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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선언과 인정 사이 예술가의 자격

  • 프로젝트 궁리 
  • 등록일 2026-04-22
  • 조회수 49

이슈

예술가에게 창작 의지와 자부심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인식과 지위를 인정받을 수는 없다. 이처럼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인정은 창작 활동의 매우 중요한 축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과 사회로부터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존재할까. 또한 장애예술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장애예술인 20명에게 예술 활동 과정에서 느낀 경험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함께한 사람들(가나다 순)▶고아라 무용가|김상홍 제주장애인연극단장|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예술단원|김학중 시인|김환 시각예술가|김희량 시각장애인 무용수·모델|백지윤 연극배우|신강수 배우|안종일 미디어협동조합 숨 대표|우지양 배우·예술가·인권활동가|이민희 미술작가|이선영 소설가|이승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단장|이정하 사)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임경식 화가|임현주 미술작가|장성빈 모아빛 앙상블 단원·아트컴퍼니 더굿 대표|지혜연 배우|하지성 연극배우|황철호 배우

① 선언과 인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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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제도와 자격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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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나의 예술가 정체성

이번 설문에 참여한 장애예술인은 연극, 무용, 음악, 전통, 시각·영상,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술가들로 구성했다. 이음온라인에서 인터뷰하거나 필자, 출연자 등으로도 이미 만난 바 있다. 먼저 예술협회 가입이나 예술활동증명과 같은 사회적·제도적 활동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지 물었다. 참여자 중 70%(14명)가 전문적인 예술협회에 가입했으며, 장애예술인 중심 협회에 가입한 경우는 25%(5명), 비장애예술인을 포함한 협회에 가입한 경우는 45%(9명)로 나타났다. 그중 15%(3명)는 두 경우에 모두 가입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참여자의 70%(14명)가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했고, 25%(5명)가 심사를 진행 중이거나 반려받은 경험이 있고, 5%(1명)는 신청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 전문 예술협회 가입 여부 질문 결과 가로막대 그래프. 장애예술인 중심 협회에 가입 25%, 비장애 예술인을 포함한 예술협회에 가입 45%, 어떤 협회에도 가입하지 않음 45%.
  • 예술활동증명 여부 질문 결과 가로막대 그래프. 예술활동증명 완료 70%, 예술활동증명 심사 진행 중 또는 반려 경험 있음 25%, 신청한 적 없음 5%.

선언과 인정 사이

스스로 창작의 주체임을 깨닫는 주관적 각성의 순간과 타인의 시선이나 비평을 통해 존재를 확인받는 객관적 인정의 순간이 개인의 선언 또는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 어떻게 교차하고 엇갈릴까. 언제 자신이 ‘예술가’라고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복수 응답 허용), “예술을 통해 나를 설명할 수 있다고 느꼈을 때”(70%)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창작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60%), “장애 경험이 작업 언어로 연결되기 시작했을 때”(45%), “특정 작업을 통해 내 표현 방식이 생겼다고 느꼈을 때”(35%)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답변으로 “관객이 나의 공연에 만족감을 표하고 인정해 줄 때”, “예술가 정체성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질 때” “나의 창작 씨앗이 된 작업이 사회나 예술계에서 담론과 실천 사례가 될 때” 등이 있었다.

한편, 자신이 예술가로 ‘인정받았다’라고 느꼈던 때는 언제인지 복수 응답을 허용한 질문에, “매체나 평론가로부터 장애가 아닌 작품 활동 그 자체에 대한 비평이나 분석을 받았을 때”(70%)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그다음으로 “창작 활동에 대해 정당한 작업료나 출연료를 지급받았을 때”(55%), “비장애 예술인 또는 주류 예술계로부터 동등한 파트너로서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55%), “국공립 미술관·공연장 등 상징성 있는 전문 예술공간에 공식 초청받았을 때”(40%), “예술활동증명이나 전문 예술협회 정회원 승인 등 사회·제도적 자격을 획득했을 때”(35%), “나의 작업이 사회적 논의나 공적 담론 안에서 의미 있게 다뤄졌다고 느꼈을 때”(30%) 순으로 응답했다. 기타 답변으로 ‘소수자 정체성으로 소비되지 않고 동등하게 초대될 때’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동등한 주체로 존재할 수 있을 때’ 등이 있었다.

