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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문학 비평의 역할과 과제

이슈 말하지 않은 것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 차희정 문학평론가
  • 등록일 2023-06-14
  • 조회수440

이슈

“문학은 써먹지 못하는 것을 써먹게 한다.” 문학비평가 김현 선생이 저서 『한국문학의 위상』(문학과지성사, 1996)에서 한 말이다. 문학은 써먹을 수 없는 무용(無用)한 것이지만, 유용(有用)한 것들이 권력으로 우리를 강제하고 억압하는 일련의 행위를 간파할 수 있게 해준다는 주장이다. 좀 원색적으로 말하자면 문학은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줄 수는 없어도, 밥을 준다며 배고픈 사람을 억압하거나 통제하는 등의 부정적 행위를 자행하는 ‘것(들)’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는 문학을 통해서 부당한 권력을 인식할 수 있다. 사고와 태도의 전환을 도모하여 권력에 저항할 수 있다. 이상적 삶의 지평을 상상할 수 있다.

장애인문학의 제자리 찾기

1980년대 ‘여성문학’ ‘노동문학’ ‘농민문학’ 등의 등장 배경에도 이러한 문학의 고유한 힘이 내재해 있다. 특정 문학은 해방 운동의 형식으로 출현하여 다양한 담론을 형성하고 문학의 장을 재구성했다. 구체적으로 여성, 노동자, 농민의 정체성 구성과 함께 주체로서 인식한 현실과 그 안의 권력 관계 등으로 심화·확장·재생산되었다. 그리고 여성문학, 농민문학, 노동문학 등으로 제 이름을 찾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애인의 장애 인식과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 갈등과 충돌 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시, 소설, 수필 등의 문학작품을 ‘장애인문학’(주1)으로 정의할 수 있다.

1991년 ‘곰두리문학상’(1998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으로 개칭)으로 출발한 장애인의 문학적 글쓰기는 장애인으로서의 자각과 장애 수용 등 계몽적 글쓰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또 같은 해에 창간되어 100호(2015년 겨울호)를 발행하고 폐간된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 등에 작품 발표와 등단 기회가 확보되면서부터는 장애인으로서의 자기 경험과 생각을 드러내는 작품이 출현했다.(주2) 글쓰기를 통한 자의식 발현과 장애인으로서의 고유한 경험을 공론화하고 공유함으로써 장애인의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를 천명하는 ‘장애인문학론’의 논의와 제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수성과 보편성을 가늠하기

문학비평을 작품에 대한 가치 평가라고 정의할 때 비평에는 작품의 주제와 구조, 작가 의식, 현실 인식 등의 의미를 발견하고 의의를 구명하는 수많은 분석과 평가의 ‘자리’가 있다. 그렇기에 비평이 활발한 작품은 많은 독자로부터 ‘선택’받는다. 다양한 관점의 가치 평가가 진행된 작품은 기대작이니 문제작이니 하는 등의 표현으로 소개되고, 독자들은 작품이 품은 (어쩌면 숨긴) 의미와 상징 등을 찾아내며 감동하고 공감한다. 그런데 문학비평은 정치적이다. 특정 시점에 따라 목적의식과 현실성을 요구받는다. “문학이론이란 것은 그 자체로서 지적인 탐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시대의 역사를 바라보는 특정한 시각”(테리 이글턴, 『문학이론입문』, 창작과비평사, 2006, 240면)이라 할 때, 문학비평은 이론과 지식을 통해서 작품을 분석하는 동시에 이론과 지식의 출현 배경을 물어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해관계에 얽혀있다. 어떤 가치 혹은 어떤 문학의 범주가 반드시 영원한 것은 아니기에, 특정 시기의 이론과 지식의 발달에 내재한 역사적·이데올로기적 목적을 묻고 작품을 비평하는 목적의식과 현실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장애인문학 비평도 작품의 미학적 측면과 대중성, 상업성 등에 대한 검토와 분석을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하여 작품성을 구명한다. 그러나 우선해서 장애인문학 비평이 집중할 것은 문학에 나타난 장애인의 심리와 삶의 조건들이 어떤 점에서 특수하고 또 어떤 점에서 보편적인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장애인문학은 비장애인 문학의 범주 안에서는 완전하게 설명될 수 없는 것으로서, 장애인 주체와 문학적 재현의 문제, 즉 장애·비장애, 계급의 복합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체에 대한 과잉된 상상력은 적절치 않다. 장애인문학 비평이 장애인에게 고유한 장애 정체성을 상정하고 이의 고양을 목표로 한다면, 이는 그동안의 억압적 역사에서 형성된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본질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반면 장애인문학이라는 용어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을 이상적인 상태로 상정하고, 장애인 차별과 억압적 상황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경우라면, ‘장애인해방 문학’이란 한시적인 가치와 범주를 설정할 수밖에 없다.

