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기획
장애예술교육에 연루된 사람들은 기다림과 개입, 과정과 결과, 장애와 비장애의 마주침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정형화된 틀과 예술 장르의 융합을 넘어 ‘예술가의 시선’으로 교육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펼쳐나가는 다섯 사람의 대화 속에서 장애예술교육의 의미와 방향을 찾아보자.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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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2026년 8월 3일 오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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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이음센터 이음아트홀
- 좌장.
- 이희원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예술교육가
- 패널.
- 강효정 배우·문화예술단체 아침 대표
김나래 시각예술작가·문화공간 희와래 운영자
오지후 배우·문화예술단체 아침 멤버
이정동 탈꾼·천하제일탈공작소 창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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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지후 배우, 이정동 탈꾼, 이희연 이음온라인 기획위원, 김나래 시각예술작가, 강효정 배우
이희원지역 현장에서 장애와 관계 맺기를 통해 역할을 재구성하고 실천하는 예술가를 만나는 건 신나는 일이다. 평소 보고 싶었던 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니 반갑다. 각자 단체와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김나래시각예술작가이고, 인천 강화도에서 이건희 작가와 함께 ‘희와래’라는 문화예술공간 겸 비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공간을 거점으로 문화예술교육과 장애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동천하제일탈공작소(이하 천탈)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꾼이다.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는 한편,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탈춤의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서 다른 시각으로 표현해 보기도 한다.
강효정문화예술단체 아침 멤버이고 ‘아침’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본업은 연극배우이고 기획과 교육 일을 한다. 2021년부터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했는데,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을 접한 건 고작 1년 전인 2025년이다. 생태 관련한 공부와 생태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 단체는 경기상상캠퍼스에 입주해 있다.
오지후문화예술단체 아침 멤버이고, ‘윈드’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연극과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과 교육의 언어 찾기
이희원어떻게 장애예술교육을 하게 되었나? 단체의 정체성과 장애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장애예술교육이라는 말은 단체에 또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김나래우연한 기회로 시작했다. 예술과 경제 활동의 균형을 찾으려 서울에서 커피공방 같은 인큐베이터 공간을 열었는데, 공간에 얽매여 힘들어졌다. ‘탈서울’ 할 지역을 찾다가 7년 전인 2020년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강화로 이주했다. 처음 1~2년은 사람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카페 공간 알리기에 집중했고, 공간이 안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해왔던 창작과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사회복지사를 위한 문화예술 워크숍 기획을 요청받았다. 도전이기도 하고 강화 지역민을 알아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용기 내서 하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지역 복지기관과 복지시설 관계자들과 인연이 닿았다. 1년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장애인 시설에서 교육을 맡아달라는 의뢰가 왔다. 우리는 베이킹 기술을 활용해 식문화로 다가갔다. 같이 만들고 먹으며 가볍게 접근하다 보면 참여자들의 마음도 열리고 관계 맺기도 쉽지 않을까 생각했고, 꽁냥꽁냥 베이킹하고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연대가 생기고 친해졌다. 그렇게 시작한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이 어느덧 4년 차다.
강화도는 장애인 인구 비율이 높은데도 접근성 좋은 공간이나 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카페와 예술공간, 예술가와 주민이라는 경계에서, 목적을 과하게 내세우기보다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연결해 나가려 한다.
이희원예술과 삶을 함께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 예술교육과 닿고 복지시설과 연결되었다는 게 재밌다. 먼저 요리로 접근했다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천하제일탈공작소는 어떻게 장애예술과 만나게 되었나?