  • 그림3: 자신이 ‘예술가’라고 느낄 때 결과 가로막대 그래프. “예술을 통해 나를 설명할 수 있다고 느꼈을 때” 70%, “창작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 60%, “장애 경험이 작업 언어로 연결되기 시작했을 때” 45%, “특정 작업을 통해 내 표현 방식이 생겼다고 느꼈을 때” 30%, “기타” 15%
  • 그림4: 예술가로 인정받았다고 느꼈던 때 결과 가로막대 그래프. “매체나 평론가로부터 장애가 아닌 작품 활동 그 자체에 대한 비평이나 분석을 받았을 때” 70%, “창작 활동에 대해 정당한 작업료나 출연료를 지급받았을 때” 55%, “비장애 예술인 또는 주류 예술계로부터 동등한 파트너로서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 55%, “국공립 미술관·공연장 등 상징성 있는 전문 예술공간에 공식 초청받았을 때” 40%, 예술활동증명이나 전문 예술협회 정회원 승인 등 사회-제도적 자격을 획득했을 때“ 35%, ”나의 작업이 사회적 논의나 공적 담론 안에서 의미 있게 다뤄졌다고 느꼈을 때“ 35%, ”기타“ 15%.

▸ 사이의 인식① 차이가 없거나 크지 않다

그렇다면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과 사회적으로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언뜻 이 둘이 비슷한 의미인 듯 보이지만, 한쪽은 개인의 경험과 감각, 내적 확신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정체성이라면, 다른 한쪽은 제도와 타인의 평가, 공적 기회를 통해 부여되는 위치에 가깝다. 이 차이는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작업을 지속하고 삶을 이어가기 위한 조건과 가능성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이 두 축은 때로는 긴장하고, 때로는 서로를 지지하며, 장애예술의 맥락에서 그 간극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내면의 확신, 자부심, 열정에 조금 더 방점을 두고 있다.

“스스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만 진정한 예술가인가? 내 주변에도 알려지지 않는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다.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열망과 노력만이 진정한 예술가 정신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 김상홍 제주장애인연극단장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예술가의 삶을 선택한 건 자의적인 결정이었고, 노력의 결실이 사회적인 예술가로의 인정으로 이어진다면, 두 가지 모두 경중을 따질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 이선영 소설가

“그림을 그리는 나로서는 장애인이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관람객이 알 수 없기에 오롯이 그림으로만 평가받는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게 회화를 하는 나에겐 장애예술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 임경식 화가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과 속도로 작업하면서 스스로 예술가로 살아가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내 속도보다 빠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차이가 성취에 대한 부담감인 동시에 배움과 경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중립적이다.” - 하지성 연극배우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감각, 그리고 작업을 통해 형성되는 자기 인식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 이는 외부의 평가와 무관하게 지속되는 개인의 내적 확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사회적으로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은 제도나 타인의 평가, 그리고 공적 맥락 안에서 부여되는 위치라고 느낀다. 이는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나의 경우, 청각장애인으로서 비장애 중심의 예술 환경에서 활동해 오며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자주 경험하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작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 고아라 무용가

“스스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유로움 가운데 자아가 확장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예술가로 인정하는 정체성으로 욕구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하며 작업 영역에도 한계를 두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은 제도적 기준에 의해 규정되는데, 해당 분야의 학력, 개인전 등 전시 경력, 수상 경력, 언론과 대중의 반응을 통해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적 안정을 이룰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도 있다.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서로를 지지해 주게 된다. 즉, 예술가로 살아가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예술가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자유로운 예술가로 살아가려면 그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사회적 인정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예술을 하는 데는 내면의 확신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자유와 기쁨은 타인의 인정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임현주 미술작가

▸사이의 인식② 관계 속에서 생기는 의미

예술은 나 자신에게서 시작되지만, 다른 사람들과 만나면서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많은 예술가가 창작이 자신을 이해하고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면서도, 그 작업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결국 ‘나만의 예술’에 머무를 수 있다는 고민을 함께 이야기한다. 그래서 사회적 인정은 단순히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 예술이 누군가에게 닿고 공감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국 예술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의미가 커지고 살아 움직이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차이가 있지 않을까.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누군가는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겐 더 그렇다. 물론 스스로 예술가로 인정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여럿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혹은 인정받고 싶은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것 같다.” - 황철호 배우

