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웹진 이음

이우주 개인전 《파동의 언어》

리뷰 미지의 우주

  • 박성환 아마도예술공간 책임큐레이터
  • 등록일 2021-10-27
  • 조회수1172

리뷰

갤러리H에서 열린 이우주의 세 번째 개인전 《파동의 언어》에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근래의 회화 언어들을 살펴볼 수 있는 최근작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나 이번 전시에서는 몇몇 장치적 요소를 통해 평면적 공간에 갇힌 시간을 3차원적 공간으로 꺼내 놓은 형식 실험 등 형식적으로나 표현상에서, 그리고 주제적으로 이우주 작가의 작업세계에 다소 급진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전작의 캔버스에서 발현된 소재들은 자신의 경험세계가 투영된 형태적 해석이 주를 이뤘다. 꽃은 작가와 관계 맺는 각각의 인물이며, 꽃을 둘러싼 흰 점들은 자연물을 지키는 정령들이다. 찻잔은 찻잔이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와 그 관계를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작가 본인을 은유하고 있다. 또한 기계장치에 의지하여 소리를 들어야 하는 작가 본인의 불편한 귀와도 형태적으로 맺어져 있다. 찻잔 안에 무지개처럼 피어있는 물결 패턴은 감정의 파동으로서 상징화되어 있다. 동시에 이러한 기호들로 작품의 질서를 만들고, 수용자와의 공감대를 이루는 것으로써 하나의 상징으로 완성시켰다. 이는 보다 보편적인 작가의 삶과 일상에서의 사건, 즉 캔버스 풍경 밖에서의 만나고 대화하고, 듣고 또 읽는 경험을, 어쩌면 작가 스스로가 무심코 선택해버리는 생활의 일부를 거울과 같이 투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환상의 정신적 실제성이 강조되며, 환영을 하나의 부인할 수 없는 물질적인 것으로 화폭에 새겨나갔다.

이에 반해 갤러리 지하층에 위치한 근작들에서는 경험의 현실을 내면화하며 외부의 풍경을 바라보는 주체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대상과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관조하기보다는 대상 속에 보다 긴밀하고 친밀하게 접하거나 아예 그 안으로 몰입되어 있다(그림1 ). 나비와 물고기, 꽃과 산호들처럼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들이 한 장소에 혼재함으로써 부감되는 환영의 리얼리티는 분석적인 태도로 작품에서 거리를 유지하는 관객의 마음에 침투하여 들어간다(그림2 <삶>, 그림3 <우리의 일상>)

  • [그림1]이우주, 〈between〉, 2021, 캔버스에 아크릴, 30X30cm

  • [그림2]이우주, 〈삶〉, 2021, 3합 장지에 석채 혼합, 24.5X33.5cm

또한 점이(漸移)로 표현되던 배경을 과감히 삭제하거나 동양화의 근본적인 원근 표현(전경-중경-후경)에 대한 탐구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에 근경과 원경을 추가시켜 캔버스에서 표현되지 않고 가려진 오브제들의 감춰진 부분을 암시하거나 후경 너머로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깊이감과 원근감을 늘려주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그림4 ). 더불어 과감한 지지체의 형태변화, 사물의 윤곽선과 집중선을 추가하여 과장되고 만화적인 표현의 형식을 보이기도 하며(그림5 , 그림6 ), 전통적으로 한국·중국·일본 등 한자 문화권의 전통회화와 같이 그림과 글을 같은 시공간에 두어 그림의 옛일이나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풍부한 감상을 제안하기도 한다(그림7 <내면의 조화로움>).

기존 회화에 존재하던 요소들을 평면에서 공간으로 끌고 나온 작업 〈파동소리〉(그림8 <파동소리>)도 흥미로운 변화이다. 디오라마와 같은 이러한 모티브 배치는 회화에서의 표현보다 인공성이 강조되어 편집된 허구임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와 같이 미디어의 인공성을 강조하고, 가까이에 있는 공산품이나 일용품으로, 회화의 세계를 탈구축해나가는 쌓기 놀이 같은 수법은, 각각이 가지는 의미나 이미지의 중첩으로부터도 정보의 볼륨감이 확대된다. “재구축=편집”의 개념이나 작법은, 세대의 트렌드 워드일지도 모른다.

