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호호)
안 보이는 안경
허상욱.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을 보려는 것이다
가릴수록 선명해지는
이 테두리 안에서
투명한 동작, 안절부절 불안하다
감을 수는 없고
벗을 수만 있기에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 방송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시즌 5를 시작합니다. 저는 김효진입니다. 시즌 5의 진행을 맡았고요. 이번 시즌에도 DJ 호호로 활동하면서 열심히 장애 문학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은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 방송입니다. 우리 방송은 장애 문학인을 비롯해 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 편견을 허무는 것이 우리 방송의 목적입니다. 그리고 저는 노지영 문학 평론가 노평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평, 잘 지내셨나요?
○노지영(노평) 호호 님, 안녕하세요? 청취자 여러분도 반갑습니다.
○김효진(호호) 비교적 늦게 시즌 5를 시작했는데요.
○노지영(노평) 저는 올 초에 우리가 시즌 4, 시즌 4를 마쳤잖아요. 그래서 4자가 혹시 죽을 사자인가 생각했는데 죽지 않고 시즌 5.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부활해서 다시 돌아왔네요. 을 진행하는 게 저에게 좀 마음의 부담이 있었거든요. 좀 DJ를 제가 잘 보필하고 있는지 더 적합한 사람이 있는데 제가 여기에서 주제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과외받는 걸 좀 습관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좀 반성하게 되는데요. 그래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생각하면서 오늘…
○김효진(호호)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몰랐습니다.
○노지영(노평) 단정한 마음으로 여기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김효진(호호) 오히려 제가 그랬어요. 좀 더 진행을 잘하는 분, 또 문학적인 감수성이 많으신 분, 풍부하신 분. 이런 분이 맡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 또 올해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그리 가볍지는 않습니다. (웃음)
○노지영(노평) 그래도 잘할 때까지 신의 명령을 들어 보아요.
○김효진(호호) 그래야겠죠.
○노지영(노평) 그래서 잘하시겠다고, 세상을 잘 보시겠다고 지금 안경도 새로 맞추신 거 아닌가요?
○김효진(호호) 그렇다기보다는 안경테가 부러졌어요. 그래서 맞추러 갔더니 한 도수를 좀 높여서 지금은 글자가 굉장히 잘 보이고요. 그래서 제가 프린트를, 대본 프린트를 모아 찍기 해서 보고 있습니다.
○노지영(노평) 생태 정의까지 실현하고 A4 양도 줄이고 좋습니다. (웃음) 시즌 4와 5 사이의 여러 일이 있었지만 좀 호호 님에게도 특별히 기념할 만한 일이 있지 않나요? 저작을 하나, 위대한 저작을 한 권 내셨는데요.
○김효진(호호) 위대하긴요.
○노지영(노평) 지은 책들이 많으시지만 에세이 출간은 처음이시죠?
○김효진(호호) 네, 에세이로 써보려고 했으나 인권 교재 같다는 혹평을 지금 듣고 있는 신간이.
○노지영(노평) 『오늘도 차별 그래도 삶』이라는 제목의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사회적으로 어쨌든 온갖 직함이 많으신데 여기에 에세이스트라는 직함까지 붙었어요. (웃음)
○김효진(호호) 그래도 저는 작가로 불리는 게 아직 쑥스럽기는 하지만 제일 기분 좋은 건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특히 이 이 제가 글쓰는 사람이라는 걸 늘 상기하게 만드는 그런 자리라서.
○노지영(노평)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선명하게 해 주고.
○김효진(호호) 그런 자리라서 이번 책은 또 유난히 좀 힘들게 썼어요. 왜냐하면, 이제 제가 쓰고 싶은 글과 또 사람들이 내게 읽히는 글의 격차가 좀 있어서 출판사하고 정말 뭐 싸우지는 않았지만 굉장한 밀고 당김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저 혼자 저항한 거죠. 그런데 결국은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또 평가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담담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지영(노평) 평가를. 저는 평가는 둘째 치고 책을 보니까 저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셨던데 진심입니까?
○김효진(호호) 네, 진심입니다. (웃음) 책 속의 세 지영이 중에 한 분이기 때문에.
○노지영(노평) 제가 지영이 3호로 나오더라고요.
○김효진(호호) 같이 늙어가고 싶은 분 세 분 중의 한 분입니다.
○노지영(노평) 영광입니다. 평소에 호호 님한테 들었던 여러 이야기, 과외받은 내용 같은 것들이 아주 알짜로 이렇게 압축되어 있는데 되게 친근한 이야기여서 저에게는 아주 학습이 잘되는 그런 에세이였달까?
○김효진(호호) 그냥 어찌 보면 제가 감사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살지 않았구나를 이번 책 쓰면서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글로나마 주변을 돌아보고 그리고 특히 감사한 사람들에게 또 이렇게라도 표현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노지영(노평) 책 한 권이 다 감사의 글같이 느껴지던데요?
○김효진(호호) 그렇다기보다는 사실은 욕도 많이 들어 있어서 욕먹은 사람들은 몹시 분개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지영(노평) 젊은 장애 여성들의 당사자 서사는 제법 발견되는 편인데 좀 인권 감수성으로 탑재한 중년 장애 여성 당사자의 자기 서사는 귀하다 생각하거든요.