“스스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창의성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기 감각과 내면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독립적이고 주관적인 삶을 의미한다. 그러나 작업이 사회나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결국 자기만족에 머무를 수 있다는 고민도 함께 따른다. 나는 예술이 단순한 개인의 표현을 넘어, 타인에게 미적 아름다움과 정서적 감흥을 전달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으로 예술가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평가를 넘어, 자신의 예술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전달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회적 인정을 통해 자긍심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곧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성장을 이끄는 동기부여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예술가로 나아가고자 한다.” - 장성빈 모아빛 앙상블 단원·아트컴퍼니 더굿 대표

“나 자신만 행복한 예술가인가, 아니면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예술가인가, 이런 의미인 것 같다. 나는 전문 예술가로서 열심히 살아가려고 몸부림치지만, 대중이 나의 예술(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그냥 ‘스스로’ ‘나만’ 행복한 예술가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니, 그 행복도 오래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편견 없이 다양한 장르를 폭넓게 다룰 수 있어야 ‘스스로만 예술가’가 아닌 ‘모두가 함께 가는 예술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예술계도 폭넓어질 수 있도록 더 고민해 보아야겠다.” -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예술단원

“예술은 나에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창작 작품을 홀로 읽고 향유하는 일은 다른 맥락에 놓인다. 사회적으로 예술가로 인정받기 위하여 전문성을 갖추려 노력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예술가로 사회적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이유는 이들에게조차 자기의 예술적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장애예술가로 활동하며 예술이, 문학이 나에게 열어준 빛을 기억한다. 예술가는 그 기억으로 살아간다. 다만 그것을 더 널리 공유하기 위해 사회적인 제도를 통과의례로 건넌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인정은 그 본질을 사회적으로 존중받기 위해 예술가가 노력해 얻어내는 과정 중의 열매다.” - 김학중 시인

“처음에 나를 예술가라고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과연 예술가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물론 누군가의 인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술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으로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은 예술을 지속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이승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단장

“창작은 고유한 내면세계를 가시화하여 나와 세계 사이의 능동적인 접경지대를 만드는 자아 탐색의 여정이다. 스스로 구축한 이 세계가 사회적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예술가로서 사적인 목소리가 공동의 가치로 승인받아 세상과 깊게 호흡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같다.” - 이정하 사)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

“내가 아무리 열심히 잘 준비한 작품이라도 아무도 찾아주지 않고, 알아주지 않으면, 혼자 작업한 데서 끝나는 것이다. 그 예술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세상에 나와 드러내야만 예술가로서도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 지혜연 배우

▸사이의 인식③ 동등한 기회의 시작

한편 사회적 인정은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확보하는 수단이고 동등한 참여 기회 문제와 직결된다고 보았다. 특히 기회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열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내적 확신이 예술가의 뿌리라면, 사회적 인정은 그 예술이 맺는 열매이자 다음을 준비하는 거름이다. 제도나 편견을 넘고 간극을 메우기 위해 사회적 기회의 확대가 필요함을 공통으로 역설하고 있다.

“나는 예술가로 살고 있다. 무대에 서고, 전시에 참여하고, 영상을 만들며 나만의 수어와 몸짓으로 예술을 표현하니까.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예술가라고 인정받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조금 망설여진다. 사회적 인정이란 결국 기존의 제도나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예술가는 작품보다 ‘장애’가 먼저 보일 때가 많다. 특히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예술가에게 청인 중심의 예술계는 벽이 높다. 수어와 몸으로 표현하는 나의 언어가 그들에게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나에게 이 차이는 단순히 느낌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는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 우지양 배우·예술가·인권활동가

“스스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은 타인의 선택과 관계없이 자신의 예술 활동을 주체적으로 해나가는 힘을 의미한다. 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프로덕션이나 동료들로부터 함께 작업하자는 제안을 받는, 즉 외부의 선택을 받는 일을 의미한다. 이 둘의 차이는 예술가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주도권이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 있다. 사회적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창작할 힘과 여건이 갖춰져 있다면 예술가는 멈추지 않고 자신의 삶을 예술로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란 선택받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선택받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만의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 신강수 배우

