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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춤추는 허리 서지원 연출, 이진희 사무국장

인터뷰 예술, 인권, 정치의 팽팽한 긴장

  • 김소연 연극평론가
  • 등록일 2018-11-28
  • 조회수463

인터뷰

극단 춤추는 허리 서지원 연출, 이진희 사무국장

예술, 인권, 정치의 팽팽한 긴장

김소연 연극평론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전시 중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1층 전시실. 발표자들과 관객들이 장애인 독립 주거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시설 폐지 등 쟁점이 오가고 있지만, 토론회는 아니다.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의 퍼포먼스 <숏컷>이 공연 중이다. 퍼포먼스 <숏컷>은 이소윤의 렉처퍼포먼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목처럼 짧은 머리를 한 이소윤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시설에서의 경험과 독립 주거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숏컷’은, 서로 다른 이 두 경험이 어쩌면 유사해 보일 수도 있는 외형과 달리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삶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키워드이다. 시설에서는 ‘관리’의 표식이었다면, 지금 그녀의 밝은 브라운 빛 짧은 머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꾸려가는 현재 삶이다.
한편 이날 퍼포먼스는 이러한 구성만이 아니라 ‘렉처’ 그 자체도 인상적이었다. 이소윤의 이야기는 문자통역과 수어통역 그리고 순차적인 음성통역으로 진행되었다. 중증장애인인 이소윤의 ‘말’은 익숙하지 않은 사이와 몸짓 그리고 음성기호들로 전개된다. 그러나 ‘통역’은 대화의 보조수단이다. 그녀의 말을 듣는 것은 소리를 의미로 전환하여 인식하는 것만이 아니다. 소리 외의 많은 ‘언어’들에 집중하고 교감하는 것, 더불어 그 언어들이 전개되는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낯설고 불편한, 혹은 소통 불가능으로 다가오던 말들이, 문득 그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나를 보며, 그저 소통의 다른 방식일 뿐이라는 경험. 퍼포먼스 <숏컷>은 우리의 대화에는 얼마나 많은 언어와 시간들이 있는가를 보여준다.
서지원 연출, 이진희 사무국장 두 사람과의 인터뷰도 그랬다. 서지원 연출의 말을 이진희 사무국장이 다시 한 번 통역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마치 한편의 퍼포먼스처럼, 하나의 텍스트가 중첩되고 어긋나면서 새롭게 해석되고 표현된다. 이글이 이 많은 언어를 다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필히 영상을 참고하시라.

극단 춤추는 허리는 활동이 매우 다양하다. 극단 정기공연은 물론이고 교육연극, 거리 퍼포먼스, 워크숍 등등.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본 팽목항 퍼포먼스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서지원세월호를 우리 방법으로 추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몸을 가지고 그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직접 할 수 있고, 우리만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진희‘춤추는 허리’는 공연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무엇을,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이 공연으로 다 드러나지 않더라도 우리 에게는 중요하다. 공연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공간이자 세상을 만나는 곳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활동이다. 극장이 아니더라도 어느 곳이든 참여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공연을 꼽는다면?

서지원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다. (김소연: 왜 그런가? 가장 최근 공연이어서?) 그동안 다양한 사람과 만나서 공연했지만 미술관은 처음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어떤 몸을 보여줄까, 미술관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 우리는 이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등등 고민이 컸다. 또 작업할 때마다 부딪치는 질문들, 우리가 지금 잘하고 있는가, 예술적으로 올바른가에 대한 의심까지. 만드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우리 눈높이로 그 공간을 새롭게 만든 것 같아서 의미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그동안 “대단해요, 사랑해요, 어떻게 그런 몸으로 무대에 섰나요.”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의 몸, 우리의 행위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

이진희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비엔날레, 미술관의 권위에서 비롯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좋은 점도 있지만, 우리에 대한 질문들, 의구심이 든다거나 새롭지 않다는 질문을 억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의 의미가 미술관이라는 예술제도의 권위로 지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다른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예술가들이 무엇인가를 수행했을 때, 그에 대해 반응하는가, 제도의 권위에 반응하는가. 우리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지만.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다.