○김효진(호호) 제가 제 이야기를 꾸준히 해 온 편인데 주로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서 이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런 것의 많이 이야기를 했던 편인데 이번에는 장애 차별이 굉장히 교차적이라서 여러 가지 요건과 맞물리면서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차별이라는 것을 제가 장애인이고 여성이고 또 노년을 맞이하는 사람으로서 일상적으로 어떻게 겪고 있는지에 좀 포커스를 맞춰서요. 또 그전에 저를 제 이야기를 알고 계셨던 분들도 또 이 이야기는 처음이다. 이런 이야기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노지영(노평) 인간 김효진을 만날 수 있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솔직해도 되겠니? 뭐, 이런 표현을 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노지영(노평) 그리고 지난번에 우리 방송에서 약속했듯이 시각 장애인을 위한 표지 해설 넣으셨더라고요. 잘하셨습니다.
○김효진(호호) 우리 작가님.
○노지영(노평) 최지인 작가님.
○김효진(호호) 최지인 작가님의 시집에서 제가 너무 반성을 하고.
○노지영(노평) 자극을 받아서.
○김효진(호호) 그리고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노지영(노평) 개인적으로는 호호 님의 책을 에서 다루면서 좀 A의 특별한 손님으로 모시고 싶었는데요. 시즌 1에 출연했던 이력이 있어서.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고사하셨던 것 같아요. 탈탈 털어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히 아쉽습니다.
○김효진(호호) 다행입니다, 저로서는.
○노지영(노평) 아무튼 이번 시즌 5에서도 저의 과외 선생님이자 그 책에 나온 구호처럼 장애 내비게이션이 잘 되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효진(호호) 내비게이션이 가장 민망한 정말 구호인 것 같습니다. (웃음)
○노지영(노평) 오그라듭니까? (웃음)
○김효진(호호) 네. 그래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노지영(노평) 부릉부릉.
○김효진(호호) 민망하지만 다음 순서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김효진(호호) 다음 순서 시작하기 전에 잠시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은 이음온라인 콘텐츠 중 하나인데요. 이음온라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장애예술 전문 지식 플랫폼입니다. 이음온라인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더 나은 문화 예술 정보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공연, 전시, 축제 등 문화 예술 소식과 다양한 형식의 예술 관련 콘텐츠를 수어 해설, 음성 해설 등 여러 접근성 정보를 포함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애 예술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포털 사이트에 이음온라인을 검색해 보세요.
에서 여러분과 나눌 오늘의 이야기는 ‘매드 프라이드’입니다. 2024년 매드 프라이드 서울. ‘다들 미치는 세상 아닌가요?’가 열렸는데요. 혹시 기사에서 보셨나요?
○노지영(노평) 기사에서 봤어요. ‘매드 프라이드’라는 말은 낯선 분들이 좀 많을 것 같은데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세계 조현병의 날을 맞아서 정신 질환, 정신 장애 당사자들이 주도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고 또 사회적으로 포용 받을 수 있도록 기획한 행사라고 그렇게 들었습니다.
○김효진(호호) 그렇죠. 그동안 이제 코로나 때문에 못 열렸다가 다시 열리게 되면서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들었는데요. 이게 미쳤다는 것을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거는 사실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노평은 자신의 정체성 중에서 가장 비중 있는 정체성이 혹시 무엇이고 또 그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노지영(노평) 갑자기 이렇게 찌르는 질문을? (웃음) 저의 정체성? 저도 우울해요.
○김효진(호호) 우울하다는 것이 정체성 중의 하나.
○노지영(노평) 저 옛날에 호호 님한테 “저도 우울증이 있어요.”라고 심각하게 얘기했더니 “저도 있어요.” 그러면서.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완전히 대수롭지 않게.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심드렁하게 얘기하셨던 게 기억이 나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그 말이 뭔가 저 혼자만 심각해지려던 마음이 좀 녹아 내렸달까요?
○김효진(호호) 그래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다들 그럴 수 있다는 걸 이해받고 같이 다들 그러니까 괜찮다 해 주시는 느낌을 좀 받았어요.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다른 존재들을 좀 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고.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그래서 꿀꿀할 때 우리 이웃으로 같이 만나고 하지 않습니까?
○김효진(호호) 저도 우울감에 많이 시달리는 편인데 그게 두 달 이상 가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또 뭐 다시 좀 마음을 추스르고 그런데 그런 보이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그런데 나부터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존중을 해야 다른 사람의 정체성도 사실은 포용할 수 있게 되는 거잖아요.
○노지영(노평) 그럼요.
○김효진(호호) 저는 20년 전쯤에 일본의 장애인 운동 1세대 그러니까 저보다 한 10살은 많으신 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지금 당장 한 알의 약을 먹고 장애를 고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약을 먹지 않겠다. 나는 그냥 이 장애가 좋다. 이 장애를 가지고 나는 계속 살아가겠다. 장애가 없는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그때 되게 놀랐어요, 사실은. 우리는 그때 운동 초창기였기 때문에 그런데 저도 뭐 그 정도는 지금도 아니에요, 사실은. (웃음)
○노지영(노평) 꿈속에서 가끔 날아다니신다면서요.
