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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제도와 자격 사이 편견 없이, 고유한 세계를 보라

  • 프로젝트 궁리 
  • 등록일 2026-04-22
  • 조회수 27

이슈

예술가에게 창작 의지와 자부심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인식과 지위를 인정받을 수는 없다. 이처럼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인정은 창작 활동의 매우 중요한 축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과 사회로부터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존재할까. 또한 장애예술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장애예술인 20명에게 예술 활동 과정에서 느낀 경험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함께한 사람들(가나다 순)▶고아라 무용가|김상홍 제주장애인연극단장|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예술단원|김학중 시인|김환 시각예술가|김희량 시각장애인 무용수·모델|백지윤 연극배우|신강수 배우|안종일 미디어협동조합 숨 대표|우지양 배우·예술가·인권활동가|이민희 미술작가|이선영 소설가|이승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단장|이정하 사)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임경식 화가|임현주 미술작가|장성빈 모아빛 앙상블 단원·아트컴퍼니 더굿 대표|지혜연 배우|하지성 연극배우|황철호 배우

① 선언과 인정 사이

   |   

② 제도와 자격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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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나의 예술가 정체성

예술 활동에 필요한 자격

지원사업, 협회 활동, 발표 기회 등 현실적인 예술 활동을 하는 데에는 제도적 자격이 필요할까? 앞서 예술가의 정체성 판단에 관한 응답에서 약간 유보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예술 활동에는 자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90%가 필요하다(“매우 필요하다” 30%, “필요하다” 60%)고 응답했다. “보통이다”, “필요하지 않다”라는 응답은 각각 5%이고, “전혀 필요하지 않다”라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

  • 현실적 예술활동에서 제도적 자격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질문 결과 가로 100% 막대형 그래프. 매우 필요하다 30%, 필요하다 60%, 보통이다 5%, 필요하지 않다 5%, 전혀 필요하지 않다 0%

▸ 자격의 필요① 현실적 기준이자 조건

예술활동증명과 협회 소속 여부가 지원사업, 발표 기회, 네트워크 형성 등 실질적인 활동 기반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제도적 자격은 현실에서 창작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이자 통로에 가깝다는 인식이 크게 느껴졌다. 이것은 선택이 아닌 ‘강요된’ 필수 조건이 되기도 하고, 예술가의 역량을 가늠하는 최소한의 기준이자 공적 지원과 권리 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 받아들여졌다.

“지원사업 신청, 협회 활동, 전시나 공연 같은 발표 기회는 대부분 예술활동증명이나 협회 회원 자격이 있어야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예술 활동에 꽤 필요하다고 느낀다. 실력이 있어도 제도적 자격이 없으면 활동 기회 자체가 생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제도적 자격은 예술가를 나누는 기준이라기보다, 활동 기회를 얻기 위한 현실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 백지윤 연극배우

“현실적인 창작 환경을 지속하기 위해 제도적 자격은 강요된 필수 조건에 가깝다. 혼자서 자신만의 예술 활동을 해나갈 수 있다면 전혀 필요하지 않겠지만, 지원사업이나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예술가만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도 있기 때문에 매우 필요하다. 이 지점은 장애인 당사자로서 등급에 따른 혜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실과도 닮았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서류로 증명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참 웃프다.” - 신강수 배우

“자격이란 누군가가 나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다. 지원사업이나 발표 기회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배우를 뽑을 때 아무런 검증을 거치지 않고 선택하진 않는다.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 배우의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역할들을 맡아왔는지 들여다본다. 제도적 자격도 비슷한 거로 생각한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자격만 보고 판단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요소다.” - 이승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단장

“제도적 자격은 현실적인 예술 활동에 있어 근간이 된다. 비교적 배부르지 못한 예술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제도적 뒷받침은 매우 필요하다.” - 황철호 배우

“그럼에도 제도적 자격은 필요하다. 기준은 반드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이 공존하기 위해선 예술의 권리 보장과 공공기관 참여 등 사회기관의 역할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이는 예술가가 소속된 문화에 중요한 방향성이라 생각한다.” - 김환 시각예술가

“각 예술가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적 자격은 필요하다. 이는 예술가를 규정짓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일례로, 재능 있는 신진 작가가 첫 개인전을 열고자 지원받으려면 최근 3~5년 내의 전시 실적이 서류로 증명되어야 한다. 예술활동증명이 되어 있지 않고 객관적 증명을 소홀히 해서 매년 지원금 선정에서 배제되기도 하고, 중견 작가인데도 예술활동증명 등 시스템 접근이 어려워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임현주 미술작가

▸ 자격의 필요② 자원 배분의 필수 관문

제도적 자격은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공적으로 증명함으로써 공모와 지원사업 참여를 가능하게 하여 예술 활동의 기회를 열어줄 뿐 아니라, 제한된 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기준이자 예술가 자신의 성장과 도전을 촉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특히 장애예술 영역에서는 작품 자체로 온전히 평가받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제도적 틀이 최소한의 활동 조건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며, 개인의 창작을 사회적 소통과 인식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기도 한다.

