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호호)
지수는 일어나 달렸다. 괴로운 그들 옆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었다. 다시 새집을 짓는 그들을 응원해 주고 싶었다. 지수는 조금은 진정된 마음과 한결 나아진 발걸음으로 달렸다. '행복은 풍부하게 소유하는 게 아니고 풍요롭게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법정스님의 말이 떠올랐다.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 방송 . 을 시작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DJ 호호 김효진입니다. 은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 방송입니다. 우리 방송은 장애 문학인을 비롯해 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소개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 편견을 허무는 것이 우리 방송의 목적입니다. 저는 노지영 문학 평론가 노평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평 님, 잘 지내셨나요?
○노지영(노평) 안녕하세요? 잘 지냈습니다.
○김효진(호호) 최근에 서울국제도서전에 엄청난 '텍스트힙' 한 젊은 친구들이 왔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노지영(노평) 이번에 정부하고도 별로 친화적이지 않은 국제도서전으로 알고 있었는데.
○김효진(호호) 그렇죠. 문체부가 등 돌리고 도서전 독자들이 살렸다.
○노지영(노평) 그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다소 낯설 텐데요. 젊은 세대들의 독서 열풍을 그렇게 신조어로 말하더라고요. 텍스트라는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라는 표현에 멋있다, 개성 있다라는 뜻의 은어인 힙을 합성한 신조어라고 그렇게 들었습니다. '텍스트힙'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쓰시니까 깜놀.
○김효진(호호) 저는 신문 기사에서 봤는데요. 디지털하고 영상 매체에 거의 중독되어 있다시피 하잖아요. 그런데 이제…
○노지영(노평) 도파민 중독이죠.
○김효진(호호) 그렇죠. 그런데 책과 활자를 통해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이런 의미로 쓰이는 것 같아요.
○노지영(노평) 그리고 신박한 마케팅으로서의 어떤 출판사들의 뭐 그런 전략 같은 게 젊은 독자들한테 요즘 잘 먹히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독서를 하는 유명인이나 아니면 인플루언서들의 그런 활동이 Z세대에게 관심을 좀 끌면서 트렌드가 전파되고 있다고 할까요? 그 시초가 RM이었잖아요. RM이 한번…
○김효진(호호) 아…. RM이 한번 들면.
○노지영(노평) 책을 한번 펴보면 이제 품절되었던 책이 밀리의 서재 1위를 한다든가.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그런 기현상 같은 것들이 있거든요. 제가 수업 시간에 <사랑의 기술>이라는 텍스트를 학생들하고 토의를 하는 그런 수업이 있는데 <사랑의 기술>이라는 텍스트를 의외로 학생들이 많이 아는 거예요. 어떻게 많이 아냐면.
○김효진(호호) RM이 읽었대요?
○노지영(노평) BTS 서사로 BTS 공홈에 '헤르만 헤세'의 책과 그리고 '에리히 프롬'의 책과 그리고 '카를 융'의 책 이 세 가지를 그냥 딱 공홈에 띄워놓은 거예요. 그래서 RM 외에도 BTS 분들의 서사와 한번 끼워 맞춰서 너희가 팬으로서 아미들이 서사를 끼워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놔 봐라, 그런 식으로 과제를 준 거죠. 그래서 의외로 사람들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많이 읽었더라고요.
○김효진(호호) 요즘 젊은 친구들 진짜 많이 읽어요. 독서 모임에서도 많이 다루고 제가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예전에 제가 읽었었던 감흥과 또 지금 세대들이 받아들이는 게 다를 텐데 역시 이 세대를 뛰어넘는 뭔가 있나?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노지영(노평) 요새 르세라핌의 허윤진 같은 셀럽이 또 책을 열심히 읽어서 지금은 공항 패션 이런 거 말고 공항 책, 이런 게 유행한대요.
○김효진(호호) 아. 바람직한 현상 아닌가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어떤 책을 공항에 들고 오느냐. 그리고 셀럽이 어떤 추천 도서들, 리스트를 소개를 하느냐. 이런 것들에 따라서 독자들의 지형이 쫙 바뀌는 뭐 그런 연예인들의 책 리스트가 Z세대의 독서 욕망을 아주 자극하고 있는 그런 시대인 것 같습니다. 다 소셜 미디어 덕분이죠.
○김효진(호호) 덕분이죠.
○노지영(노평) 틱톡이나 인스타나 뭐 그런 것들을 통해서.
○김효진(호호) 한 평론가는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책을 안 읽는 게 아니라 젊은 친구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반성하는 이야기도 했던데 요즘 책들의 기획력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보면.
○김효진(호호) 또 별로 늘어나지는 않았어요?
○노지영(노평)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이 1년간 책을 단 1권도 안 읽은 것으로 그렇게 나오잖아요. 그래서 많이 읽은 사람은 책 추천을 받아서 많이 읽고, 안 읽은 사람은 하나도 안 읽고 양극화 현상 이런 것들이 또 있어요.
