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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 미술작가

인터뷰 기도하면서 작업하는 사람

  • 김효나 창작그룹 밝은방
  • 등록일 2021-08-25
  • 조회수1837

인터뷰

박범 미술작가

기도하면서 작업하는 사람

김효나 창작그룹 밝은방

그는 기도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도하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기도한다. 직장에 나가 일을 하면서도 기도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기도하며, 퇴근하는 지하철에서도 기도한다.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방에서 유튜브를 보며 휴식을 취하면서도, 또 자신의 블로그에 그날의 기도문을 정리하면서도 기도를 하는 작가 박범.

  • 2021. 1. 9. 법화경님, 제가 당신께 모든 고통들과 모든 재미없음을 드려요!
  • 2021. 1.17. 성녀 딤프나시여, 제가 바보가 아니게 해주세요!
  • 2006. 5.28. 하느님, 제가 다른 우주를 보고 있는 느낌이게 해주세요!
  • 2007. 7. 8. 가장 아름다운 존재의 눈이시여, 가장 아름다운 기도문의 소원들이 다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솔직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그는 매 순간 자신에게 필요한 ‘그것’을 ‘기도’라는 형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발화하고 이를 기록한다. 9월 22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에서는 그가 지난 2005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해온 방대한 분량의 기도문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무려 16년 치의 기도문을 선보이고 있다. 어떻게 해서 블로그에 기도문을 쓰게 되었나?

기도를 한 지는 약 30년 정도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약을 먹기 시작하였는데, 기도하면 좀 호전될까 하여 20살부터 기도를 하였다. 처음엔 머릿속으로만 하다가, 내가 한 기도를 잊어버리지 않고, 저장해두고 싶어서 블로그에 기록하게 되었다. 과거에 내가 쓴 기도문들을 읽으면서 병의 경과나 흐름을 파악하곤 하는데 예전에 비해 내 상태나 생활이 정말 많이 나아진 걸 확인한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생각이 긍정적인 쪽으로 조금씩 변화한다. 기도란 재물과 마찬가지로 티끌 모아 태산이라,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것 같다.

‘하느님! 제게 공짜를 좀 주세요!’ ‘법화경님들이시여! 제가 당신들께 과거가 바뀜을 드려요!’ ‘거룩한 로사리오의 여왕이시여! 제가 이 고비를 잘 넘기게 해주세요!’ 등 종교의 경계 없이 다양한 신의 이름을 부르고, 간결하고 구체적인 문장으로 자신의 소원을 바라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 어머니께서도 가톨릭이면 가톨릭, 불교면 불교, 하나만 해야지 그러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어느 구름에 비 들어있을지 모른다고, 누구에게 기도하면 병이 좀 더 호전될까 하여 온갖 신과 성인에게 기도를 하는 것이지 결코 신앙심이 깊어서가 아니다(웃음). 그래도 30년 정도 기도를 해왔으니 상황마다 부르는 신이 다른데, 평소에는 성모님에게 기도를 드리고, 좀 더 직접적으로 일대일로 말해야 할 때, 즉 응급상황일 때는 하느님에게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좀 살만해지면 복을 좀 주십사 법화경님에게 기도를 드리고, 정신장애에 관하여 도움을 청할 때는 성녀 딤프나시에게 기도를 드린다.
기도가 짧은 건 다른 이유는 없고 기억력이 나빠서이다. 직장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커피를 내리거나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 기도가 생각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상황에서는 바로 메모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속으로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쪽지에 메모하고, 퇴근하면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린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기도를 하나? 혹시 인터뷰하는 지금도 기도하는 중인가?

그렇다. 지금도 기도를 하고 있다. 지금처럼 여러 가지를 기억해서 말을 잘해야 하는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가장 똑똑한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을 부르며 기도를 한다. ‘그 1등 일본인아! 가르쳐줘!’ 하는 식이다. 어머니뿐 아니라 주치의 선생님은 이렇게 항상 기도하는 것이 집착이고 강박이라고 말한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내가 기도에 욕심을 부리는 것은 맞다. 기도도 욕심이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것 같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셨다고 한다. 모든 고통의 이유는 욕심이라고.

