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호호)
사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기억해낸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쓰면서는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어땠는지. 지금 장애인의 형제, 자매, 어린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궁금해지는 만큼 기억들을 꼼꼼히 더 들어보려고 애썼다.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 방송 . 을 시작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DJ 호호 김효진입니다. 은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 방송입니다. 우리 방송은 장애 문학인을 비롯해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소개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허무는 것이 우리 방송의 목적입니다. 저는 노지영 문학 평론가 노평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평, 잘 지내셨나요?
○노지영(노평) 네, 그렇다고 방송용으로 말하겠습니다.
○김효진(호호) 목소리가…
○노지영(노평) 죽어가죠? 날이 덥다 보니까. 여름의 연장인 초가을을 좀 무덥게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효진(호호) 제가 최근 뉴스를 듣다가 요즘 젊은 친구들의 문해력이 부족하다, 그런 소식을 접했었는데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잊을 만하면 그런 기사가 한 번씩 터지긴 하는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나오더라고요.
○노지영(노평) 요즘은 온라인 SNS를 통해서 그 실수 좀 크게 부각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고.
○김효진(호호) 있어요. 예를 들면 뭐 심심한 사과. 제 아들에게 물어봤더니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노지영(노평) 사과를 밍밍하게 한다?
○김효진(호호) 사과 맛이 밍밍하다.
○노지영(노평) 무성의하게 한다.
○김효진(호호) 아니, 사과 맛이 밍밍하다.
○노지영(노평) 어머, 정말?
○김효진(호호) 그리고 사흘은 4일로 알고.
○노지영(노평) 사흘을 4일로 이해한다든가.
○김효진(호호) 고지식하다는 지식이 높다로 안다든가 이게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들의.
○노지영(노평) 맞아요.
○김효진(호호) 아무래도 특징인 것 같기는 해요.
○노지영(노평) 저도 재미있는 사례 많이 봤는데 입사 지원서에 휴대폰 번호를 적는 곳에 아이폰 미니 12 뭐 그런 거 기종을 쓴다든가 인원 모집 요강 같은 거 보면 모집 인원 0명 이렇게 써있잖아?. 그런 거를 모집 입원을 왜 아무도 안 뽑으면서.
○김효진(호호) 공고를 냈냐?
○노지영(노평) 사람을 농락하냐, 낚시 글이냐, 화내는 경우도 있고 우천 시에 행사가 취소된다고 하면 우천 시는 어디 도시냐, 묻는다든가 중식 제공해 준다. 그러면 나는 한식이 좋은데 왜 중식을 제공하냐. (웃음) 뭐 별의별 사건들이 다 있더라고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희 젊을 때도 우리 언어 습관 뭐 한글날마다 또 너무 영어를 많이 쓴다는 둥 그런 우려하는 목소리는 늘 있었던 것 같아요.
○노지영(노평) 그렇기는 하죠. 저도 그래서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 예를 많이 들었던 그런 사례긴 한데요. 자신은 좋은 뜻으로 인사한다고 군인 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쓰면서 군인 아저씨의 명복을 빕니다. 이런 식으로 위문편지를 쓴 거예요. 그런데 명복이라는 말의 명 자가 뭡니까? 한자. 테스트, 무슨 명 자예요?
○김효진(호호) 모르겠는데요?
○노지영(노평) 어? 정말? 어두울 명. 그런데 사람들이 목숨 명 자로 많이 헷갈려요. 그러니까 저세상을 말하는 거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그렇죠.
○노지영(노평) 명부전 할 때 명 자잖아요. 그래서 명복이란 죽은 뒤에 저승에서 받는 복을 말하는 건데 축언의 말로 한 건데 대화의 의도와는 달리 섬뜩한 저주를 포함하게 된 거죠. 이런 에피소드들은 정말 많기는 했어요. 그래서 옛날에는 동음이의어로 언어유희를 하는 건 아재 개그의 소재였는데 코로나 시대 학창 시절을 맞았던 젠지 세대들에게는 또 현실이 되고 있다는 위기의식 같은 게 좀 심해져서 SNL 같은 극단적인 콩트를 통해서 더 희화화되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더 많이 퍼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김효진(호호)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세대별 또는 뭐 자기가 처한 곳에 따라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구나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가볍게 넘어가나요?
