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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작업 동료로 함께한다는 것 어느 쪽에도 밀리지 않을 조건을 찾아가기

  • 라움콘 
  • 등록일 2025-10-01
  • 조회수 126

이슈

함께하는 연습

라움콘은 Q레이터가 장애를 갖게 된 이후의 다양한 일상을 장애·비장애의 감각으로 경험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의 경험을 기록하고 관찰해 주며, 분절되어 상실될 수 있는 감각을 다시금 삶으로 연결한다. 이 과정에서 우린 서로 다른 미적 언어와 고민, 의견을 충돌시키며 팽팽하여 긴장되지만 서로 다른 감각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라움콘의 시작은 단순했다. 예전처럼 일상에 접근하기 어려우니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함께 살아보자 해서 하나 둘 쌓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집으로, 집에서 사회로 확장되는 경험은 새로운 미션으로 다가왔다. 거리에서, 식당에서, 때론 누군가를 만나며 경험했던 각각의 고비들은 켜켜이 엉키며 연결되었다. 부비트랩처럼 숨겨진 다양한 일상의 조건과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며, 우린 낯선 경험을 함께하고 일상을 곱씹어보며 좁아졌던 삶의 반경을 조금씩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다른 생각을 끊임없이 부딪쳐 보는 과정

공동의 경험이 늘어나면서, 우린 함께 처한 상황에서 다른 상상을 하고, 다른 욕구를 표출하는 것을 깨닫는다. 다른 방식의 접근법, 미적 취향, 신체 조건 등 각각의 특성은 작업의 출발선에선 신선한 자극이 되어 상상을 확장하는 요소가 된다. 내 생각에 상대방의 생각을 덧입혀 보며 조그맸던 상상이 커져 나가는 화기애애한 시간은 세밀한 작업의 과정에서 팽팽한 순간으로 전환된다.

그럼에도 우린 서로의 욕망을 친절하게 수용해 주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의 욕망을 분출한다. 상상하는 작업의 방향, 개념, 방식에 따라 서로에게 집요하게 설명하며 설득을 요청한다. 재료의 색과 재질, 기획 방향 때문에 싸우기도 한다. 하나의 선택에도 질문과 설명, 그리고 설득의 시간이 필요하다. 욕망과 욕망이 맞붙어 팽창하는 순간, 다름이 부딪히며, 때때로 이해되지 않는 화가 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정은 올곧이 혼자만의 것도 아니다. 상대방도 끊임없이 나를 설득하며 겪는 과정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용하여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설득한다. 너와 다른 나를 끊임없이 표현하고 존재를 드러낸다. 함께 작업한다는 것은 각자 자기 것을 드러내어 마주하는 것이고, 낯선 생각과 내 생각을 연결해 보는 순간이다. 나의 것을 흐트러뜨리는 오붓하지 못한 이 순간은 낯선 것과 연결되며 새로운 것으로 태어난다.

그의 욕망은 커다랗다. 근데 나도 만만치 않다

생각을 표현하고 함께 작업하는 것은 서로를 주도적인 상태에 위치하게 한다. 다른 삶의 경험, 사고방식, 사회적 포지션, 젠더, 연약함 등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다름은 공동의 작업 안에서 각자의 주도성을 갖게 하며, 누가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닌,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끌며 둘만의 고유한 속도와 형태를 만든다. 우린 각자 만만치 않게 커다란 욕망과 다른 발화점을 갖고 있지만, 축적되는 경험 속에서 서로의 찰나를 알게 되며 때론 유연하게 또 다른 누군가와 연결된다. 2024년, 라움콘의 〈환영〉 작업에 사용된 안민욱 작가의 〈둘을 위한 테이블〉, 타국에서 함께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며 서로 다른 개인이 연대하는 과정의 경험 〈What a perfect journey〉가 그러하다.

안민욱 작가와 오랜 대화 과정을 통해 해석된 테이블은 라움콘의 특이성을 반영하는데, Q레이터의 움직임을 고려하여 테이블 왼쪽 부분은 넓게 제작하는 동시에, 테이블을 옮겨야 하는 송지은의 입장도 고려하여 이동하기 편한 접이식 테이블로 제작되었다. 세밀하게 해석된 작가의 테이블은 서로 다른 신체와 삶의 형태가 고유한 시점으로 해석되어 오브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안민욱 작가와의 협업 경험은 우리에게 낯선 자극이 되어 새로운 상상으로 연결되었다. 이보영, 한태리 작가와 함께한 19박 20일의 여행 기록 〈What a perfect journey〉에서는 서로 다른 우리가 타국에서 겪게 된 다양한 사건과 경험 속에서 낯선 것을 배우고 다름에 익숙해진다. 둘의 경험 넘어 셋, 넷과 함께하는 경험의 확장은 새로운 충돌, 공감대 그리고 상상으로 연결되며 서로에게 배우고 이해하는 연대의 여정이 된다.

작업을 함께한다는 건 예술가 각자의 고유한 다름이 부딪치는 과정이자 동등해지는 시간이며, 팽팽함과 유연함이 공존하는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순간이다. 때론 끈질긴 이 과정이 피로할 수 있다. 자신을 위해, 상대방을 위해 밀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니까. 그럼에도 우린 서로의 다름을 마주하며 어느 쪽에도 밀리지 않는 조건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우린 새로운 동료를 만나고 헤어지며 때론 실패도 한다. 하지만 협업의 방식과 형태는 다양하고 내가 가진 고유함은 타자의 것과 연결되어 더욱 고유해지니까, 우린 함께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 하얀 점토로 표현된 산 모양 조형물이 바닥 위에 놓여 있다. 중앙 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 있다.

    라움콘 〈환영〉, 130×60×50cm, 흰 점토, 2024

  • 라움콘의 산 모양의 하얀 입체 조형 작품 〈환영〉이 안민욱의 〈둘을 위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검은 옷을 입고 주황색 모자를 쓴 Q레이터가 손으로 작품 표면을 만지고 있다.

    라움콘×안민욱 〈환영〉, 〈둘을 위한 테이블〉,
    130×60×50cm, 나무, 2024

  • 중앙에 ‘what a perfect journey’라고 쓴 글자를 중심으로 연대, 접근성, 친구에게 배우기, 정서적지지, 이동, 언어, 관계, 예술적 상상 등 다양한 키워드가 연결된 그림 지도가 흑백 손글씨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라움콘×이보영·한태리 〈what a perfect journey〉 여정의 개념도, 가변크기, 2024

라움콘

라움콘

라움콘은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가 베르니케 실어증* 상태에서 사용한 착어이자 비언어로 원래는 ‘양치질’을 의도하여 사용한 단어다. 2018년 10월 7일 갑작스런 뇌출혈로 장애를 갖게 된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와 시각예술작가 송지은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라움콘은 마비된 신체 기능을 재활(Rehabilitation)하는 과정에서 예전과 다른 몸으로 경험하는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다양한 창작물을 생산한다.
*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은 뇌 좌반구 측두엽 및 후두염 근처에 위치하는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을 입어 생기는 실어증이며, ‘감각성 실어증’이라고도 한다.
∙ 인스타그램 @laumkon
∙ 홈페이지 laumkon.com

사진 제공. 라움콘

2025년 10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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