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텍스트 크기

가

고대비

통합검색

툴팁 텍스트

잠깐! 찾고 싶은 정보와 관련 있는 핵심 단어를 적어주세요.

예시) 장애인예술교육 분야 자료집을 찾고 싶을 땐, "예술교육"처럼 핵심 단어를 적어주세요.

추천 키워드

배리어프리 콘텐츠 검색하기

트렌드 장애예술인 국제교류와 여행 접근성 실패와 비효율, 불완전 속에서 다가가려는 시도

  • 박시내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전시장운영부 대리
  • 등록일 2025-12-03
  • 조회수 29

리뷰

모두미술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캐나다 장애예술교류전 《열린 균열, 가능성의 틈》은 ‘2024-2025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마련된 국가 간 교류협력 프로젝트이다. ‘한국과 캐나다의 작가들이 서로의 나라를 여행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를 여는 것’이 목적이면서 결과인 사업이다. 이런 교류 사업은 흔히 전시나 공연 같은 일회성 행사로 치러진다. 짧으면 하루, 길면 한 달짜리 행사를 위해 수백의 몸이 이동하고 수천의 금액이 소진되고 여러 몸과 마음이 상한다. 이런 소모적인 과정에서도 서로의 조건과 속도, 이해의 간극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교류 사업이 만들어낸 경험은 바로 그 ‘간극을 함께 견디는 과정’이었다.

나는 이 사업을 중도에 맡게 되었는데, 대체 누가, 그리고 왜, ‘장애인의 여행’을 교류의 수단으로 삼았는지 궁금했다. 여행은 교류 프로그램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활동이지만, 장애인의 조건에 적용해 상상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은 일시적인 이동이나 체험 이상의 과정이며, 예상치 못한 문화적·언어적·물리적 장벽을 연속적으로 마주하고, 때로는 그 장벽과 협상하며 나아가야 하는 사건들의 집합이다. 여행이라는 소재가 비장애인의 행정적 답습이건 아니건 간에, 한국과 캐나다의 작가 선정은 여행에 대한 가능 여부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으며, 그것이 불가능한 작가에게는 애초에 허락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현대미술을 다루는 공공기관에서만 주로 일해 온 나는 장애인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었고, 이번 여행은 마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세계를 재학습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장애인이 생활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것을 그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전달할 때 어떤 소통방식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 같았고, 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공항에서 항공권을 발급하기만 하면 항공사마다 장애인 에스코트 서비스가 있고, 담당 직원은 친절한 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요청하면 휠체어를 내어주고, 장애인의 경우 절차를 거치면 가장 먼저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끌고 비행기를 타는 일도, 그 휠체어를 옮기고 보관하는 일도 투쟁과 같다.

특히 전맹 시각장애인인 조니 타이 작가의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치열한 여행이었다. 일단 나는 시각장애인은 뷔페식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거기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또 그에게 전시 일정표를 인쇄물로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도 깨달았다. 내가 시간별로 촘촘하고 정성스럽게 작성한 일정표는 그가 사용하는 음성 리더기와 호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텍스트 파일로 바꾸어서 전달해야 했는데, 문제는 PDF 파일을 txt 파일로 변환하면 물결 표시(~)가 전부 물음표(?)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 따로 만든 일정표는 읽을 수는 있지만 상당한 해독이 필요했고, 내 실패한 일정표를 듣고도 그는 흔쾌히 땡큐를 표했다. 그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반응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시 참여작가인 아타나스 보즈다로프의 작품은 일상의 경사로를 전시장의 오브제로 치환한 조각이다.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 다시 제작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조각 작품은 디자인적으로 매우 가볍고, 구조도 단순하며,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상당한 부피의 크레이트(예술품 전용 운송상자)를 운송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며 효율적이다. 우리가 이동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조건이다.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얼마나 번거롭지 않은지?

