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호호)
삶이 어디 힘겹기만 하겠는가. 삶이 어디 슬프기만 하겠는가. 삶이 어디 고단하기만 하겠는가. 힘겹고, 슬프고, 고단한 가운데서도 작은 행복에 미소 짓는 게 인생이라 믿는다. 삶이라는 험난한 산을 오르기 위해 내딛는 한걸음이 발판이 되듯. 깨진 항아리 틈새로 희미하게 스며드는 빛 한줄기가 소중하듯.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 방송
을 시작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DJ 호호, 김효진입니다. 은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 방송입니다. 우리 방송은 장애 문학인을 비롯해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소개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허무는 것이 우리 방송의 목적입니다. 저는 노지영 문학 평론가 노평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평 님, 잘 지내셨죠?
○노지영(노평) 네, 잘 지냈습니다.
○김효진(호호)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줄 아셨나요?
○노지영(노평) 언젠가는 받으실 분이라는 건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도둑같이 받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김효진(호호) 저는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열렬히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노벨문학상까지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노지영(노평) 소설 보면 진짜 그날이란 도둑같이 올 수 있으니까 깨어 있으라 하는 표현이 있는데 상이라는 게 이렇게 고사 지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노지영(노평) 정말 도둑같이 오는구나, 생각을 했죠.
○김효진(호호) 더군다나 한국인 최초인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 여성 최초여서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 저는 고은 시인, 황석영 소설가보다 먼저 한강이 수상해서 더 좋습니다.
○노지영(노평) 뭐 그동안 솔직히 문학이라는 장르가 경사가 없었잖아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거의 항상 문학의 종언, 문학의 위기 뭐 이런 담론들 속에서나 이야기되고 있었고 시민 사회 속에서는 문학이 미투 운동이나 표절 문제 같은 사건 속에서나.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화제가 되곤 했었잖아요. 그래서 미디어 산업 속에서 문학이 점차 주변화된 장르가 되고 있다는 감각만 느끼다가 좋은 문학은 이렇게 독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구나. 그리고 문학에 대한 관심이 오래도록 외면받았던 세계를 구원하기도 하는구나. 문학의 가능성을 새삼 다시 느껴서 아주 황홀한 시간입니다.
○김효진(호호) 네. 아직도 황홀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고요. SNS 보면 계속 지금 읽고 있다. 이런 분들이 계속 포스팅하고 있어서 한동안 이 이야기가 계속 가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요.
○노지영(노평) 문학이 언제 이렇게 힙한 적이 있었을까?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또 한편에서는 너무 한강 작가의 책만 팔리고 나머지 작가들은 외면되지 않을까, 또 이런 걱정을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노지영(노평) 그래도 한강 작가가 최근에 읽고 있다는 조해진 소설가나.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노지영(노평) 김혜란 소설가나 이렇게 명명하는 대로 또 사람들이 읽는 목록이 되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리고 책을 찾아서 서점에 갔다가 다른 책을 또 같이 고를 수도 있는 거고 저는 그런 선순환을 좀 기대해 보고요. 혹시 뭐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지 않나요?
○노지영(노평) 저는 그렇지 않았고요. 저 외의 아까 저기 스튜디오에서 사진 찍어주는 이유영 작가랑 좀 이야기를 했었는데, 예전에 한강 작가가 스승님이셨대요.
○김효진(호호) 아. 정말?
○노지영(노평) 그래서 최근 만난 이야기 같은 것도 전해 듣고 그랬었습니다.
○김효진(호호) 저는 오늘 뉴스에서 봤는데 한강 작가의 제자 중에 시각장애인이었는데 사고로 또 지체 장애인까지 된 분이 있대요. 그런데 이분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직접 병문안을 한 것은 물론이고 병원비를 보내주셨다고 하고요. 지금도 연을 이어오고 있다. 본인 실명은 밝히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훈훈한 얘기, 자기가 꼭 좀 알렸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품만 훌륭한 게 아니라 그분 자체가 훌륭하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노지영(노평) 좋은 사람으로부터 좋은 문학이 나온다는 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한강 작가는 어떻게 보면 정말 앙가제의 문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요즘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어렸을 때 처음으로 광주 항쟁에 대한 사진을 본 것으로 그렇게 알려져 있는데.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노지영(노평) 외면할 수 있었음에도 어떤 참혹한 사진들의 잔상에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자기 문학으로 답하고 자신이 부딪히는 가부장제나 뭐 5.18, 4.3 같은 오래된 사건들 앞에서도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자기 언어로 대결을 해 나가잖아요. 그래서 상을 받고 나서의 행보를 봐도 정말 하루하루의 일상을 침착하게 선택하면서 정말 자기 문학을 창조해 가는 그런, 그러면서 세계에 영향을 주는 그런 앙가제를 하고 있다는 생각들이 들어요.