○김효진(호호) 날아다니는 거 말고는. 그런데 자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가 나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또 그것을 갖고 살아가는 내 삶에 대해서 그다지 부끄럽거나 남한테 약점이라고 여겨질까 봐 두려워하거나 그러지는 않게 된 것 같고요. 그런데 정신 장애인이 자부심을 갖는다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서. 왜냐하면, 내가 뭐 혼자 “나는 마음을 바꿔 먹을 거야.” 뭐 이렇게 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정신 장애인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너무나 깊은 편견을 가지고 있고 또 우리 사회에서.
○노지영(노평) 사회적 낙인도 심하고.
○김효진(호호) 그다음에 우리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아직도.
○노지영(노평)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까.
○김효진(호호) 그런데다가 정신 장애인에 대해서 의료 권력이 과도하게 권한을 행사하는 문제, 이게 저는 핵심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자신들의 삶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그런 환경의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어찌 보면 이 퍼레이드가 통쾌하게 “당신들이 틀렸어.”라고 말하는 그런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오래전부터 장애 퍼레이드 한번 해 보자, 이렇게 주장했었는데 이게 준비하려면 어마어마해요.
○노지영(노평) 그렇겠죠, 도움의 손길도 얼마나 많겠습니까?
○김효진(호호) 그리고 퀴어 퍼레이드를 보면서 늘 부러워하고 이랬는데 매드 프라이드가 열렸다고 해서.
○노지영(노평) 거의 뭐 270명 이렇게 모였대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그래서 저도 내년에는 꼭 참석하겠다, 이 당사자들에게 약속을 했는데.
○노지영(노평) 저도 가 보고 싶습니다.
○김효진(호호) 같이 가시죠.
○노지영(노평) 조현병이 그런데 100명 중에 1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라고 하더라고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런데 영화나 범죄물 콘텐츠 같은 데에서 너무 티피컬한 문법으로 이들을 재현해 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조현병 판정을 받았지만 꾸준히 약물 치료 받아서 사회 속에서 잘 지내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의료적 치료가 더 필요한 분들은 아까 의료 권력 말씀하셨지만 사회가 같은 구성원으로서 그만큼 관심을 갖고 더 지지를 해 줘야 하겠고요. 이런 행사도 의미 있지만 인식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 전반이 이들을 똑같은 사람이자 시민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이들의 다양한 서사를 조금 많이 만들어서 소개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김효진(호호) 역시 문학적으로 바라보시는군요.
○노지영(노평)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 거잖아요, 결국.
○김효진(호호) 그렇죠. 결국은 우리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성원,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그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이런 식으로 받게 되는데 탈원화라고 하거든요. 병원을 벗어나야 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존재, 사회에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부각되는 것이 큰 문제이고 그로부터 탈피하는 것이 지금 시급한 과제라고 여겨집니다.
○노지영(노평)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의료계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이 무슨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모든 원인이 조현병에서 온 것처럼.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자제해야 할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저는 조현병도 진단 자체도 너무 남발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조현병은 없다고 주장하는 정신과 의사도 있어요, 심지어. 그래서 의사들의 의해서, 진단에 의해서 그 사람의 삶이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노지영(노평) 그렇죠.
○김효진(호호) 이런 메커니즘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가 좀 함께 동참해야 할 어떤 지점, 지점이 굉장히 많지 않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노지영(노평) 네, 동참하겠습니다. 매드 프라이드 함께 가요. 고고싱.
○김효진(호호) 우리 한 번 말한 것은 꼭 실천으로.
○노지영(노평) 내비게이션 켜고 갑니다.
○김효진(호호)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김효진(호호) 시즌 5 첫 번째 특별한 손님을 모실 차례입니다. 허상욱 시인께서 함께 자리하고 계시는데요. 안녕하세요, 시인님.
○허상욱(망고) 안녕하세요?
○김효진(호호) 반갑습니다.
○허상욱(망고) 반갑습니다.
○김효진(호호) 에 시인님을 모시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고요. 을 보거나 듣고 계시는 분들께 먼저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허상욱(망고) 부족한 시인 불러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효진(호호) 어디가 부족하신가요, 혹시?
○노지영(노평) 겸손이 탑재되어 있다.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신 거죠.
○허상욱(망고) 또 그렇게 봐주시네요. 교과서적으로, 저는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어요. 71년도 1971년도 태어났고요. 현재까지 4권의 시집 냈고 1권 올해 산문집 하나 냈고요. 대전에서 점자도서관에서 시문회 창작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안마원 하나 운영하고 있고요. 대전 대표 볼링 선수 생활 중단했다가 올해 또다시 시작해서 선수 생활도 하고 있고 그래요.
○김효진(호호) 참고로 우리 방송에서는 이름 대신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고 있거든요. 오늘 방송에서 불리고 싶은 닉네임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고요. 제 닉네임은 호호이고요. 우리 노지영 문학 평론가는.
○노지영(노평) 노평이라고 해 주시죠.
○김효진(호호) 그래서 저희를 호호, 노평 이렇게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허상욱(망고) 두 글자여야 하는 거죠?
○김효진(호호) 아니에요.
(일동 웃음)
○허상욱(망고) 과일 좋아하시죠? 저도 과일 많이 좋아하는데 과일 이름 보면 전부 다 열매인데 좀 이렇게 겸손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사과, 배, 귤 이런 것들을 이렇게 보면 좀 겸손한 이름 같은 느낌. 그런데 그중에서 저는 망고라는 과일을 좀 좋아해요. 쫄깃쫄깃한 그 느낌이 상당히 좋아요. 망고 뒤에 한 글자가 더 들어가야 해요, 사실은. 망고 뒤에 하나.