재미있게도 아타나스 작가의 작업이 건드리는 지점도 바로 그것이다. 그의 작업은 이동과 접근의 문제를 비용과 속도의 문제로 보는 현실에 질문 던진다. 그는 팬데믹 시기에 야외 테라스 접근을 위해 급조된 램프들이 얼마나 많은 결함을 드러냈는지 관찰하고 기록했다. 비정렬된(중심축이 어긋난) 각도, 도랑 속에 설치된 경사로, 뒤집힌 형태, 파손된 채 방치된 구조물들…. 경사로는 물리적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지만, 그 설치가 부실하거나 임시적일 때 그 실패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배제의 증거가 된다. 그는 이동이 경제성이나 효율성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경험이며, 늘 어떤 몸들은 더 느리고 어떤 몸들은 더 힘들게 도착한다는 문제를 가시화한다.

아타나스 작가는 캐나다의 자기 집 안에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내게 말했다. 그의 집에는 모든 물건이 그가 손쉽게 닿을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고, 오랫동안 검증된 공간 안에서의 이동은 그에게도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하지만 한국은 그에게 익숙한 안전지대로부터 최소 8,000km는 떨어진 곳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들어간 호텔에서 잠시간 꼼짝할 수 없었다고 했다. 비장애인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통과하는 장소에서 장애인은 잠시 멈춰 서게 되고, 그 멈춤의 순간은 세계의 구조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를 드러내는 지점이 된다. 그래서 장애인의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세계를 자기 방식으로 다시 측정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경사로의 각도, 턱의 높이, 부재한 안내 표지처럼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삼 명확하게 보이게 되는 경험이기도 하다.

이 여행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실패, 예기치 않은 비효율과 지연, 곤란함의 순간들은 세계의 구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이 프로젝트는 ‘여행의 실패’ 자체를 드러내는 기획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실패의 흔적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상상력을 발견할 것이다. 세계가 특정한 몸의 조건만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면, 그 틈을 드러내는 일은 곧 모든 사람의 이동 가능성을 확장하는 일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장애인의 여행은 세계를 다시 읽고 다시 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완전한 포용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돌봄은 불가능하다. 이 간극 속에서 내가 배운 것은, 이해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였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시도. 그것이 교류의 본질이며, 여행이 우리에게 가르칠 수 있는 중요한 윤리일지도 모른다. 아마 그것이 교류 사업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정치적인 실천일 것이다.

  • 날짜(11.8~11.11), 시간대(아침·점심·저녁·저녁 이후), 장소(KDAC, KOPICE, 전시관 등), 활동 내용(가이드 픽업, 점심·저녁 식사, 갤러리 투어, 공연·전시 관람, 인터뷰, 버스 이동 등)이 표 형태로 정리되어 있으며, 주요 항목에는 노란색 형광펜으로 강조 표시되어 있다.
  • 동일한 내용이 표 없이 텍스트로만 나열되어 있다.

여행 일정표(왼쪽)와 조니 타이 작가를 위해 변환한 텍스트(오른쪽)

  • 제작 지침서가 텍스트와 도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어와 한국어로 된 설명이 나란히 적혀 있으며, 경사로 형태를 나타낸 회색 3D 도면이 함께 배치돼 있다. 지침서에는 경사각도, 재료, 크기, 사용 방식 등 작품 제작을 위한 구체적 지시가 상세히 적혀 있다.
  • 전시장 바닥에 여러 형태와 재질의 경사로 조형물 일곱 개가 줄지어 설치되어 있다. 뒤편 벽에는 〈캘거리의 경사로〉 사진 작품 일곱 장이 일렬로 전시되어 있다.

아타나스 보즈다로프, 〈나쁜 경사로〉 작품 제작 지침서(왼쪽)와 모두미술공간에서의 전시 전경(오른쪽)

박시내

박시내

미술과 미술이론을 공부했고, 미술과 미술의 언저리에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다. 이미지의 정치성과 혁명성에 관해 연구하는 이미지연구공동체 반짝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모두미술공간에서 전시기획을 맡고 있다.

사진 제공.필자
작품 사진 제공.모두미술공간

2025년 12월 (70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