(일동 웃음)
○노지영(노평) 너무 좋게 생각하시네요. 어쨌든 우리가 문해력이라는 것은 다양한 글과 문화들을 만나는 훈련을 통해서 어휘력의 면뿐만 아니라 독해력, 작문력, 비판적 사고력을 총괄적으로 키우는 훈련으로 나가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내가 들어온 익숙한 지식의 알고리즘 안에 들어 있는 거잖아요. 그것에서 벗어나서 타자들이 소통하는 여러 가지 말과 구체적 맥락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실에 도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 문학이라는 능력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어떤 어휘들이나 비가시적인 문화들을 만나게 해 주는 소통 연습의 장이기도 하잖아요. 빨리 읽고 지나갈 수 없는 촘촘하고 구체적 세부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좀 장애 예술에도 문해력을 키우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합니다.
○김효진(호호) 재미있어서 꺼낸 이야기에 이렇게 진지하게 마무리를 해 주시네요.
○노지영(노평) 그런가요?
○김효진(호호) 또 한 수 배웠습니다.
○김효진(호호) 잠시 공지 사항을 안내해 드릴게요. 은 이음 온라인 콘텐츠 중 하나인데요. 이음 온라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장애 예술 전문 지식 플랫폼입니다. 이음 온라인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더 나은 문화 예술 정보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공연, 전시, 축제 등 문화 예술 소식과 다양한 형식의 예술 관련 콘텐츠를 수어 해설, 음성 해설 등 여러 접근성 정보를 포함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애 예술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포털 사이트에 이음 온라인을 검색해 보세요.
○김효진(호호) 이번 순서는 입니다. 에서 오늘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는 기초 생활 보장 제도입니다. 장애인 중에서 기초 생활 수급자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요. 전체 기초 생활 수급자 중에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 거죠.
○노지영(노평) 13% 정도 된다고 했나요?
○김효진(호호) 네. 그런데 이분들이 한 번 기초 생활 수급 급여를 받기 시작하면 좀처럼 수급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갖기가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오늘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해요. 크게는 직업을 갖기 어려운 문제요.
○노지영(노평) 그렇겠죠.
○김효진(호호) 직업을 가졌을 때 내가 기초 생활 수급비를 포기하고 이 직업으로 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다는 전망이 없는 거죠.
○노지영(노평) 확신을 갖기가 어렵겠죠.
○김효진(호호) 적어도 2, 3년 이상 지속할 수 있거나 이런 비전이 있어야.
○노지영(노평)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김효진(호호) 있어야 그로부터 직업을 구하고 뭔가 움직임을 가질 텐데 그게 되지 못 하는 점. 어렵사리 직업을 가졌다가 또 금방 뭔가 그 직업을 유지할 수 없는 어떤 환경에 처하거나 이런 문제가 되면 후회되는 거죠. 다시 또 수급자가 되기는 또 어려운 문제이니까 그런 문제가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의료 문제예요. 의료비의 비중이 굉장히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노지영(노평) 그렇죠.
○김효진(호호) 기초 생활 수급자로 지내면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이 일을 하면서 받는 급여로 의료비까지 부담하는 건 또 부담이 되는 거죠. 그런데 일을 하면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가잖아요. 정신적으로도 무리가 있을 수 있고 그러면서 의료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어떻게 보면 이중고가 되어버리는 거죠. 그것 때문에 수급자를 포기하지 못하는 거고요. 또 기초 생활 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혜택이 있어요, 부가적으로. 그런 것들도 예를 들면 뭐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서.
○노지영(노평) 교육 급여?
○김효진(호호) 교육 급여 같은 이런 것들이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되는데 그런 것들을 포기하기에는 내가 어렵게 경제 활동을 해서 그거로 자녀도 키우고 병원도 다니고 내 건강도 유지하고 그다음에 저축도 할 수 있고 이런 전망이 전혀 없는 거죠. 그것 때문에 수급자 생활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사실은 국민 기초 생활 보장법 처음에 만들어질 때 이 우려점이 계속 문제 제기됐었어요.