이정동탈춤은 관객과의 경계를 허물며 다가가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함께 놀고 즐기고 어울리며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옛 사설을 그대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고민을 담아 바꿔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동시대성을 담아 이야기를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경계를 허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먼저 공연에 자막을 넣고 수어 통역을 시작했던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탈춤에는 장애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에는 이매춤이 있고, 고성오광대에는 문둥북춤이, 북청사자놀음에는 꼽추춤이 있다. 우리는 장애인 캐릭터로 춤을 춰도 될지, 그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면서 내부 교육을 열었다. 장애예술교육이라기보다는 장애인식교육을 먼저 시작한 거다. 세 번의 교육에는 각각 청각장애, 시각장애, 왜소증 등을 가진 장애 당사자를 모셨고, 마지막 시간에는 장애예술 신에서 활동하는 연출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으로 각자의 고민을 바로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이매춤을 추던 분은 이매이자 자기 자신으로서 좀 더 자유롭게 춤추었고, 한동안 그 춤을 못 추겠다며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던 분도 있었다. 문둥북춤을 추셨던 분은 원래는 북을 들기 위해 ‘극복’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극복’이 아니라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말에 생각을 바꾸기도 했다. 누구나 다 다른 인생사를 담듯이, 탈꾼으로서의 시각을 넣기도 하면서 교육을 들었던 거다. 그러다가 수어를 배워보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예술로 접근하기보다는 농문화를 알아가고 배우는 차원으로 먼저 접근했다.
오지후개인적으로 2016년부터 ‘오소록극장’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1대 1로 관객을 만나 시·음악·연극 등을 나누는 참여 중심 공연이자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강효정 님이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예술교육으로 풀어보자고 제안해 주었다. 내가 교육을 잘할 수 있을지 질문이 컸지만, 워낙 글 쓰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일단 언어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았다. ‘없음에서 있음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예술과 교육의 닮은 점을 발견하고, 교육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예술가의 정체성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 2025년 처음으로 장애 당사자들을 만났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며 좀 긴장되었다. 이음 아카데미 기획자 과정 수업도 들었다. 그러다 용인의 ‘SLG 무릎위의학교’에서 인상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한 청소년이 블랙홀과 화이트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내가 흥미를 보이며 대꾸하자 그의 눈빛이 바뀌는 거다. 이내 자기 가방에서 직접 그린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관계도 그림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나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듯, 그 아이 역시 나를 동등한 인격체로 받아들여 준 강렬한 순간이었다.
모든 예술이 그렇지만, 특히 배우라는 직업은 ‘타인에게 말 걸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가 그림을 보여준 순간은 자신의 내밀한 세계를 끄집어내어 나에게 말을 걸어준 거다. 나 역시 불안한 존재이지만, 매일 하나씩 서성거리는 말을 찾아내 타인에게 건네는 것, 그것이 예술가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강효정이 프로젝트는 학교 밖 청소년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인데, 상반기에는 비장애인 대상 교육을 진행했고, 하반기에는 용인에 있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만나 글쓰기와 시 쓰기를 했다. 흔히 학교나 기관에서는 학생을 수동적인 존재로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지시하고 통제하기보다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순간일수록 아이들이 편안하게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었다. 학생들이 얌전히 앉아 지시를 따르기만을 바라는 통제 중심의 계획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예술과 교육의 언어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예술교육은 ‘타자’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섬세한 시선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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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원 이음온라인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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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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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시각예술작가
서로의 배움이 되었던 현장
이희원장애예술교육이 복지와 예술의 경계를 넘어 여러 현장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김나래그동안 비장애 성인이나 아동·청소년 대상 문화예술교육을 오랫동안 진행하면서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했다. 시각예술 기반 교육에 연극, 명상, 야외 요가 수업을 자유롭게 접목했다. 창작 과정에서 영감과 휴식을 주는 요소들이 참여자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애예술교육 관련해서도 우리 공간에서 장애 당사자를 직접 만나거나, 강화 지역 복지관이나 시설로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고, 장애 당사자와 활동지원사가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2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자율성’이다. 예를 들어, 명상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장애 참여자들은 1시간 반 동안 깊이 몰입하는 반면, 조력자들은 집중하지 못하거나 옆에서 훈수 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나 활동지원사에게 개입하지 말고 관찰자로 있어 달라고 계속 부탁했더니, 이제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우리가 원하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장애예술교육 현장도 끊임없이 설득하고 싸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공간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인데, 아무래도 우리 공간으로 오는 프로그램은 자율성이 많아진다. 자연과 어우러져 덩그러니 있는 공간이지만, 장애·비장애 아동·청소년이 이곳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다. 표정과 태도가 바뀌는 것을 보게 된다.
