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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의 즐거움

이음광장 지지루덴스, 우리의 작업은 놀이에서 출발한다

  • 김환 미술작가
  • 등록일 2021-11-16
  • 조회수1145

지지루덴스, <지지핑퐁(gg pingpong)> 설치전경

‘장애 예술’의 정의는 무엇일까. 물론 장애 감수성, 장애 정체성도 중요하지만 더는 편견, 장애를 만들어내는 환경, 장애 인식개선 등의 소재나 분노와 저항만이 장애 예술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최근 장애 예술은 ‘나’라는 정체성 자체를 그대로 자긍심이나 자존감으로 승화하며 문화예술 장르의 범용성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사회적 소외계층이나 소수자에게는 더 많은 복지와 혜택이 가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문화예술 장르에서 차별은 둔다면 그것은 배려가 아닌 예술을 경계 짓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관점을 어떠한 예술의 과정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속된다. 장애 당사자로서 배려받아야 하는 노동성 문제와 신체 차이, 그리고 여러 방법론에 대한 분류, 선별 말이다. 다양한 (비장애인) 작가들과의 협업은 그렇게 중요한 자료이자 작업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감각을 교류하는 과정을 담은 공동창작워크숍 전시 《멀티탭:감각을 연결하기》(주1)에서 ‘Happy Hour’ 팀으로 작업을 마친 우리 네 명의 작가는 단편적이고 일회성으로 끝나기에는 아쉬움을 느꼈다. 전시를 준비하며 함께 숙식하고 토론하고 창작하는 많은 시간 동안 작가들 서로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창작과정 안에 녹아들었지만, 짧은 전시 기간과 서술적인 스토리텔링의 부재로 관람객과의 ‘공감대’가 부족했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다시 프로젝트팀을 구성하였고, 지속적인 협업 방향에 관해 논의하였다.

팀명은 ‘지지루덴스 GG ludens’, 일명 ‘Good Game Ludens’이다. 여기서 루덴스는 호모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다. 생산적인 결과물이 아닌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인 놀이, 우리 작업의 시작은 놀이에서 출발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워라밸’이 중요한 요즘, 우리의 삶에서 오랫동안 터부시됐던 놀이가 이제는 일만큼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놀이를 하는 동안 완전한 몰입을 경험하고 놀이에 몰두하는 동안 행복감을 느낀다.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지루덴스는 모든 사람이 수평적이라 믿고, 자발적인 행동(놀이)을 통해 서로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동지애로 협업하는 과정을 담고, 관객에게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행위를 하려 한다. 결국 ‘예술이란 무엇인가’란 질문 아래 작가들과 공동창작 과정 안에서 만나는 경험의 공유와 서로 다름의 즐거움이 문화를 만들 것이다.

우리 팀이 보여줘야 하는 역할은 자신만의 작업이 아닌, 좋은 전시를 위해 네 명이 서로 소통하는 자세일 것이다. 이러한 자세를 통해서 비장애 작가든 장애 작가든 같이 모여서 만든 작업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재밌는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문화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서 큰 사업적 성과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작가로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작지만 이러한 시도와 전시는 우리의 삶 속에 조금씩 축적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그저 이렇게 실천하고 있다.

지지루덴스, <지지핑퐁(gg pingpong)>, 2020, 싱글채널비디오(컬러, 사운드), 15초
[출처] 지지루덴스 유튜브

주1: 《멀티탭:감각을 연결하기》는 2019년 11월 JCC아트센터에서 진행한 공동창작 워크숍 결과전시로, 서울문화재단 창작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 금천예술공장, 신당창작아케이드 등의 입주 작가 7명이 5개월간 진행해온 공동창작 결과물을 한자리에 선보였다. 참여 작가는 ‘병풍풍경’과 ‘Happy Hour’ 두 팀으로 나뉘어 공동창작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Happy Hour에는 김환(회화), 신이서(도예), 최챈주(도예), 조경재(설치)이 함께했다.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0306kh@gmail.com