○노지영(노평) 망고땡.
○허상욱(망고) 땡. 맞습니다. 망고땡이 하나 들어가야 하는데 그 망고가 원래 망고 땡이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원래는 어원이 만고예요, 만고. 그러니까 만 가지.
○김효진(호호) 고통?
○허상욱(망고) 고통이 끝났다. 땡 했다, 원래 그 의미인데 그게 바뀌어서 지금은 만고땡으로 이렇게 많이 불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망고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이걸 왜 이걸 정하게 됐냐면 제가 어렵게 지내던 시절이 있었어요, 많이 힘들게. 그런데 내가 즐겁게 지내던 평안하게 지내던 그 시절보다 나를 힘들게 그렇게 한 세월이 지금 이 모습을 나를 만들어낸 거는 그 어려운 시절 때문에 내가 완성된 것 같다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망고입니다. (웃음)
○김효진(호호) 망고 님 시집을 보면서 굉장히 유쾌하고 그런 분으로 상상했는데 이렇게 철학적으로 시작할 줄 몰랐습니다.
○노지영(노평) 저희 아까 철학적인 이야기를 엄청 나누면서 홍대 입구에서 같이 걸어왔어요.
○김효진(호호) 이미 만남부터 철학적이셨군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망고가 땡이면 해탈하는 거 아닌가요?
○김효진(호호) 그러게요. 저는 이게 은어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약간 뭐라고 그래야 하나. 속된 표현, 그런 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뜻을 처음 알았네요.
○허상욱(망고) 만고에서 유래된 거죠.
○노지영(노평) 오픈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그런 언어죠.
○김효진(호호) 오늘은 망고 님의 세 번째 시집 『시력이 좋아지다』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건데요.
○노지영(노평) 짝짝짝.
○김효진(호호) 나머지 작품집에 관해서도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싶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이 시집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시집 제목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어요. 보통 시집 제목을 정할 때 시집에 수록된 시 제목이나 구절, 이런 것들을 따서 짓잖아요. 그런데 이 시집에는 ‘시력이 좋아지다’라는 제목이나 구절이 없어요.
○허상욱(망고) 맞아요.
○김효진(호호) 대신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문짝 여닫을 때마다 희미해지는 저 불빛 때문에 환할수록 시력은 더 어두워져 누구도 얼굴 감싸 쥐고 웅웅, 울부짖는 묘지가 돼.’ 이런 대목이 있는데 여기에서 시력은 볼 시(視) 자를 쓴 시력과 시 시(詩) 자를 연상하게 하는데요. 제목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궁금하네요.
○허상욱(망고) 읽어주신 그 시는 「도굴꾼」이라는 시에서 일부 발췌한 것 같아요. 제가 시를 쓰면 쓸수록 자꾸 어려워지는 그런 과정을 그렇게 표현을 해 놓은 거고요. 그리고 이제 노평 님도 여기 계시지만 ‘좋아지다’라는 그 단어가 사실 일반 생활에서 잘 안 쓰이는 단어예요. ‘좋아지다’ 한번 잘 생각해 보면.
○김효진(호호) 그렇죠.
○허상욱(망고) 그 ‘좋아지다’가 ‘좋아졌다’로 들리세요? ‘좋아지고 있다’로 들리세요?
○김효진(호호) 좋아지고 있다. 이상한가요?
○허상욱(망고) 아니요, 아니요. 그런데 잘 들어보면 ‘좋아졌다’라고 보일 수도 있어요.
○노지영(노평) 네, 저는 그렇게 봅니다.
○허상욱(망고) 그렇게도 보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저는 이 세상 모든 결과하고 과정이 이걸 분리해서 보지 않고 같은 과정으로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고등학생이 시험을 본다 치면 수능이 결과일까요, 과정일까요?
○노지영(노평) 우리가 이렇게 질문을 받을 줄 몰랐네요.
○김효진(호호) 그러게요. 과정이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거죠?
○허상욱(망고) 아니요, 아니요. 같은 거로 본 거예요, 저는. 그러니까 앞에서 시력이, 그러니까 시 시(詩)와 볼 시(視)를 이게 어떻게 본 거냐면 내가 시를 쓰는 과정이 내가 눈이 안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세상을 보는 시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아니면 조금 좋아졌다, 그 내용을 다 내포하고 있는 문장인 거죠.
○김효진(호호) 그래서 망고 님이 이 제목을 쓰신 거예요?
○허상욱(망고) 네, 출판사에서는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러니까 뭔가 주관적이지 않다, 이거죠. 그래서 출판사에서는 다른 거를 잡았으면 했는데 저는 강행을 했어요, 그냥. 그런 내용이 있는 거를 설명은 제가 못 했죠.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아무튼 그렇게 됐습니다.
○노지영(노평) 지금 설명 너무 잘하시는데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노지영(노평) 저 화이트헤드의 과정 철학 이야기 듣는 줄.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제목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 만족하시는 편인가요?