○김효진(호호) 여기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인가. 그래도 젊은 세대들이 이렇게 책을 읽게 된 이런 맥락이 저는 좋게 느껴지고요. 또 좀 다른 세대에서도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노지영(노평) 좋게만 해석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런 현상이 과시 행위로서의 독서가 아닌가 또 이런 우려가 되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김효진(호호) 그런데 과시 행위일 수 있어요. 저도 그거 인정하는데 그렇게 입문했다가 또 빠져들면 또 그 사람이 조금은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기회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제가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이제.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는 거 보면.
(일동 웃음)
○노지영(노평) 어쨌든 군중으로 돋보이고 싶어 하는 문화? 다른 사람이…
○김효진(호호) 당연히 있죠.
○노지영(노평)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갖고 싶어 하는 재화를 우리가 속물성 재화라고 그렇게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책을 읽을 거면 장애 관련 서적들도 관심을 많이 갖고 읽는다면 snob goods 속물성 재화가 아니라 meaning goods, meaning out 하는 그런 재화들이 되지 않겠냐, 이런 생각이 들어서 한 말입니다.
○김효진(호호) 또 이렇게 비판적인 말씀을 또 훈훈하게 마무리해 주시네요. 장애 관련 책들 많이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노지영(노평) 우리 같이 책과 청취자를 오디오로 매개하는 방송도 너무나 중요하다,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효진(호호) 와, 박수!
○노지영(노평) 우리끼리 자화자찬.
○김효진(호호) 잠시 공지사항을 안내드릴게요. 은 이음온라인 콘텐츠 중 하나인데요. 이음온라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장애예술 전문 지식 플랫폼입니다. 이음온라인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더 나은 문화 예술 정보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공연, 전시, 축제 등 문화 예술 소식과 다양한 형식의 예술 관련 콘텐츠를 수어 해설, 음성 해설 등 여러 접근성 정보를 포함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애 예술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포털 사이트에 이음온라인을 검색해 보세요.
○김효진(호호) 순서인데요. 에서 오늘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는 '모두예술극장'입니다. '모두예술극장'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예술을 누리는 극장을 표방하고 만들어진 극장인데요.
○노지영(노평) 가 보셨다면요?
○김효진(호호) 네, 저는 여러 번 가 봤죠.
○노지영(노평) 저 빼놓고.
○김효진(호호) 그때 같이 보고 싶은 공연이 있었는데 날짜가 안 맞아서 같이 못 봤고요.
○노지영(노평) 저 위치는 알아요. 지하철 2호선이나 5호선 타고 가다 보면 충정로역에서 정차할 즈음에 '모두예술극장'이 있는 역이다, 이렇게 방송이 나오거든요.
○김효진(호호) 아, 그렇구나. 저는 또 지하철 이용해 보지 않아서.
○노지영(노평) 위치는 알지만 불러주지 않아서 못 간 곳.
○김효진(호호) 제가 또 반성해야 하는 대목인가요? (웃음)
○노지영(노평) 아닙니다.
○김효진(호호) 여기 정말 편의 시설이 잘되어 있어요. 무단차 이동로라든가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기술 조정실. 기술 조정실은 사실은 장애인은 어찌 보면 접근할 수 없는 곳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노지영(노평) 그러니까요. 기술 보유자는 전문직처럼.
○김효진(호호) 그렇죠. 우리 성역, 이렇게 취급됐었죠.
○노지영(노평) 울타리 안에 있고 그랬죠.
○김효진(호호) 그리고 장애 유형별로 관람을 지원할 수 있게 예를 들면 수어통역이라든가 점자 안내, 음성 해설 뭐 이동 보조. 최고 수준의 접근성을 갖추고 있어요. 특히 저 같은 지체 장애인의 경우는, 또 시각 장애인들도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리면 접근성 매니저가 전화를 해요. 그래서 혹시 마중을 나갈 필요가 있느냐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마중 나와 주기도 하고 그러면 왜 우리가 보통 건물 입구까지 갔는데 그 안에서 또 헤매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을 수 있게 여러 가지 이동 지원이 이루어지니까 정말 편리하더라고요.
○노지영(노평) 시각 장애인의 안내견 동반도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리고 장애인과 장애인 보조인의 동반 공연 관람을 위한 티켓 할인 정책도 있다고.
○김효진(호호) 네. 맞습니다. 많이 찾아보셨네요?
○노지영(노평) 그러니까 같이 가면 티켓 할인될 수 있는 거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화요일 유명 극장은 아예 공연 시에 원 플러스 원으로 장애인 관람자가 공연을 볼 때 활동 보조인의 티켓이 무료로 제공된다든가 하던 경우도 있던데 여기는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닌가요?
○김효진(호호) 네, 그 정도는 아니고요.
○노지영(노평)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죠, 할인이?
