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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이음

협업의 즐거움

이음광장 ‘같기’를 포기할 때 해피 아워가 시작되었다

  • 김환 미술작가
  • 등록일 2021-10-29
  • 조회수870
  • <Happy Hour>

협업(collaboration) : ‘모두 일하는’, ‘협력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작업을 가리키는 말

흔히들 협업의 핵심은 나로부터가 아닌 동료인 ‘남’에게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체험할 수 있는 총량의 법칙을 벗어나 타인의 경험과 지식, 전문성을 중요시하며 서로 시너지를 내는 일이다. 하지만, 다른 환경, 다른 개념의 작가들이 모여 계획적인 프로세스를 이루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기존 예술계엔 낯선 장애 작가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장애 예술가로 2년간 비장애 작가들과 협업하며 처음엔 ‘Happy hour(해피아워)’였다가 프로젝트팀 'GG ludens(지지루덴스)'을 이루기까지, 그리고 완전히 다르지만 정말 비슷한 팀 ‘D(디)’를 만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2019년 공동창작 워크숍이란 이름으로 예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존재해온 ‘경계’ 혹은 ‘벽’을 허물기 위해 서울문화재단 산하 잠실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들이 모여 ‘과정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가들이 처음 만난 건 보안여관에서였다. 짧은 만남에서 느낀 것은 서로 작품에 대한 흥미와 다름에서 오는 차이였다. 다양한 매체와 서로 다른 표현방식, 물성의 이질감은 모였을 때 또 새로운 창의가 되리란 기대감과 흥분이었다. 하지만 몇 번의 만남과 개인 작업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우리는 더욱 다른 우리를 발견했고 타인을 이해한 데서 오는 거리감은 약간의 두려움마저 동반했다.

서로 다름의 차이를 매우 극명하게 알게 됨으로써 우리는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행위’를 선택했다. 4명의 작가는 공통점을 찾고 비슷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을 포기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익숙한 물성(재료)과 그 행위(노동)를 통한 일련의 과정에서 길을 찾아 나가려 했다. 새로운 영역을 마주하고 생겼던 차이의 거리감을 몸으로 직접 표현해봄으로써, 각자가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융합해보자는 것이다. 그 후 금천예술공장 3층에 있는 공간 PS333을 4일간 빌려 실제 전시장에서 사용될 가벽을 설치한 후 흙과 텍스트를 가지고 맵핑을 했다.

1차 결과물을 가지고 많은 토론과 수차례 실험을 반복했다. 결과물과 전시, 과정 중심적인 작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체험적 작업과 개념작업, 사운드와 영상 맵핑 등 다양한 추가적 설치의 가능성 등의 논제가 나왔지만 결국 작업을 모두 버렸다. 과정에서 우리가 상상하는 이미지는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각자의 조형 언어는 너무도 달랐고 그 간극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노동성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그동안 각자 해오던 관습과 작업 행위와 패턴이 드러났던 것이다.

우린 그렇게, 전시를 위한 전문성과 프로세스를 과감히 포기하고 놀기로 하였다. 김환(서양화), 신이서(공예), 조경재(사진), 최챈주(공예) 이렇게 네 명은 자신의 전문성과 전혀 상관없는 영상을 매체로 당시 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유행하던 고깔을 소재로 한 게임, 땅따먹기, 코스프레 등 ‘놀이’를 하며 놀았다. 그렇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삶 속에서 각자의 시각과 구상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리라 자신 있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작품 제목은 'Happy hour'가 되었다.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0306kh@gmail.com

사진·영상제공. 필자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0306kh@gmail.com

상세내용

  • <Happy Hour>

협업(collaboration) : ‘모두 일하는’, ‘협력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작업을 가리키는 말

흔히들 협업의 핵심은 나로부터가 아닌 동료인 ‘남’에게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체험할 수 있는 총량의 법칙을 벗어나 타인의 경험과 지식, 전문성을 중요시하며 서로 시너지를 내는 일이다. 하지만, 다른 환경, 다른 개념의 작가들이 모여 계획적인 프로세스를 이루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기존 예술계엔 낯선 장애 작가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장애 예술가로 2년간 비장애 작가들과 협업하며 처음엔 ‘Happy hour(해피아워)’였다가 프로젝트팀 'GG ludens(지지루덴스)'을 이루기까지, 그리고 완전히 다르지만 정말 비슷한 팀 ‘D(디)’를 만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2019년 공동창작 워크숍이란 이름으로 예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존재해온 ‘경계’ 혹은 ‘벽’을 허물기 위해 서울문화재단 산하 잠실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들이 모여 ‘과정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가들이 처음 만난 건 보안여관에서였다. 짧은 만남에서 느낀 것은 서로 작품에 대한 흥미와 다름에서 오는 차이였다. 다양한 매체와 서로 다른 표현방식, 물성의 이질감은 모였을 때 또 새로운 창의가 되리란 기대감과 흥분이었다. 하지만 몇 번의 만남과 개인 작업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우리는 더욱 다른 우리를 발견했고 타인을 이해한 데서 오는 거리감은 약간의 두려움마저 동반했다.

서로 다름의 차이를 매우 극명하게 알게 됨으로써 우리는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행위’를 선택했다. 4명의 작가는 공통점을 찾고 비슷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을 포기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익숙한 물성(재료)과 그 행위(노동)를 통한 일련의 과정에서 길을 찾아 나가려 했다. 새로운 영역을 마주하고 생겼던 차이의 거리감을 몸으로 직접 표현해봄으로써, 각자가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융합해보자는 것이다. 그 후 금천예술공장 3층에 있는 공간 PS333을 4일간 빌려 실제 전시장에서 사용될 가벽을 설치한 후 흙과 텍스트를 가지고 맵핑을 했다.

1차 결과물을 가지고 많은 토론과 수차례 실험을 반복했다. 결과물과 전시, 과정 중심적인 작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체험적 작업과 개념작업, 사운드와 영상 맵핑 등 다양한 추가적 설치의 가능성 등의 논제가 나왔지만 결국 작업을 모두 버렸다. 과정에서 우리가 상상하는 이미지는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각자의 조형 언어는 너무도 달랐고 그 간극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노동성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그동안 각자 해오던 관습과 작업 행위와 패턴이 드러났던 것이다.

우린 그렇게, 전시를 위한 전문성과 프로세스를 과감히 포기하고 놀기로 하였다. 김환(서양화), 신이서(공예), 조경재(사진), 최챈주(공예) 이렇게 네 명은 자신의 전문성과 전혀 상관없는 영상을 매체로 당시 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유행하던 고깔을 소재로 한 게임, 땅따먹기, 코스프레 등 ‘놀이’를 하며 놀았다. 그렇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삶 속에서 각자의 시각과 구상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리라 자신 있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작품 제목은 'Happy hour'가 되었다.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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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제공.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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