“제도적 자격은 공모사업 참여와 창작지원금을 받기 위한 필수적인 관문이자 예술가의 노동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장문원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작가들을 발굴하고 단체전을 개최할 때, 이러한 자격은 단체의 전문성을 담보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제도적 자격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작가들의 개인적인 창작 행위가 사회적 가치를 지닌 ‘전시’라는 결과물로 확장되며,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된다. 제도적 틀 안에서의 인정은 고립된 창작을 사회적 활동으로 전환해주며, 파도손과 같은 단체가 예술을 통해 사회적 편견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 이정하 사)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

“지원사업, 협회 활동, 발표와 같은 현실적인 예술 활동 기회들은 대부분 경쟁이라는 절차와 형식을 통해 주어지기 때문에, 제도적 자격과 기준이 오히려 공정성과 평등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개인의 고유한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예술인들에게는 때로 불평등하거나 제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과 기회를 배분해야 하는 지원사업이나 특정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의 경우, 제도적 자격은 최소한의 기준이자 일차적인 평가 척도로 기능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선별을 넘어, 많은 예술인에게 스스로 돌아보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결국 제도적 자격과 경쟁 과정은 예술가에게 단순한 장벽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에 대한 도전 의식을 높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 장성빈 모아빛 앙상블 단원·아트컴퍼니 더굿 대표

“지원사업이나 발표 기회에 많이 참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애예술인’에서 ‘장애’를 빼고 순수하게 작품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제도적으로라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임경식 화가

▸ 자격의 필요③ 기준을 만들되 유연하게

현재의 예술 지원 구조는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여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하지만, 실제 창작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예술적 경로와 역량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기회의 불균형을 낳기도 한다. 특히 장애예술인을 비롯해 비제도권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게 이러한 기준은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하며, 예술의 실질적 가치와 가능성보다 형식적 요건이 우선되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에 따라 변화하는 창작 환경을 반영한 좀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었다.

“현재 많은 지원사업, 협회 활동, 공연 기회는 일정한 제도적 자격을 기준으로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격요건으로 인해 참여 자체가 어려운 경우를 다수 발견했고, 이는 개인의 역량이나 작업의 내용과는 별개로 기회의 불균형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특히 장애예술인의 경우, 제도적 기준의 제한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 그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제도적 자격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예술적 경로와 조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하게 작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고아라 무용수

“예술 활동을 혼자 지속하는 것과 사회적·제도적 지원을 받아서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회적·제도적 인준 기준은 예술 분야별로 유동적이지만, 그 기준의 중심에는 세상의 변화에 대해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큰 원칙이 있기를 바란다. 최근 문학계에서는 출판을 통한 등단도 예술 자격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를 존중하면서 지원 자격을 설정한다면 지원사업에 대한 예술가와 세간의 평가도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 김학중 시인

“창작 활동 경험치를 토대로 개인의 역량과 예술성을 검증받는 것이 지원사업으로 연결되는데, 반드시 사회·제도적 자격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영화의 경우, 공공 지원사업이나 예술 지원사업에는 사회·제도적 자격보다는 실현 가능성과 작품성을 먼저 보는 것이 그 예다.” - 안종일 미디어협동조합 숨 대표

“공식적인 영역에서는 제도적 자격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공이나 활동 경력과 무관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들도 존재하며, 예술 활동 기준은 사회가 인식하는 범위보다 훨씬 넓고 세밀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나 역시 전시를 통해 한 개인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며 내 의식의 변화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고, 비공식적인 창작집단 안에서도 깊이 있는 예술적 경험을 해왔다. 이처럼 사회적 범위와 맥락에 따라 예술 활동에 필요한 제도는 다양하게 달라지며, 제도적 자격은 때로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편의를 위한 분류로 기능하기도 한다. 결국 예술은 제도 이전에 드러나는 하나의 현상이자 아름다움이며, 동시에 알아차림과 지혜의 과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예술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자문하게 한다.” - 이민희 미술작가