○노지영(노평) 그렇죠.
○김효진(호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 있다. 고로 이분들에게 혜택을 드릴 수 있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복지 수혜를 두텁게 해야 한다, 이런 취지가 받아들여져서 이 제도가 생긴 건데 한 번 제도가 생기면 뭐 어떻게 완벽한 제도가 있을 수 있겠어요?
○노지영(노평) 그렇죠.
○김효진(호호) 그것을 조금은 보완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것이 되지 않은 채 계속 가고 있어서 생기는 문제로 보입니다.
○노지영(노평) 기초 생활 수급이라는 게 말 그대로 최저 생활을 보장하고.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최소한의 수급을 하는 조건인데 지금의 현행법이라는 게 최소한을 넘어서 그 이상을 꿈꾸는 조건을 박탈하는 사회가 아닌가 싶어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그리고 심지어 국민 기초 생활 수급자에게는 수급자답게 살라는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들이 있어요.
○노지영(노평) 그래요. 그래서 반지 하나 끼고 있어도 그게 문제가 되고 뭐 그렇지 않습니까? 진짜 온갖 디씨 갤러리 이런 데에서 난리가 나고 그런 걸 많이 본 것 같습니다.
○김효진(호호)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결국은 이 사람이 수급을 받는 게 타당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장애인의 생살여탈권을 갖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예요. 그런데 사회복지사가 집행을 하는 건 맞지만 어찌 보면 사회복지사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문제. 이것도 있을 수 있고요. 좀 전에 말씀드린 전 국민 감시 체제 수급자에 대한.
○노지영(노평) 맞아요. 전 국민이 시어머니가 돼서.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이거 너무 시어머니 차별적 발언인가?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예를 들면 해외여행. 평생을 모아서 해외여행 한 번 갈 수 있는 거잖아요.
○노지영(노평) 맞아요.
○김효진(호호) 그런데 수급자가 해외여행? 이거 나랏돈 함부로 쓰는 거 아닌가? 라는.
○노지영(노평) 그러니까요.
○김효진(호호) 주변의 따가운 시선. 그래서 여러 가지 인권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고 그다음에 좀 전에 말씀 주신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아예 사전에 차단하는 이런 문제들이 지금 계속적으로 문제 제기되고 있는데 장애계에서 새롭게 나오는 방안은 유예 기간을 두자. 그래서 3, 4년 일자리가 유지돼서 이 정도면 내가 살아갈 수 있겠다 할 때까지 급여를.
○노지영(노평) 급여를 주자?
○김효진(호호) 삭감하지 말고 의료 급여도 유지해 주자. 그러면 좀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문제 제기가 나온 지는 꽤 오래됐어요. 그런데 최근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힘을 합쳐서 법 개정을 하자는 움직임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노지영(노평) 장애 고용 의무제 같은 제도들이 제정됐어도 충분한 장애인 고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 같은 걸 우리가 좀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효진(호호) 근본적인 원인을 저희가 부르짖는 것들이 있는데 행정 입장에서 해결을 하려면 너무 크게 접근하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굉장히 작은 것들만 건드리려고 하는 이게 당사자와 행정 사이의 어떤 괴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지영(노평) 어쨌든 노동에 대한 욕구가 있는 장애인들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좀 의지를 갖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일 하는 복지의 분위기가 좀 형성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네요.
○김효진(호호) 일을 하고 싶은 장애인들이 많고요. 결코 일하지 않고 놀면서 살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은 결코 없어요. 그런데 또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은 있죠, 장애 조건 때문에.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는 연금 제도가 활성화돼야 하고요. 그러니까 각 장애인들의 몸의 조건, 정신적인 조건들이 다 달라서 필요한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그런 복지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노지영(노평) 노동 의욕에 대한 여러 가지 저하되는 장벽들이.
○김효진(호호) 저하시키는 거죠.
○노지영(노평)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쨌든 장애인들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삶의 활력소를 주는 일이 노동법을 통해서도 계속 선순환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래서 기초 생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장애인들의 기초 문화를 지원하고 보장하는 제도로도 선순환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김효진(호호) 감사합니다.
