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할머니의 언어 사전 줄거리
공연 시작.
공연장은 외국 대사들의 대사관절로
오랫동안 사용됐던
잔디가 깔린 마당이 있는 이층집이다.
공연 시작은 마당에서 이루어진다.
관객들은 연극 할머니의 언어 사전
창작 팀의 멤버들인 것처럼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배우인 동과다는 티켓을 나눠주고
귀여운 우크렐레 연주와 함께 관객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할머니의 생애와
언어에 대한 여정을 소개한다.
공연의 구조와 이동 루트를 안내하며
관객들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자 다른
순서로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인터뷰 방.
1층 입구로 들어가면 왼쪽에 작은
방이 있다. 마당이 보이는 창문은
햇빛이 아주 조금이라도 들어오지 않게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이곳은
할머니에 대한 가족들의 인터뷰를 보고
듣는 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안은 뜨거운 여름의 열기에서
벗어난 듯 차분하다.
관객은 이번 연극의 연출이자 대본을
쓴 임진희 작가의 가족 인터뷰 영상을
통해 할머니와의 소통 방식, 표정과
동작, 정서적 거리감을 느껴보게
된다. 할머니는 수어도 구아도
사용하지 않고 움직임, 표정,
목소리로 자신만의 말을 만들고 가족과
소통해 왔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방식에 때론
거리감을 느끼고 때론 깊은 유대를
기억하며이 과정에서 과거의 상처와
감정들도 드러난다.
작가는 점차 언어보다는 존재로서의
할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소리 워크숍
배우 다음과 이번 공연의
프로듀서이자이
장면에서 배우 역할을 하는 해정이
진행하는 소리 워크숍이다.
워크숍은 1층 키친에서 진행된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닌 만지기,
냄새막기,
보기로 소리를 상상하고 탐구한다.
관객들은 벽, 냉장곡, 겉면,
스테인니스 테이블 등을 손으로
만지기,
커피 냄새
막걸리를 눈으로 보기, 그 눈으로 본
걸 입, 몸, 주방 도구를 사용해서
소리로 표현하고 연주하기를 통해
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느끼고 듣는
경험을 하며 할머니가 소리를 어떻게
감각했을지를
체험한다.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청각 장애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듣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소리란 무엇일까?
일상에서 우리는 소리를 어떻게 듣고
있는 것일까에 대해 질문하며 소리
워크숍은 마무리된다.
2층 전시.
1층에서 좁고 단단한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2층 세 개의 공간에서 할머니와
관련한 작은 전시, 무용수 보람의
움직임 공연, 그리고 할머니와
가족들의 언어 소통과 관련한 에피소드
연극이 펼쳐진다.
할머니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방.
할머니의 옷,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고 그것들을 보고 만져보기도 하고
가능하다면 냄새도 맡아보며 할머니의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느껴보고 떠올려
볼 수 있다.
움직인 공연.
움직인 공연은 또 다른 작은 방에서
이루어진다.
1층 인터뷰 방처럼 고요하다.
무용수 보람이 할머니가 되어
움직임으로 할머니가 하셨을 것 같은
일상 속의 말들을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할머니는 표정, 움직임, 목소리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언어를 만들고
사용하셨는데
특히 움직임 언어가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가족들은 기억한다.
할머니의 움직임 언어는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고 한다.
보람은 종이에 적힌 문장을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이때 문장을 관객들에게 보여 주진
않는다.
여기서는 움직임 언어의 정확한 문장을
모르는 건 상관없다.
실제로 할머니의 움직임 언어를
가족들이 다 알지 못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 움직임 언어들을 궁금해하다
보면 아주 조금씩이지만 알게 되지
않을까?
첫 번째 문장은 콩고 콩아 예쁜 옷
바꿔 있고는 바다가서 콧바람 쓸
거야.
두 번째 문장은 아이고 우리 새끼
오늘은 배가 너무 차다.
