갔던 삶 자체가 내게 하나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속으로 나아가 장애인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활동도 활발하게 했던 운보 김기창처럼, 나 역시 장애인 인권단체, 교육단체, 폭력상담소 등을 설립하여 장애인이 세상에서 차별받기보다 당당하게 주체의식을 가지고 세상 속의 일원이 되어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활동을 하였다. 중견작가가 되고 문화예술교육자가 되었지만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처럼 운보 김기창을 모델로 하여 성취한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문화예술 플랫폼 또는 매개자로서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서울과 청주에서 ‘2021 장애인창작아트페어’가 열렸다. 장애인 예술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큰 행사로, 장애인아트페어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에 이어 지방에서도 여는 전시회였다. 이미 기성작가로 등단한 아트페어 참여작가들을 보면서 예술인을 희망하는 후배들은 꿈과 희망을 키워갈 수 있었고, 아트페어 참여작가의 작품이 판매되어 세상 속으로 나아가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예술로 이어주는 역할도 하였다. 미술관 큐레이터를 초청해 장애인 미술에 관한 토론도 개최하였는데, 작품의 수준이 다양하고 장애 유형도 다양하였지만 일부 큐레이터들은 장애 유형에 대한 이해가 없어 발달장애인의 작품에 대해 평가가 낮았다. 일부는 장애인 아트페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으며 이러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공통적인 것은 장애인창작아트페어가 있으므로 해서 장애인 예술에 대해 별반 관심 없던 그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을 다양한 디지털정보 매체를 활용하여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후배 장애인들이 본받고 모델로 삼아 반복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기량의 장애 예술인이 끊임없이 세상 속으로 나아가 활동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창작아트페어처럼 비장애인의 인식을 개선하고 차이를 넘어 통합사회를 지향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플랫폼도 끊임없이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영미

이영미 

서예가, 문화예술기획자, 여성 활동가, 사회복지사. 원광대학교 동양학 대학원 서예 문화학과를 수료하고, 서울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사) 및 사회복지(석사)를 공부했다. 서력 47년의 서예가로 지금까지 총 12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충북여성장애인연대를 창립하고, 청주시 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를 설립·운영하며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하였다.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과 청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하고 2020년 정년퇴임하고 현재 근원 서화연구원을 운영하고 충북여성장애인연대 이사, 다사리학교 운영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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