○김효진(호호) 오늘의 특별한 손님을 모실 순서입니다. 시즌 5 네 번째 특별한 손님은 김나무 작가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저희 프로그램에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나무(은성) 안녕하세요? 김나무입니다.
○김효진(호호) 어서 오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볼까요? 우리 방송에서는 이름 대신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고 있는데요. 오늘 방송에서 불리고 싶은 닉네임이 있으시면 함께 말씀해 주시고요. 참고로 제 닉네임은 호호이고요.
○노지영(노평) 저는 노평입니다.
○김효진(호호) 저희를 호호, 노평이라고 편히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나무(은성) 제가 오늘 불리고 싶은 닉네임은 은성인데요. 이 책을 쓰면서 좀 저의 어린 시절 청소년기에 대해서 많이 되돌아봤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은성이 저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저 웃기게 하려고 옛날 인터넷 소설 주인공 이름 같잖아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김나무(은성) 김은성 이러면. 그래서 좀…
○김효진(호호) 중성적인 이름.
○노지영(노평) 그래요?
○김나무(은성) 놀리면서 부르던 이름인데 또 그 시절 생각도 나고 해서 은성이라고 지어봤습니다.
○김효진(호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셨잖아요.
○김나무(은성) 저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사실 그전에 영어를 전공했었어요. 영어를 전공하다가 계속 좀 자기 자신이 뭔가를 하고 싶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서양화로 과를 바꿨고 그림 그렇게 계속 유화 작업하고요. 설치 작업하고 이런 순수 미술 작업을 하다가 제가8년 전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식당을 열었는데 아무래도 그 이전에 하던 형태의 작업을 계속하기가 어려워져서 손님이 없는 시간이라든지 뭐 일이 끝났을 때 그런 때에 조그마하게 만화를 그린다든지 메모를 한다든지 이런 형태로 좀 작업의 모양을 바꾼 게 어떻게 좋게 봐주신 편집자님들이 계시고 해서 책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무슨 언어에서 예체능으로 널뛰고 서비스업으로 널뛰고 진짜 전천후시네요.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어떤 식당이었는지 여쭤봐도 돼요?
○김나무(은성) 식당은 저희 남편이 외국인인데요. 외국 음식을 파는데 어떻게 말해야 하지? 좀 한국인이 좋아할 만하게.
○노지영(노평) 퓨전?
○김나무(은성) 네, 조금 바꿔서 미트볼 팔고 있거든요. 그런데 밥이랑 먹어요. 저는 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밥이랑 미트볼을 같이 먹는 그런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노지영(노평) 지금도 현재 운영 중인가요?
○김나무(은성) 하고 있어요.
○노지영(노평) 위치가 어디?
○김나무(은성) 망원동에서 조그마하게 하고 있어요.
○김효진(호호) 가깝네요, 여기…
○노지영(노평) 완전 핫플일 것 같습니다.
○김효진(호호) 반려자 마이클 월린과 함께 『고양이의 마음』도 쓰고 그렸고 또 이름이 같은 친구 김성은 작가와 『A와 B』도 펴내셨고요. 오늘은 올해 1월에 출간된 은성 님의 에세이 『조금 불편해도 나랑 노니까 좋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이 책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아요. ‘이것은 청각장애인과 형제인 비장애인의 이야기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나와 원일이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첫 책이 남편과의 이야기였고 두 번째 책이 친구와의 이야기였어요. 은성 님을 둘러싼 많은 관계 가운데 청각장애인 형제와의 유년 시절을 책으로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나무(은성) 제가 사실은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결혼을 하게 됐고요. 그리고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길을 걷다가 아기가 있는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분명히 우리는 아기 없이 산다고 계획을 하고 아이를 만들지 않는 생활을 했거든요. 그런데 자꾸 태몽 같은 걸 꾸는 거예요. 그래서…
○김효진(호호) 아이가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일동 웃음)
○김나무(은성) 그래서 이거는 좀 조상님들께서 자꾸만 계시를 주시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그냥 좀 막연하게 하던 차에 아기를 왜 안 낳고 싶은지 자기 자신의 내면을 좀 들여다보니까 분명히 좀 회피해 왔던 내용들이 있었어요. 어떤 거냐면 아기가 태어나고 저의 가족에 대해서 질문을 할 거잖아요. “엄마 뭐 할머니는 어떤 사람이야?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야? 삼촌은 무슨 일을 해? 삼촌은 어때?” 그럴 때 어떻게 대답을 해 줘야 하지. 저한테는 좀 그게 중요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왠지 좀 자신감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기가 이미 있지도 않은데도. 그래서…
○노지영(노평) 원래 있기 전에 자신감이 없는 거 아닌가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맞아요.