○김효진(호호) 저는 오래전부터 이 작가의 글을 읽으면 그냥 한 번 읽고 말아서는 안 된다. 오래 되새김질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제가 그냥 후루룩 읽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 작가만큼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리고 좀 여기에서 고백하건대 제가 첫 장편 동화 <깡이의 꽃밭>이라고 썼잖아요. 그 주인공 이름이 한강이거든요. (웃음)
○노지영(노평) 아. 또 거기에서 묻어가려는? (웃음)
○김효진(호호) 일부러 한강 작가 이름을 따서 지은 거예요. 그런데 약간 깡다구 있는 아이라고 해서 별명처럼 깡이로 부르게, 그때 이제 이미 한강 작가에 대한 일종의 헌정처럼. 그런데 워낙에 맨부커상 받으면서 유명해져서 묻어가지 않으려고 제가 사람들에게 잘 말하지 않았었어요, 사실은. 그런데 이번을 기회로 굳이 말하지 않을 이유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얹어보았습니다.
○노지영(노평) 그렇군요. 저는 한강 작가가 상을 받고 나서 보여줬던 행보들이 너무 기품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상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을 때도 자기 외의 존재들을 떠올리잖아요. 그래서 자기에게 영감을 주었던 옛 문인들을 떠올리고 기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취약자들을 떠올리고 그래서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냐? 세상을 즐길 게 아니라 더 냉철해져야 한다, 이런 메시지를 우리에게 되돌려주잖아요. 그래서 고통에 민감해하는 것이 작가라는 엄연한 진실을 다시 환기시키는 지점들이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한강 작가가 불판에 타는 고기를 보면서도 고통을 느낀다고 말하는 고통 민감성이.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노지영(노평) 아주 높은 작가로 알려져 있잖아요. 호호 님은 불판에 고기 보면 맛있겠다 생각하시죠? (웃음)
○김효진(호호) 저는 개인적으로 고기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노지영(노평) 그런가요?
○김효진(호호) 그런데 그 정도는 아닌데 이제 늘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제가 장애로 인해서 겪는 고통. 이것에 대해서 너무 내 고통에만 좀 집착하지 않나 라는 반성은 사실은 자주 하는 편이고요. 그런 면에서 한강 작가가 이번 수상 이후에 보인 행보가 더 또 저를 성찰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노지영(노평) 그런 주변의 고통과 계속 직면하는 그런 훈련들 속에서 힘겹게 문학이 나와서 한강의 소설을 읽으면 정말 읽는 우리조차도 너무 감정이 전염되고는 하는데요. 그런 고독한 싸움의 시간들이 시민들에게 온당하게 평가받고 있어서 정말 기뻐요. 저는 한 평론가가 광주와 제주의 사람들. 가부장제 문화에서 고통받은 한국의 여성들도 이번 노벨상의 공동 수상자라는 글을 썼던데요.
○김효진(호호) 저는 소름 돋았어요, 지금.
○노지영(노평) 그래요? 너무 공감하고요. 한강 작가의 글은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의미화한 세계들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는 역사적 믿음을 우리 모두에게 준 것 같아요. 그래서 도 지속적으로 취약자들의 세계를 고민해 왔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의미한 세계들도 그런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주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효진(호호) 다시 한번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면서 우리 모두 의미를 다시 새기는 그런 시간, 좀 오래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노지영(노평) 너무 의미를 말하면 진지충이다, 이렇게 말하는 분위기가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는데.
○김효진(호호) 있기는 하죠.
○노지영(노평) 지금은 조금 의미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습니다.
○김효진(호호) 네. 잠시 공지 사항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은 이음 온라인 콘텐츠 중 하나인데요. 이음 온라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장애 예술 전문 지식 플랫폼입니다. 이음 온라인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더 나은 문화 예술 정보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공연, 전시, 축제 등 문화 예술 소식과 다양한 형식의 예술 관련 콘텐츠를 수어 해설, 음성 해설 등 여러 접근성 정보를 포함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애 예술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포털 사이트에 이음 온라인을 검색해 보세요.
○김효진(호호) 첫 번째 순서는 입니다. 에서 오늘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는 활동지원제도 부정수급 문제입니다. 먼저 활동지원제도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장애인 자립 생활을 지원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예요. 활동 지원제도로 장애인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삶을 비로소 살 수 있게 되었는데요. 지체 장애인 위주로 제도가 설계돼서 시각, 발달 장애인 같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기도 하고요. 또 청각 장애인은 거의 소외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뭐 이동 문제라든가 신변처리 문제와는 또 다른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청각 장애인들도 필요한 측면이 충분히 있거든요. 그런데 설계 자체가 지체 장애인 위주로 되다 보니까 그런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고 또 중증 와상 장애인의 경우는 활동지원사들이 몸이 고되다 보니까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 구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매칭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서비스를 오히려 중증이기 때문에 더 필요한데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런 문제도 있어서 앞으로 이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꽤 많기는 한데 이번 문제는 부정수급 문제였어요.
○노지영(노평)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김효진(호호) 한 시각 장애인분이 안마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으면서 안마원 운영하면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은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또 근로지원서비스라는 게 있거든요. 직장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서비스로 받을 수 있는 것과 근로지원서비스로 받을 수 있는 게 서로 다른데 활동지원사로부터 근로지원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수급이다라고 하면서 감사에 걸린 거죠. 그래서 시에서 5년 치 활동 지원 급여 2억 원을 도로.