현상을 해석하고 의제를 심화하기

널리 알려진 것처럼 장애인문학 비평은 장애인문학의 성장을 지원한다. 그 때문에 주어진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장애인문학 비평은 더욱 왕성하게 장애인문학이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서, 그들의 경험과 인식에 대해서, 장애적 현실 등에 대해서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작품의 목소리(말)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작가에게 자신의 소재에 더 효과적인 수사학-문학적 방법을 구사해달라고 요청하고, 그 수사학의 효과와 방법을 명료하게 정리하여 작가와 독자에게 설명하기를 기꺼이 실천해야 한다.

초창기 장애인문학이 단순히 장애인의 삶과 장애 현실을 반영하는 데 그쳤다면, 현재 장애인문학은 장애인과 장애인문학을 분절·왜곡시키는 문제와 이러한 목적으로 행하는 일련의 행위의 지점들, 착시 현상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문제화할 것인지에 관심과 고민을 담고 있다. 비평은 이를 적극적으로 말하라 요청해야 한다. 함께 고민을 지속하고 확장해야 한다. 또한 ‘지금-여기’의 장애 문제를 다루는 현재적 위치에서 나아가 앞으로 다뤄야 할 새로운 의제를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장애인문학(사)의 연속적인 계보 짜기와 그 의미에 대한 논의로 심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1.‘장애인문학’과 ‘장애문학’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장애인문학’이라는 말은 창작 주체가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확장성이 결여되어 있으니 ‘장애문학’으로 명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장애인의 자기인식과 대상화되지 ‘않은’ 장애 인식은 기타 장애 담론 생산과 포용 등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장애인문학’은 확장성을 내포하고 있다.

주2.관련하여 필자의 다른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장애인 창작 소설의 주제 변모 양상 ― 장애인문학상 25년간 수상작을 중심으로」, 『현대소설연구』 62호, 2016, 405-431면; 「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 『한국문학논총』 62권 62호, 한국문학회, 2012, 331-356면.

차희정

현대소설 연구자로 장애인문학을 연구하고, 문예지에 장애인문학 비평을 게재하고 있다. 대구대 대학원에서 장애인 예술을, 경희대, 경찰대, 아주대 등에서 글쓰기와 문화예술비평을 강의하고 있다.
whywhat33@naver.com

2023년 6월 (42호)

상세내용

이슈

“문학은 써먹지 못하는 것을 써먹게 한다.” 문학비평가 김현 선생이 저서 『한국문학의 위상』(문학과지성사, 1996)에서 한 말이다. 문학은 써먹을 수 없는 무용(無用)한 것이지만, 유용(有用)한 것들이 권력으로 우리를 강제하고 억압하는 일련의 행위를 간파할 수 있게 해준다는 주장이다. 좀 원색적으로 말하자면 문학은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줄 수는 없어도, 밥을 준다며 배고픈 사람을 억압하거나 통제하는 등의 부정적 행위를 자행하는 ‘것(들)’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는 문학을 통해서 부당한 권력을 인식할 수 있다. 사고와 태도의 전환을 도모하여 권력에 저항할 수 있다. 이상적 삶의 지평을 상상할 수 있다.

장애인문학의 제자리 찾기

1980년대 ‘여성문학’ ‘노동문학’ ‘농민문학’ 등의 등장 배경에도 이러한 문학의 고유한 힘이 내재해 있다. 특정 문학은 해방 운동의 형식으로 출현하여 다양한 담론을 형성하고 문학의 장을 재구성했다. 구체적으로 여성, 노동자, 농민의 정체성 구성과 함께 주체로서 인식한 현실과 그 안의 권력 관계 등으로 심화·확장·재생산되었다. 그리고 여성문학, 농민문학, 노동문학 등으로 제 이름을 찾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애인의 장애 인식과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 갈등과 충돌 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시, 소설, 수필 등의 문학작품을 ‘장애인문학’(주1)으로 정의할 수 있다.