○김나무(은성) 아기를 낳든 낳지 않든 어쨌든 가족에 대해서 자기 자신한테 일단 1차로 설명하는 일을 해보자라고 생각을 해서 시작을 했습니다.
○김효진(호호) 이건 약간 살짝 비껴간 이야기지만 원래 부모가 아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선택해서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집 아기가 부모를 선택해서 온 것 같네요.
○노지영(노평) 오늘 이야기 들어보니까 조상님 얘기 나오고 아이가 점지해 주는 거 나오고.
○김효진(호호) 살짝 분위기가…
이번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런 부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었나요? 독자들이 또 어떤 흐름으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하는 게 또 있을 것 같아요.
○김나무(은성)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서 좀 강렬한 기억들 위주로 좀 써 내려가기 시작했고 좀 거기에서 약간 살을 보태듯이 다른 기억들이 떠오르고 뭐 그런 식으로 일단은 쭉 써 내려갔어요. 책을 쓰고 나서 어떤 지인은 어떻게 이렇게 어린 시절을 잘 기억할 수 있었냐고 물어보는데,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언급한 것처럼 좀 제 마음대로 수정이 된 부분도 있고 기억들이. 그래서 일단은 좀 이게 맞는 기억인지 이 일이 좀 실제로 있었는지, 그런 것들을 확인하면서 좀 쭉 나열을 했고요. 최대한 많이 수집을 하는 거를 처음에는 목표로 했고 그 작업들이 끝나고 나서 좀 출판사랑 편집부에서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편집자님들이랑. 제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신 것처럼 찰떡같이 이렇게 글이랑 그림이랑 이렇게 순서를 정해 주시고 필요한 것들을 이렇게 좀 더 요청해 주시고 이야기들을. 그래서 저는 아무래도 제가 글이라는 매체가 저에게 아주 익숙하지는 않기 때문에 책을 만들 때 어떻게 책의 모습을 근사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런 센스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좀 전적으로 많이 의지를 하고 신뢰하면서 좀 저의 작업을 좀 맡겼고 감사하게도 좀 잘 이렇게 이끌어주셔서 이렇게 3부로 잘 나눠지고 좀 보기 좋게 나온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이 작가처럼 글을 쓰면 좋겠다. 되게 부러웠거든요. 그리고 굉장히 담담하게 쓰셨는데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 굉장히 아픈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담담하게 정리가 될 수 있었는지, 그것도 궁금해요.
○김나무(은성) 일단 현실에서는 전혀 담담하지 않았고요. 사실 좀 막 쓰다가 방에 들어가서 좀 엎어져서 울고 그랬는데 일단은 좀 같이 사는 사람이 좀 응원을 많이 해 줬어요. 그런데 그 응원의 내용이 그냥 좀 제가 많이 좌절하고 있으면 와서 “네가 되게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을 해줬는데 그게 되게 “좋은 사람이야.” 엄청 피상적인 말인데 이 글을 쓰던 당시의 저에게는 되게 필요한 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계속해 보자. 이러면서 또 다시 나가서 써 보고. 왜냐하면, 저는 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거를 좀 못 배우고 성장했다는 거를 제가 깨달았어요, 이 책을 쓰면서. 책에서도 한 번 언급했는데 저는 이제 아무래도 장애인 가정에서 비장애인 형제로 성장했기 때문에 인권 문제라든지 그런 장애 감수성 같은 것들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저에게 정말 잘 교육을 시켜줬더라면.