○김효진(호호) 보통 50% 동반 1인까지. 그러니까 1인 가격으로 동반 1인까지 관람이 가능하죠. 그리고 저는 특히 마음에 들었던 곳이 ‘모두라운지’. 여기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미리 대관을 하거나 이러지 않고 수시로 갈 수 있는 라운지가 굉장히 넓어요. 그래서 거기가 굉장히 활용도가 높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려면 사실은 좀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이벤트라든가 이런 것들이 좀 앞으로 많이 필요할 텐데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 ‘모두예술극장'에 제안도 하기도 했는데 저는 민간 단체의 위탁 같은 형식으로 운영을 맡겨서 그쪽이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좀 관객들 또 여기에 찾아오는 예술인들과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획이 가능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런 제안도 했는데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노지영(노평) 여러 공모 같은 것들을 하는 방법들도 있겠네요.
○김효진(호호) 방법도 있고 그다음에 예술 현장에서도 인권 교육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인권 교육을 뭐 어느 요일.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상시적으로 미리 신청하지 않고도 갈 수 있는 뭐 그런 거를 상시화한다든가 이런 공간으로 많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노지영(노평) 그러면 계속 호호 님이 거기에 상주해 계신 거 아니에요?
○김효진(호호) 예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인권 상황, 이거는 또 달라서 저는 그런 경험치는 좀 부족한 편이고요.
○노지영(노평) 저는 그런데 궁금한 게 접근성 매니저들이 있다는데 단지 공연장 접근성 말고 문학 분야의 어떤 내용적으로도 접근되어 있고 전문성이 있어서 장애 문인들에게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좀 기획해 줄 수 있는 그런 인력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왜 문인들도 문학과 공연을 함께 융합하는 행사 같은 거.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많이 하잖아요. 북 토크 작가와의 대화, 워크숍, 강연 이런 것들 한다고 해도 서점이나 도서전 같은 무대 외에는 공간이 거의 한정되어 있어서.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작은 서점은 너무 비좁고 접근성이 떨어지고요. 그래서 장애 예술 중에 저는 문학이 비주류라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맞아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모두예술극장'의 문학인들도 모두에 포함되는지 그게 궁금했어요.
○김효진(호호) 제가 알기로는 뭐 제가 전부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나가지 못한 것 같고 주로 공연의 접근성 위주로. 그런데 국내에서 이 정도의 접근성을 갖추고 있는 곳이 없어서 사실은 공연장이 이렇게 뭐 표방하기는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이렇게 되어 있지만 모든 공연장의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접근성 매니저가 상시화되어 있는 경우는 별로 없고요. 임시로 또는 시범 케이스로 어떤 공연에서 적용을 하기는 하나 전문성이 아직은 많지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 민원이 발생하고 그래서 결국은 모든 공연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게 그러면 사실 '모두예술극장'이 필요가 없어지는, 그게 목표여야 할 것 같고요.
○노지영(노평) 맞아요.
○김효진(호호) 말씀하신 것처럼 문학은 각자 알아서 하는 이런 식의.
○노지영(노평) 맞아요.
○김효진(호호) 생각이 여전히 있어서 그런데 제가 최근에도 어떤 글에서 썼는데 문학이 접근성 중에서도 가장 초입에, 초입에 입문하기 어려운 분야이잖아요. 그런데 장벽을 깰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
○노지영(노평) 인문학이 제일 어려운 분야였나요?
○김효진(호호) 그럼요. 장애인 쪽에서는 저는 그렇다고 봐요. 왜냐하면,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나머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어요. 그러면 그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든 검정고시, 문예 교육 이런 걸 통해서 평범한 생활을 하기 위한 어떤 교양을 축적하기는 하나 문학 분야는 거기에서 절실한 분야가 아니라서 늘 제외되는 그런 분야이거든요. 초기 진입이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걸 깰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들, 그런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져요.
○노지영(노평) '모두예술극장'이 생겼으니까 나중에 '모두예술센터'로 발전해서 장애 문인을 포함한 더 많은 장애 예술인들이 포용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나중에 저희 도 출연진들도 모시고 그런 데에서 공개 방송하면 좋지 않습니까?
○김효진(호호) 그럼요, 그럼요.
○노지영(노평) 아무튼 장애 문인들에게도 직접적인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모두예술극장'이 되기를 앙망해 보겠습니다.
○김효진(호호) 이게 처음에 장애 예술인 표준 공연장이라는.
○노지영(노평) 그런 말을 쓰더라고요.
○김효진(호호) 모토로 시작을 했는데 저는 표준이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모순이 있는. 우리가 정상, 비정상이라는 기준, 표준에 부합하는 몸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사실은 장애인이 배제된 거라서 표준은 사실은 없거든요. 계속 발전해 나가야 하고 지금 이제 공연 위주였지만 다른 분야로 또 확대되어 나가야 하고 이런 것처럼 앞으로 끊임없이 접근성은 높아져야 하는 분야라서 표준을 오히려 깰 수 있는 그런 역할을 '모두예술극장'에서 기대해 봅니다.
