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3개 광역시를 포함하는 경상권
경상권은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등 3개 광역시와 경상남도·경상북도를 포함하는 지역으로 총면적은 약 32,000㎢(제곱킬로미터)이며, 동고서저 지형에 따라 산지가 많다. 우리나라 6개 광역시 중 3개 도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서울·경기를 제외한 다른 지역권에 비해 재정과 인구 규모가 크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25%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수도권 다음으로 비중이 크고, 인구 역시 2025년 5월 기준 1,244만 명(24%)으로 수도권 다음으로 많다.(주1)
재정과 인구 규모는 문화예술 활동 규모와 연결된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실시한 「2024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 등록 장애예술인 수는 부산 149명, 울산 22명, 대구 70명, 경상북도 156명, 경상남도 153명이다.(주2) 합산하면 550명으로 경기·인천,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광역시 간 차이도 드러난다. 인구는 부산 330만 명, 대구 236만 명, 울산 113만 명인데, 인구에 비례해서 보더라도 울산의 등록 장애예술인 수가 매우 적다. 이에 관해서는 보다 상세한 조사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경상권 장애예술 공공지원 현황: 부산, 대구, 울산
부산에서는 장애예술 활성화를 문화다양성 관점에서 폭넓게 진행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2019년부터 지역 장애예술인을 발굴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장애예술인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2021년 장애예술 쇼케이스 ‘올과 결’로 성과를 공유했다. 이후 꾸준히 장애예술 창작 활성화와 창작기반을 조성해 왔다. 부산문화재단은 2022년에 「부산 장애예술인 활동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 이후 지역에서 처음 이루어진 실태조사로, ‘부산형 지원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가 되었다.(주3) 2024년 장애인·비장애인 협업 프로젝트 ‘오픈코드_A’를 열어 장애예술의 가치를 탐색하고 예술교육 현장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또한 2024년부터 ‘부산생활문화축제’와 ‘부산문화예술교육 페스티벌’을 통합해 ‘사회참여예술 컨벤션’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장애·비장애 오케스트라의 합동 개막 공연, 포용예술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2024 부산문화컨퍼런스 III 국제포럼’에서는 해외 장애예술단체 관계자를 초청해 포럼과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2025년 부산 문화다양성 행사는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장애예술창작공간 온그루 협업 프로젝트 ‘2025 문화다양성 주간 - 포용의 바다, 부산’에서 전시, 공연, 체험, 워크숍 및 콘퍼런스를 열어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소개하고,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포용적인 문화예술 환경을 조성했다. 한편, 미디어의 사회적 격차를 없애고 장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장애인 미디어 축제’에서는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 장애인 작가 및 미디어 예술 협업 작품 전시 등이 이뤄진다. 19회를 맞은 올해 행사는 5월 28일부터 나흘간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되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구, 대구문화재단)은 2021년 지역 장애인 문화예술 특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인 예술 프로젝트 ‘ME+ME’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장애·비장애 예술인이 협업하여 다양한 장르의 예술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것이다. 같은 지원사업의 일환인 예술교육 프로그램 ‘WITH US’도 주목할 만하다. 장애 학생을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역 예술단체와 매칭하여 장애 학생들의 예술적 역량을 개발하고 사회참여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2025년에는 대구동구문화재단과 행복북구문화재단이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울산은 2025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시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제1회 울산광역시 장애인 예술제: The Sound of Miracle’을 개최했다. 울산문화관광재단은 장애예술인 창작지원 사업을 운영하는데, 매년 10명 내외의 장애인에게 400만 원을 지원한다. 울산의 등록 장애예술인 수가 적은 만큼 공공지원 규모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민간사업이 돋보인다. 장애인예술단 뮤직팔레트 소속 예술인 10명이 지역기업과 병원에 채용되었다. 또한 서양화가이자 특수교육학자인 홍세복 대표가 2025년 설립한 세일아트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양성하고 발굴하는 기업으로 주목할 만하다.
경상권 장애예술 공공지원 현황: 경상남북도
경상남도는 2025년 4월부터 도내 발달장애 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도청을 비롯한 직속 기관 및 출자·출연 기관 청사에 장애예술인 작품을 구독·전시하는 ‘경남형 문화예술 작품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5년 1월 김해시는 지역기업들과 힘을 모아 ‘장애인 문화예술단’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예술단 설립 초기에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재능 있는 만 18세 이상 중증장애인 13명을 채용하고 향후 30명 이상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할 계획이다.
