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디오 소리미술관입니다.
오늘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을 만나
보겠습니다. 세잔은 흔히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그가 이런
별명을 얻게 된 이유는 인상주의가
빠르게 순간을 포착하는데 집중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사물의 단단한
형태와 구조를 탐구했기 때문입니다.
세자는 자연을 원기둥 구 원뿔로
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세상을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바라보고 그 본질을
그림 속에 담으려 했지요. 세잔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테이블과 사과는
얼핏 대충 그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끝도 없이 관찰하고 또
관찰한 흔적입니다. 오디아에서는
이전에 세잔이 1877년에 그린 작품
항아리 컵 그리고 사과가 있는 정물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뒤
1895년에 그린 작품 사과 바구니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같은 사과
정물이지만 18년이라는 시간이 차이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 냈을까요? 그럼
지금부터 사물의 겉모습보다 본질을
바라보았던 세잔의 대표적인 정물화
사과 박은구니를 만나 보겠습니다.이
작품은 가로 80cm, 세로 65cm
정도로 중형 TV와 비슷한 크기의
직사각형 캔버스 위에 그려졌습니다.
늦은 오후 식탁 위에 놓인 과일과
빵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따뜻함과 살짝
흐트러진 순간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겹겹이 쌓인 유아 물건의 표면은
손끝으로 문지르면 울퉁불퉁한 차흙처럼
거친 질감이 느껴질 것만 같습니다.
그림 상단에는 푸르스름한 벽이
자리합니다. 여러 톤의 탁한 파란색이
섞여 있어 실내에 서늘한 공기가
느껴집니다.이
덕분에 나무식탁들의 따뜻한 색이 더
도드러져 보입니다. 그림 아래쪽
2분을 차지하는 식탁 모서리는 약간
삐뚤어져 있어 바쁜 하루 중 잠시
멈춰 앞에 놓인 풍경을 바라보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생활의 정여움을
전해 줍니다. 식탁의 왼쪽을 보면
짙은 밤색 바구니가 앞으로 기울어져
있고 그 안에 사과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굴러나올듯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안에는 초록빛 사과, 붉은 사과,
그리고 그 중간쯤에 주황빛 사과들이
섞여 있습니다. 주먹만한 둥근 모양의
사과에서는 풋사가의 쉬고 풋풋한 향,
잘 익은 사과의 달달한 향까지
떠오릅니다. 정 가운데에는 성인
팔뚝끼리 정도 되는 어두운 갈색
유리병이서 있어 그림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 줍니다. 그 앞에는 마른 목골로
펼쳐진 흰천이 넓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천은 곳곳이 삼맥처럼
봉긋하게 접혀 있고 그 사이사이에
사과가 공처럼 굴러 들어가 편안히
자리했습니다.
천과 사과가 함께 만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어지러움 속에 질서가
느껴집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사가들 뒤편에 작은 하얀색 접시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접시 위에는
손가락 길이만한 부드러운 황토색
과자들이 가지런이 쌓여 있습니다.
마치 과자로 조용히 쟁간 놀리를
한듯한 반듯한 모습입니다. 사과들이
자유롭게 굴러 있는 모습과 대비되며
그림 속 작은 규칙을 만들어 줍니다.
이제 1877년에 그린 초기 정무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까요?
1877년에 세자는 사과, 컵, 벽을
테이블 위에 차분히 배치해
그렸습니다.이
시기의 세자는 사물의 기본 형태를
조용히 연구하던 때였습니다. 사과는
둥글고 고요하며 식탁보는 부드럽게
주름져 있고 전체적인 장면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18년 뒤
1895년에 완성된 사과 바구니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사과는
당장이라도 굴러갈 듯 흩어져 있고
식탁은 왼쪽으로 비슷히 기울어져
보입니다.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점은 마치 두 개의 관점이 한 화면에
동시에 존재하는듯한 구도입니다.
식탁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의
기울기가 같지 않고 같은 평면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세자는 사물을 한 자리에서 바라본
모습이 아니라 여러 시선과 각도를 한
화면 안에 녹여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훗날 피카소의 큐비증과 현대 미술에
이어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그의 이런 실험은 당시 비평가들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고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자는 자신만의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인류의
시선을 바꾼 사과라는 평가를 받을만큼
의미 있는 변화를 미술사에
남겼습니다. 세잔의 세계는 화려하진
않지만 올해 함께할수록 더 깊은
느낌을 줍니다. 익숙한 사과
한날에서도 사물의 본질을 찾으려 했던
그의 탐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천천히 곁을 살피는 마음을
건네줍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세잔이 남긴 조용한 식탁이 풍경처럼
우리 주변의 것들을 가만히 느껴 보는
건 어떨까요? 익숙했던 물건이
색다르게 다가오고 지루했던 순간도
조금은 다르게 경험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글의 노이랑 목소리의
이주환이었습니다.
폴 세잔은 왜 사과를 18년 동안 그렸을까
오디아에서는 이전에 세잔이 1877년에 그린 작품, '항아리, 컵, 그리고 사과가 있는 정물'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뒤, 1895년에 그린 작품, '사과 바구니'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같은 사과 정물이지만, 18년의 시간의 차이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을까요?
눈으로 보지 않아도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설했습니다. 눈을 감고 여러분만의 작품을 그려보세요. 화면 구성 및 자막은 저시력장애인을 위해 크고 밝게 구성했습니다.
• 작품: 폴 세잔 '사과바구니'ㅣ1895년 제작ㅣ가로 80cm, 세로 65cm
• 글: 노이랑
• 목소리: 이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