○김효진(호호) 아무도 안 가르쳐줬잖아요.
○김나무(은성) 제 인생이 더 수월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약간 고장 난 내비게이션 가지고 살아온 사람처럼.
○김효진(호호) 그렇죠.
○김나무(은성) 분명히 저를 가이드를 해 주는 사람은 있지만 부모님이 계셨으니까.
○김효진(호호) 그런데 부모님은 부모님의 방식으로 하신 거죠.
○김나무(은성) 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었는데 그러니까 자기 자신의 인간성에 대해서 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의무는 항상 많이 있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성장을 더 하고 나서 그런데 그 지도가 없는 느낌으로 그래서 이 책을 쓰려고 마음을 먹은 게 내가 길을 잃었구나, 길을 잃은 지점으로 돌아가서 좀 어렵지만, 지도를 만들어보자라는 그런 마음의 결심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무엇이 없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래서 좀 "네가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에 응원을, 이게 응원의 말이구나라고 느끼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혼자 찾아내신 거잖아요.
○노지영(노평) 찾는 중이시겠죠.
○김효진(호호) 지지와 격려가 있기는 했지만 이거는 정말 외로운 작업인데.
○노지영(노평) 맞아요. 계속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 부분에서부터 하고 있었고 그 고독이 저희한테도 잘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스스로를 반추해 본 기간이 길었다고 하시는데 어느 정도의 기간이었나요?
○김나무(은성) 그냥 계속하지 않았을까요, 살면서? 그런데 좀 약간 밀도가 확 올라간 거는 근 2, 3년인 것 같아요.○김효진(호호) 2, 3년 동안 너무 고생하셨고요.
○노지영(노평) 그래도 책을 생산하고 그림도 잘 그리셔서 감축드려요.
○김효진(호호) 그래서 만들어진 거잖아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김나무 작가님은 필명인 거잖아요, 그렇죠? 갑자기 질문해서 죄송하지만 어떻게 필명을 짓게 되셨는지?
○김나무(은성) 제가 20대 때 좀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요. 해외 나가서 짧게 살아본 적도 있고 그런데 제 본명이 성은이잖아요. 그래서 정말 성은을 똑바로 발음을 정말 못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성…
○김효진(호호) 성 자가.
○김나무(은성) 대부분 성근이라고 하고 하여간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발음을 해서 그 당시에 제가 나무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큰 고민 없이 나무로 불러라 했던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받침 없는 글자.
○김나무(은성) 누구라도 발음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그게 쭉 이어져서 지금까지 왔어요.
○김효진(호호) ‘자신을 달래고 운명을 원망하지 않고 용기를 내는 일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해 왔다’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오래 생각한 것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거죠? 처음부터 그림 에세이를 구상하신 건가요?
○김나무(은성) 처음에는 제가 만화만 그렸거든요. 아까도 짧게 언급했지만 글을 쓰는 일은 저에게 아주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데 글이랑 그림을 같이 하니까 좀 뭔가 더 잘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글 쓰는 것도, 글 쓰는 게 훨씬 더 힘들기는 한데요. 그런데 글을 쓰는 방식도 되게 좋구나라고 느꼈고 어렵지만 좀 나의 언어를 좀 다듬어서 이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좀 언어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고 청각장애인인 동생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 봤던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말을 하고 내 언어를 가지고 좀 나에 대해서 표현을 하고 있는데 동생은 어떨까? 좀 그런 생각도 하고 뭐 그냥 아주 가깝게는 같이 살고 있는 저의 외국인 남편에 대해서도 생각하고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저는 책의 그림체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되게 친근하잖아요. 그래서 유년 시절에 누구나 그려보았던 만화 속의 내 이야기 같은 걸 보는 기분이 들었고 제가 어렸을 때 썼던 그림일기? 이런 것도 떠오르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은성 님 책을 읽으면서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가난했지만 다정했던 시절의 슬프고 불행한 듯하지만 소소하고 따스하고 다정한 시절의 이야기를 애틋하고 아련하게 꺼내서 그때 서글펐던 마음이 또 얼마나 귀한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고요. 그리고 놀이가 계속 나오잖아요. 인간은 진짜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구나.