이정동천탈이 장애, 장애예술교육을 마주한 계기는 농인을 위한 대안학교인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이하 소보사)과의 만남이었다. 천탈 공연에 참여한 수어통역사님께 수어를 배워보고 싶다고 하니 소보사 교사를 소개해 줬는데, 그분들의 교육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단어를 알려준다기보다는, 수어를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이게 했다. 예를 들어 『토끼와 거북이』 그림책을 마지막 장까지 보여주고는, 수어로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런 다음 우리에게 무엇이 기억나는지 각자 수어로 이야기해 보게 했다. 그러면서 수어를 수지 한국어처럼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2023년에 천탈이 금천구에서 《탈춤연구소》라는 전시를 열었다. 수어가 주는 아니었지만, 탈춤과 수어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토북이〉라는 제목으로 쇼케이스를 열었다. 내가 “이게 토끼인데요” 하면서 동작을 해 보이고, 이어 탈춤을 추니 내 모습이 자연스럽게 토끼로 인식되는 거다. 그래서 탈춤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팀원들과 함께 공연 〈춤이되고 말이되고〉의 가능성을 발견했던 순간이었다. 소보사 분들도 흥미로워했다. 공연을 준비하며 우리는 소보사 분들에게 탈춤을 알려주고, 소보사 분들은 우리에게 수어를 알려줬다. 그렇게 2, 3년을 해왔다.
이희원예술교육가들이 모였는데, 다들 뭔가를 가르쳤다거나 교육했다는 말보다 배웠다는 얘기를 더 많이 하고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해 시도했다는 얘기가 좋다. 농인에게 탈춤을 가르칠 때는 다른 점이 있었나? 장애인 예술교육과 비장애인 예술교육에서 다른 점이 있을까?
이정동처음에는 리듬을 가르치기 위해 타악기 진동이나 박자감을 느낄 수 있는지 다양하게 실험해 봤다. 호흡으로도 접근해 봤다. 결과적으로 장애 유무보다는 개인의 감각 차이라는 걸 깨달았다. 비장애인도 박자감이 없으면 탈춤을 잘 추기 힘들잖나. (웃음) 감각으로 박자를 익히니 춤동작이 잘 습득되었고, 어느 순간 호흡이 맞을 때는 소름이 돋기도 했다. 수어에도 분명한 리듬과 말투, 나아가 VV(Visual Vernacular, 시각적 토착문화) 같은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그들과 함께하며 마치 외국인 친구를 만나듯 깊은 관계가 쌓였고,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나갔다. 사실 처음부터 공연이 목적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탈춤의 ‘탈’과 수어의 ‘비수지 신호(손 이외의 신체 부위로 나타나는 언어적 신호)’라는 서로의 핵심을 내려놓고 리듬 속에서 만난 거다.
오지후제가 ‘오소록극장’을 예술교육으로 풀어내며 강효정 님과 가장 공들여 준비한 건 ‘무언가를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만들기보다는, 시나 일기를 쓰는 일처럼 자기 자신에게 내밀하게 말을 건네는 시간에 집중해 보고 싶었다. 장애 당사자를 잘 만나기 위해 참여한 이음 아카데미 기획자 과정에서 큰 배움을 얻었다. “계획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 “참여자만큼이나 기관 담당자, 양육자와의 소통도 중요하다”라는 말이었다. 기관이나 교사들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사전 소통에 공을 들이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참여자에게도 “결과물을 꼭 내지 않아도 괜찮다”라며 과정 중심의 방향성을 계속 전달했다. 처음 1~2회 차에는 돌발 상황에 개입하던 선생님들도 3~4회 차가 지나자 개입을 줄이고 같은 시공간에 머무는 관찰자로 함께해 줬고, 아이들 역시 점차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그림을 보여주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강효정장애·비장애 예술교육 현장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작년에 숲해설가 교육을 이수한 뒤 생태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예술교육에 생태교육을 접목하면서 현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측면도 있다. 올해 초등학교 특수학급 아이들과 생태교육을 진행했는데, 그중 한두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찧는 등 문제 행동을 보였다. 그럴 때마다 아이가 다른 방으로 분리 조치되는 상황을 접하며 강사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 어느 정도 문제 행동을 하더라도 되도록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말씀드리지만, 학교나 기관은 수업에 방해되면 우선 분리하고 안정된 뒤 합류시키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학교나 기관, 그리고 외부 예술강사 사이에 현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강사, 기관 모두가 더 편안하게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초등학교 특수학급의 생태교육은 실내와 야외 활동을 반반씩 진행한다. 