기도할 때 고통스러운가?

기도하는 행위 자체는 고통스럽지 않다. 기도도 많이 하면 체력이 달리는데 머릿속에서 큰소리로 외치지 말고 조근조근 속삭이면 된다. 고통스러운 건 기도하면서 소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기도 중에 가장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기도가 있나?

십 년 전에 만든 기도인데 내용은 이런 식이다.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들께 그것들을 드려요!’ 제가 묘법연화경 책에게 마음속으로 드리고 싶은 것을 공양하는 기도인데, 이 기도가 효과가 좋은 것 같다. 기도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좋은 일이 생긴다. 최근에도 이 기도를 많이 드리고 있다.

  • 2011. 4.10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께 이다음 칭찬을 드려요!
  • 2011. 8.18 그 묘법연화경 책들이시여! 제가 당신들께 개그들을 잘할 칭찬들과 공양물들을 드려요!
  • 2012. 3. 2 그 묘법연화경 책들이시여! 제가 당신들께 제 짐인 죄들이 최대한 없어질 칭찬들과 공양물들을 드려요!
  • 2012. 5.11 그 제가 지금 새로 만은 묘법연화경 책들이시여! 제가 당신들께 제가 지금 새로 만든 제 몸들을 소신공양으로 드려요!
  • 2013.11.26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께 그 존재들을 초심을 묵상하게 해주십사고 그렇게 드려요!
  • 2013.12.24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께 그 존재들을 과거를 바꿔 주십사고 그렇게 드려요!
  • 2014. 3.25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께 그 존재들을 제가 죄인의 회개와 인류의 평화를 위한 묵주의 신비를 묵상하게 해주십사고 그렇게 드려요!
  • 2014. 5.19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께 그 존재들을 제가 훔치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사파하를 묵상하게 해주십사고 그렇게 드려요!

2005년부터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도 ‘묘법연화경’이다. 묘법연화경을 매일 읽고 필사도 열심히 하며 묘법연화경 로고까지 만드셨는데, 다양한 불교 경전 중에서 특히 묘법연화경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단순하다. 복을 받고 싶어서다. 묘법연화경은 사람들을 구하는 좋은 경전이다.

복을 받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돈도 많이 벌고, 약도 그만 먹고, 더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이다.

정말 솔직하고 명확하다. 평소에 콜라주, 드로잉 등 미술 작업도 하는데 <나는 영원한 2등> <잠자면 망한다> <난 영원히 지옥에 있다> <고통밖에 난 몰라>와 같이 일상의 불안, 초조함, 괴로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볼펜 부속품이나 빨대, 클립, 비닐봉지, 심지어 발치한 이빨까지, 흔히 버려지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돈 주고 재료를 살 만큼 열정은 없고(웃음) 버리는 것 중에 예쁘게 생긴 것을 골라 작업하는 것이다. 발치한 이빨 같은 경우는 사랑니를 뽑았는데 버리기가 아까웠다. 남이 안 한 것 해보기를 좋아한다.

이빨 네 개를 가운데 배치하고 ‘감사’와 ‘구걸’이라 쓴 이 콜라주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사랑니 네 개로 무얼 할까 하다가 균형을 맞추어 붙이다 보니까 십자가 비슷한 모양이 나왔다. 그리고 내가 매일 하는 기도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기도도 일종의 구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기도하면 기적과도 같이 소원이 이루어지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라고 썼다.

