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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협업의 즐거움

이음광장 장애가 동반자가 되기까지

  • 김환 미술작가
  • 등록일 2022-01-28
  • 조회수607
  • 해질녘 붉은 석양으로 물든 하늘과 대학로 거리를 배경으로 전동휠체어를 탄 필자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최근 신체적 한계를 오판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노동(작업)을 한 게 무리가 되어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손발이 되어주던 매니저 형은 아파서 입원해 있다. 나의 일정은 올스톱되었고, 결국 분리수거와 빨래 등을 이유로 어머니를 호출했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으면 비장애인으로만 구성된 집단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그것은 오롯이 구성원의 연대 책임이 되며, 장애인 당사자는 돌아오는 책임감의 무게를 체감한다. 이처럼 때때로 찾아오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자각은 참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장애’의 요소는 때때로 참 가혹한 것 같다. 그런데도 장애는 치료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오롯이 존재한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지 못한 환경과 그 환경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보고 다른 나를 발견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한 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다. 결국 모든 문제가 나의 잘못이 아닌 사회의 문화 차이와 교육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나의 작업에서 장소성은 중요한 요소이다. 더는 꿈이나 이상을 그리는 것이 아닌,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마주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구성하는 이미지들은 내가 가보지 못한(갈 수 없는) 타인이 체험한 세상이다. 누구든 불가능한 영역에서 자신을 자책하고 망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못하는 일은 깔끔하게 인정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청해도 된다.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다. 만약 내가 다른 이의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게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나는 더는 장애인이 아닐 수 있지 않을까?

창작과 협업은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은 욕망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돌아보면 함께하며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배우는 과정이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이후로는 경험하고 부딪히고 분투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렇게 노력하여 세상 밖으로 나오기로 마음먹으면 장애는 누구와도 다른 개성이 된다.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일부로 받아들이며 동반자로 함께하게 된다. 때때로 이 개성은 너무도 변덕스럽고 까탈스럽겠지만 늘 스펙타클하니 함께 사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두서없고 주관적인 글을 써도 되나 싶지만, 이 글을 쓰며 2022년이 되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지만 그렇기에 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은 차이라도 살아갈 희망을 주는 얼마나 크고 소중한 원동력인가. 그렇게 공존하는 한 사람이고 싶다.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0306kh@gmail.com

사진제공. 필자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0306kh@gmail.com

상세내용

  • 해질녘 붉은 석양으로 물든 하늘과 대학로 거리를 배경으로 전동휠체어를 탄 필자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최근 신체적 한계를 오판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노동(작업)을 한 게 무리가 되어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손발이 되어주던 매니저 형은 아파서 입원해 있다. 나의 일정은 올스톱되었고, 결국 분리수거와 빨래 등을 이유로 어머니를 호출했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으면 비장애인으로만 구성된 집단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그것은 오롯이 구성원의 연대 책임이 되며, 장애인 당사자는 돌아오는 책임감의 무게를 체감한다. 이처럼 때때로 찾아오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자각은 참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장애’의 요소는 때때로 참 가혹한 것 같다. 그런데도 장애는 치료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오롯이 존재한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지 못한 환경과 그 환경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보고 다른 나를 발견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한 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다. 결국 모든 문제가 나의 잘못이 아닌 사회의 문화 차이와 교육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나의 작업에서 장소성은 중요한 요소이다. 더는 꿈이나 이상을 그리는 것이 아닌,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마주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구성하는 이미지들은 내가 가보지 못한(갈 수 없는) 타인이 체험한 세상이다. 누구든 불가능한 영역에서 자신을 자책하고 망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못하는 일은 깔끔하게 인정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청해도 된다.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다. 만약 내가 다른 이의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게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나는 더는 장애인이 아닐 수 있지 않을까?

창작과 협업은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은 욕망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돌아보면 함께하며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배우는 과정이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이후로는 경험하고 부딪히고 분투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렇게 노력하여 세상 밖으로 나오기로 마음먹으면 장애는 누구와도 다른 개성이 된다.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일부로 받아들이며 동반자로 함께하게 된다. 때때로 이 개성은 너무도 변덕스럽고 까탈스럽겠지만 늘 스펙타클하니 함께 사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두서없고 주관적인 글을 써도 되나 싶지만, 이 글을 쓰며 2022년이 되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지만 그렇기에 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은 차이라도 살아갈 희망을 주는 얼마나 크고 소중한 원동력인가. 그렇게 공존하는 한 사람이고 싶다.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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