○노지영(노평) 반환하라?
○김효진(호호) 반환하라. 환수 조치를 받은 거예요. 그래서 이거에 대한 부담을 느낀 시각 장애인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런 사건이 발생한 거죠.
○노지영(노평) 제가 그 기사를 찾아봤는데요. 돌아가신 시각 장애인 안마사의 나이가 44살이더라고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그가 남긴 유서의 일부에 ‘삶의 희망이 무너졌다. 장애가 있어도 가족을 위해 살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은데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 하니 너무 허무하다.’
○김효진(호호) 청천벽력인 거죠.
○노지영(노평) 그런 구절이 있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언젠가 비마이너에서 장애 해방 열사들을 조명했던 책이죠. <유언을 만난 세계>라는 책을 다시 펼쳐 읽은 느낌을 받았어요. 장애인으로 살기도 쉽지 않은데 회복할 수 없는 범죄자로, 윤리적으로도 타락한 인간으로 사회가 낙인을 찍은 거잖아요.
○김효진(호호) 거기에 경제적인 부담까지 안아야 하니까요. 2억 원을 반환하려면 얼마를 벌어야.
○노지영(노평) 그러니까요.
○김효진(호호) 이게 가능한 액수가 아닌 거죠.
○노지영(노평) 의정부시나 활동지원센터에서 한동안 아무 언급도 없다가 한 번에 취약자에게.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벼락같은 통보를 내린 상황인 거죠.
○김효진(호호) 제대로 된 배경 설명도 듣지 않았다고 하고요. 제도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 문제를 가지고 여러 단위에서 토론을 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장애인 관계 기관, 시설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주무관법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주무관에 의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그런데 이 경우는 너무나 원칙대로만 적용을 해서 부정수급으로 단정을 지어버린 케이스 거죠. 그런데 다른 주무관이었다면 적어도 이렇게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데 어디까지는 되고 어디까지는 되지 않고 이게 사실 명확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이분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두 가지 서비스를 다 받으면 좋겠지만 근로지원서비스라는 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노지영(노평) 1인 사업주에게는.
○김효진(호호) 그렇죠. 안 되는 거죠.
○노지영(노평) 안 되는 거죠?
○김효진(호호) 그래서 이분의 경우에는 활동지원서비스밖에 받을 수 없었고 자기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서비스를 좀 이용했던 것이 부정수급으로 낙인을 찍혔다면 이분은 그러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이런 절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여겨져요.
○노지영(노평)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정부 접근에 있어서도 한계가 너무 많은 편이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잘 모르고 관료적으로 당사자의 삶을.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재단하는 권한이 어떤 사람에게 또 몰려 있다는 것이 또 되게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
○김효진(호호) 그렇죠. 사회복지 관련해서는 사실 담당자, 관련 담당자들이 제가 누누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장애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기초 생활 수급 관련 업무를 하는 분들도 마찬가지고 이렇게 활동지원서비스 관련 업무를 하시는 분들도 장애인의 삶을 모르면 쉽게 그냥 부정수급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대다수의 장애인 이용자들은 특히 시각 장애인이고 안마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나라도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겠다, 이렇게 이야기하시거든요. 그렇다면 현장에서 왜 이렇게밖에 될 수 없는지에 대한 원인을 잘 살펴서 제도를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개인에게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개인을 비난하고 개인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게 과연 옳으냐. 이 문제에 대해서 시각 장애계에서 들고 일어났어요. 그래서 제도가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적용하는 건 문제가 크다. 그리고 활동지원제도 자체가 시각 장애인에게는 근본적으로 불리한 제도인 것에 대해서는 왜 시정하지 않느냐,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노지영(노평) 문제가 안 생길 수는 없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죠.
○노지영(노평) 문제가 설령 생겼다고 해도 그동안 장애인에게 자립 생활을 지원한다고 하면서 허울뿐인 업무 지원을 했던 정부나 지자체, 활동 지원 제공 기관 모두의 문제이지.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 모든 책임이 장애인 당사자 하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안을 좀 세밀하게 바라보고 장애인 당사자에게 정말 필요한 방향으로 활동지원서비스 개편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효진(호호) 그리고 늘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부정 뭐 이런 식으로 개인에게 화살을 돌리면서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려 하지 않는 안이한 태도에 대해서 이번 기회에 좀 명확히 했으면 합니다.
○노지영(노평) 그런 관료적인 태도로서의 관료 용어와 개인에게 책임을 찍는 그런 행위가 어떻게 보면 정말 악의 평범성이라고 할 수 있죠.
○김효진(호호) 그렇죠, 그렇죠. 본인들도 이런 사태까지 벌어질 거라고는 물론 예측하지 못했겠죠. 그렇지만 장애인은 지금도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고 그 제도가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충분히 어떤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 헤아리려는 마음이 우선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노지영(노평) 좀 더 촘촘한 시선들이 필요하겠네요. 거기에서는 문학도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효진(호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요.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었으면 합니다.
○김효진(호호) 이번에는 오늘의 특별한 손님을 모실 차례인데요. 시즌 5, 다섯 번째 특별한 손님은 이선영 작가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어서 오세요.