서지원전시와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15년간 우리의 활동을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15년의 역사가 아니라 그 시간이 쌓여 있는 몸을 보여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리고 미술관은 우리에게 낯선 공간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도 이 공간에서 낯설게 불편하게 보여지길 바랐다.

이진희우선 미술관에 자주 갔다. 미술관이 낯선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미술관, 아니 많은 공적 공간에서 배제되거나 거절당하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가 느꼈던 것들을 잘 표현한다면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과도 만나겠구나 생각했다. 우리가 불편해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미술관의 질서, 태도, 전문성에 다가가기보다는 미술관이 우리로 인해 변화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극단 춤추는 허리가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보는데, ‘예술’ ‘인권’ ‘정치’ 이 세 키워드를 항상 강조하더라. 이번 전시와 퍼포먼스도 그렇고 오늘 이야기에서도 느껴지는데 이 세 키워드가 어느 하나가 어느 하나를 포함하거나 대신하지 않고 팽팽한 긴장을 만들면서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진희춤추는 허리는 장애, 성별의 교차를 어떻게 사회적 활동을 통해 드러내느냐를 고민한다. 극단의 지향이 그렇다. 장애, 다른 몸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 장애를 무엇이라고 할 것이냐 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여성극단이라 성폭력을 다루고 장애인들이 활동하니 장애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장애와 여성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교차하는 데에서 ‘장애’와 ‘여성’으로 폐쇄된 것이 아닌 비정상성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가게 되고 사회적 소수자들과 만나게 된다.

서지원나의 삶 자체가 장애인이었다가 여성이었다가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장애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여러 역할,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그 모든 역할과 정체성이 한 사람의 존재를 형성한다. 그런데 쉽게 장애와 여성을 분리해서, 나열적으로 사고한다. 우리 엄마나 언니도 그렇다. 내가 장애인 차별 철폐 집회에도 나가고 낙태죄 반대 집회에도 나가면 하나만 하라고 한다. 일반적인 인식이 그렇다. 하지만 나에게는 둘 모두 나의 문제다.

이진희에이블아트(Able Art), 포용적 예술(inclusivity art) 등의 개념이 소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장애인이 놓여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거기에서부터 장애 예술의 특이성, 고유성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미학과 정치적 이슈가 분리될 수 없는 것 같다.

서지원극단 활동을 시작한 지 15년이다. 오랫동안 작업해왔는데, 우리의 작업이 예술 활동으로 주목받는 것이 낯설다. 이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까. 하지만 장애 예술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넓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진희공연을 만든다는 것은 힘들지만 재밌다. 공연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도전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창작은 그 과정에서부터 우리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이다.

서지원삶도 그렇고 창작도 그렇고 실패는 항상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실패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음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장애인인 우리가 실패하면 그다음을 질문하기보다 ‘거봐 몸이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안된다고 한다. 실패할 기회가 주어지질 않는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예술에서 실패는 특권이다.(웃음) 한편으로는 창작활동의 보편적 질문들을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 여성’이라는 관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한다.

  •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극단 춤추는 허리 <마침, 좋은 삶> 퍼포먼스

  • 장애여성공감 20주년 기념 공연

서지원

현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연출가
2010 ~ 2018 극단 춤추는 허리 정기 공연 연출 및 출연
2011 장애여성 몸짓 공연 <따로 또 같이>
장애인 교육연극 콘텐츠 개발 및 강의 진행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마침, 좋은 삶> 참여

이진희

현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기획자
2010 ~ 2018 극단 춤추는 허리 정기공연 연출 및 기획
2011 서울시 교육청 ‘찾아가는 장애이해 교육연극’ 기획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마침, 좋은 삶> 기획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문화재단 <커뮤니티와 아트> 콜로키움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
kdoonga@naver.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사진. 장영주 디블리스코리아
공연사진 제공. 춤추는 허리