○김효진(호호) 맞아. (웃음)
○노지영(노평) 그래서 유년 시절의 원형적 경험과 놀이들의 반복으로 지금의 내 사회적 감정과 관계가 얼마나 깊고 단단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저도 다 해봤던.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놀이 같은데요.
○김효진(호호) 장래희망이 잘 흐르고 잘 멈출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까요?
○김나무(은성) 제가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계획을 세우면서 책을 쓰기로 했다고 했잖아요.
○노지영(노평) 새로운 가족이 지금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나 됐는지도 얘기해 주시죠.
○김나무(은성) 8개월 됐습니다.
(일동 웃음)
○김나무(은성) 사실은 또 한 가지 계기가 있었어요. 저희 외할머니께서 아기를 낳을 결심을 하기 몇 달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그런데 저희 외할아버지죠. 외할아버지는 이미 예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엄마가 고아가 된 순간을 봤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엄마가 굉장히 씩씩한 거예요. 그 순간 갑자기 아이를 낳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히 이상한 순간이었어요. 엄마가 되게 씩씩하네? 그리고 나도 언젠가 고아가 되겠구나, 우리 엄마, 아빠가 죽으면. 그래, 그냥 아기를 낳아도 괜찮겠다. 그런데 너무 많은 걱정들이 있었던 거예요, 가족과 관련해서. 그런데 흐르고 흘러가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희 어머니도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에게서 받은 것들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저의 엄마와 아빠에게서 받은 것들이 있고요. 그리고 저의 아기는 저와 저의 남편으로부터 뭔가를 받고 또 어디론가 누군가에게 또 자신을 또 보내주겠죠. 그런데 흘러오고 흘러가고 가족이 그렇게 되는데 우리 엄마가 나한테 이거는 안 흘려보내 줬어도 괜찮았겠다라는 것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나에게 이것들을 주셔서 감사하다. 그런 것들이 있고요.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잘 알고 이거는 여기에서 내가 그만할 수 있어라고 선택할 수 있다고 책을 쓰면서 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부모님이, 부모님의 부모님에게 받아서 당신들이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나에게 했던 실수들을 저는 그만할 수 있는 거죠.
○김효진(호호) 의식하니까.
○김나무(은성) 그리고 우리 가족과 저 자신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이거는 내가 그만해야지. 그리고 좋은 유산들은 잘 받아서 물려줘야겠다.
○김효진(호호)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굉장히 심오한 깨달음을, 어느 순간적인 어떤 그 깨달음이 그게 넓고 깊었던 것 같네요.
○노지영(노평) 죽음을 접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고.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그런데 쓰면서 그런 것들을 또 느끼셨다고 하니까 생각해 보면 글 쓰는 행위라는 게 잘 흐르고 잘 멈추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일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래서 내 마음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서 어떤 세계를 표현하고 창조하면서 내 감정이 과잉되지 않도록 절제해 나가는 그런 과정이 글 쓰는 게 아닌가. 그래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소통하는 게 나를 적절히 멈추고 타인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인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책을 보면 그 연습을 늘 지속적으로 매우 의식적으로 해 온 분이라는 그런 생각들이 들더라고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책을 써주셔서 그리고 너무 감사해요.
○김나무(은성) 감사합니다.
○김효진(호호) 소리가 필요하지 않은 곳. 그러니까 원일이가 평등하게 있을 수 있는 곳에서 나도 안전한 기분이 들었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인상 깊은데요. 저는 궁금한 게 언제부터 원일이의 세계에 완전히 들어가셨는지. 완전히라는 표현이 좀 어폐가 있기는 한데 거의 들어가셨는지. 또 반대로 원일이가 소리가 있는 세계에 완전히 포함되기를 바란 적은 없으셨는지. 저는 보면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나의 세계에 장애인들이 포함되기를 바라시거든요. 그런데 그런 걸 못 느꼈어요, 이 책에서는.
○노지영(노평) 맞아요.
○김효진(호호) 그게 어쩌면 이 책의 굉장히 매력인 것 같은데. 궁금했습니다.