〈미지의 세계〉(2021), 〈파동의 세계〉(2021), 〈움직임1~10〉(2021)은 색채와 화법에서 이전과 명확한 차이를 보이는 시리즈이다. 이우주는 수묵담채화기법으로 농담을 조절하며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편, 한지와 배접지를 적절히 콜라주하여 생기는 질감의 차이로 농밀한 시간의 깊이를 생성시키는 것으로 작업에 본인만의 공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신의 화풍을 만들어 낸 작가로서 짧은 시간에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하층부터 3층까지 펼쳐진 전시공간에 너무 많은 것을 풀어내어 특별한 주제의식 없이 자칫 어수선하게 보일 수도 있는 본 전시에서, 작가는 고정되지 않고 다변화 해온 자신의 작품 세계를 풀어내는 동시에, 아직 정의되지 않은 미지의 우주, 무한한 세계의 표출로서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그림3]이우주, 〈우리의 일상〉, 2021, 비단에 석채 혼합, 33.5X24.3cm

  • [그림4]이우주, 〈between〉, 2021, 비단에 석채 혼합, 44.5xmX37cm

  • [그림5]이우주, 〈between〉, 2021, 비단에 안료채색, 21X21cm

  • [그림6]이우주, 〈Door〉, 2021, 캔버스에 아크릴, 30X30cm

  • [그림7]이우주, 〈내면의 조화로움〉, 2020, 3합 장지에 석채 혼합, 80X50cm

  • [그림8]이우주, 〈파동소리〉, 2021, 식물 도자기컵 한지 먹 콜라주 철사 나무판 제작 가변설치, 63X33cm

이우주 개인전 《파동의 언어》

2021.9.15.~9.28. 갤러리 H

동양화를 전공하고 현재 잠실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작업 중인 이우주 작가는 청각결여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이 경험한 ‘들리지 않는 세계’와 ‘들리는 세계’의 교차점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흑백의 한지 콜라주를 통해 청각이 사라진 세계에서 더 중요해진 다른 감각(촉각)을 표현하고자 했다. 장지 위에 한지를 붙이는 콜라주 작업과 전통적인 동양화 채색혼합기법을 혼합하여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완성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파동의 언어’는 파동을 보면서 소리에 체감하는 주체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박성환

대안공간 아마도예술공간·연구소의 책임큐레이터로서 운영 및 기획을 총괄하고 있으며 사가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스펙타클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제작과 아마추어리즘의 가능성을 도모하는 워크숍 《Make Your Scene》(2016~), 《이빨빠진 음악》(2018~)을 진행하는 한편, 《City in Memory》(2014),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시는 거죠?》(2018) 등의 전시와 공동기획 한 울산중구현대미술제 《00MHz:진동하는 경계들》(2021)을 통해 지역과 도시, 공공성을 둘러싼 문제의식을 고찰하며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jungsangin@gmail.com

사진제공.이우주 작가

2021년 11월 (25호)

상세내용

리뷰

갤러리H에서 열린 이우주의 세 번째 개인전 《파동의 언어》에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근래의 회화 언어들을 살펴볼 수 있는 최근작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나 이번 전시에서는 몇몇 장치적 요소를 통해 평면적 공간에 갇힌 시간을 3차원적 공간으로 꺼내 놓은 형식 실험 등 형식적으로나 표현상에서, 그리고 주제적으로 이우주 작가의 작업세계에 다소 급진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전작의 캔버스에서 발현된 소재들은 자신의 경험세계가 투영된 형태적 해석이 주를 이뤘다. 꽃은 작가와 관계 맺는 각각의 인물이며, 꽃을 둘러싼 흰 점들은 자연물을 지키는 정령들이다. 찻잔은 찻잔이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와 그 관계를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작가 본인을 은유하고 있다. 또한 기계장치에 의지하여 소리를 들어야 하는 작가 본인의 불편한 귀와도 형태적으로 맺어져 있다. 찻잔 안에 무지개처럼 피어있는 물결 패턴은 감정의 파동으로서 상징화되어 있다. 동시에 이러한 기호들로 작품의 질서를 만들고, 수용자와의 공감대를 이루는 것으로써 하나의 상징으로 완성시켰다. 이는 보다 보편적인 작가의 삶과 일상에서의 사건, 즉 캔버스 풍경 밖에서의 만나고 대화하고, 듣고 또 읽는 경험을, 어쩌면 작가 스스로가 무심코 선택해버리는 생활의 일부를 거울과 같이 투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환상의 정신적 실제성이 강조되며, 환영을 하나의 부인할 수 없는 물질적인 것으로 화폭에 새겨나갔다.