야외로 나가면 계절감은 물론 개방감과 해방감을 깊이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놀이로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어 접근성을 높인 뒤,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장애아동과의 프로그램도 다르지 않다. 겉으로는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다 듣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방적인 설명보다는 야외로 나가 많이 움직이고 다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활동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제 생태교육을 시작한 지 1년 남짓 되었지만, 이러한 시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 차곡차곡 쌓인 감각적 자극이 아이들을 간질간질 흔들어 깨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나래저도 그 말에 공감한다. 희와래 공간은 생태 환경을 의도하며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야외 마당도 있고 주변이 다 논밭이다 보니 시각적·청각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깨어나는 것 같다. 한편, 비장애 아동·청소년은 사회적 학습으로 인해 결과를 예측하고 자기 한계를 정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과정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얘기하지만, 몸으로는 잘 느끼지 못하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나누거나 결과를 예측하는 거다. 반면 장애 아동·청소년 참여자들은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순간의 과정에 온전히 몰입한다. 오랫동안 수련해 온 나조차 노력해야 하는 삶의 태도를 이미 체화하고 있었다.
지난 4월에 ‘홀씨가 날려 꽃이 되다’ 프로그램 일환으로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와 협업해 ‘몸 움직임 워크숍’을 진행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봄’을 주제로 서로의 몸을 관찰하고 감각을 깨우며 계절과 상황을 마주하는 활동이었는데, 일상의 몸짓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야외 공간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선생님’이라는 권위 대신 서로 닉네임을 부르며 함께 어울리는 동등한 관계 속에서 매번 새롭게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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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정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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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후 배우
장애예술교육의 한계와 어려움
이희원장애예술교육에서의 가능성을 얘기해주셨다. 참여자들이 몰입하는 과정에서 예술가 자신도 해방감을 느끼고 자신의 예술을 풀어갈 수 있는 지점은 굉장한 가능성인 것 같다. 반면 한계나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오지후아직 장애예술교육 경험이 적어 잘 모르는 게 한계일 것 같다. (웃음) 그동안 장애예술교육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시간과 공간의 부족함이었다. 단기 지원사업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시간적 제약이 늘 아쉬웠다. 장애 당사자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다가가려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쌓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아오고 머물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정동우리는 한계라기보다는 도전이 컸던 것 같다. 가르치기보다 동행하는 마음으로 지속적인 시도를 이어왔다. 소보사와 천탈이 함께 가능성을 확인한 작업인 〈춤이되고 말이되고〉의 주요 모티프는 ‘용 이야기’다. 원래 동양의 용(龍)은 귀가 없다고 하는데, 여기에 귀 이(耳)를 붙이면 귀먹을 롱(聾) 자가 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농문화와 농정체성을 담아 공연을 만들었다. 작업을 거듭하면서 우리가 수어가 익숙해지다 보니 다른 청인들도 쉽게 이해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관객 반응은 다양했다. 청인 중에는 완벽히 이해하는 이도 있고, 수어는 모르지만 흐름을 잘 따라가는 이도 있고, 생소해하는 이도 있었다. 반면 농인 관객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득 ‘함께 보는 공연’이란 무엇일까, 질문이 생겼다. 청인과 농인이 경계 없이 함께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올해 ‘탈춤과 수어의 맞장구’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번 탐색해 보고 싶다.