2018년 11월 (1호)

상세내용

인터뷰

극단 춤추는 허리 서지원 연출, 이진희 사무국장

예술, 인권, 정치의 팽팽한 긴장

김소연 연극평론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전시 중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1층 전시실. 발표자들과 관객들이 장애인 독립 주거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시설 폐지 등 쟁점이 오가고 있지만, 토론회는 아니다.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의 퍼포먼스 <숏컷>이 공연 중이다. 퍼포먼스 <숏컷>은 이소윤의 렉처퍼포먼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목처럼 짧은 머리를 한 이소윤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시설에서의 경험과 독립 주거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숏컷’은, 서로 다른 이 두 경험이 어쩌면 유사해 보일 수도 있는 외형과 달리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삶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키워드이다. 시설에서는 ‘관리’의 표식이었다면, 지금 그녀의 밝은 브라운 빛 짧은 머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꾸려가는 현재 삶이다.
한편 이날 퍼포먼스는 이러한 구성만이 아니라 ‘렉처’ 그 자체도 인상적이었다. 이소윤의 이야기는 문자통역과 수어통역 그리고 순차적인 음성통역으로 진행되었다. 중증장애인인 이소윤의 ‘말’은 익숙하지 않은 사이와 몸짓 그리고 음성기호들로 전개된다. 그러나 ‘통역’은 대화의 보조수단이다. 그녀의 말을 듣는 것은 소리를 의미로 전환하여 인식하는 것만이 아니다. 소리 외의 많은 ‘언어’들에 집중하고 교감하는 것, 더불어 그 언어들이 전개되는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낯설고 불편한, 혹은 소통 불가능으로 다가오던 말들이, 문득 그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나를 보며, 그저 소통의 다른 방식일 뿐이라는 경험. 퍼포먼스 <숏컷>은 우리의 대화에는 얼마나 많은 언어와 시간들이 있는가를 보여준다.
서지원 연출, 이진희 사무국장 두 사람과의 인터뷰도 그랬다. 서지원 연출의 말을 이진희 사무국장이 다시 한 번 통역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마치 한편의 퍼포먼스처럼, 하나의 텍스트가 중첩되고 어긋나면서 새롭게 해석되고 표현된다. 이글이 이 많은 언어를 다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필히 영상을 참고하시라.

극단 춤추는 허리는 활동이 매우 다양하다. 극단 정기공연은 물론이고 교육연극, 거리 퍼포먼스, 워크숍 등등.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본 팽목항 퍼포먼스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서지원세월호를 우리 방법으로 추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몸을 가지고 그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직접 할 수 있고, 우리만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진희‘춤추는 허리’는 공연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무엇을,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이 공연으로 다 드러나지 않더라도 우리 에게는 중요하다. 공연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공간이자 세상을 만나는 곳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활동이다. 극장이 아니더라도 어느 곳이든 참여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공연을 꼽는다면?

서지원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다. (김소연: 왜 그런가? 가장 최근 공연이어서?) 그동안 다양한 사람과 만나서 공연했지만 미술관은 처음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어떤 몸을 보여줄까, 미술관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 우리는 이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등등 고민이 컸다. 또 작업할 때마다 부딪치는 질문들, 우리가 지금 잘하고 있는가, 예술적으로 올바른가에 대한 의심까지. 만드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우리 눈높이로 그 공간을 새롭게 만든 것 같아서 의미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그동안 “대단해요, 사랑해요, 어떻게 그런 몸으로 무대에 섰나요.”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의 몸, 우리의 행위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

이진희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비엔날레, 미술관의 권위에서 비롯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좋은 점도 있지만, 우리에 대한 질문들, 의구심이 든다거나 새롭지 않다는 질문을 억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의 의미가 미술관이라는 예술제도의 권위로 지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다른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예술가들이 무엇인가를 수행했을 때, 그에 대해 반응하는가, 제도의 권위에 반응하는가. 우리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지만.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다.