“나 혼자서도 시각을 제외한 감각들을 활용하여 나의 감정과 생각을 몸이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양하게 시도하고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실패와 만족과 해방감을 느끼며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예술 활동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홍보, 매체 노출, 해외 공연 이력, 인지도 높은 비장애 예술가와의 협업 작품에 참여해야 하고, 장애 극복 서사나 희망 메시지, 감동 스토리에 맞추다 보면, 사회가 원하는 장애라는 틀에 갇히게 된다. 외모에서부터 장애가 드러나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공연 기회, 지원사업 참여 기회가 주어지는 것일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 김희량 시각장애인 무용수·모델

“창작 작업 과정 속에서 스스로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단지 그것이 개인의 주장에 그칠 수도 있고, 사회적 참여를 통해 주변의 시선으로 그 반경이 넓혀지는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사회적 예술 참여를 통해 개인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예술인으로의 정체성이 뚜렷해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 안종일 미디어협동조합 숨 대표

“장애예술인의 경우 이동, 교육, 전시 기회 등의 제한이 있어서 활동할 기회가 적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나 배움의 기회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력이 있어도 사회에서 예술가로 인정받기까지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결국 장애예술인에게는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사회의 인정도 그 기회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 백지윤 연극배우

예술가 정체성과 예술가의 자격

예술가로 살아가고 활동하는 데 있어서 사회·제도적 자격은 어떤 의미일까? 예술 활동을 하는 데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칠까? 예술활동증명, 협회 회원 같은 사회·제도적 자격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50%(“매우 그렇다” 20%, “그렇다” 30%)였으며, 중립적인 의견(“보통이다”)이 20%였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도 30%였고, “전혀 그렇지 않다”는 0%였다. 이는 참여자들이 예술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현실적 토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예술가 정체성은 제도와 무관하게 형성될 수 있지만, 사회·제도적 자격은 실제 예술 활동 기회를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한 기반이고, 능력을 증명하는 객관적 요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 가로 100% 막대형 그래프. 매우 그렇다 20%, 그렇다 30%, 보통이다 20%, 그렇지 않다 30%, 전혀 그렇지 않다 0%

▸공정한 기회를 위한 필수 요소

“말 그대로 예술인임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 김지선 바이올리니스트·예술단원

“예술 활동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기준이 있어야 지원, 전시, 교육, 일자리 등 여러 제도 안에서 공정한 기회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 백지윤 연극배우

“창작 활동에는 생각보다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공적 지원을 받거나 협업한다. 그 과정에서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경험, 자격, 검증이 요구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느냐 그렇지 않았냐와 같은 맥락이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이 예술 또한 내가 얼마나 많은 노력과 경험을 통해 성장해 가고 있는지, 또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야 흔들리지 않고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다.” - 이승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단장

▸다양한 창작 기회를 확보하는 실질적 역할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은 자신의 감각과 경험 및 작업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이 규정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제도적 자격은 실제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지원사업 참여, 법적 보호, 경제적 지원, 다양한 창작 기회를 확보하는 데 제도적 자격은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정체성과 자격은 서로 다른 차원의 주제이지만, 예술가로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모두 필요하다.” - 고아라 무용가

“예술가로서의 제도적 자격은 단순히 형식을 넘어 창작 활동을 ‘전문적 노동’으로 공식화하고 사회적 발언권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신뢰 지표다. 또한 공적 지원과 복지 체계 안에 머물 수 있게 함으로써 작가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망이 되어준다. 결국 이러한 자격은 예술가라는 주관적 확신을 세상이 인정하는 객관적 실체로 전환하여, 사회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돕는 발판이 된다.” - 이정하 사)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

“예술은 오랜 시간에 걸친 내적 탐구와 경험, 성취,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해 형성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사회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예술적 노력과 성과를 공적으로 인정받는 방식 중 하나다. 따라서 예술가라는 정체성이 개인의 주관적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의미와 신뢰를 갖추기 위해 일정한 절차와 자격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는 예술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예술가 자신에게도 책임감과 방향성을 부여한다.” - 장성빈 모아빛 앙상블 단원·아트컴퍼니 더굿 대표