  • <묘법연화경 로고>, 2012, 종이에 혼합재료, 297x210mm

  • <나의 한계>, 2012, 종이에 혼합재료, 297x210mm

  • <잠자면 망한다>, 2011, 종이에 펜과 크레용, 297x210mm

이번 전시에서 박범 작가의 작품을 본 관객들은 ‘내면의 목소리가 그대로 쏟아진 느낌’이며 솔직하다 못해 ‘도발적’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자기 안에 감춰두고 망각하는 원초적인 생각과 욕망을 거침없이 발화하신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 솔직함이 탈이 되곤 한다. 직장 동료들은 제가 너무 솔직해서 가끔 깜짝깜짝 놀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는 솔직한 건 좋은데 집안 망신은 시키지 말라고 말씀하신다(웃음). 저도 가족에게 탈이 되지 않으려고 블로그에 올린 글이나 사진들을 가끔 검열하고 삭제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직장에서 커피를 만들 때나 미술작품을 만들 때나 항상 기도한다. 주변에선 내 기도가 지나치다고 하지만 기도는 내 모든 영감의 원천이고,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도하며 살고 싶고, 죽은 후에도 기도하면서 작업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 <비단벌레>, 2010, 종이에 혼합재료, 210x297mm

  • <나비와 내 이빨>, 2010, 종이에 혼합재료, 297x210mm

박범

비영리예술단체 ‘로사이드’의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희망에 대한 잡담> <나는 라거벨트를 알지만 라거벨트는 나를 알지 못한다> 등의 영상을 공동 창작하였고, 《다른 그리고 특별한》(2012), 《미약한, 미약하지 않은》(2016)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현재는 바리스타로 근무하며 짧은 텍스트를 결합한 콜라주 위주로 작업하고 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에 참여하였다.
블로그 ‘묘법연화경’ 바로가기

김효나

소설가이자 창작그룹 ‘밝은방’의 공동대표이다. 병이나 장애의 증상으로 인식되어 버려지고 금지되는 창작물과 그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2008년부터 발달장애 및 정신장애 창작자와 교류하며 그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일을 하였다. 소설집 『2인용 독백』(2017), 『초와 그녀』(2021)를 썼고,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2021) 등 다수의 전시와 출판물을 기획하였다.
enter2hn@hotmail.com
밝은방 홈페이지 바로가기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작품사진 제공. 필자

2021년 9월 (23호)

상세내용

인터뷰

박범 미술작가

기도하면서 작업하는 사람

김효나 창작그룹 밝은방

그는 기도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도하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기도한다. 직장에 나가 일을 하면서도 기도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기도하며, 퇴근하는 지하철에서도 기도한다.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방에서 유튜브를 보며 휴식을 취하면서도, 또 자신의 블로그에 그날의 기도문을 정리하면서도 기도를 하는 작가 박범.

  • 2021. 1. 9. 법화경님, 제가 당신께 모든 고통들과 모든 재미없음을 드려요!
  • 2021. 1.17. 성녀 딤프나시여, 제가 바보가 아니게 해주세요!
  • 2006. 5.28. 하느님, 제가 다른 우주를 보고 있는 느낌이게 해주세요!
  • 2007. 7. 8. 가장 아름다운 존재의 눈이시여, 가장 아름다운 기도문의 소원들이 다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솔직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그는 매 순간 자신에게 필요한 ‘그것’을 ‘기도’라는 형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발화하고 이를 기록한다. 9월 22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에서는 그가 지난 2005년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해온 방대한 분량의 기도문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무려 16년 치의 기도문을 선보이고 있다. 어떻게 해서 블로그에 기도문을 쓰게 되었나?

기도를 한 지는 약 30년 정도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약을 먹기 시작하였는데, 기도하면 좀 호전될까 하여 20살부터 기도를 하였다. 처음엔 머릿속으로만 하다가, 내가 한 기도를 잊어버리지 않고, 저장해두고 싶어서 블로그에 기록하게 되었다. 과거에 내가 쓴 기도문들을 읽으면서 병의 경과나 흐름을 파악하곤 하는데 예전에 비해 내 상태나 생활이 정말 많이 나아진 걸 확인한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생각이 긍정적인 쪽으로 조금씩 변화한다. 기도란 재물과 마찬가지로 티끌 모아 태산이라,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것 같다.

