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광장
2022년 시작한 이음리뷰클럽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구성원들이 창작자, 관계자, 관객으로 참여한 공연, 전시, 행사의 감상과 후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올해 새롭게 모인 3기 멤버 역시 예술의 미학적 완성도에서 접근성 이슈까지, 장애 당사자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눕니다.
10월의 리뷰▶ 뮤지컬 〈빨래〉 | 연극 〈애도의 방식〉 | 오페라 〈우먼, 포인트 제로〉 | 전시 《암호화된 사람들》 | 행사 〈한국피플퍼스트대회〉 | 전시 《향하는 귀, 흐르는 걸음, 벌어진 사고》 | 퍼포먼스 〈청인을 연기하는 법 서론 솔로 버전〉 | 연극 〈피노키오 트라이얼〉 | 무용 〈카메라 루시다〉
서주현
휠체어석 나눔 프로젝트에 뽑혀서 전부터 보고 싶어 했던 뮤지컬 〈빨래〉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대학로에 위치한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건물은 접근성에서 입구부터 턱이 없어 입장하기 좋았다. 공연 시간이 되고 공연장 문을 여니 맨 뒷자리 양쪽으로 휠체어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객석이 1, 2층으로 나뉘는 구조 때문에 시야제한석 쪽에 위치해서 참 아쉬웠다. 게다가 앞자리보다 높아야 시야가 확보되는데 단차가 조금 낮아서 앞에 키가 큰 사람이 앉게 되면 무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나둘 관객들이 들어오고, 하아, 우려했던 일이…. 내 바로 앞자리에 쪼르륵 건장한 남성 셋이 앉는다. 무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민하다 왼쪽 통로 쪽으로 바짝 붙으니 그나마 시야가 확보되어, 그렇게 관람 시작.
서울살이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와 감동이 진하게 전해진다. 외국인 노동자 역을 맡은 배우의 목소리와 노래 실력이 너무 좋아 그 배우의 연기 신에서는 넋을 놓고 듣고 보았다. 대단히 특별하거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이웃, 가족, 친구 등 바로 옆에서 볼 수 있거나 혹은 나의 이야기일 수 있어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울컥하는 순간도 있었다. 대형 뮤지컬도 그만의 재미와 감동이 있겠지만, 이런 소규모 뮤지컬은 왠지 더 가깝게 느껴져서 좋았다.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정지영
제목만 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낼 때의 여러 가지 감정들을 표현했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며 갔지만, 끝까지 봐야 안다는 사실을 또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큰 반전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애도하고 있는가를 알려면 연결된 세 개의 에피소드를 잘 따라가야 해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습니다. (너무 집중하다 보니 중간중간 나오는 포…폭력적인 부분이 그대로 재현되어 너무너무 놀람)
자, 그럼 소감을 말해 본다면. (스포일러 없이 쓰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익명의 멸시를 받으며 갖는 죄책감.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들어 보고 싶은 욕망. 죽음의 진실만이라도 알고 싶은 소망. 아! 글로 정리해 보니 조금 이해가 가네요. 사람은 언젠가는 죽지만 죽음의 원인은 다 다르겠죠. 하지만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남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남은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는 죄책감도 아니고 역할의 전환도 아니고 진실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이 비록 사건과 사고로 연결되어 있더라도요. 불필요한 호기심으로 생긴 거짓은 진실이 되어 남은 사람들이 애도하지 못하게 합니다. 죽음을 애도한다는 방식? 사는 동안 실천할 수 있을까요?
이성수
“처음 만난 분들에게 영광입니다.”
