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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어린이의 세계

이음광장 편견 없는 아이의 시선으로

  • 김환 미술작가
  • 등록일 2022-02-15
  • 조회수595
  • 낙서 같은 그림이 그려진 종이 위로 햇살이 비치고 나뭇잎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주변에는 색연필, 크레파스, 사인펜, 연필 등 미술 도구가  흩어져있다.

1990년대에는 장애인으로 살면서 ‘장애 문화’(Disability Culture)라는 개념으로 장애 운동의 정체성도 물론 공감해 왔지만, 장애 유형과 등급으로 구분하는 특정 집단에서 긍정적 요소보다는 오히려 분열적인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이익을 둘러싼 장애인단체 간의 갈등과 경쟁의 경험이 나에겐 강렬했다. 그렇게 뛰쳐나와도 비장애인 사이에선 장애를 혐오하는 문화에 존재를 부정당하는 게 다반사였다. 익숙하지 않은 존재에 대하여 궁금해하거나 신기해하는 시선에는 금방 익숙해졌지만, 그마저도 어릴 적 순수한 친구들의 질문을 어른들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질책하곤 했다.

2018년 작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라는 시각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전지역 작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저런 친구랑 어울리지 마”, “장애인은 집에나 있는 게 좋지 않아요?” 이런 말이 익숙한 환경이었기에, ‘선생님’이란 위치가 소중한 자식을 맡기는 부모들에 대한 두려움도 주었고, 장애를 직접 마주하는 어린 아이들의 마음이 상할까 걱정되곤 했다. 도전! 뽑아준 의도와 감사함, 도와준 많은 이들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끼며 참여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무 차별 없는 시선과 태도로 날 대하는 아이들에게 인생의 큰 가르침을 받았다.

수업시간에 원하는 공간 또는 세상에 관한 대화를 나눴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어른들은 원래 싫어해요.” 자신이 원하는 것과 부모가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지난 몇 주 동안 수업에서 자기 이야기 하기를 주저하며 소심하고 조용히 있던 아이가 한 말이었다. 그랬던 것 같다.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혹은 먼저 경험했다는 이유로 멋대로 판단하며 배척하고 벽을 세워두고 있던 것은 아닐까.

최근에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의 일이다. 한 아이가, 휠체어가 먼저 탈 수 있게 양보하라는 부모의 말을 뿌리치고 나를 추월해서 먼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리고는 내가 엘리베이터에 타기 편하게 열림 버튼을 눌러주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내내 부모의 말을 안 듣는 철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참 부끄러웠다.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하게 하는 생각이나 행위는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된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영상
[출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유튜브 바로가기(링크)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0306kh@gmail.com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0306kh@gmail.com

상세내용

  • 낙서 같은 그림이 그려진 종이 위로 햇살이 비치고 나뭇잎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주변에는 색연필, 크레파스, 사인펜, 연필 등 미술 도구가  흩어져있다.

1990년대에는 장애인으로 살면서 ‘장애 문화’(Disability Culture)라는 개념으로 장애 운동의 정체성도 물론 공감해 왔지만, 장애 유형과 등급으로 구분하는 특정 집단에서 긍정적 요소보다는 오히려 분열적인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이익을 둘러싼 장애인단체 간의 갈등과 경쟁의 경험이 나에겐 강렬했다. 그렇게 뛰쳐나와도 비장애인 사이에선 장애를 혐오하는 문화에 존재를 부정당하는 게 다반사였다. 익숙하지 않은 존재에 대하여 궁금해하거나 신기해하는 시선에는 금방 익숙해졌지만, 그마저도 어릴 적 순수한 친구들의 질문을 어른들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질책하곤 했다.

2018년 작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라는 시각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전지역 작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저런 친구랑 어울리지 마”, “장애인은 집에나 있는 게 좋지 않아요?” 이런 말이 익숙한 환경이었기에, ‘선생님’이란 위치가 소중한 자식을 맡기는 부모들에 대한 두려움도 주었고, 장애를 직접 마주하는 어린 아이들의 마음이 상할까 걱정되곤 했다. 도전! 뽑아준 의도와 감사함, 도와준 많은 이들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끼며 참여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무 차별 없는 시선과 태도로 날 대하는 아이들에게 인생의 큰 가르침을 받았다.

수업시간에 원하는 공간 또는 세상에 관한 대화를 나눴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어른들은 원래 싫어해요.” 자신이 원하는 것과 부모가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지난 몇 주 동안 수업에서 자기 이야기 하기를 주저하며 소심하고 조용히 있던 아이가 한 말이었다. 그랬던 것 같다.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혹은 먼저 경험했다는 이유로 멋대로 판단하며 배척하고 벽을 세워두고 있던 것은 아닐까.

최근에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의 일이다. 한 아이가, 휠체어가 먼저 탈 수 있게 양보하라는 부모의 말을 뿌리치고 나를 추월해서 먼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리고는 내가 엘리베이터에 타기 편하게 열림 버튼을 눌러주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내내 부모의 말을 안 듣는 철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참 부끄러웠다.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하게 하는 생각이나 행위는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된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영상
[출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유튜브 바로가기(링크)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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