○이선영(젊은 태양) 안녕하세요?
○김효진(호호) 저희 프로그램에 나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을 보거나 듣고 계시는 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이선영(젊은 태양)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이선영입니다. 호호 님, 노평 님 이런 자리를 통해서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김효진(호호) 자기소개를 부탁드려 볼게요. 그리고 오늘 방송에서 불리고 싶은 닉네임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기 바랄게요.
○이선영(젊은 태양) 네. 조금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 이름은 이선영이고요. 서울에서 태어났고요. 한양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대학원 석사를 마쳤고요. 그다음에 『천 년의 침묵』이라는 책으로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장편 공모전에 당선돼서 소설가가 됐어요. 그리고 제가 지은 책으로는 『보테로 가족의 사랑 약국』, 『지문』, 『못 찾다 꾀꼬리』, 『신의 마지막 아이』, 『그 남자의 소설』 등이 있고 또 오늘 소개해 드릴 『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방송에서 불리고 싶은 이름은 젊은 태양인데요. 제가 정하고 나니까 너무 이름이 강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이렇게 호호 님, 노평 님처럼 예쁜 이름으로 지을걸. 그 이유는 제 영어 이름이 Sun Young이에요. 그래서 약간 장애도 있고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때 지은 예명인데 항상 젊고 건강한 마음으로 태양같이 빛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어쩌면 이번 소설에서 나오는 영광이와 같은 캐릭터 그런 마음에 고등학교 다닐 때 지은, 저 혼자만의 예명입니다.
○김효진(호호) 젊은태양이라고 노래도 있었던 것 같은데.
○노지영(노평) 아이고, 나이 나온다.
○김효진(호호) 대학 가요제.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죄송합니다.(웃음) 반갑고요. 오늘은 올해 7월에 출간된 젊은 태양 님의 장편소설 『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이 작품은 종이책으로 출간되기 전부터 연재 사이트에서 소설 분야 1위를 차지했다고요? 그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것 같은데요.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시죠? 여기 출연하신 분들 중에 작가들 중에 가장.
○노지영(노평) 활발한.
○김효진(호호) 작품이 많은 분이신 것 같아요. 2010년에 첫 장편소설 <천 년의 침묵>을 낸 이후에 2년에 한 번꼴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셨는데요. 소설의 스펙트럼이 정말 넓으세요. 그리고 작년에 출간한 <보테로 가족의 사랑 약국>부터는 그 이전 작품과는 조금 다른 색깔의 소설을 보여주고 계시는데요. 앞서 언급한 소설의 작가의 말에서 ‘인간 내면의 악의에 천착해 왔던 것과 달리 선의의 인물들이 인생에서 얻은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한데요.
○이선영(젊은 태양) 저뿐만 아니라 시간이 변하면 뭐든지 조금씩 변하는 게 세상이잖아요. 그리고 또 사람 사는 모습도 제가 볼 때는 각양각색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세상과 인간을 또 담아내는 게 소설이고 문학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하나의 방향에 치유치는 소설만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다양성을 담고 싶은 욕심으로 여러 방향의 소설 쓰기를 모색해 왔는데 잘해 온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그런데 아무튼 그 맥락에서 『보테로 가족의 사랑 약국』과 『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을 집필했던 것 같고 제가 여태껏 써온 소설들이 일상과 동떨어진 인물 얘기도 했어요. 두 소설, 이전 소설들은. 약간 제 등단작인 『천 년의 침묵』은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리스를 배경으로. 그런데 이 두 작품에는 우리네 사는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거든요. 또 저 개인적으로도 너무 악의에 차고 인간 내면 보이는 그런 이렇게 천착한 인물들을 그려내는 게 어느 순간 작가로서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따뜻한 이야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또 그리고 싶었어요. 약간 쉼표 같은 느낌이라고 그럴까요? 그리고 『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에서는 제 나름대로 성공했는지 모르는데 약간 해학과 코믹 요소를 첨가했어요.
○노지영(노평) 더 성공하신 거예요. 웃으며 봤습니다.
○이선영(젊은 태양) 그전에는 한 번도 해 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염려를 했는데 그래도 리뷰를 좀 읽어보니까 그 부분에 관해서 여러 독자분들이 호응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그래서 사실 해학과 유머러스한 소설을 쓰시는 작가분들을 되게 많이 동경해 왔는데 이렇게 저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소설을 계기로 나도 이런 재미있는 요소로 쓸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어요.
○김효진(호호) 이번 작품을 쓰시면서 본인도 좀 많이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를 받고 하셨어요?
○이선영(젊은 태양) 네, 그랬어요.
○김효진(호호) 역시 치유의 힘이 놀라운 것 같습니다. 『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은 크게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미스코리아 점집의 고리아 여사가 중심축이고요. 나머지 여러 사람들의 삶이 교차되고 있는데 고리아 여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아닌 다중 플롯 구성이잖아요. 다중 플롯 구성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이선영(젊은 태양) 이건 약간 옵니버스 소설 스타일인데.
○김효진(호호) 그렇죠.