배야 배야 똥빼야 내 온기가
전해져라.
세 번째 문장은 에이 이집 국수 맛
없어. 역시 내가 뽑은 국수 면발이
최고야.
할머니 에피소드와 관련한 연극.
2층 거실에서이 연극이 이루어진다.
할머니와 가족들간에 언어 소통과
관련해서 실제로 있었던 상황들 중 세
가지를 배우 수화, 원선, 동이
가족들과 할머니 역할이 되어다.
배우들은 할머니가 어떻게 듣고
이해하고 소통했을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 나가기 위해 헤드셋을 쓰고
소리를 차단하기. 입모양만 보고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기.
움직임만으로 소통하기로 할머니와
가족들간에 어떻게 소통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지에 대해 느껴보고자
한다.
이번 연극에서 세 가지 상황들 중
하나를 먼저 소개한다.
이런 상황에서 할머니와 가족들 간의
소통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였을까?
보일러가 고장난 집에서 보일러 수리
기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중국집
베달원이 그릇을 찾으러 온 상황.
할머니는 짜장면이랑 탕수육을 시킨
적이 없다 하시고 중국집 배달어는
배달을 했고 그래서 그릇을 찾으러
왔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쉬는 시간 후에 배우들끼리 워크숍
컨셉의 연극.
1층 거실에서 배우들끼리의 워크쇼
컨셉의 연극이 이루어진다.
무대 오른쪽 가장자리에 악기들이 놓여
있는 테이블이 있다. 쉐이커,
마라카스, 나무스틱, 실로폰, 북,
배우 동률이 등장한다.
마치 악기를 처음 본 아이처럼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악기들을
만져보고 두드려 보고 흔들어 보며
여러 가지 소리들을 만든다. 이때
동률은 서서 악기들을 연주하는데 그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듯한
움직임이 된다.
신나게 연주하던 동률은 관객 몇
명에게도 악기를 건네며 함께
연주하자고 제안한다.
춤을 추듯 신나게 연주하고 있을 때
배우 다이 등장한다.
템버린을 연주하며 마치 템버린과
하나가 되어 춤을 추는 움직이고 그
순간에 빠져 있는듯한 표정으로 동일과
함께 춤을 추듯 연주한다.
면주가 끝나고 하나 둘 모이는 배우
수와 다은 그들은 할머니의 언어,
듣기, 소리, 감각하기에 대해 너무
궁금하지만 풀리지 않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그러면서 기척을
느끼는 청각 장애인,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색깔이 떠오르는 시각
장애인에 대한 사례를 나눈다.
그러한 탐구는 소리와 뇌의 연결.
소리가 귀로 들어가면서 몸 안에서
어떻게 여행하는지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오히려 더 흥미롭게 탐구한다.
워크숍처럼 소리, 듣기, 감각,
할머니의 언어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알아가고자 하는 배우들.
그때 동률의 말.
그런데 할머니도 자신만의 한국어를
쓰신 거잖아요.
그 말에 다른 배우들도 공감한다.
할머니는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며 세상과 소통한 창작자이자 퍼포머였다. 청력이 상실되고 공식수어를 하지 못한 할머니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를 만들었다. 오로지 본인의 소리, 움직임, 표정에 집중한 고유한 언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금,
흩어져 있는 할머니의 조각을 모아 할머니의 언어를 정리해보려 한다. 늘 에너지 있게 온몸으로 말을 건넸던 할머니. 할머니에게 있어 언어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있어 언어란 무엇일까?
이 공연은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의 '언어'를 탐구하는 여정이다. 공식 수어를 배우지 못한 청각장애인이었던 할머니는 소리, 움직임, 표정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낸 일상의 창작자이자 퍼포머였다. 이제 그 기억 속 언어 조각들을 모아, 장애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 세상을 감각하며 언어를 만들고 소통해나갔던 방식 그리고 존재 그 자체에 담겨 있던 언어를 공연 안에서 관객들과 함께 들여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