‘하느님! 제게 공짜를 좀 주세요!’ ‘법화경님들이시여! 제가 당신들께 과거가 바뀜을 드려요!’ ‘거룩한 로사리오의 여왕이시여! 제가 이 고비를 잘 넘기게 해주세요!’ 등 종교의 경계 없이 다양한 신의 이름을 부르고, 간결하고 구체적인 문장으로 자신의 소원을 바라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 어머니께서도 가톨릭이면 가톨릭, 불교면 불교, 하나만 해야지 그러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어느 구름에 비 들어있을지 모른다고, 누구에게 기도하면 병이 좀 더 호전될까 하여 온갖 신과 성인에게 기도를 하는 것이지 결코 신앙심이 깊어서가 아니다(웃음). 그래도 30년 정도 기도를 해왔으니 상황마다 부르는 신이 다른데, 평소에는 성모님에게 기도를 드리고, 좀 더 직접적으로 일대일로 말해야 할 때, 즉 응급상황일 때는 하느님에게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좀 살만해지면 복을 좀 주십사 법화경님에게 기도를 드리고, 정신장애에 관하여 도움을 청할 때는 성녀 딤프나시에게 기도를 드린다.
기도가 짧은 건 다른 이유는 없고 기억력이 나빠서이다. 직장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커피를 내리거나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 기도가 생각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상황에서는 바로 메모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속으로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쪽지에 메모하고, 퇴근하면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린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기도를 하나? 혹시 인터뷰하는 지금도 기도하는 중인가?

그렇다. 지금도 기도를 하고 있다. 지금처럼 여러 가지를 기억해서 말을 잘해야 하는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가장 똑똑한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을 부르며 기도를 한다. ‘그 1등 일본인아! 가르쳐줘!’ 하는 식이다. 어머니뿐 아니라 주치의 선생님은 이렇게 항상 기도하는 것이 집착이고 강박이라고 말한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내가 기도에 욕심을 부리는 것은 맞다. 기도도 욕심이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것 같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셨다고 한다. 모든 고통의 이유는 욕심이라고.

기도할 때 고통스러운가?

기도하는 행위 자체는 고통스럽지 않다. 기도도 많이 하면 체력이 달리는데 머릿속에서 큰소리로 외치지 말고 조근조근 속삭이면 된다. 고통스러운 건 기도하면서 소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기도 중에 가장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기도가 있나?

십 년 전에 만든 기도인데 내용은 이런 식이다.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들께 그것들을 드려요!’ 제가 묘법연화경 책에게 마음속으로 드리고 싶은 것을 공양하는 기도인데, 이 기도가 효과가 좋은 것 같다. 기도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좋은 일이 생긴다. 최근에도 이 기도를 많이 드리고 있다.

  • 2011. 4.10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께 이다음 칭찬을 드려요!
  • 2011. 8.18 그 묘법연화경 책들이시여! 제가 당신들께 개그들을 잘할 칭찬들과 공양물들을 드려요!
  • 2012. 3. 2 그 묘법연화경 책들이시여! 제가 당신들께 제 짐인 죄들이 최대한 없어질 칭찬들과 공양물들을 드려요!
  • 2012. 5.11 그 제가 지금 새로 만은 묘법연화경 책들이시여! 제가 당신들께 제가 지금 새로 만든 제 몸들을 소신공양으로 드려요!
  • 2013.11.26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께 그 존재들을 초심을 묵상하게 해주십사고 그렇게 드려요!
  • 2013.12.24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께 그 존재들을 과거를 바꿔 주십사고 그렇게 드려요!
  • 2014. 3.25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께 그 존재들을 제가 죄인의 회개와 인류의 평화를 위한 묵주의 신비를 묵상하게 해주십사고 그렇게 드려요!
  • 2014. 5.19 그 묘법연화경 책이시여! 제가 당신께 그 존재들을 제가 훔치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사파하를 묵상하게 해주십사고 그렇게 드려요!