강효정작년 접근성을 주제로 한 이음 아카데미에서 인상 깊은 사례를 들었다. 지하 극장에서 스태프들이 휠체어를 들어 옮겨준 덕분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완벽한 접근성을 고민하느라 만날 기회 자체를 놓치기보다는, 부족하더라도 자주 만나고 접점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현실은 또 달랐다. 경기상상캠퍼스는 뛰어난 생태 환경을 갖췄지만,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같은 편의시설이 없어서 장애예술교육을 진행해 보지 못했다. 일부 입주단체가 1층을 활용해 휠체어 이용자와 진행한 사례가 있으니 접근성 있는 공간을 활용해 볼 수도 있겠지만, 공간 자체의 접근성 개념 정립과 변화 의지가 없다면 단발성 제안에 그치고 말 것이다. 또한, 단기 지원사업 위주의 일회성 수업으로 관계가 끊기는 점은 참 아쉽다. 서천에서 10년간 축적된 발달장애인의 드로잉을 보며 시간과 공간이 쌓이는 지속성의 힘을 절감했다. 지속 가능한 교육을 위해서는 예술가의 주체적 발신은 물론이고, 기관·재단과의 협력과 공간 기반 소통이 꼭 필요하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현장의 실천을 위해
이희원장애에 다가가면서 타인의 개별성을 바라보고 예술가의 시각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오늘 이야기 나누며, 장애예술교육이 무엇인지 단정하기보다는 현장의 실천으로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의 구체적인 행동이 곧 장애예술교육의 정의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현장에서의 실천과 바람을 나눠달라.
이정동소보사와 함께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핵심 키워드는 결국 ‘보다’인 것 같다.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꾸준히 지켜보지 않으면 놓치게 된다. 꾸준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시각을 발견하게 된다. 〈춤이되고 말이되고〉 공연에도 소보사가 만든 문구가 있다. “이 세상을 보고, 내가 누구인지 돌아보고, 정체성을 깨닫고, 재능을 찾는, 우리는 소보사! 우리는 천탈!” 이때 깨닫고 재능을 찾는 표현이 모두 수어로는 ‘보다’라는 동작을 사용한다. 그러면서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남았다.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나 자신의 정체성도 발견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가르쳐주는 관계였지만, 사실 내가 훨씬 더 많이 배우고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김나래장애예술교육은 우리도 상대를, 상대도 우리를 있는 그대로 보는, 약간의 수련 과정 같다. 서로에게 씌워진 껍데기를 조금씩 벗어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계 맺고 있는 거다. 쉽지 않은 삶의 태도인데, 그들이 우리를 그렇게 봐줬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예술가의 가치관은 예술 활동에 그대로 녹아들기 마련인데, 나는 소외된 곳을 바라보게 된다. 나 역시 소수자일 수 있고, 언젠가 또 다른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계속해서 소수자와 연대하게 된다. 우리의 정체성은 늘 경계에 있는 것 같다. 마치 문화예술공간이면서 카페이기도 하고, 미술작가이면서 카페 사장이고 때로는 예술교육으로 만나는 것처럼, 무언가를 거창하게 선언하기보다는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으며 우리가 지향하는 관점과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다.
오지후결국 예술가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일밖에 없을 것 같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말 걸기를 계속하면 뭔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최근 인디그라운드에서 제가 출연한 영화를 상영하는데, 감독님이 모 인터뷰에서 “독립영화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그르륵갉”이라고 답하시더라. 편의점 의자를 끌 때 나는 소리에 빗댄 MZ 세대 용어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는 뜻이라고 한다. 장애예술교육도 그렇다. 더 들어보고 싶고 더 마음 쏟고 싶은 무엇이다. 점점 비접촉의 시대로 가고 있지만, 장애예술교육은 끊임없이 낯선 세계와 연결되도록 만든다. 서로 손을 내밀고 의지하는 경험을 하며, 장애예술교육이 우리를 다시 접촉과 연결의 시대로 끌어당겨 주지 않을까.
강효정경기문화재단 문화다양성 지원사업 ‘다이아 프로젝트’에 2년 동안 참여했다. 우리 작업의 키워드는 ‘젠더’였다. 1인 독립공연예술가로서 젠더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통해 여러 예술 분야와 협업하며 고민을 이어갔다. 2년 차에는 젠더 관련 책 읽기 모임을 진행했다. 지금은 생태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있는데, 다양성의 고민 지점이 젠더나 장애 주제와 맞닿아 있음을 느낀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우리가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것 같다.
