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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게 창작 의지와 자부심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인식과 지위를 인정받을 수는 없다. 이처럼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인정은 창작 활동의 매우 중요한 축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과 사회로부터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존재할까. 또한 장애예술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장애예술인 20명에게 예술 활동 과정에서 느낀 경험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함께한 사람들(가나다 순)▶고아라 무용가|김상홍 제주장애인연극단장|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예술단원|김학중 시인|김환 시각예술가|김희량 시각장애인 무용수·모델|백지윤 연극배우|신강수 배우|안종일 미디어협동조합 숨 대표|우지양 배우·예술가·인권활동가|이민희 미술작가|이선영 소설가|이승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단장|이정하 사)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임경식 화가|임현주 미술작가|장성빈 모아빛 앙상블 단원·아트컴퍼니 더굿 대표|지혜연 배우|하지성 연극배우|황철호 배우
장애예술가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일까. 중요한 순서대로 최대 5개까지 키워드나 해시태크처럼 뽑아줄 것을 부탁했다. 또한 그러한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이미지도 보내주었다. 어떤 이는 장애 경험 자체를 예술 언어의 출발점으로 삼았고, 어떤 이는 그 경계를 흐리거나 지우는 것에서 정체성을 찾았다. 20명의 예술가가 내놓은 91개의 키워드를 소개한다.
나의 내면으로부터 표현하는
예술가들이 선택한 정체성 키워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신의 경험과 자기 인식, 자아정체감과 관련된 요소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예술을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그 속에는 ‘접근성’처럼 장애로 인한 경험과 감각 또한 포함되었다. 한편, 1순위는 아니었지만 ‘자유로움’, ‘독립성’, ‘지속성’, ‘탐구’, ‘도전’, ‘용기’와 같은 가치들도 함께 언급되었다. 이는 예술가로서 자신을 단련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짐이자 의지, 지향점으로 읽힌다.
장애를 예술의 토대로
정체성을 구성하는 키워드 가운데 ‘장애’가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키워드를 살펴보면, 단순히 ‘장애’ 자체에 머무르기보다 이를 삶의 조건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태도가 드러난다. 이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일종의 ‘선언’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감각과 표현의 경계를 확장하고 재해석하며 나아가 이를 자신만의 예술 언어로 구축해 나가고자 하는 주도적인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작업과 창작의 실천
춤, 연극, 움직임과 같은 창작 활동 자체를 우선에 두거나, ‘연극인’, ‘배우’ 등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키워드로 삼은 경우도 눈에 띄었다. 또한 표현과 언어, 감수성이나 감각, 매체, 그리고 작품을 통한 소통에 집중하는 키워드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이는 자신의 예술 작업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닿을지에 대한 고민을 반영하는 동시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작업을 활발히 이어가고자 하는 욕구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예술가로서 작품의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읽을 수 있었다.
사회적 참여와 인정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지만, 동시에 고립되지 않고 사회와 소통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일 또한 중요하다. 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적 인정과 공감을 얻고 타인과 교류하는 경험은 예술가에게 큰 기쁨이자 자부심이며, 창작을 지속하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 무엇보다 연결에 대한 열망은 개인적·예술적 성취를 넘어 장애라는 프리즘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타인과의 연대와 해방, 더 큰 차원의 연결과 소통, 공감을 만들어내는 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썸네일 사진 제공.프로젝트 궁리 박희연 에디터 teph__y@naver.com, 최순화 PD suna.choe@gmail.com
사진 제공.참여자
2026년 4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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