○노지영(노평) 비표준과 반표준을 나누며.
○김효진(호호) 그렇죠, 그렇죠. 그래서 확장되는 공연장을 기대해 봅니다.
○노지영(노평) 저도요.
○김효진(호호) 이번 순서는 인데요. 오늘의 특별한 손님을 모시겠습니다. 시즌 5 두 번째 특별한 손님은 구본순 작가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구본순(풍경)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노지영(노평) 와아. (박수)
○김효진(호호) 반갑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에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을 보거나 듣고 계시는 분들께 먼저 인사 부탁드릴게요.
○구본순(풍경) 오늘 만나 뵙게 돼서 행복합니다. 에 출연해 청취자 여러분과 그리고 호호 님, 노평 님과 인사드릴 수 있어서 행복한 날입니다. 반갑습니다. 구본순입니다.
○김효진(호호) 그러면 성함을 말씀해 주신 김에.
○노지영(노평) 저희가. 호호, 노평이라는 걸 다 이미 알고 계시는군요.
○김효진(호호) 서치를 하고 오셨군요. 성함을 얘기해 주신 마당에 자기소개까지 이어서 부탁드려 볼게요.
○구본순(풍경) 저는 동화 에세이 『어쩌면 너의 이야기』와 『지수』를 쓴 작가이며 장애 예술 문화 단체인 '풍경 놀이터'의 대표를 맞고 있습니다. 농인과 결혼하고 보니 사회에서 농인들이 소통의 장벽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농인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불편함이 없이 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을 지원하고 있고요. 그리고 단순히 경험을 넘어서 독립된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은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닉네임은 풍경이라고 지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갔는데 설악산 절에 갔는데 그 설악산 높은 곳에서 산의 끝없이 펼쳐지는 능선을 바라보고 있는데 절에서 찰랑찰랑한 그…
○김효진(호호) 그 풍경이구나.
○구본순(풍경) 그 풍경이 소리가 들리는데 정말 작은 종소리였는데 그 능선의 끝자락까지 닿을 것 같은 그렇게 풍성함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그 순간 제 마음에서 나도 이런 울림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슨 이렇게 별칭을 짓게 되면 이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김효진(호호) 그래서 단체도 ‘풍경 놀이터’이시고요.
○구본순(풍경) 맞습니다.
○노지영(노평) 다른 풍경인 줄 알았어요.
○김효진(호호) 저도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개인적인 얘기지만 구본순이라는 성함이 제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 이름이랑 똑같거든요.
○구본순(풍경) 진짜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저는 어? 몇 살이시지 하고 막 찾아봤는데 연배를 좀 알 수는 없었어요.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반전이네요.
○노지영(노평) 오늘 좀 뵈러 왔는데 그래서 제가 검색을 해 봤거든요. 구본까지만 딱 치니까 구본모, 구본장, 뭐….
○구본순(풍경) 맞습니다.
○노지영(노평) 구본승, 뭐 이런 식으로 해서 항렬이 엄격한 것 같더라고요, 구씨는.
○구본순(풍경) 구씨는 많지 않으니까 항렬이 있고 이렇게 파라고 하나요? 이게 두 분류가 있는데 이렇게 유명하신 분들은 1번 분류라고 하면 저는 두 번째 부류인 거죠. 그래서 그분들과 연은 없지만 스스로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일동 웃음)
○노지영(노평) 기업인, 예술인들이 너무 밀집되어 있는.
○구본순(풍경) 맞아요.
○노지영(노평) 구본입니다.
○김효진(호호) 그런데 다른 파라는 게 신기하네요. 같은.
○노지영(노평) 항렬?
○구본순(풍경) 항렬이 같아서 그렇다고 하시기는 하더라고요.
○김효진(호호) 파는 달라도? 항렬은 같아서.
○노지영(노평) 어쨌든 높으신 분,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구본순(풍경) 감사합니다.
○김효진(호호) 풍경 님, 이미 알고 계시지만 저는 닉네임이 호호이고요. 노지영 평론가는.
○노지영(노평) 저는 노평입니다.
○김효진(호호) 반갑습니다. 오늘은, 작년 11월에 출간됐어요. 풍경 님의 동화 에세이 『지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하는데요. 동화 에세이라는 장르가 좀 생소해요.
○구본순(풍경) 맞습니다.
○김효진(호호) 동화 에세이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고요. 또 어떤 계기로 동화 에세이를 쓰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노지영(노평) 동화 에세이의 창시자이신가요, 혹시?