○이선영(젊은 태양)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 점집을 중심으로 현대인의 고민과 문제를 아까도 말하듯이 다각면으로 좀 그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게 책 표지에 꼭 주인공같이 고리아 여사와 아기 동자가 나왔는데 리뷰를 읽어 보니까 왜 안 나왔냐, 나중에 나올 줄 알았다 그러더라고요. 주인공같이 전면에 등장을 했는데.
○김효진(호호) 2편 쓰셔야겠네.
(일동 웃음)
○이선영(젊은 태양) 그래서 없는 이유가 독자님들께 궁금증을 드리고 싶었었어요. 그리고 그래서 마지막 에필로그에 고리아와 아기 동자에 대한 운수동 대통로 사람들의 카더라를 에필로그를 그래서 넣은 거예요. 그래서 사실 지금 호호 님 말씀하시듯이 이 책이 잘 되면 『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 2』를 썼으면 좋겠다. 요새는 많이 그래요. 시리즈로 책들이 나오니까.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노지영(노평) 넷플릭스에도 시즌2로 나오고.
○이선영(젊은 태양) 그래서 혼자 김칫국을 마셨던… 쓸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거기에는 고리아 여사와 아기 동자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어떨까.
○김효진(호호) 그렇죠.
○이선영(젊은 태양) 그런 생각을 했는데 떡 줄 독자분들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작가 혼자 김칫국을 마신 거죠. 그렇게 생각했는데 뭐, 아직은 후속편이 불투명한 거죠.
○김효진(호호) 아니요.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거는 성공하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조만간 아마 2편을 쓰실 날이 오지 않을까 싶네요.
○이선영(젊은 태양) 감사합니다.
○노지영(노평) 이 소설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등장하고 그 개별 이야기들이 선의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는 총체적인 세계를 드러내는데요. 개별 인물들이 각자의 문제 속에서 사회의 부적응한 채로 세상과 불화하는 존재잖아요. 그래서 자기의 렌즈로 바라본 타인들의 삶과 계속 비교하면서 그렇게 살 수 있는 존재인데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스치듯이 바라본 그런 타인들을 보면 그분들이 다 점집을 찾아올 만한 어떤 필연적인.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런 각자의 핍진한 사연들이 가득하다는 걸 또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우연하고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일상의 마주침들이 점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나의 연쇄적인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형태잖아요. 그래서 개별 사연들의 얽힘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속성들을 구조화하고 있어서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우리 아까 한강 이야기도 했지만,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어떻게 보면 그 5.18에 참여한 사람들의.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이야기들이 다같이 증언하는 형태잖아요. 점집에 온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들이 그렇게 연쇄되어서 종합적으로 그렇게 울리는 그런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그래서 다중 플롯을 통해서 모두가 조금씩 실패하면서 또 조금씩 모두가 성장하는.
○김효진(호호) 영향을 미치고.
○노지영(노평) 생물로서의 어떤 희망의 세계? 이런 것들이 느껴져서 아주 흥미로웠던 구성이었던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저는 중간, 중간에 계속 언제 나쁜 일이 벌어지나. 그걸 자동적으로 연상하면서 읽었는데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뭔가 풀려가는 이런 게 되게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이선영(젊은 태양) 감사합니다.
○노지영(노평) 그래서 돌봄의 연대체가.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이렇게 이루어지는 듯한 느낌?
○김효진(호호) 맞아요.
○이선영(젊은 태양) 의도했었어요.
○노지영(노평) 아. 그렇겠죠.
○김효진(호호) 성공하셨습니다.
○이선영(젊은 태양) 고맙습니다.
○김효진(호호) 젊은 태양 님이 2012년에 했던 인터뷰 기사가 있었는데요. 그때 말씀하셨던 것처럼 성실하게 소설을 쓰고 계신 것 같아요. 습작하실 때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소설을 썼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수포자였기 때문에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글을 쓰시는 분이 수학을 가르치는 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젊은 태양 님에게 소설이란 뭐길래. 마지막 순간까지 현역 작가이고 싶은지? 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이선영(젊은 태양) 정말 근본적인 질문이신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들한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고요. 뭐 대부분 그렇겠지만 호호 님도 그렇고 노평 님도 그러시겠지만 대부분 저희 같은 사람이 학창 시절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잖아요. 그러면 뭐 백일장 같은 데에서 상도 받고 그랬는데 제가 고등학교 때 이과에서 공부를 했었어요. 그게 있잖아요. 부모님이 장애를 가진 제가 제 힘으로 버티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김효진(호호) 의사나 약사가 되라.
○이선영(젊은 태양) 그렇지. 그런데 공부를 그렇게 잘하지 못해서 의사까지 안 바라고 엄마가 그때도 제 성적을 잘 모르셨나 봐요. 약대를 갔으면 그런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원하셨어요. 그래서 작가가 되기 전에 수학 과외를 했었죠. 그런데 그 경험이 제 등단작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천 년의 침묵』에서 피타고라스를 다룬 거겠죠. 그런데도 아무튼 저는 이상하게 작가와 나는 거리가 먼 남의 나라 이야기 같더라고요. 책을 좋아하고 책날개 사진을 보면 이런 사람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했는데 결국은 작가가 되었고 다행히 현재까지는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고 감사해요.