이희원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르륵갉’의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예술교육은 ‘열려 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단체의 활동이 힘이 있다고 느꼈던 건 스스로 거기까지 나아간 것이기도 하고, 여러 삶과 이어지는 연결을 끌어당기는 힘인 것 같다. 그것이 예술가가 가진 가장 위대한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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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희와래 ‘홀씨가 날려 꽃이 되다’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와 함께한 워크숍 ⓒ희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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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희와래 ‘홀씨가 날려 꽃이 되다’ 발달장애인과 활동지원사가 함께한 창작활동 ⓒ희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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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체 아침 ‘오소록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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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탈공작소 ‘탈춤과 수어의 맞장구’

강효정
연극배우, 기획자, 문화예술단체 아침 대표. 독립공연예술가네트워크 예술가. 연극,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의 융합 공연을 만들고 있고, 어린이·청소년 대상 젠더 다양성 및 예술교육을 한다. 또한 숲해설가로 장애인과 성인 대상 숲해설 교육을 한다. 주요 작품으로 1인극 〈임신출산대백과〉, 〈낡은 창고에서〉, 인형극 〈닮은 친구〉, 음악극 〈도시인〉 등이 있다.
문화예술단체 아침은 인간과 자연,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며 감각의 회복과 존재의 연대를 탐구하는 예술공동체다. 생태 문화 다양성을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과 협업하며 창작과 예술교육을 한다. ‘달그락 책갈피’, ‘숲숲학교_교란의 실험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drama4you@naver.com
- 강효정(아침) 인스타그램 @aaaaa_achim

김나래
시각예술작가. 이건희 작가와 함께 인천 강화도에서 문화예술공간이자 비건 카페 ‘희와래’를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열린 태도와 편견 없는 환경을 지향한다. 지역 내 장애인 및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감각통합 및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OH! 감각하는 미술 레시피’ ‘간질간질,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 ‘홀씨가 날려 꽃이 되다’ 등이 있다.
heewarae@naver.com
- 희와래 아트랩 인스타그램 @heewarae_artlab

오지후
연극배우, 영화배우, 문화예술단체 아침 멤버. 독립공연예술가네트워크 예술가. 글쓰기, 퍼포먼스, 회화, 이미지 오브제극, 1인극, 영화작업을 한다.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이 글이 되거나 그림이 되거나 공연이 된다. 주로 고민하는 주제는 환경과 인권(특히 소외계층)이다. 함께 사는 지구를 노래한다. 관객과 1:1로 마주하는 참여형 공연 ‘오소록극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주요 출연작으로 영화 〈우리 둘 사이에〉, 단편영화 〈모과〉 등이 있다.
sprezzatura0615@gmail.com

이정동
2020년부터 장애와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무장애 공연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나아가 과거 탈춤 속 장애 캐릭터의 의미와 사회적 인식을 함께 탐구하고 오늘의 감수성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해나가며 무장애 공연의 경험을 넘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2023년부터 농인 대안교육기관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과 만나 〈추는 사람〉 〈탈 너머의 천탈〉 〈춤이되고 말이되고〉 등의 작품과 ‘탈춤과 수어의 맞장구’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고 공연했다.
wjdehdv@naver.com
- 천하제일탈공작소 인스타그램 @greatest_masque

이희원
예술교육가. 세 자녀 중 둘째의 발달장애를 알게 되면서 ‘인간의 다양성’이라는 광활함의 면면을 관찰 중이다. 장애와 예술에 대해 말하고 쓰기를 좋아한다. 연천군에 ‘창작공간ㄴㄴ’을 만들고 장애·비장애 통합 문화예술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음온라인 기획위원이다.
- 창작공간ㄴㄴ 인스타그램 @creative.space.nn
정리.최순화 프로젝트 궁리 PD suna.choe@gmail.com
사진.이재범 라무팜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자료사진 제공.문화공간 희와래, 문화예술단체 아침, 천하제일탈공작소
2026년 8월 (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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