서지원전시와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15년간 우리의 활동을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15년의 역사가 아니라 그 시간이 쌓여 있는 몸을 보여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리고 미술관은 우리에게 낯선 공간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도 이 공간에서 낯설게 불편하게 보여지길 바랐다.

이진희우선 미술관에 자주 갔다. 미술관이 낯선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미술관, 아니 많은 공적 공간에서 배제되거나 거절당하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가 느꼈던 것들을 잘 표현한다면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과도 만나겠구나 생각했다. 우리가 불편해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미술관의 질서, 태도, 전문성에 다가가기보다는 미술관이 우리로 인해 변화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극단 춤추는 허리가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보는데, ‘예술’ ‘인권’ ‘정치’ 이 세 키워드를 항상 강조하더라. 이번 전시와 퍼포먼스도 그렇고 오늘 이야기에서도 느껴지는데 이 세 키워드가 어느 하나가 어느 하나를 포함하거나 대신하지 않고 팽팽한 긴장을 만들면서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진희춤추는 허리는 장애, 성별의 교차를 어떻게 사회적 활동을 통해 드러내느냐를 고민한다. 극단의 지향이 그렇다. 장애, 다른 몸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 장애를 무엇이라고 할 것이냐 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여성극단이라 성폭력을 다루고 장애인들이 활동하니 장애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장애와 여성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교차하는 데에서 ‘장애’와 ‘여성’으로 폐쇄된 것이 아닌 비정상성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가게 되고 사회적 소수자들과 만나게 된다.

서지원나의 삶 자체가 장애인이었다가 여성이었다가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장애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여러 역할,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그 모든 역할과 정체성이 한 사람의 존재를 형성한다. 그런데 쉽게 장애와 여성을 분리해서, 나열적으로 사고한다. 우리 엄마나 언니도 그렇다. 내가 장애인 차별 철폐 집회에도 나가고 낙태죄 반대 집회에도 나가면 하나만 하라고 한다. 일반적인 인식이 그렇다. 하지만 나에게는 둘 모두 나의 문제다.

이진희에이블아트(Able Art), 포용적 예술(inclusivity art) 등의 개념이 소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장애인이 놓여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거기에서부터 장애 예술의 특이성, 고유성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미학과 정치적 이슈가 분리될 수 없는 것 같다.

서지원극단 활동을 시작한 지 15년이다. 오랫동안 작업해왔는데, 우리의 작업이 예술 활동으로 주목받는 것이 낯설다. 이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까. 하지만 장애 예술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넓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진희공연을 만든다는 것은 힘들지만 재밌다. 공연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도전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창작은 그 과정에서부터 우리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이다.

서지원삶도 그렇고 창작도 그렇고 실패는 항상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실패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음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장애인인 우리가 실패하면 그다음을 질문하기보다 ‘거봐 몸이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안된다고 한다. 실패할 기회가 주어지질 않는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예술에서 실패는 특권이다.(웃음) 한편으로는 창작활동의 보편적 질문들을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 여성’이라는 관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한다.

  •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극단 춤추는 허리 <마침, 좋은 삶> 퍼포먼스

  • 장애여성공감 20주년 기념 공연

서지원

현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연출가
2010 ~ 2018 극단 춤추는 허리 정기 공연 연출 및 출연
2011 장애여성 몸짓 공연 <따로 또 같이>
장애인 교육연극 콘텐츠 개발 및 강의 진행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마침, 좋은 삶> 참여

이진희

현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기획자
2010 ~ 2018 극단 춤추는 허리 정기공연 연출 및 기획
2011 서울시 교육청 ‘찾아가는 장애이해 교육연극’ 기획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마침, 좋은 삶> 기획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문화재단 <커뮤니티와 아트> 콜로키움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
kdoonga@naver.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사진. 장영주 디블리스코리아
공연사진 제공. 춤추는 허리

2018년 11월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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