○김효진(호호) 10권이나 쓰셨는데요. (웃음)
○이선영(젊은 태양) 그러니까요. 그러면서 늘 생각해요, 이제 저도. 왜 이렇게 글을 쓰는 작업이 두 분도 아시다시피 힘겨운 작업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러면서 이번에 한강은 터져서 무슨 거의 중소기업 하나가 이렇게 돌아다닐 정도의 어떤 그런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가분들이 힘드시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이선영(젊은 태양) 그러면 그렇게 어렵게 쓰면서 나는 왜 쓰지? 나는 왜 쓰는가? 끊임없이 자문을 해 보게 되더라고요. 왜 조지 오웰도 그 자문에 의해서 『나는 왜 쓰는가』 책을 냈듯이 그래서 이제 사실 뭐 돈도 안 되고 큰 명예도 없고 어떤 때 보면 이렇게 장편 쓰면 약간 지독히 노동이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럼요.
○이선영(젊은 태양) 저도 이번에 이거 쓰면서 어깨가 너무 아파서 한의원을 한 달을 다녔어요. 그런데 이게 계속 써야 하는 작업이니까. 그래서 도돌이표처럼 스스로 던지는 질문의 해답을 약간 작년에 어렴풋하게 찾았어요. 그러니까 아까 현역 작가로 살고 싶냐는 그 질문에 작년에 토지 문학관에 입주했었는데 거기에서 박경리 선생님이 그대로 옆에 사시던 곳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거기에서 사셨는데 그 마지막까지 육필 원고를 만지시다가 그때 쓰러지셔서 그냥 응급실로 실려 가서 다시는 못 오셨대요. 그냥 돌아가셨다고…
○노지영(노평) 그러고 통영으로 가서 고치신 거죠.
○이선영(젊은 태양) 병원에서 돌아가셨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걸 손자며느리가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박경리 선생님이 보시던 마지막 원고와 펜이 그 상태 그대로 놓여 있더라고요. 그걸 보는 순간 ‘아, 맞다. 나도 이런 마음으로 문학을 입문했구나. 쓰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로구나. 그래서 세상에서 인정을 받든 받지 못하든 나는 그냥 끊임없이 써야겠구나. 그게 작가로서의 소임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늘 겁이 나요. 어느 순간 안 써지는 날이 올 수도 있고 또 쓰지 못하는 날이 올까 봐. 그걸 극복하는 건 미련할 만큼 읽고 쓰는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거죠.
○노지영(노평) 항상 펜을 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얘기를 듣다 보니까 듭니다.
○이선영(젊은 태양) 어떻게 우연히 그 토지 문학관에 가서 권지예 선생님을 뵀어요. 그런데 그 권지예 선생님이 제 심사위원이셨어요. 『천 년의 침묵』 너무 인연이 신기해요.
○김효진(호호) 반가웠겠네요.
○이선영(젊은 태양) 반갑더라고요. 그랬는데 그 연으로 연락이 돼서 며칠 전에도 뵀어요. 그래서 제가 권지예 선생님한테 그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심사위원들이 저를 이렇게 뽑아주셨는데 사실 그러다가 못 쓰시는 분들 많잖아요. 무슨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있는데 내가 권지예 선생님께 그랬어요. “선생님, 그래도 저 선생님들이 뽑아주셨는데 손 놓지 않고 그래도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누가 되지 않았겠죠, 선생님들이 뽑아주신 거에.” 제가 그 말씀을 드렸어요.
○김효진(호호) 『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에는 신혜, 수환, 영희, 곽 영감, 영광, 이런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이 인물들 중에서 작가님 모습이 가장 많이 녹아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노지영(노평) 맞혀보기 할까요?
(일동 웃음)
○이선영(젊은 태양) 아무래도 영광이라는 인물이겠죠. 제가 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장애인에 대한 소설, 장애인이 캐릭터로 나오는 작품은.
○김효진(호호) 그러네요.
○이선영(젊은 태양) 일부러 피한 게 아니라 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
○노지영(노평) 특별히 그러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선영(젊은 태양) 아까도 여담 중에도 했지만, 포괄적으로 보면 문학은 어떤 문제 있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넓은 의미에서는 뭐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정신적인 장애를 가지신 분들도 있고 또 사회에서 밀려난 소외된 계층. 어떻게 보면 그분들도 장애인이라는 사회 약자층하고 다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지영(노평) 인간성의 한 측면을 또 보여주니까.
○이선영(젊은 태양) 네, 그러니까 굳이 내가 장애인을 써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 그림은 포괄적으로 다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은 했거든요. 그래서 의도한 것도 아니고 의식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그랬어요. 그랬는데 이번에 장애인 영광을 그려낼 때는 제 경험이 녹아 있었어요. 영광의 어머니가 아들 이름 지어주기 위해서 김봉수라는 작명인을 찾아간 에피소드가 정말 제 얘기였어요. 김봉수라는 사람이 그렇게 유명했던 작명인이었는데.
○노지영(노평) 실제 이름이?
○이선영(젊은 태양) 네. 있었어요.