○구본순(풍경) 제가 창시자는 아니고요. 6년 전에 저희 출판사 대표님이신 맹현 대표님께서 '나를 스토링텔링하는 동화 쓰기라는 워크숍'을 여셨어요. 그래서 그 워크숍이 6명 모집하는 건데 오픈한 지 10분도 채 안 돼서 다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 워크숍에 제가 정말 발 빠르게 댓글을 달아서 참여를 했고 원래는 3개월 계획된 과정이 워크숍이었는데 저희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길어지고 깊어져서 8개월 과정 넘게 가까이해서 지금 끝나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맹 대표님이 워크숍 때 첫 숙제가 ‘가장 예쁘게 차려입고 꼭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와라’가 숙제였어요.
그래서 아이 키우면서 결혼에 한 7년 차 접어들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집에 찾아보니 번번한 립스틱도 없고 그래서 그걸 어색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립스틱을 사서 이렇게 바르고 갔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 이야기가 깊어진 그 이야기를 글로 쓰고 났더니 맹 대표님이 너무 감동이 있고 울림이 있으셔서 그걸 책으로 만드시게 된 거예요. 그래서 약간 기획하신 거죠, 대표님의 기획하에 만들어진 동화 에세이입니다.
○노지영(노평) 기획 생산 제품이었군요?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나머지 여섯 분들도 책을 내셨나요?
○구본순(풍경) 네. 그중의 한 분이 이번에 출판사의 첫 책이라고 하셔서 각 출판사를 차리신 출판사 대표님 다섯 분을 인터뷰한 책이 이번에 처음 나왔어요. 그리고 다른 분들은 계속 창작 작업을 하고 계시는 중에 있습니다.
○김효진(호호) 그러면 선생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을 바탕으로 이거는 동화 에세이에 맞겠다고 선생님에게 글을 가르쳐주신 분이 적용을 하신 거라고 봐야 하나요?
○구본순(풍경) 아니요. 에세이라는, 제 이야기잖아요. 제 이야기를 동화라는 장르로 이렇게 바꾼 거예요. 그래서 먼저 나를 스토링텔링하는 것처럼 나의 이야기를 쭉 쓰고요. 그거를 동화의 장르로 제3자의 눈으로 이렇게 바꾼 거죠.
○김효진(호호) 그러면 바꾸는 작업이 훨씬 더 크지 않아요?
○구본순(풍경) 그걸 하면서 제가 글 쓰기가 치유구나를 확실히 알았어요. 너무 감정적으로 불편한 감정, 좋았던 감정, 행복했던 감정들을 막 썼는데 그걸 약간 남의 이야기처럼 보고 나니까 아, 내가 이래서 더 이랬겠구나가 되고 엄마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이래서 더 이럴 수밖에 없었겠구나."라고 더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더 치유도 일어나고 회복도 되고.
○노지영(노평) 객관화도 되고.
○구본순(풍경) 네, 객관화도 되고.
○김효진(호호) 많이 덜어내고.
○구본순(풍경) 맞아요. 더 덜어내고 되게…
○김효진(호호) 감정이나 뭐 이런 거.
○구본순(풍경) 그렇죠. 이게 더 이해도 더 확실히 많이 됐고.
○김효진(호호) 그렇죠.
○구본순(풍경) 그랬습니다.
○노지영(노평) 동화 에세이라는 장르가 좀 낯설잖아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삶이 힘든 사람들의 문학 치료 과정 속에서 꼭 써 봤으면 하는 글쓰기 장르다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들었어요. 적절한 허구와 자전적 이야기와 동화적 서정성과 환상성 이런 것들이 결합된 형태잖아요. 그런데 자전적인 수기 장르라는 것은 폭로적인 진술성 같은 것들이 필요하고.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소설 장르는 갈등 구조 속에서 실제 세계를 좀 모방, 재현하는 것에 충실한 장르고 그러다 보면 실감을 주기 위해서 갈등이 극악하게 설정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동화 에세이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상의 감정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갈등이나 뭐 그런 실제의 침입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을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믿음으로 이겨내는 구조이지 않나. 그러면서 이제 타자들이 많이 등장하잖아요. 갈등할 수 있는 존재들로 등장하지만 자기 성숙의 과정 속에서 주변인들의 역할이 자아로 또 통합되면서 더 단단한 나를 빚어내는 그런 역할을 해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구본순(풍경) 그런 것 같아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지수라는 존재가 어떻게 구성되고 발전되고 성숙되는지를 가장 안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형식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구본순(풍경) 감사합니다. 이게 에세이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정말 다 제 이야기를 쓴 거고 모든 연령이 읽을 수 있는 동화로 만들려다 보니 조금 더 간결하고 심플하게.
○김효진(호호) 그렇죠.
○구본순(풍경) 쓰기 위해서 많이 덜어내는 작업을 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진짜 감정도 더 덜어내게 되고 그랬습니다.
○김효진(호호) 노평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굉장히 은혜로우시죠?
(일동 웃음)
○노지영(노평) 무슨 그런 말씀을…
○김효진(호호) 글만 쓰신 게 아니라 그림까지 그리셨어요. 글과 그림이 정말 잘 어우러진다라는 느낌이었는데.