○허상욱(망고) 네, 만족해요. 이게 생각보다 제가 쓴 수고에 비해서는 좀 책이 덜 팔리기는 했어요. 그런데 안타까움도 좀 많이 있고요. 과정은 좀 많이 어렵게 쓴 시인데 그렇게 됐어요.
○김효진(호호) 오늘 팟캐스트를 계기로 독자들과 많이 만나시게 됐으면 좋겠네요.
○허상욱(망고) 감사합니다.
○노지영(노평) 그런데 시각 장애인들 중에 시인이 제법 있잖아요. 에서도 손병걸, 김학중 시인이 다녀가셨는데요. 다 한 시즌을 시작할 때 다녀가셨더라고요. 그래서 허상욱 시인도 시즌 5를 여는 날 초대 손님으로 오셨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러네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볼 시(視) 자이기도 하고 시 시(詩) 자이기도 하지만 이러고 보니까.
○김효진(호호) 시작이에요?
○노지영(노평) 시작할 시(始) 자도 되는 것 같다. 보니까 시인의 말을 봐도 그렇게 나와요. 시집 맨 처음에 나온 시인의 말에도 ‘희뿌연 저 너머로 내 시력이 천천히 회복되고 있다’라는 말로 이렇게 끝나거든요.
○허상욱(망고) 맞습니다.
○노지영(노평) 그래서 왜 시 시(詩) 자라는 말을 한자를 파자하면 말씀 언(言) 자에 절 사(寺) 자라고 하잖아요.
○허상욱(망고) 맞아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말의 집을 지어나가는 역사라는 걸 시력의 문제라는 동력을 통해서 잘 설명해 주시고 그렇게 작품 활동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허상욱(망고) 좀 말장난 같은 느낌이 좀 들기는 해요. 그게 퍼니 효과라고 해서 그런 효과를 누리는 그런 단어들이 많이 있어요. 그거를 쓰기는 했는데 너무 남발하면 좀 말장난 같아 보여서 좀 자제를 하려고 해요, 요즘은 그런 단어들을.
○노지영(노평) 저 보고 지금 자제라고 하신 거예요?
(일동 웃음)
○김효진(호호) 저는 “지금 감동하셨죠?” 이렇게 말을 하려고 했는데.
○노지영(노평) 말장난하지 마, 이러면서.
○김효진(호호) 오히려 반전이 있었습니다.
○노지영(노평) 반전이 있는 분이에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계속 지금 반전의 연속입니다.
○노지영(노평) 저는 쭈그려 있겠습니다.
○허상욱(망고) 게스트를 민망하게 하고 있습니다.
○노지영(노평) 농담입니다.
○김효진(호호) 예전 점자도서관에서 시 창작 강의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시각 장애인들의 예술 활동이 음악 쪽에 주로 치우친 감이 있다고 하는데 망고 님은 어떤 계기로 시를 쓰게 되셨는지 궁금하거든요. 그리고 수강생들과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고 하고 계시는지도 궁금해요.
○허상욱(망고) 제가 2010년도 무렵에 제가 직장 생활을 안마사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뭐를 이렇게 판매를 했을 때 무슨, 무슨 3종 세트. 그래서 직장인 3종 세트, 이걸 제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직장, 취미, 특기 이 세 가지가 각각 다르게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일단은 직업은 안마사를 하고 있고 그러니까 취미하고 특기를 1개씩을 한번 따로따로 가져보자. 그래서 글쓰기하고 볼링, 시각 볼링을 시작했죠. 그래서 글쓰기는 그때 당시에는 뭐 어떤 실적이 나오지는 않았고 볼링은 좀 그래도 눈 볼 때 조금 친 게 도움이 돼서 트로피하고 상장하고 라면 박스로 서너 개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그거는 많이 됐고 그래서 아무튼 나름대로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점자도서관 얘기 좀 할게요. 처음에 대전점자도서관 관장님이 저를 찾아오셨어요. 제가 시집을 냈다고 하니까 2017년도 2집 낼 때였어요. 와서 이런, 이런 교실을 열어줄 테니까 시를 한번 배우는 저기를 한번 만들어 보자. 그래서 찾아오셨는데 그래서 처음에 모집을 하니까 대전에서는 처음 모집한 거죠. 그랬는데 10명 수강생을 모집하는데 많이 왔어요, 15명, 16명 왔어요. 그래서 신났어요. 그랬는데 열심히 가르쳐봐야지, 그랬는데.
○김효진(호호) 또 반전?
○허상욱(망고) 4주, 5주 되니까 한 3명, 4명으로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이게 내가 뭔가 이게 내가 가르치는 데 문제가 있나 보다, 이런 생각을…
○김효진(호호) 너무 열심히 가르치신 것 같아요.
○허상욱(망고) 맞아요. 그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노지영(노평) 빡세면 안 돼요.
○허상욱(망고) 뭘 가르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이게 안 되더라고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허상욱(망고) 그래서 같이 시를 가지고 노는 거야, 같이 재미있게. 그렇게 해서 막 발표도 시키고 좀 잘하면 서로 박수 치게도 해 주고 한 사람 이렇게 타깃 잡아 놓고 정크도 막 주고 그런 식으로.
○노지영(노평) 저한테 아까 주듯이?
(일동 웃음)
○허상욱(망고) 그렇게 하니까 지금 다시 15명, 16명으로 다시 늘어나서 대기를 하고 있는 회원도 있어요. 그래서 자리 나면 좀 끼어달라고 그래서 상당히 있습니다.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일타 강사.