그밖에 공정하고 동등한 기회 제공을 위해 수어 통역 등 접근성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원사업과 발표의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기회를 더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제도적 자격을 기준으로 하면 특정한 개인만 반복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으므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실과 제도에 차이가 있다면

예술활동 과정에서 제도적 기준과 현장에서의 실제 경험의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났던 지점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복수 응답 질문에 “예술활동증명이나 자격 심사 과정에서”(58%)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그다음으로 “작품 발표·공연·전시 기회를 얻는 과정에서”(47%), “공모 사업 및 지원금 신청 시”(37%), “장애 특성이 작업보다 먼저 설명되어야 했던 상황에서”(26%) 순으로 많았다. “협회 가입·회원 심의 등 동료 집단의 인정 과정에서”(5%)는 낮게 나왔고,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답변도 16%였다.

  • 예술활동 과정에서 제도적 기준과 현장에서의 차이가 컸던 지점 질문 결과 “예술활동 증명이나 자격 심사 과정에서” 58%, “작품 발표·공연·전시 기회를 얻는 과정에서” 47%, “공모 사업 및 지원금 신청 시” 37%, “장애 특성이 작업보다 먼저 설명되어야 했던 상황에서” 26%,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16%, “협회 가입·회원 심의 등 동료 집단의 인정 과정에서” 0%, “기타” 5%.

▸ 예술활동증명 과정에서

“예술활동증명에 있어 장애 때문에 예술 활동을 폭넓게 선택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과 똑같은 자격 심사요건을 보며 고민이 든다.” - 김상홍 제주장애인 연극단장

“예술활동증명 발급이 2, 3년 전에 비해 굉장히 까다롭다고 느껴졌다. 왜 엄격해졌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연락해 봤지만,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때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 고아라 무용가

“예술활동증명이 프로냐 아마추어냐를 입증하는 증명서가 되는 것 같다. 예술인 ‘자격’ 유지를 위해 갱신하는 과정이 발표와 전시 등의 결과물을 증빙하는 과정이다 보니, 연구와 창작을 위한 수고는 배제되는 부분이 있다.” - 황철호 배우

▸ 작품 발표·공연·전시 과정에서

“다수가 참여하는 공연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비율이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공연 진행이 가능했던 경우가 있다. 이는 형식적 균형을 위한 장치일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작업의 방향이나 구성 방식에 제약으로 작용했다. 또한 예술적 표현을 위한 작업 자체보다 장애 특성이 먼저 설명되어야 하는 상황도 불편했다. 이러한 경험은 예술가로서의 원활한 작업이 아닌, 조건이나 분류가 우선되는 구조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안종일 미디어협동조합 숨 대표

“제도적 요건을 갖춘 작가가 공적 지원을 통해 전시를 열었으나 정작 작품 완성도나 창작의 진정성이 부족해서 실망스러운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반면 지원사업에서는 객관적 요건이 부족해 탈락했지만, 독립적인 전시를 통해 관객과 평론가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경우가 있다. 작가로서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싶지만, 공공 지원 시스템을 이용하기 까다로워 포기하게 된다. 행정이나 지원 시스템 이용에 신경 쓰지 않고 작업에만 전념한다면 더 깊고 확장된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임현주 미술작가

▸ 공모 사업이나 지원금 신청 시

“나처럼 어떤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프리랜서 예술가는, 작품을 할 때마다 제작진이나 창작진이 계속 바뀌고 계약으로 작업한다. 지원사업 입력 시 반드시 어떤 곳에 소속되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다른 창작진의 소속도 작성해야 한다. 창작진이 늘 바뀌는 작업에서는 어려운 부분이다. 함께 작업하는 창작진의 자격까지 파악하는 항목 같다.” - 지혜연 배우

“‘분류와 평가의 방식’에서 제도적 기준과 현장의 실제 경험 사이의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난다고 느꼈다. 갤러리 공모전에서 ‘장애예술’이라는 이유로 가산점과 동시에 편견을 함께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 미팅과 현장에서 만나면 예술가로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다. 예술단체나 작가, 전문가들과의 대화에서는 ‘장애’보다는 전공, 공모 경력, 실제 예술활동 이력 등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대학 진학과 같은 제도적 경로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도 했지만, 내 장애를 작업과 직접 연결해 평가하는 경우는 오히려 많지 않았다. 제도적 기준은 주로 공식적인 분류와 평가를 위한 장치로 작동하며, 전문성과 연결되는 하나의 지표로 활용된다고 느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작가의 작업과 태도, 그리고 소통방식이 더 본질적인 기준으로 작용한다.” - 이민희 미술작가

