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1장 관측소 야외 차가운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리면 조명이
켜진다 세상은 온통 하얗고 대형
구형의 구조물이 덩그런히 놓여 있다
수연은 근처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이내
호조가 멀찍이
등장한다 그게
뭡니까
모르겠어요까지 없었는데 갑자기
생겼어요 누가 가져다 놓은
걸까요
글쎄요 가져다 놨다 그엔 너무
커서 이런 일이 있었나요 아니요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미 제가 알고 있었을 거예요 매일
오거든요 여기서
근무하세요네 날씨에 대해 잘
아시겠네요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기상 같은 닌
보통 기상청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날씨를 빨리 알 수 있지 않나요 아
그렇진 않아요 날씨라는게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번
그대로 변동이 없진
않아서 그리고 기상청이 아니에요 그저
관측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는 거예요
다른
건가요 조금은 아 제가 듣기엔 같아
보여서 아무튼 의미 있는 일을
하시네요
그쪽은요 비슷해요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뭐 저것과과
연관이 있죠 저 동그란
구역네 요즘은 구형 현상이 잦아요
뉴스나 인터넷 같은 거 안 보시나
봐요네 잘 안 봐요 날씨 관련 댓글들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저런 것들이 요즘 자주
나타나요 기상이 문제인지 조물주의
의도인 건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조물주의 의도였으나
왜요 기상의 문제라면 모든게 사라지는
상상을 해야 하지만 조물주의 의도라면
사라지는 상상 대신 사오 세계를 꿈꿀
수도 있잖아요 희망 고문이 될 텐데요
그거라도 괜찮아요 날씨를 관측하면서
무서울 때가 많거든요 근데 그게 모두
의도된 거라면 위안이 될 것
같아요이 인가요 아니면 개인적인 뭐
개인적인 거죠 사람들은 사호 세계를
원치 않을지도
모르니 전 그래도 믿는 편이에요
믿으려고 하는 편이
맞겠지만 저런 현상들을 연구하시는
거죠네 뭐 제 의견과 상관없이
본능적인 이끌림 때문이긴
했지만요 전 한번도 제가 원하는 것을
한 적은
없거든요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랬어요 그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
아직은 정확하진
않지만 삶이란게 원래 그런 식이니까
어쩔 도리가
없죠 자유로운 영혼이에요
좋은
의미인가요 아니면 안 좋은
의미인가요 수연은 호조를 호조는
수연을 말없이 바라본다 이내 리대
상수에서 장며 수연에게
말한다 네요 정말 기쁘지 않아요 비가
온다고요
정말이에요네 관측 그론 그래요 내일
비가 온다면 거의 5년 만에 비가
오는
거예요 벌써 5년이
지났어요 시간이 참
빠르죠 비가 오는게
좋으세요 전엔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젠
좋아요 오로라를 볼 확률보다 더 보기
힘들잖아요 그건
그렇죠 얼마나
올까요 글쎄요 수치로 나온다고 해도
이제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적은지 모르겠어요 그저 하늘이 멈추지
않고 활성화되어 있다는게 기쁠
뿐이에요 여기서 비가 오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닌가 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요즘은 그런 말들이 많아요
사람들은 날씨를 이런 관측하는 곳이나
뭐 특정 기관 같은 곳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죠 저만 너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마세요 많이들 그래요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단지
허무맹랑해 아 그쪽 의견은 무시하려는
건 아니에요 짧은 사이 정말이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뭐 저도 뭐
듣는 쪽을 생각하진 않았어요 진정들
하세요 이제이 하얗게 변해버린 진부한
세상도 내일이면 다시 재생될 거예요
사막화가 끝날 거라는 말 가요 아마도
그럴
거예요 하얀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던 일상들도 어느새 진부한
하루일
뿐이었죠 생명력이 회복되면 다체로운
색들의 향연이 다시 시작될
거예요 한 번의 회복은 힘들지
않을까요 당분간은 하얗 있죠 글쎄요
강수량에 따라
다르겠죠 한 번에 바뀔 수도 있나요
모든 것이 이론상으론 가능하죠
되돌아가는 것을 바라지
않으세요 과거와 같은 형태로
돌아간다는 보장이 있다면 그것이 훨씬
낫겠지만 저런 형태들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봤을 때는 그마저도 보장되기
쉽진 않아
보여서요 가끔은 저 둥근 구가 모든
걸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죠 저런 현상들이 잦은거
잦아요 정말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세상과 단절하고 사시나 봐
뉴스나 인터넷을 뒤져도 온갖 저
현상들의 이야기들
뿐이죠 우리들은 날씨 외엔 어떤 것도
보려하지 않아요 이젠 그마저도 의미를
상실했으며 이제
인공적이지 전부 인공물에 자연을 겪고
그마저도 즐거이 관찰하는 것이 아닌
옛 선조들의 이야기처럼 듣고 흘려
보내져 머지하는 미래엔 더 이상
원래의 색들은 무의미하고 RGB 같은
디지털 색상들만 가득할 것이고 과거의
색들은 지루한 논문이나 시험에서만
나올 테죠 이게 가장 현실에 가까운
자연스러움이 비가 오면
돌아와요 저도 그걸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가까운 것 같진 않아요
그리고 이제 내리는 비를 맞아도
괜찮은 건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건
그렇죠 산성으로 피부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이나 오히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제
했죠 그동안 모든 사람이
변했어요 현실을
자각했고 받아들이려 많은 고민 끝에
결 아무 지금 없이 각자의 사비를
털어 살 방도를 만들고 가축이나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죠 그 모든 것들에 의미를
되찾은 것도 인공물들이 누구일 수
있을 텐데 비가 오면 다시 그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할 수도 있잖아요
공존하면 되죠 자연과 인공물이
공존한다고 이제 그건 이상주의에
가까운
말이에요 하지만 그걸
포기한다면 우리가 가질 미래란 뭐가
있죠
이상주의적 생각에 빠져 있다 만약 그
비가 모든 것에 제약을 주는 역할을
한다면요
그럴리가요 자연과 인공물은 공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아요 이젠 더
어려울지
몰라요 뭐 그렇다고 내린다는 비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 신이 별수
없겠지만 방법이 있을 거예요 있겠죠
그렇지만 다시 5년의 세월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요 다행인 건 구가 생기면
긍정적인 현상들이
나타났어요 그럼 저 커다란 구형이
생긴 것은 좋은 일이 생긴다는
징조인가요 생각하기 나름이죠 저에
생기고 근처 식물들이 인공물 도움
없이 자라기도 했다는 말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반대의
입장에서 자연의 모든 것에게 좋은
일은 사람이 없는 것일 수도
있죠 잠시
정적 하얀 하늘에서 미묘한 바람
소리가
들린다 조명이 어두워지면 호조는
무대의 상수로 퇴장한다
연극 '공란' 단막극 ‘구원의 구’을 이수연 배우가 낭독해 드립니다. 눈을 감고 낭독을 들으며 연극의 장면, 장면을 그려보세요. 희망을 찾기 위한 치열한 탐구와 선택이 펼쳐지는 철학적 서사. 사막화된 미래, 구원과 파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끝없이 하얗게 변해가는 세상. 그곳에 나타난 거대한 구형 구조물. 그 구는 재생의 기회일까, 아니면 파멸의 서막일까?
연극 '공란'
1부 단막극 ‘결국-원인-란’
2부 낭독극 ‘구원의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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