○김효진(호호) 뭐 즐거운 시 교실, 이런 거죠.
○허상욱(망고) 오늘도 수업하고 왔는데 막 목소리를 아껴야 하는데 오늘 여기도 와야 하잖아요. 그래서 목소리를 아껴야 하는데 또 하다 보니까 또 소리 지르고 막 이러니까.
○노지영(노평) 열강을 하고 오셨구나.
○허상욱(망고) 약간 목소리가 쉬었어요, 제 목소리보다.
○김효진(호호) 그러시구나.
○노지영(노평) 그런데 목소리 너무 좋지 않으세요? 저 아까 통화했는데 깜짝 놀랐잖아요. 목소리 좋으셔서.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허상욱(망고) 감사합니다.
(일동 웃음)
○노지영(노평) 저는 시각 장애를 가진 선생님이 수강생에게 시를 지도하는 그림 같은 걸 어디에선가 본 적이 없는 거예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래서 어떻게 지도하시는지 머릿속에 잘 안 그려졌는데 지금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까 그런 걸 좀 영상으로 만들어도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허상욱(망고) 알겠습니다.
○김효진(호호) 에세이도 써봐 주세요. 그러면 노평 같은 독자들이 굉장히 이해가 쉬울 것 같아서…
○노지영(노평) 저는 점자로 그러면 학습을 하는 건가? 이렇게 좀 생각했거든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랬더니 아까 여쭤봤더니 점자는 시각 장애인 중에 10분의 1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김효진(호호) 중도 장애인은 어렵잖아요, 특히.
○허상욱(망고) 그 이하예요. 10% 이하예요. 거의 스크린 리더 음성 합성 프로그램이라는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김효진(호호) 지금도 사용하고 계신.
○허상욱(망고) 제가 노트북을 여기 놓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런데 이게 컴퓨터를 많이 이용을 하고 문서 작업을 하면 문제가 뭐냐 하면 오타가 나도 발견을 잘 못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ㅒ“ 자 하고 ‘ㅖ’자 하고 그냥 지나가면서 들을 때는 비슷하게 들려요. 똑같이 들려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허상욱(망고) 그래서 이게 후루룩 읽어 지나가면 그걸 구분을 못 해요. 그래서 점자를 읽어야 해요. 그래서 시각 장애인들이면서도 점자는 능숙하게는 못 읽더라도 항상 알고는 있어야 해요. 저도 빠르지는 않은데 그냥.
○김효진(호호) 10%가 채 안 되는 점자 사용자에 들어가시는 거죠.
이 책의 추천사를 쓰신 분이 이은봉 시인이세요. 노평 님도 잘 알고 계신 분이신 것 같은데.
○노지영(노평) 광주에 계신 선생님이신가요?
○허상욱(망고) 지금은 세종시에 계세요. 사모님하고 저하고 약간 친해요.
○김효진(호호) 이인봉 시인께서 1, 2, 3부의 시들이 사물의 시고 그다음에 4부의 시들은 상념의 시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만큼 부마다 짜임새 있게 시가 이렇게 배치되어 있는 것 같아요. 시집을 엮으면서 어떤 점을 염두에 두셨는지, 순서라든가 부의 갈음 같은 것을 어떻게 정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허상욱(망고) 이 부분은 좀 얘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제가 2집을 2017년도 내면서 3집을 낼 때까지 시를 500편을 썼어요. 500편을 써서 제가 이걸 3권을 동시에 내보려고 이렇게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니까 어떤 시를 내보려고 그랬냐면 주제가 첫째는 ‘나’ 둘째는 ‘너’ 셋째는 ‘우리’라는 이런 주제로 해서 3권을 내보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사실은. 그러니까 ‘나’라는 주제에서는 회한, 자아 성찰, 겸손 이걸 주제로 내보려고 그랬고 ‘너’에서는 감사, 사랑, 그리움 이걸 주제로 하고 ‘우리’에서는 철학, 종교 약간 그리고 그 이상의 깨달음 이런 것들을 ‘우리’에서 다뤄봐서 그래서 3권을 동시에 엮어 보려고 이렇게 마음을 먹었어요, 사실은. 그래서 3권을 딱 분리해서 이렇게 엮어 놨더니 너무 빈약한 거예요. 그래서 3권을 다시 또 헐었어요. 헐어서 3집을 엮은 거예요. 그렇게 됐어요. 그래서 ‘나’라는 주제는 표지가 파란색으로 ‘너’라는 주제는 빨간색으로 ‘우리’라는 주제는 노란색으로 이렇게 해서 내보려고 그랬는데 지금 노란색이죠, 약간.
○노지영(노평) 시집이.
○허상욱(망고) 노란색보다는 약간 뿌연 노란색이라고 해야 하나?
○노지영(노평) 약간 황금빛 도는 노란.
○허상욱(망고) 그렇게 되어 버렸어요. 그런데 어쨌든 그래서 이걸 구분을 해서 1, 2, 3부를 딱 엮어 놨더니 이은봉 교수님은 상당히 좋아하시더라고요,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저는 이게 나중에 다시 한번 시도를 해 보려고 그래요. 지금은 5집까지는 그냥 내고 6, 7, 8집에서 한번 그걸 다시 한번 시도해 보려고 지금 계획은 잡고 있어요.