2005년부터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도 ‘묘법연화경’이다. 묘법연화경을 매일 읽고 필사도 열심히 하며 묘법연화경 로고까지 만드셨는데, 다양한 불교 경전 중에서 특히 묘법연화경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단순하다. 복을 받고 싶어서다. 묘법연화경은 사람들을 구하는 좋은 경전이다.

복을 받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돈도 많이 벌고, 약도 그만 먹고, 더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이다.

정말 솔직하고 명확하다. 평소에 콜라주, 드로잉 등 미술 작업도 하는데 <나는 영원한 2등> <잠자면 망한다> <난 영원히 지옥에 있다> <고통밖에 난 몰라>와 같이 일상의 불안, 초조함, 괴로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볼펜 부속품이나 빨대, 클립, 비닐봉지, 심지어 발치한 이빨까지, 흔히 버려지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돈 주고 재료를 살 만큼 열정은 없고(웃음) 버리는 것 중에 예쁘게 생긴 것을 골라 작업하는 것이다. 발치한 이빨 같은 경우는 사랑니를 뽑았는데 버리기가 아까웠다. 남이 안 한 것 해보기를 좋아한다.

이빨 네 개를 가운데 배치하고 ‘감사’와 ‘구걸’이라 쓴 이 콜라주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사랑니 네 개로 무얼 할까 하다가 균형을 맞추어 붙이다 보니까 십자가 비슷한 모양이 나왔다. 그리고 내가 매일 하는 기도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기도도 일종의 구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기도하면 기적과도 같이 소원이 이루어지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라고 썼다.

  • <묘법연화경 로고>, 2012, 종이에 혼합재료, 297x210mm

  • <나의 한계>, 2012, 종이에 혼합재료, 297x210mm

  • <잠자면 망한다>, 2011, 종이에 펜과 크레용, 297x210mm

이번 전시에서 박범 작가의 작품을 본 관객들은 ‘내면의 목소리가 그대로 쏟아진 느낌’이며 솔직하다 못해 ‘도발적’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자기 안에 감춰두고 망각하는 원초적인 생각과 욕망을 거침없이 발화하신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 솔직함이 탈이 되곤 한다. 직장 동료들은 제가 너무 솔직해서 가끔 깜짝깜짝 놀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어머니께서는 솔직한 건 좋은데 집안 망신은 시키지 말라고 말씀하신다(웃음). 저도 가족에게 탈이 되지 않으려고 블로그에 올린 글이나 사진들을 가끔 검열하고 삭제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직장에서 커피를 만들 때나 미술작품을 만들 때나 항상 기도한다. 주변에선 내 기도가 지나치다고 하지만 기도는 내 모든 영감의 원천이고,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적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도하며 살고 싶고, 죽은 후에도 기도하면서 작업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 <비단벌레>, 2010, 종이에 혼합재료, 210x297mm

  • <나비와 내 이빨>, 2010, 종이에 혼합재료, 297x210mm

박범

비영리예술단체 ‘로사이드’의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희망에 대한 잡담> <나는 라거벨트를 알지만 라거벨트는 나를 알지 못한다> 등의 영상을 공동 창작하였고, 《다른 그리고 특별한》(2012), 《미약한, 미약하지 않은》(2016)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현재는 바리스타로 근무하며 짧은 텍스트를 결합한 콜라주 위주로 작업하고 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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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나

소설가이자 창작그룹 ‘밝은방’의 공동대표이다. 병이나 장애의 증상으로 인식되어 버려지고 금지되는 창작물과 그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2008년부터 발달장애 및 정신장애 창작자와 교류하며 그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일을 하였다. 소설집 『2인용 독백』(2017), 『초와 그녀』(2021)를 썼고,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2021) 등 다수의 전시와 출판물을 기획하였다.
enter2h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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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infebruary14@naver.com
작품사진 제공. 필자

2021년 9월 (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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