이에 반해 갤러리 지하층에 위치한 근작들에서는 경험의 현실을 내면화하며 외부의 풍경을 바라보는 주체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대상과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관조하기보다는 대상 속에 보다 긴밀하고 친밀하게 접하거나 아예 그 안으로 몰입되어 있다(그림1 ). 나비와 물고기, 꽃과 산호들처럼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들이 한 장소에 혼재함으로써 부감되는 환영의 리얼리티는 분석적인 태도로 작품에서 거리를 유지하는 관객의 마음에 침투하여 들어간다(그림2 <삶>, 그림3 <우리의 일상>)

  • [그림1]이우주, 〈between〉, 2021, 캔버스에 아크릴, 30X30cm

  • [그림2]이우주, 〈삶〉, 2021, 3합 장지에 석채 혼합, 24.5X33.5cm

또한 점이(漸移)로 표현되던 배경을 과감히 삭제하거나 동양화의 근본적인 원근 표현(전경-중경-후경)에 대한 탐구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에 근경과 원경을 추가시켜 캔버스에서 표현되지 않고 가려진 오브제들의 감춰진 부분을 암시하거나 후경 너머로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깊이감과 원근감을 늘려주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그림4 ). 더불어 과감한 지지체의 형태변화, 사물의 윤곽선과 집중선을 추가하여 과장되고 만화적인 표현의 형식을 보이기도 하며(그림5 , 그림6 ), 전통적으로 한국·중국·일본 등 한자 문화권의 전통회화와 같이 그림과 글을 같은 시공간에 두어 그림의 옛일이나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풍부한 감상을 제안하기도 한다(그림7 <내면의 조화로움>).

기존 회화에 존재하던 요소들을 평면에서 공간으로 끌고 나온 작업 〈파동소리〉(그림8 <파동소리>)도 흥미로운 변화이다. 디오라마와 같은 이러한 모티브 배치는 회화에서의 표현보다 인공성이 강조되어 편집된 허구임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와 같이 미디어의 인공성을 강조하고, 가까이에 있는 공산품이나 일용품으로, 회화의 세계를 탈구축해나가는 쌓기 놀이 같은 수법은, 각각이 가지는 의미나 이미지의 중첩으로부터도 정보의 볼륨감이 확대된다. “재구축=편집”의 개념이나 작법은, 세대의 트렌드 워드일지도 모른다.

〈미지의 세계〉(2021), 〈파동의 세계〉(2021), 〈움직임1~10〉(2021)은 색채와 화법에서 이전과 명확한 차이를 보이는 시리즈이다. 이우주는 수묵담채화기법으로 농담을 조절하며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편, 한지와 배접지를 적절히 콜라주하여 생기는 질감의 차이로 농밀한 시간의 깊이를 생성시키는 것으로 작업에 본인만의 공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신의 화풍을 만들어 낸 작가로서 짧은 시간에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하층부터 3층까지 펼쳐진 전시공간에 너무 많은 것을 풀어내어 특별한 주제의식 없이 자칫 어수선하게 보일 수도 있는 본 전시에서, 작가는 고정되지 않고 다변화 해온 자신의 작품 세계를 풀어내는 동시에, 아직 정의되지 않은 미지의 우주, 무한한 세계의 표출로서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그림3]이우주, 〈우리의 일상〉, 2021, 비단에 석채 혼합, 33.5X24.3cm

  • [그림4]이우주, 〈between〉, 2021, 비단에 석채 혼합, 44.5xmX37cm

  • [그림5]이우주, 〈between〉, 2021, 비단에 안료채색, 21X21cm

  • [그림6]이우주, 〈Door〉, 2021, 캔버스에 아크릴, 30X30cm

  • [그림7]이우주, 〈내면의 조화로움〉, 2020, 3합 장지에 석채 혼합, 80X50cm

  • [그림8]이우주, 〈파동소리〉, 2021, 식물 도자기컵 한지 먹 콜라주 철사 나무판 제작 가변설치, 63X33cm

이우주 개인전 《파동의 언어》

2021.9.15.~9.28. 갤러리 H

동양화를 전공하고 현재 잠실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작업 중인 이우주 작가는 청각결여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이 경험한 ‘들리지 않는 세계’와 ‘들리는 세계’의 교차점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흑백의 한지 콜라주를 통해 청각이 사라진 세계에서 더 중요해진 다른 감각(촉각)을 표현하고자 했다. 장지 위에 한지를 붙이는 콜라주 작업과 전통적인 동양화 채색혼합기법을 혼합하여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완성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파동의 언어’는 파동을 보면서 소리에 체감하는 주체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박성환

대안공간 아마도예술공간·연구소의 책임큐레이터로서 운영 및 기획을 총괄하고 있으며 사가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스펙타클 이미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제작과 아마추어리즘의 가능성을 도모하는 워크숍 《Make Your Scene》(2016~), 《이빨빠진 음악》(2018~)을 진행하는 한편, 《City in Memory》(2014),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시는 거죠?》(2018) 등의 전시와 공동기획 한 울산중구현대미술제 《00MHz:진동하는 경계들》(2021)을 통해 지역과 도시, 공공성을 둘러싼 문제의식을 고찰하며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jungsangin@gmail.com

사진제공.이우주 작가

2021년 11월 (25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 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