○구본순(풍경) 감사합니다.
○김효진(호호)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셨나요?
○구본순(풍경) 그림을 그린 적은 없고요.
○김효진(호호) 그래요?
○노지영(노평) 이것도 생산 기업에서 한 건가요?
○구본순(풍경) 이 대표님께서 동화 에세이 장르를 하실 때 글, 그림을 모두 저자가 하는 게 원칙이셨어요. 그러니까 이 그림은 출판을 하려고 그림을 그린 게 아니고요. 그러니까 자기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그림을 쓰는 거기 때문에 그래서 글, 그림을 자기가 해야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뭐 그냥 워크숍 때도 했으니까 하면 되겠지, 시간도 많으니까 호기롭게 알았다고 대답했는데 막상 출판이 된다고 생각하니 또 막 부담이 되고 마감의 임박은 오고 그래서 엄청 애탔고 정말 잘 모르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다. 무지해서 도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지영(노평) 그런데 무지한 도전으로 보기에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너무 예쁜 일러스트들이 많지 않나요?
○구본순(풍경) 감사합니다.
○노지영(노평) 여기 101쪽에 가령 말이 늦던 연우가 쫑알거리는 언어를 봇물처럼 탁 터뜨릴 때 여상과 아이의 실루엣이 이렇게 나오고 뒤에는 종달새 배경이 등장하잖아요. 그래서 텍스트의 한 장면을 압축시킨 듯한 그림이 있어서 글의 밀도가 더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구본순(풍경) 감사합니다.
○노지영(노평) 어쨌든 자전적 동화 에세이기도 하지만 자전적 일러스트인 거죠.
○구본순(풍경) 이게 되게 몰입해서 그런 건지, 이 장면을 이렇게 하고 싶다. 그냥 그 장면이 이렇게 떠올랐던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그러면 글 작가와 그림 작가를 동시에. 데뷔하신 거네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언어로만 이렇게 어떤 지수의 성숙 과정을 보여줬다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것 같은데요. 그림을 통해서 주인공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감정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런 것들을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무의식 속에 각인된 장면들이 그림으로 딱딱 이렇게.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노지영(노평) 일러스트로 드러나니까 캐릭터의 감정이 너무 잘 우러나는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나중에 그림책에도 도전해 보시면 좋겠어요.
○구본순(풍경) 정말 그럴까요?
○노지영(노평) 또 지금 기획, 생산을 주문하시는 겁니까?
○김효진(호호) 저는 하고 싶은데 저는 사실 그림을 못 그리니까.
○노지영(노평) 똥손이라.
○김효진(호호) 그래서. 감히 엄두도 못 내고.
○노지영(노평) 맞아요. 금손이셔서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구본순(풍경) 감사합니다.
○김효진(호호) 동화 에세이 『지수』는 지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되잖아요. 동생 지영이가 세상을 떠나고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시절이 있었는데요. 작가의 말에 보면 중학교 때 동생이 죽음을 겪으며 삶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는 구절이 있어요. 이 책은 죽은 동생을 애도하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추천의 말을 쓴 이영숙 시인이 말했듯이 동생의 죽음을 다룬 1장이 이 책의 중심축이 돼서 지수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생의 이야기로 이 책을 시작한 이유가 있겠죠?
○구본순(풍경) 네, 제가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수련회를 갔어요. 그런데 시골 교회였기 때문에 저를 아는 건 제 가정을 이미 다 아는 거죠. 시골은 대개 다 손바닥 안에 한 번 건너면 다 아니까요. 그래서 그때 수련회 프로그램 중에 저녁에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중보해 주고 기도해 주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제가 말하지 않아도 제 동생의 죽음 이야기는 이미 온 학생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김효진(호호) 다 알려진.
○구본순(풍경) 저는 동생의 이야기를 꺼냈고 그게 책에도 나오지만 운동장을 같이 간 이후에 동생이 감기에 걸려서 더 악화돼서 하늘나라에 간 거기 때문에 그때 데려가지 말았을 걸이라는 죄책감이 저를 굉장히 잡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거를 꺼내놨고 그래서 같이 울어주면서 중보하면서 동생을 떠나보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아예 저도 탁 놔버리고 울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후련해졌는데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잠을 자고 눈을 떴는데 문뜩 마음에서 다음에는 동생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생각이라기보다는 그냥 마음이 탁 나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왜 그랬을까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동생을 이렇게 툭 털어내는 것도 미안했던 것 같아요. 동생이 계속 언니가 졸업하는 식도 가 보고 싶고 내 졸업식도 할 거고 이렇게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던 동생인데 그런 하고 싶은 게 동생을 내가 놔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다시는 동생 얘기를 하지 않는 게 나한테는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 한편에 동생의 방. 그러니까 아무도 문을 열지 못하는, 열지 않은 그냥 동생이 한편에 항상 있었죠.