○김효진(호호) 저도 알고 있는 사람인데…
○노지영(노평) 정말요? 그렇게 유명해요?
○이선영(젊은 태양)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돌아가셔서 지금은 아마 다른 제자가 하는지 자손이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정말 딱 그랬대요. 제 사주를 내미니까 “얘 불구야." 그러셨대요. 그래서 그걸 그대로 쓴 거예요. 그래서 우리 엄마가 아니라고 빡빡, 엄마는 얼마나 속이 상하셨겠어요.
○김효진(호호) 그럼요.
○이선영(젊은 태양) 아니라고 하니까 무섭게 말을 하더래요. 아니면 앞으로라도 불구가 돼, 그 사람은. 사람의 팔자는 있는 건가? 그래서 애정이 가는 캐릭터였어요.
○김효진(호호) 장애에 대해서는 이제 막 쓰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이선영(젊은 태양) 그렇죠.
○김효진(호호) 그러면 앞으로 쓰실.
○이선영(젊은 태양) 그렇죠.
○김효진(호호) 일이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요? 정말 놓으시면 안 되겠어요. 맞히셨어요, 노평은?
○노지영(노평) 뭘 맞혀요?
○김효진(호호) 영광이 가장 많이 녹아 있는 인물일 거라고.
○노지영(노평) 영광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독자들은 작가님의 생을 당연히 유추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이야기하는 행위라는 것 자체가 자신 속에 담겨 있는 절실한 무언가를 밖으로 쏟아내는 행위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래서 소설이라는 표현 수단을 통해서 자기를 드러내는 과정 속에서 어떤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으셨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 부분들을 읽었는데요. 글 쓰는 자기를 성찰하면서 자기를 새롭게 발견하게도 되잖아요, 작가들은.
○이선영(젊은 태양)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래서 이번 소설의 영광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좀 발견하게 된 모습 같은 게 있을까요?
○이선영(젊은 태양) 제 모습이기도 한데 여기에서는 주식 투자도 하고 그렇기는 했는데 그래도 희망을 갖고 살잖아요. 그리고 또 저는 그렇더라고요. 많이 아까도 뭐 공동체적으로 돕는다. 여기에서도 친구가 나오잖아요.
○노지영(노평) 태춘이?
○이선영(젊은 태양) 네, 그런데 저도 그런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통해서 장애인들이 만약에 제 소설을 읽으신다면 세상이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 거기에 나중에 귀인이 나오잖아요. 이분도 귀인이었고 저분도 귀인이었다. 분명히 장애인들이 살아나가는데 어렵고 차별도 받고 불평 등도 분명히 있죠, 사회에서. 그런데 또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닌가. 그걸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꼭 장애인뿐만 아니라 소외된 분들도 그렇고.
○노지영(노평) 귀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효진(호호) 이미 귀인이세요.
○노지영(노평) 귀신 귀 자 아니겠지?
○김효진(호호) 저희 엄마가 어렸을 때 그런 사주 보는 걸 되게 좋아하셨는데 제 사주에도 늘 귀인이 있다고 그랬거든요. 노평도 귀인 중의 하나예요.
○이선영(젊은 태양) 장애인들은 살면서 만약에 조금 어려운 일이 있으면 옆에서 길을 지나가시는 분들도 도와주시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기도 하고 우리의 경험에 대해서 말하기 힘들어요. 왜냐하면,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데 말하지 않아도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제 삶에 늘 있었어요.
○이선영(젊은 태양) 아. 행복하셨겠어요, 호호 님.
○노지영(노평) 아까 우리가 팔자 얘기했는데 팔자가 좀 좋으셨던 것 같습니다.
○김효진(호호) 그런가 봐요. 특히 딸 신혜와 엄마 순정 씨가 화해하는 장면이 마음에 오래 남았는데요. 젊은 태양 님의 이번 소설은 여러 인물이 상처를 치유해 가는 성장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태양 님의 어머님은 여든 중반의 고령에도 책 읽기를 즐기세요? 어머니는 어떤 존재이셨는지, 어떤 존재이신지 궁금합니다.
○이선영(젊은 태양) 저보다도 더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책을.
○노지영(노평) 대단하시다.
○이선영(젊은 태양) 그래서 저한테 이렇게 문학적 재능이 만약에 조금이라도 있는 거라면 그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김효진(호호) 너무 겸손하세요.
○이선영(젊은 태양)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작가인 저한테는 현재로서는 가장 큰 지원군인 동시에 제가 쓴 소설에 살짝살짝 쓴소리도 해 주세요.
○노지영(노평) 이번 소설에는 어떤 쓴소리를?
○이선영(젊은 태양) 그러니까 왜 제가 여태까지 조금 어둡고 묵직한 소설을 썼잖아요. 그러니까 가볍게 읽었는데 다른 사람은 장애인 이 영광의 이야기를 듣고 뭐 슬프거나 그러지는 않았나 봐요. 그런데 엄마는 우셨다고 그러더라고요. 엄마는 뭔가 생각이 있으셔서.
○김효진(호호) 그렇죠. 감정 이입이 되는 거지.