○김효진(호호) 혹시 『시력이 좋아지다』가 ‘너’에 많이 포커스가 맞춰져 있나요?
○허상욱(망고) 아니요. ‘나’ 쪽에 조금 더…
○김효진(호호) ‘나’ 쪽이에요?
○허상욱(망고) ‘나’ 쪽에 조금 더 많이 맞춰져 있어요.
○김효진(호호) 저는 ‘너’가 많이 느껴졌는데.
○허상욱(망고)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요.
○김효진(호호) 힌트가 안 맞네요.
○노지영(노평) 3개 중에 하나를, 하나를 못 맞히나요?
○김효진(호호) 그러게요. 30%의 확률을 못 맞혔습니다.
이 시를 한 편 완성하실 때 엮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 한 편, 한 편마다 굉장히 수십 번, 100번도 넘게 퇴고 과정을 거친다고 그렇게 들었는데요.
○허상욱(망고) 맞아요.
○김효진(호호) 어떤 식으로 퇴고를 하시는지. 그리고 퇴고를 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도 듣고 싶어요.
○허상욱(망고) 중요하게 여기는 거는 어떻게 이렇게 딱 중점을 두지는 않고요. 어떨 때는 이게 중점이 되기도 하고 다른 게 중점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그거는 그렇게 중요하게는 안 봐요. 그때그때 시마다 다르고 그래서. 그런데 이런 거는 있어요. 아침에 쓴 시는 좀 다른 시간에 보고 그래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아침에 써놓고 점심, 저녁에 다른 시간에 보기도 하고 그리고 오늘 써놨다고 해서 그냥 묵혀서 며칠 있다가 다시 보기도 하고 그리고 몸컨디션에 따라서 머리 컨디션에 따라서 이 시들이 보이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그거를 막 적게는 일필을 쓴 것도 몇 개 아직 있어요, 사실 1P로. 제가 아까 명함 드린 거 호박꽃 그거는 일필로 쓴 거예요.
○노지영(노평) 참고로 시인님의 명함에는 시가 있습니다.
○김효진(호호) 명함 뒤에.
○허상욱(망고) 3분 만에 쓴 거예요. 그렇게 쓰고 그리고 어떤 거는 100번 넘게 수정했는데 결국은 못 살리고 이렇게 시도 화단에서 꺾어온 꽃하고 비슷해서 자꾸 만지니까 시들어버리는 것 같은. 그래서 결국 버리게 된 경우도 의외로 많아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이렇게 좀 시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망고 님의 시 제목을 보면 통사가 복잡한 제목, 난해한 제목이 하나도 없어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그렇죠? 시집 보니까 처음에 채송화라는 시로 시작해서 옹이, 질경이, 마라도, 홀씨 이렇게 사물이나 대상의 이름을 그대로 시의 제목으로 쓰곤 하잖아요. 거기에 3부 치킨 성자의 경우는 시와 제목들이 아예 먹을거리의 나열과 총집합이잖아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고구마, 복숭아, 닭발, 꽃게, 줄줄이 비엔나, 먹을 것들이 아주 줄줄이입니다. 그런데 제목과 내용 사이의 긴장이 그래서 더 이렇게 눈에 띄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목의 담백함을 살리면서 사물과 대상이 품고 있는 시적 속성을 발견해서 원제목에 내포를 잘 확장하는 그런 시편들이 참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관되게 단정한 시의 제목들을 보니까 시적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하시는지가 궁금했어요.
○허상욱(망고) 그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노지영(노평) 시가 어떻게 옵니까?
○허상욱(망고) 그냥 아무 때나 와요.
(일동 웃음)
○노지영(노평) 축복이다.
○김효진(호호) 천재이시군요.
○허상욱(망고) 아무 때나 와요. 오늘 아침에도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이렇게 벽에 타일이 이렇게 있잖아요. 갑골문자가 딱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나. 며칠 동안 고심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튼. 그래서 그걸 시로 엮고 일단은 쓸 때 일필로 쓰는 것보다 이렇게 맞바로 쓰는 것보다는 며칠 묵혀서 머릿속으로 한참 구상을 해서 쓰죠, 주로.
○노지영(노평) 그런데 제목들을 보면 진짜 후루룩 뭔가.
○김효진(호호) 그렇죠, 그렇죠.
○노지영(노평) 발상이 와서.
○허상욱(망고) 그렇게 보이죠.
○노지영(노평) 그렇게 쓴 것 같잖아요.
○김효진(호호) 저는 「맹꽁이」라는 시에 눈길이 갔거든요. 국문학도인 아들에게 보여줬더니 우리 아들이 “에로틱하네.”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아들 닉네임이 맹꽁이예요, 블로그도 맹꽁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허상욱(망고) 참 재미있죠.
○김효진(호호) 그런데 제가 뭐라고 이야기했냐면 “이 시만 그런 게 아니야, 전체적으로 에로틱해.” 제가 음란한 건가요?
○노지영(노평) 질문이 어디로 튈지 모르네, 오늘.
○허상욱(망고) 좀 설명을 해 드릴까요? 참 재미있는 내용이 들어있는 시인데 맹꽁이가 울 때 어떻게 울죠?
○김효진(호호) 맹꽁.