사진·영상제공. 필자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0306kh@gmail.com

상세내용

지지루덴스, <지지핑퐁(gg pingpong)> 설치전경

‘장애 예술’의 정의는 무엇일까. 물론 장애 감수성, 장애 정체성도 중요하지만 더는 편견, 장애를 만들어내는 환경, 장애 인식개선 등의 소재나 분노와 저항만이 장애 예술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최근 장애 예술은 ‘나’라는 정체성 자체를 그대로 자긍심이나 자존감으로 승화하며 문화예술 장르의 범용성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사회적 소외계층이나 소수자에게는 더 많은 복지와 혜택이 가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문화예술 장르에서 차별은 둔다면 그것은 배려가 아닌 예술을 경계 짓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관점을 어떠한 예술의 과정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속된다. 장애 당사자로서 배려받아야 하는 노동성 문제와 신체 차이, 그리고 여러 방법론에 대한 분류, 선별 말이다. 다양한 (비장애인) 작가들과의 협업은 그렇게 중요한 자료이자 작업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감각을 교류하는 과정을 담은 공동창작워크숍 전시 《멀티탭:감각을 연결하기》(주1)에서 ‘Happy Hour’ 팀으로 작업을 마친 우리 네 명의 작가는 단편적이고 일회성으로 끝나기에는 아쉬움을 느꼈다. 전시를 준비하며 함께 숙식하고 토론하고 창작하는 많은 시간 동안 작가들 서로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창작과정 안에 녹아들었지만, 짧은 전시 기간과 서술적인 스토리텔링의 부재로 관람객과의 ‘공감대’가 부족했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다시 프로젝트팀을 구성하였고, 지속적인 협업 방향에 관해 논의하였다.

팀명은 ‘지지루덴스 GG ludens’, 일명 ‘Good Game Ludens’이다. 여기서 루덴스는 호모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다. 생산적인 결과물이 아닌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인 놀이, 우리 작업의 시작은 놀이에서 출발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워라밸’이 중요한 요즘, 우리의 삶에서 오랫동안 터부시됐던 놀이가 이제는 일만큼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놀이를 하는 동안 완전한 몰입을 경험하고 놀이에 몰두하는 동안 행복감을 느낀다.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지루덴스는 모든 사람이 수평적이라 믿고, 자발적인 행동(놀이)을 통해 서로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동지애로 협업하는 과정을 담고, 관객에게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행위를 하려 한다. 결국 ‘예술이란 무엇인가’란 질문 아래 작가들과 공동창작 과정 안에서 만나는 경험의 공유와 서로 다름의 즐거움이 문화를 만들 것이다.

우리 팀이 보여줘야 하는 역할은 자신만의 작업이 아닌, 좋은 전시를 위해 네 명이 서로 소통하는 자세일 것이다. 이러한 자세를 통해서 비장애 작가든 장애 작가든 같이 모여서 만든 작업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재밌는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문화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서 큰 사업적 성과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작가로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작지만 이러한 시도와 전시는 우리의 삶 속에 조금씩 축적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그저 이렇게 실천하고 있다.

지지루덴스, <지지핑퐁(gg pingpong)>, 2020, 싱글채널비디오(컬러, 사운드), 15초
[출처] 지지루덴스 유튜브

주1: 《멀티탭:감각을 연결하기》는 2019년 11월 JCC아트센터에서 진행한 공동창작 워크숍 결과전시로, 서울문화재단 창작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 금천예술공장, 신당창작아케이드 등의 입주 작가 7명이 5개월간 진행해온 공동창작 결과물을 한자리에 선보였다. 참여 작가는 ‘병풍풍경’과 ‘Happy Hour’ 두 팀으로 나뉘어 공동창작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Happy Hour에는 김환(회화), 신이서(도예), 최챈주(도예), 조경재(설치)이 함께했다.
김환

김환 

목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잠실창작스튜디오 10~12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2017), 《신체의 지각》(2019) 등 개인전을 통해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초기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세상과 소속감에 대한 동경, 즉 개인의 시선을 위주로 표현하였다면, 최근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에 집중한다. 타자를 통해 재인식되는 시각과 최초의 시각에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상(풍경) 속에서 덧입힌 기억, 나와 맺는 관계, ‘나’를 둘러싼 시각적·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며 차이점에 대하여 질문한다.
0306kh@gmail.com

사진·영상제공.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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