○김나무(은성) 아마 저랑 원일이가 쭉 사이가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냥 원일이를 장애를 가진 사람 이전에 좀 나랑 재미있게 놀아야 하는 대상으로 그게 굉장히 중요했고 또 그냥 줄곧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뭐 원일이랑 싸우면 굉장히 속상하고 약간 그런 이야기들도 있는데 어릴 때는 이제 항상 원일이랑 뭐 하고 놀지?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뭐 맞춰야 하는 부분들은 맞추고 원일이도 저한테 어떤 부분들은 맞추고 서로 그냥 계속 그렇게 불편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타협을 하면서 노는 거죠.
그런데 분명히 좀 그게 단절된 시점이 있었어요. 제가 청소년기를 지나고 좀 서로 대학교를 먼 곳으로 가고 떨어져서 살고 이러면서 성인이 되고, 그리고 좀 서로 예의 차리게 되면서 재미없어진 것도 있고.
○김효진(호호) 어른이 되어 가면서.
○노지영(노평) 성별이 다른 누나와 형제는 진짜 그런 것 같아요.
○김나무(은성) 뭔가 저희는 굉장히 사이가 좋은 편인데도 예의를 차리게 된다는 게 되게 관계를 그렇게 만드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중요한 거긴 한데. 그래서 다시 좀 노력을 해서 원일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려고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김효진(호호) 누나니까?
○김나무(은성) 아니요, 그냥 할 수 있어서. 그냥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냥 그 생각을 했던 시점의 저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래 내가 좀 하지 뭐, 그렇게 생각을 해서 좀 더 귀찮게 하고 말도 좀 더 시키고 기억하면서 기록도 좀 더 해 보려고 하고 그랬는데 티는 안 냈는데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동 웃음)
○노지영(노평) 저는 남동생한테 이런 감정을 받지를 못했거든요. 예의를 차리게 되면서 그냥 남의 여자의 남편, 뭐 이렇게 생각하게 됐는데 되게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아마 같은 청음인이지만 한국어에 미숙한 외국인 배우자를 만난 것도 큰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타인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들이 상존한다는 거, 그렇게 모두 소통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소통되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가족을 발견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고 그 안에서 믿음을 갖고 서로가 거쳐온 시간들의 능동적인 관심을 되게 갖고 있거든요. 그런 게 진짜 에릭 프롬이나 이런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의 실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나무(은성) 우와. (웃음)
○김효진(호호) 은성 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1부 마칠 시간이 되었어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는데요. 아쉽지만 2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떠셨나요, 은성 님? 아까 많이 떨린다고 하셨는데.
○노지영(노평) 엄청 차분하게 말씀 잘하시는데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지금 저희가 빠져들고 있어요.
○노지영(노평) 저 원래 말 많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막 턱 대고 막 보고 있었던 거 있죠?
○김나무(은성) 두 분께서 너무 편안하게 이끌어주셔서 저도 막 말이 술술 나왔는데요. 일단은 저 너무 이 방송을 알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제가 집에서 좀 요 며칠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왜 내가 예전에 알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 많이 하면서 들었어요.
○김효진(호호) 홍보를 잘 못하셨나 봅니다.
(일동 웃음)
○김나무(은성) 제가 들으면서 너무나 좀 일찍이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들었는데 이런 채널에 초대를 해 주셔서 너무 제가 기쁜 마음으로 왔고요. 벌써 1부가 끝났…
○김효진(호호) 와주셔서 저희가 감사드리고요. 그러면 2부에서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시즌5 제4회_김나무 작가편(1부) 프로그램 소개]
매일 조금씩만이라도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 작가, 김나무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동생과의 유년시절 이야기, 어른이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는 마음 성장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실래요?
○ A의 모든 세상
매월 장애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4회의 주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입니다.
○ A의 특별한 손님 | 김나무 작가
김나무 작가는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반려자 마이클 월린과 함께 『고양이의 마음』을 쓰고 그렸고요. 이름이 같은 친구 김성은과 『에이와 비』를 펴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그림 에세이 『조금 불편해도 나랑 노니까 좋지』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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