그러다가 워크숍에 참여를 했잖아요. 그때 처음으로 항상 저는 엄마가 화두였는데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만 엄마가 항상 화두였는데 왜 그런가, 왜 그런가 하면서 워크숍을 통해 더듬어가다 보니 동생이 연결되더라고요. 그러니까 동생이 죽은 이후로 동생의 삶까지 내가 살아야겠고 그리고 엄마가 얼마나 힘들까 싶으니까 엄마한테 착한 딸이 돼야 하겠다 싶어서 하고 싶은 얘기도 한 번 더 누르고 그냥 다 돕는 착한 딸이 되기 위해 꾹꾹 눌러 담았던 것이 비뚤어진 방향으로 엄마가 계속 화두가 됐던 것 같아요. 애증의 관계가 된 거죠.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쭉 하다 절로 한편에 있던 문고리에 손이 갔고 이걸 내가 건드려야 이야기가 풀리겠다 싶어서 그러고 난 뒤 정말 뭐가 쫙 꿰지듯이 지수의 풍경 그 첫 테마가 딱 꿰졌어요.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정말 줄줄줄. 그때 지금처럼 깔끔하지 않았지만 그냥 감정의 흐름에 따라 이렇게 쭉 써 내려간 것 같아요. 그래서 동생의 이야기가 나왔죠.
○김효진(호호) 굉장한 이유가 있었네요.
○노지영(노평) 그러게요. 동생을 애도하려는 마음과 그리고 애도 불가능한 동생의 어떤 존재.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이 두 가지에서 이렇게 진자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이 작품을 또 쓰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또 들어요.
○김효진(호호) 그리고 동생과 함께 살아왔는데 동생을 또 감춰뒀던. 그런 상황에서 동생을 어떻게 보면 세상 밖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구본순(풍경) 맞아요, 맞아요.
○김효진(호호) 그런 계기가 되었던 것 같네요.
○구본순(풍경) 맞습니다.
○김효진(호호) 표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나는 엄마의 딸이고 농인의 아내고 코다 맘입니다.' 이 문장처럼 이야기가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진행되는데요.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있고 또 농인 준호를 만나서 결혼한 이야기가 있고 연우를 낳고 코다 가정이 되기까지 이야기도 그려져요.
좀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는지.
○노지영(노평) 너무 엉뚱하네요.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네이밍이 중요하잖아요.
○구본순(풍경) 중요합니다, 중요합니다.
○노지영(노평) 엄마의 딸 농인의 아내 코다 맘으로 불리는 삶 중의 여성 정체성 속에서 뭔가 심각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구본순(풍경) 사실 준호는 실명이에요. 글을 쓸 때 몰입감을 주기 위해서 일단 준호라고 다 썼어요. 나중에 바꿔야지라고 생각하고 다 썼는데 준호의 이름을 바꾸기 위해서 영태, 뭐 다른 이름을 다 썼는…
○노지영(노평) 나는 SOLO에 나오는 이름들. (웃음)
○구본순(풍경) 이름들을 다 영철이, 뭐 이렇게 다 썼는데 이미 준호로 글 몰입을 나타냈기 때문에 그런 건지는.
○김효진(호호) 대체 불가.
○구본순(풍경) 제 마음에 다 안 드는 거예요, 뭘 넣어도. 사실 상관이 없었을 텐데, 독자들은.
○김효진(호호) 맞아.
○구본순(풍경) 그래서 물어봤죠, 남편한테. "실명을 그냥 써도 되겠냐?" 처음에는 "응, 상관없다."고 이렇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실명을 썼고.
○노지영(노평) 그럼 잘 써주겠지 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요?
○구본순(풍경) 그랬을까요? 막상 나오고 나니까 엄청 부끄러워했어요, 그런데. 자기 이름이 너무 탁탁탁 나오니까 읽으면서도 얼굴이 벌개지더라고요. 그리고 연우는 아이들이 같이 지었어요. 엄마가 책을 쓰는데 너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래서 같이 이렇게, 이렇게 하다가 연우가 결정이 돼서 나왔고 제가 아이가 둘이거든요. 큰애가 연우고 둘째가 딸인 수아가 있는데 자기도 이름을 지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책에는 둘째 얘기는 안 나오잖아요. 책을 딱 읽고서 "내 이름을 지었는데 왜 나는 없냐."고 엄청 서운해했답니다.
○노지영(노평) 그러면 시즌 2를.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다음 시리즈에 쓰셔야 하겠어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다음 시리즈를 써야 할 이유를 또 여기에서 찾았습니다. 지수가 중학교 때부터 수어를 배웠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지수의 가족 중에 농인이 있나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수어는 어떤 계기로 배우게 되셨는지요.
○구본순(풍경) 수어는 아까도 제가 교회 얘기를 했는데 시골이다 보니 문화 예술을 접할 데가 그때는 교회가.
○김효진(호호) 그렇죠.