○이선영(젊은 태양) 그리고 엄마가 저를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업고 학교를 다니셨고 또 그럴 때는 또 놀림도 많이 받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럼요.
○이선영(젊은 태양) 그래서 여기는 빙신, 찐따라고 하는데 저희 집에서는 왜 병신이 꼭 그 몸이 불편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냥 비속어로도 쓰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이선영(젊은 태양) 그런데 저희 집에서는 그게 금기어예요.
○김효진(호호) 금기어.
○이선영(젊은 태양) 절대 형제간에도 함부로 남한테 그 말을 안 했어요. 그러니까 그런 엄마의 어떤 그런 게 있었죠. 그래서 그러면서 당신 딸인 제가 쓴 소설이 잘되기를 기도하세요. 부모 마음이 똑같죠, 뭐. 저는 또 아까 신혜랑 신혜 엄마랑 화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도 소설 작업이 안 풀리거나 책이 잘 안 나가면 엄마한테 괜히 신경질을 부리는 거예요. 예민해져 있으면.
○김효진(호호) 그럼요.
○이선영(젊은 태양) 그러다가도 엄마가 화해하고 제 마음을 많이 이해해 주시고. 그런데 지금은 거의 구십이 다 되셨어요. 이거 할 때만 해도 80대 중반, 그 말 쓸 때만 해도 그랬는데. 엄마가 학창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으셨대요. 그리고 약간 글쓰기의 재능도 있으셨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거의 구십을 바라보는 연세인데 그 시절에는 여성들이 무학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저희 엄마는 그거에 비하면 고학력인 편이셨어요. 그래서 동네 연애편지 대필을 엄청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엄마가 기대하고 막 그런 거에는 제가 소설가로서 작가로서 늘 못 미치는 게 죄송하죠. 조금 더 잘하면 좋겠는데.
○김효진(호호) 아이, 앞으로도.○이선영(젊은 태양) 네. 열심히 해야죠.○김효진(호호) 많은 날이 남아 있는데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여든 중반의 고령에도 책 읽기를 즐기는 어머니라는 독자와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 다른 세대에 대한 공감의 진폭이 작가님이 되게 넓으시잖아요. 과경감에 대해서도 일면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가 혐오 발언을 할 만한 어떤 이질적인 세대처럼.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도 과경감의 서사 같은 것들을 풀어내는 걸 보면 이전 세대를 성실히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경외의 마음 같은 것들이 또 어머니를 통해서 형성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선영(젊은 태양) 그러기도 하죠. 열심히들 사셨잖아요.
○김효진(호호) 어머니 자서전 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노지영(노평) 연애편지 형식으로.
○김효진(호호) 직접 쓰셔도 좋고 구술하셔도 좋고. 뭐 요즘 소량 출판도 많으니까.
○노지영(노평) 아니면 편지 형식으로 따님하고 같이 대화하는 형식의 그런 글들 많이 나오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이선영(젊은 태양) 아이디어를 주시네요. (웃음)
○김효진(호호) 장애인 작가 중에 그런 장르는 없었거든요. 정말 강추합니다.
○이선영(젊은 태양) 고맙습니다.
○김효진(호호) 왜냐하면 장애의 개념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부모님들이 굉장히 헌신적으로 우리를 돌보기는 하셨지만, 또 약간 자선과 동정의 시각이 있으시잖아요.
○이선영(젊은 태양) 그렇죠.
○김효진(호호) 그런데 또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그다음에 또 우리는 거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서 우리의 권리를 성취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것에 대해서 좀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그런 것도 저는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이선영(젊은 태양)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걸.
○김효진(호호) 기획을 한번 해 보세요.
○노지영(노평) 가족이라는 공간이 사회와의 불화에 있어서 어떻게 문제 해결을 해나가는지를.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훈련해 가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럼요. 그 기회가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노지영(노평) 그 안에서의 대화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확장해 갔는지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글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선영(젊은 태양) 두 분이 막.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이미 이제 기획 하나 나왔어요.
○이선영(젊은 태양) 그러게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김효진(호호) 벌써 1부 마칠 시간이 되었어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았는데요. 아쉽지만 2부에서 나머지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어떠셨는지요? 을 보고 듣는 분들께 1부 마치면서 인사 부탁드릴게요.
○이선영(젊은 태양)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두 분이 노평 님 하고 호호 님이 편안하게 해 주셔서 이 말 저 말을 갖다가 많이 했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또 2부에서 나머지 이야기 열심히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효진(호호) 감사합니다. 그러면 2부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노지영(노평) 제발. (웃음)
[시즌5 제5회_이선영 작가편(1부) 프로그램 소개]
마지막 순간까지 현역 작가이고 싶은 이선영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장애문학인으로서 창작활동 이야기, 삶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실래요?
○ A의 모든 세상
매월 장애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5회의 주제는 ‘활동 지원 제도 부정 수급 문제’입니다.
○ A의 특별한 손님 | 이선영 작가
이선영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천 년의 침묵』으로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을 받았고 지은 책으로 『보테로 가족의 사랑 약국』, 『지문』, 『못찾겠다 꾀꼬리』, 『신의 마지막 아이』, 『그 남자의 소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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