○허상욱(망고) 그렇게 알고 계시죠?
○노지영(노평) 꽉꽉 이렇게 울지 않아요?
○허상욱(망고) 아니요, 아니요.
○김효진(호호) 주고받는 것처럼 하지 않아요?
○허상욱(망고) 맞아요. 하나는 맹, 하나는 꽁이에요.
○노지영(노평) 그래요?
○허상욱(망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수컷은 맹 맹 맹~ 이렇게 울고 암컷은 웅 엉 웅~ 이렇게 울어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허상욱(망고) 그러니까 이쪽에서 엥 옹 엥 옹~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데 또 되게 재미있는 게 발견이 돼. 수컷은 맹한 거고 암컷은.
○김효진(호호) 꽁한 거야.
○허상욱(망고) 꽁한 거야.
○김효진(호호) 이거 성차별적 발언 아니에요?
○허상욱(망고) 아니요. 남자는 맹한 것도 들어가 있으니까. 그래서 그랬는데 이걸 또 붙여놓으면 달라져. 맹꽁맹꽁하니까 얼마나 또 정겨워 보여.
○김효진(호호) 그렇죠.
○허상욱(망고) 그런데 떼어놓고 보면 또 서로 사이가 벌어져 있는 느낌이 나죠.
○김효진(호호) 서로 화답하기도 하고.
○허상욱(망고) 저도 이거 찾아내면서 ‘나 천재인가?’ 이거 제가 찾아내면서 참 특이했어요.
○김효진(호호) 그래서 저희 아들이 맹꽁이라고 쓰는 거예요. 그 소리가 그렇게 좋대요. 그런데 무슨 도시에 살면서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으면서 그래서. 왜 제 질문에 그런데 대답을 안 해 주시나요? 제가 음란한 건지, 전체적으로 에로틱한 게 맞는 건지.
○노지영(노평) 그러니까 감각이 엄청 살아 있죠.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허상욱(망고) 아니에요. 무슨 음란한.
○김효진(호호)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시는 분들이 계신 거죠?
○허상욱(망고) 그건 모르겠어요, 솔직히. (웃음)
○노지영(노평) 시각을 대신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보면 미각, 촉박, 후각.
○김효진(호호) 다른 오감이 열려 있는? 다른 감각이.
○노지영(노평)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들이 엄청 생생하고 구체적이고 날것 자체의 느낌을 주고요.
○김효진(호호) 그래서 그런 것 같아.
○허상욱(망고) 이렇게 생각을 하면 돼요. 나는 우리나라 속담 중에 ‘눈은 구백 냥이다’라는 그 말을 제일 싫어해요, 사실은. 왜 그러냐면 우리는 보는 방법이 되게 다양해요, 사실.
○김효진(호호) 그렇죠.
○허상욱(망고) 코로 냄새를 맡아보고 귀로 들어보고 혀로 맛보고 생각을 해 보고. 뭐 그런 식으로 보는 방법이 되게 많아. 그런데 그중의 보는 것 중에 하나만 없어진 거예요, 사실은.
○김효진(호호) 그렇죠.
○허상욱(망고) 그러니까 그 많은 보는 것들 중에서 하나 삭제된 건데 우리가 시 쓰는 데 뭐 그거 가지고 얼마나 지장을 줄까? 그렇게 생각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허상욱(망고) 충분히 얼마든지 좋은 창작 활동할 수 있어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다른 방식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허상욱(망고) 그렇죠. 맞습니다.
○김효진(호호) 요즘은 시각 장애인을 그렇게 표현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딱 그 이야기를 해 주고 계시고 시로 말씀해 주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허상욱(망고) 그렇죠.
○김효진(호호) 그래서 우리는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얼마든지.
○노지영(노평) 더 활성화된 감각으로 느낄 수 있고.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이 좀처럼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시.
○허상욱(망고) 그런 게 있었어요?
○김효진(호호) 굉장히 쉬우면서도 그런 게 느껴져서. 이게 망고 님만의 독창적인 세계가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지영(노평) 오늘 극찬을 하시네요, 계속. 원래 칭찬 저한테는 잘 안 해 주시는 것 같은데.
○김효진(호호) 제가 유난히 와닿은. 그래서 작품 비평을 함부로 안 하려고 하거든요. 왜냐하면, 노평이 있기 때문에 제가 했다가 괜히 본전도 못 찾아서.
○노지영(노평) 저는 꽁하고 있겠습니다.
○김효진(호호) 그러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벌써 1부 마쳐야 할 시간이에요. 망고 님께 듣고 싶은 이야기가 굉장히 남아 있어서요. 아쉽지만 1부는 이것으로 마치고 또 2부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2부에서 다시 만날까요?
○노지영(노평) 출발!
○허상욱(망고) 채널 고정.
[시즌5 제1회_허상욱 시인편(1부) 프로그램 소개]
○ A의 모든 세상
매월 장애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1회의 주제는 ‘매드 프라이드’입니다.
○ A의 특별한 손님 | 허상욱 시인
허상욱 시인은 1971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2015년 계간 『시선』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니가 그리운 날』, 『달팽이의 집』, 『시력이 좋아지다』, 『너 내가 시집 보내줄게』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60번 죽은 남자』가 있습니다. 제33회 구상솟대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대전점자도서관에서 시 창작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전에서 시인안마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