1991년 ‘곰두리문학상’(1998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으로 개칭)으로 출발한 장애인의 문학적 글쓰기는 장애인으로서의 자각과 장애 수용 등 계몽적 글쓰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또 같은 해에 창간되어 100호(2015년 겨울호)를 발행하고 폐간된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 등에 작품 발표와 등단 기회가 확보되면서부터는 장애인으로서의 자기 경험과 생각을 드러내는 작품이 출현했다.(주2) 글쓰기를 통한 자의식 발현과 장애인으로서의 고유한 경험을 공론화하고 공유함으로써 장애인의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를 천명하는 ‘장애인문학론’의 논의와 제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수성과 보편성을 가늠하기

문학비평을 작품에 대한 가치 평가라고 정의할 때 비평에는 작품의 주제와 구조, 작가 의식, 현실 인식 등의 의미를 발견하고 의의를 구명하는 수많은 분석과 평가의 ‘자리’가 있다. 그렇기에 비평이 활발한 작품은 많은 독자로부터 ‘선택’받는다. 다양한 관점의 가치 평가가 진행된 작품은 기대작이니 문제작이니 하는 등의 표현으로 소개되고, 독자들은 작품이 품은 (어쩌면 숨긴) 의미와 상징 등을 찾아내며 감동하고 공감한다. 그런데 문학비평은 정치적이다. 특정 시점에 따라 목적의식과 현실성을 요구받는다. “문학이론이란 것은 그 자체로서 지적인 탐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시대의 역사를 바라보는 특정한 시각”(테리 이글턴, 『문학이론입문』, 창작과비평사, 2006, 240면)이라 할 때, 문학비평은 이론과 지식을 통해서 작품을 분석하는 동시에 이론과 지식의 출현 배경을 물어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해관계에 얽혀있다. 어떤 가치 혹은 어떤 문학의 범주가 반드시 영원한 것은 아니기에, 특정 시기의 이론과 지식의 발달에 내재한 역사적·이데올로기적 목적을 묻고 작품을 비평하는 목적의식과 현실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장애인문학 비평도 작품의 미학적 측면과 대중성, 상업성 등에 대한 검토와 분석을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하여 작품성을 구명한다. 그러나 우선해서 장애인문학 비평이 집중할 것은 문학에 나타난 장애인의 심리와 삶의 조건들이 어떤 점에서 특수하고 또 어떤 점에서 보편적인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장애인문학은 비장애인 문학의 범주 안에서는 완전하게 설명될 수 없는 것으로서, 장애인 주체와 문학적 재현의 문제, 즉 장애·비장애, 계급의 복합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체에 대한 과잉된 상상력은 적절치 않다. 장애인문학 비평이 장애인에게 고유한 장애 정체성을 상정하고 이의 고양을 목표로 한다면, 이는 그동안의 억압적 역사에서 형성된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본질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반면 장애인문학이라는 용어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을 이상적인 상태로 상정하고, 장애인 차별과 억압적 상황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경우라면, ‘장애인해방 문학’이란 한시적인 가치와 범주를 설정할 수밖에 없다.

현상을 해석하고 의제를 심화하기

널리 알려진 것처럼 장애인문학 비평은 장애인문학의 성장을 지원한다. 그 때문에 주어진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장애인문학 비평은 더욱 왕성하게 장애인문학이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서, 그들의 경험과 인식에 대해서, 장애적 현실 등에 대해서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작품의 목소리(말)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작가에게 자신의 소재에 더 효과적인 수사학-문학적 방법을 구사해달라고 요청하고, 그 수사학의 효과와 방법을 명료하게 정리하여 작가와 독자에게 설명하기를 기꺼이 실천해야 한다.

초창기 장애인문학이 단순히 장애인의 삶과 장애 현실을 반영하는 데 그쳤다면, 현재 장애인문학은 장애인과 장애인문학을 분절·왜곡시키는 문제와 이러한 목적으로 행하는 일련의 행위의 지점들, 착시 현상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문제화할 것인지에 관심과 고민을 담고 있다. 비평은 이를 적극적으로 말하라 요청해야 한다. 함께 고민을 지속하고 확장해야 한다. 또한 ‘지금-여기’의 장애 문제를 다루는 현재적 위치에서 나아가 앞으로 다뤄야 할 새로운 의제를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장애인문학(사)의 연속적인 계보 짜기와 그 의미에 대한 논의로 심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1.‘장애인문학’과 ‘장애문학’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장애인문학’이라는 말은 창작 주체가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확장성이 결여되어 있으니 ‘장애문학’으로 명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장애인의 자기인식과 대상화되지 ‘않은’ 장애 인식은 기타 장애 담론 생산과 포용 등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장애인문학’은 확장성을 내포하고 있다.

주2.관련하여 필자의 다른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장애인 창작 소설의 주제 변모 양상 ― 장애인문학상 25년간 수상작을 중심으로」, 『현대소설연구』 62호, 2016, 405-431면; 「장애인 소설에 나타난 ‘장애’ 인식의 양상」, 『한국문학논총』 62권 62호, 한국문학회, 2012, 331-356면.

차희정

현대소설 연구자로 장애인문학을 연구하고, 문예지에 장애인문학 비평을 게재하고 있다. 대구대 대학원에서 장애인 예술을, 경희대, 경찰대, 아주대 등에서 글쓰기와 문화예술비평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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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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