“명분과 자존감의 중간 단계로서 사회적 제도 자격이 필요하다. 다만, 일종의 심사 기준에서 이해를 달리하거나 단체의 고유한 특성과 괴리감이 생기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어서 ‘매우 필요하다’라고 보지는 않는다.” - 황철호 배우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기준이어야

“예술가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데는 사회·제도적 자격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척도는 제도가 부여하는 자격이나 증명서가 아니라, 예술가 자신이 예술 활동을 얼마나 꾸준히 지속하고 그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활동증명과 협회 회원 자격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고 창작지원금이나 건강검진 또는 다양한 혜택이 있어 필요성이 보통이라고 생각한다.” - 신강수 배우

“작가이자 창작자로서 스스로 뿌리가 확고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자신의 창작 세계 안에서 자립성과 독자적인 생산성을 갖추며 창작 생활을 이어갈 수 있더라도, 이러한 자격요건의 필요성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느낀다. 사회적 자격의 기준에 따른 카테고리의 교집합과 여집합의 차이는 명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결국 예술가에게는 창작 철학과 작업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 또한 창작자로서 밟아가야 할 하나의 수행 길이며, 창작자의 선택이라고 본다.” - 이민희 미술작가

“예술가 정체성을 판단하는 데 사회적·제도적 자격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스스로 예술을 삶의 중심에 두고 꾸준히 표현한다면, 이미 예술가인 것이다. 예술활동증명이나 협회 회원 자격으로 예술가를 규정짓는 것은 자격을 논한다기보다 지원금, 전시 기회, 법적 보호 등 예술가를 보호하고 지지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회적·제도적 차원의 자격은 최소한의 기준이어야 한다.” - 임현주 미술작가

“어느 정도 사회적·제도적 자격이 있어야 도움받고 작품에 대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나 문턱이 높은 자격들은 예술가로서 의심받는 느낌이 든다. 솔직히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어느 누가 정체성 판단을 할 수 있는지조차도 모르겠다.” - 지혜연 배우

▸제도와 무관하게, 스스로 선택하며

“예술가라는 정체성은 제도와 무관하게 형성될 수 있으며, 사회적·제도적으로 이를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제도는 그 예술가의 예술적 수행 능력이 스스로 예술가 정체성을 지킬 정도로 훈련되어 있는가를 보고 그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예술가도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제도를 통한 통과의례를 거친다.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을 위해서 그 길을 스스로 가는 것이다.” - 김학중 시인

“강의를 다니면서 ‘예술로 돈 벌 생각 없습니다’라고 했었다. 내 재능과 일이 수익과 직결되면 당연하게 좋겠지만, 돈을 벌려고 예술을 선택한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누군가 자격을 증명해 주는 게 아닌, 내가 선택한 삶이고 책임 또한 나에게 있기에 누구를 원망하거나 나약해지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협회나 예술활동증명 역시 누군가와 함께 작업하기 위해 또는 지원사업 신청을 위해 방법적으로 이용할 뿐이다.” - 김환 시각예술가

“예술가라는 정체성은 누군가 정해준 자격증보다는,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는가에서 온다고 믿는다. 내가 끊임없이 다양한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가 나를 예술가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적인 기준이나 제도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것이 곧 예술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 기준이 예술가를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 우지양 배우·예술가·인권활동가

“자격 증명은 지원사업에 공모할 때 정도만 쓰이는 것 같다. 물론 전시 목적으로 도록이나 브로슈어를 만들 때 이력을 기재하지만, 그런 건 형식뿐이고, 모든 건 작품으로만 평가받아야 한다.” - 임경식 화가

“정체성은 나의 삶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지 누구에게 판단되거나 평가받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창작지원금을 받기 위해 예술활동증명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예술인이라면 당당히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 하지성 연극배우

정리.프로젝트 궁리 박희연 에디터 teph__y@naver.com, 최순화 PD suna.choe@gmail.com
썸네일.김학중 시인

2026년 4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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