창원문화재단은 장애인의 날을 기해 2024년에 지역 장애인복지관, 장애인 학교 및 부모회 등 지역 관계기관과 협력해 《색을 만지다》 전시회를 개최했고, 2025년에는 장애인의 날 기념 특별전 《함께 물들다》를 열어 작가 100명의 작품을 선보였다.
경북문화재단은 경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자체 지원사업으로 진행해 온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오감백감’을 2025년에는 장애인·장애예술인을 대상으로 넓혔다.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장애예술인이 교육강사로 참여하여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포항문화재단은 2025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무장애 문화 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포항문화재단 개관 30주년을 계기로 무장애 기획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김해문화의전당도 배리어프리 공연, 공연장 접근성, 무장애 문화 향유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능성을 품은 ‘터’ 일구기
부산문화재단에서 2020년 11월 개관한 ‘장애예술인 창작공간 온그루’와 2023년 11월 개관한 장애·비장애 예술인 협업공간 ‘창작공간 두구’가 지역의 장애예술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온그루에는 2025년 현재 손성일 문학작가, 농인 극단 에파타, 발달장애 음악가들로 구성된 THE행복오케스트라, 발달장애 시각예술 작가로 구성된 블루아트 등 각기 다른 유형과 장르의 장애예술인이 입주해 있다. 창작공간 두구에는 올해 장애·비장애 예술인 각 3명씩 총 6명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으며, 홍보를 위한 지원도 활발하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인 대구예술발전소는 장애예술인 전용공간은 아니지만, 일부 프로그램에서 장애예술인이 참여하고, 다양한 활동의 거점이다. 2021년에 장애·비장애 작가가 2인 1팀을 이뤄 협업한 기획전 《this-able》을 열었고, 2024년에는 지하철 범어역 지하도에 조성한 ‘대구아트웨이’에서 대구 최초 장애인 미술 아트페어 ‘2024 아트노마드 아트페어(ARTNOMAD ARTFAIR) in 대구’를 열었다.
장애예술 창작 전용공간(이하 ‘전용공간’)은 장애예술인의 창작활동에 대한 인식의 틀을 공동체에 제시한다는 면에서 중요하다. 또한 전용공간에서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구현하기가 쉽고, 다듬어서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경상권에서 다양한 장애예술 창작활성화 지원사업이 펼쳐지고 있는데, 전용·반전용 공간이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공공지원 사업은 사이에는 차이가 보인다. 전용공간이 없는 지역 사업은 결과물을 모아 제시하는 형식인 반면, 전용공간이 있는 지역은 창작 과정과 유통까지를 포함하는 연속성 있는 사업을 시도한다.
경상남도, 경상북도는 지역이 넓어 지역 선정이 어렵고, 장애예술인 분포가 고르지 않아 전용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 도 차원의 전용공간 확보 문제는 다수의 거점 지역 지정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아서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이에 비해 광역시는 공간 확보가 쉬운 편이어서, 앞서 언급한 대로 부산은 전용공간 두 곳을 중심으로 노하우를 쌓으면서 장애예술에 특화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대구는 장애예술인 전용공간은 없지만, 기존 창작·유통 공간 일부를 할애하고 있다.
전용공간은 ‘터’가 되어야 한다. ‘터’는 주인 행세를 하는 배타적 존재가 없고, 장애·비장애 예술인이 함께하는 가능성을 품은 개념이다. 그래서 함께 ‘터’를 일구는 일은 포용적 사회로 가는 핵심적인 과정이다. 사람은 ‘터’에서 살고, 다시 ‘터’를 일군다. 미완의 공간이라도 장애예술 ‘터’로 일굴 만한 전용공간이 곳곳에 빠르게 생겨야 할 것이다.
주2.2024년 9월 기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활동 증명 시스템 등록 장애인 3,013명을 모집단으로 함. 문화체육관광부·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4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 보고서」, p.48, 2024.
주3.부산문화재단, 「2022 부산 장애예술인 활동 실태조사」, 2022. 관련해서 다음 글을 참고할 수 있다. 이상헌, 「2022 부산 장애예술인 활동 실태조사」 지형을 읽고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기 위하여(웹진이음, 36호, 2022.10.26.)

이상헌
지체장애인. 춤 비평가. 춤 웹진 [댄스포스트코리아] 필진, 민주주의사회연구소 학술지 [성찰과 전망] 편집위원장, 부산시립무용단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2022 부산 장애예술인 활동 실태조사」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했고, 『부산시립무용단 50년사』(2023)를 공동 집필했다.
lsanghe@hanmail.net
2025년 5월 (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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