“그동안 활동하면서 내가 만든 ‘작품’보다 ‘농인’이라는 배경을 먼저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았다. 특히 글과 서류 중심인 심사방식 안에서, 수어와 몸을 중심으로 하는 나의 작업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예술 현장에서는 이미 사람들과 소통하며 검증받은 작업인데, 제도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처음부터 내가 예술가임을 증명하고 설명해야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이 내게는 가장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졌다.” - 우지양 배우·예술가·인권활동가

“활동하기 이전부터 나의 작업에는 신체를 포함한 시각언어가 포함되어 있었고, 보통은 소수자 정체성과 경험을 직접 물어보는 무례는 별로 겪어본 적 없다. 그러나 장애예술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설명(답)을 요구하며, 고생해서 얻은 작업 과정과 노하우 역시 긍정적 선례를 위한 희생이라고 의무를 강요받는 느낌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작업보다는 방법론이나 과정, 장애 당사자가 더 궁금한가 보다.” - 김환 시각예술가

“장애예술가들의 개인적 성과와 무관하게 여전히 사회적 차별의 시선이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나의 작업은 해외에 번역 소개되고 예술적 성취도 높게 평가되었다. 그러나 독자들과 만나는 강의 등을 얻기 위해서 지원할 때면 여전히 장애가 제일 먼저 심사자들에게 고려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경험한다. 예술적 성취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신들과 협업할 때 불편한 점이 없는지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기 때문이다. 비단 예술뿐만 아니라 전문 역량을 갖춘 다른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동료로 협업 파트너로 선정해야 할 때는 항상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시선이 제일 앞에 놓인다. 장애로 인해 자신들이 불편할 일은 없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하는 것은 심사자, 사업 선정자와 같은 권한을 가진 이들의 장애에 대한 편견과 배제의 사고다.” - 김학중 시인

편견 없이, 다름없이

  • 장애예술인이 사회적으로 온전한 ‘예술가’로 인정받기 위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 질문 결과 가로막대형 그래프. “장애예술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 45%, 장애예술인의 법적·제도적 권리 보장“ 20%, ”예술교육 및 예술계 진입 과정에서 비장애 중심 구조와 문턱 완화“ 20%,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의 장애예술인 참여·초청 확대(쿼터제 등)“ 10%, ”장애예술에 대한 비평·해석·담론 기반 확대(평론, 학술 연구 등) 0%

장애예술인이 사회적으로 ‘예술가’로 인정받기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에 대해 “장애예술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45%)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예술교육 및 예술계 진입 과정에서 비장애 중심 구조와 문턱 완화”(20%), “장애예술인의 법적·제도적 권리 보장”(20%),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의 장애예술인 참여·초청 확대”(10%) 순으로 나타났다. “장애예술에 대한 비평·해석·담론 기반 확대(평론, 학술 연구 등)”를 선택한 응답자는 없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장애예술가 주체가 되어 예술가로서 스스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예술적 성취보다는 장애 자체에 매몰되는 편견이 가장 큰 장벽임을 보여준다. 또한 기회의 시작점부터 공정할 수 있도록 구조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 장애예술인의 전문성 판단에서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 질문 결과 가로형 그래프. “장애 경험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낸 독창성(형식, 내용, 작업 방식 등)” 74%, “예술적 숙련도 및 작품의 미학적 성취” 53%, “일정 기간 이상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과 발표 경험(횟수, 경력 등)” 53%, “예술적 실천을 통한 사회적 담론 형성 및 영향력” 42%

장애예술인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데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복수 응답을 허용하여 질문했다. “장애 경험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낸 독창성”(74%)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예술적 숙련도 및 작품의 미학적 성취”(53%)와 “일정 기간 이상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과 발표 경험”(53%)을 꼽았다. “예술적 실천을 통한 사회적 담론 형성 및 영향력”(42%)이 뒤를 이었다.

이 결과는 장애예술 역시 ‘예술’이라는 보편적인 틀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전문성은 단순히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예술을 바라볼 것인지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참여자들은 전문성의 핵심으로 기술보다 고유한 언어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답했고, 그 언어가 온전히 평가받으려면 사회의 시선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예술인의 전문성은 비장애인의 그것에 비교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적 언어와 감각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가가 핵심이다. 더 나아가 장애예술이 우리 사회의 정상성에 질문을 던지고 실천으로 이어질 때, 전문성은 능력 중심의 척도를 넘어 보다 확장된 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정리.프로젝트 궁리 박희연 에디터 teph__y@naver.com, 최순화 PD suna.choe@gmail.com
썸네일.김환 시각예술가

2026년 4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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