○구본순(풍경) 시골에서 제일 활발해서 그때 교회 행사가 많잖아요. 그래서 율동도 하고 연극도 하고 중창, 기도문 낭송, 이런 것들 여러 가지를…
○노지영(노평) 워십 같은 거.
○김효진(호호) 맞아요.
○구본순(풍경) 열심히 이렇게 하는데 이제 매일 식상한 걸 하니까 새로운 걸 해 보자, 이러다가 수어 찬양을 한번 해 보자고 했고 그래서 그냥 서점에 가서 일단 나온 책들 두세 권 사서 제가 배웠죠. 그랬는데 저는 잘 이해가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노래하다'라는 수어를 하면 "이게 이 단어구나."라고 기억하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책을 보고 반대쪽 손을 음을 노래하듯이 이렇게 빙글빙글 돌려주면 이게 노래하다구나." 이렇게 그냥 바로바로 이해가 됐어요.
○김효진(호호) 입력이 되는.
○구본순(풍경) 그래서 다른 사람들 "이거 외우기 어려워." 이럴 때 저는 매우 재미있게 수어 찬양도 배우고 그래서 관심이 더 있었죠.
○노지영(노평) 마치 한자 상형 문자 이렇게 빨리 외우는 사람 얘기 같이 들리네요.
○김효진(호호) 그때 그러면 풍경 님처럼 그 수어에 깊이 빠져들고 지금까지도 수어를 사용하시는 분들도 혹시 계세요?
○구본순(풍경) 그때 당시에 저와 같이 교회 생활을 했던 친구들은 아무도 없어요. 저만 계속…
○김효진(호호) 무슨 운명의 끈 같은.
○구본순(풍경) 그 끈이 계속 따라다닐 것 같아요.
○노지영(노평) 보편적으로 생각할 때 수어가 취업에 도움 되는 언어가 아니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노지영(노평) 언어에 능통한 것을 과시하려고 배우는 언어도 아니고.
○구본순(풍경) 맞아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지속적으로 그것에 애정을 갖지 않으면.
○김효진(호호) 쉽지 않죠.
○노지영(노평) 계속 그 언어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계속 관심을 가지셨던 것 같아요.
○구본순(풍경)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한동안 쉬다가 책에도 나왔는데 준호를 처음 만날 때가 수어 교육원이었잖아요. 그 제 일을 20대 때 총 10년 동안 하면서 이 일이 너무 지루하다. 다른 일을 해 보고 싶다 해서 교육원을 다닌 거거든요. 그런데 그때 딱 떠오른 게 "그래, 난 수어를 재미있어했어." 그래서 수어를 계속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거기를 가게 된 거죠. 그러다가 준호를 만나서 수어는 안 배우고…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연애를 하셨군요.
○노지영(노평) 연애를 하면서 수어를 더 잘 학습하게 된 거 아닌가요? 어쨌든 과외 선생님이잖아요.
○구본순(풍경) 그렇죠. 초반에는 실력이 확 오르는 것 같더니…
○김효진(호호) 어느 순간에는 말이 필요 없어져.
○구본순(풍경) 둘의 소통은 충분하니까 그 이상은 안 오르더라고요.
○노지영(노평) 심도 있는 100분 토론 같은 걸 하지는 않는 건데…
○구본순(풍경) 또 다른 농인들을 만나는 게 그땐 더 아니었고 ‘둘만 소통하면 되니까’ 였으니까.
○김효진(호호) 준호의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지는데요. 벌써 1부를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노지영(노평) 이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 나올 것 같은데.
○김효진(호호) 못다 한 이야기는 2부에서 듣도록 하고요. 풍경 님, 어떠셨어요? 1부 마무리하면서 혹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지요.
○구본순(풍경) 처음에 이 스튜디오에 들어올 때는 긴장되는 떨림 반 그리고 설레는 떨림 반으로 들어왔는데 호호 님과 노평 님께서 편안하게 이끌어 주셔서 책 안에 있는 지수보다 이 지수 밖에 있는 지수를 더 많이 이야기한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노지영(노평) 책 이야기를 안 했다는 거군요, 결국.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우리가 그래요.
○노지영(노평) 분발하겠습니다.
○김효진(호호) 2부에서는 좀 더 분발해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시즌5 제2회_구본순 작가편(1부) 프로그램 소개]
평범한 삶을 특별하게 여기며 사는 작가, 구본순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농인 남편과 살고 장애문화예술교육단체 대표, 수어 통역 등을 하는 구 작가의 동화 같은 삶 이야기 1부 함께 들어보실래요?
○ A의 모든 세상
매월 장애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2회의 주제는 ‘모두예술극장’입니다.
○ A의 특별한 손님 | 구본순 작가
장애문화예술교육단체 풍경놀이터의 대표를 맡고 있고, 수어통역을 하며 농인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을 기획하고, 지도하고 있습니다. 공저 동화에세이 『어쩌면 너의 이야기』와 첫 책 『지수』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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