얼핏 다정해 보이는 첫인사로 공연은 시작되지만, 이야기가 펼쳐지는 내내 마음은 점점 무거워져 갔습니다. 이 공연은 언젠가부터 막연하게 관심을 두고 있던 중동 여성의 인권과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노인, 아동, 장애인, 여성, 퀴어, 난민 등 어떠한 약자의 문제도 결코 당사자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고,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겨우 조금씩 조금씩 바뀝니다. 누군가 저의 문제에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듯, 저 또한 지구 반대편의 여성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도 분명 같은 마음일 겁니다. 그래서 시작과 끝에 이런 인사말을 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 영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더 많이 발견하고 인식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어 통역이나 음성해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배우들은 영어로 노래와 대사를 하는데, 영어 듣기도 안 되고, 한글 자막도 안보이고, 무대도 안 보이는 저로서는 무척 난감했습니다. 하마터면 중동 여성 인권에 대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관심마저 사라질 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친절한 동료가 다정한 위스퍼링을 해주어서 겨우겨우 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속삭여주는 소리를 한마디라도 놓칠까 바짝 집중해서 듣고 있는데, 앞 사람이 버럭 하며 “거 조용히 좀 합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라서 저는 대수롭지 않았지만, 위스퍼링을 해주던 동료는 적지 않게 놀란 것 같았습니다. 동시에 저의 머릿속에는 개방형, 폐쇄형, 속삭임, 대사화 등 여러 유형의 음성해설이 제공될 때마다 적어도 한두 번씩은 방금과 같은 상황을 겪었던 기억들이 스쳐 갔습니다. 또 동시에 수어통역이나 문자통역 같은 접근성 부분은 공연 문화의 기본값으로 점점 자리매김해 가는 것 같은데, 반면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접근성은 아직도 낯설고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공연 관람 등 문화 향유가, 그리고 그것을 통한 소통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되기를 항상 소망합니다.
정지영
《암호화된 사람들》은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이 개최한 세 번째 그룹전으로, 이정하 대표와 이희승, 박은경, 하경이, 고유선 작가가 참가했다. 2023년 《신의 목소리》 전시회를 놓쳐서 아쉬웠는데 올해는 드디어 관람 성공!
“암호를 입력하여 쓰기 보호를 해제하거나 읽기 전용으로 여십시오.” 암호는 무엇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이다. 통념적으로는 무엇을 소유한 사람이 암호를 정하며 잊어버릴 경우를 대비하여 힌트도 넣어놓는다. 또한 암호는 소통 신호이자 약속한 부호 또는 언어이다. 이 모든 것들은 유출되지 말아야 하며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 만들지 않았음에도 ‘암호화’된 사람들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사회가 걸어놓은 암호이기에 사회가 풀지 않으면 절대 풀리지 않는다. 개인이 가진 동정심만으로는 풀 수 없다. 여기에 자신도 모르는 암호를 풀어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장애인들.
“다섯 작가는 암호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제시한다. 과감한 터치, 보드라운 선과 뚜렷한 색 등으로 마치 탐정들이 풀어내는 암호의 규칙이 숨어있다. 이정하 대표의 드로잉 〈암호화된 사람들〉의 규칙적인 선들은 반듯하지 않다. 떨리는 선들은 마치 누군가 암호를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 같고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남녀는 선을 사이에 두고 있다. 암호로 닫힌 사람은 정신장애인일까? 암호를 풀러 온 사회를 대변하는 사람일까? 이 작품은 전시회장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전시되어 있다. 마치 암호가 풀리면 나를 보호하던 빗장이 열리는 것을 주저하는 것처럼. 이 암호들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 사이에서만 통해야 할까? 아니, 이제 비당사자들의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암호는 접근 가능한 권리이다.”(초대의 글 중). 정신장애인들은 우리에게도 이제 그 권리를 부여해 주고 있다. 단, 암호를 푸는 자에게만. 하지만 암호를 풀지 못한 사람에게도 읽기 전용이라는 관용을 베풀고 있다. 여러분은 암호를 풀었나요?
강하림
한국피플퍼스트대회는 1년에 한 번씩 전국에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모여서 발언도 하고, 함께 공연도 보고, 여러 부스도 마련되어 있는 행사입니다. 이번 피플대회에서는 ‘호레이’라는 팀이 공연을 했어요. 호레이는 단원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북을 치면서 행사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합니다. 크고 화려하게 장식된 북을 허리에 맨 5명의 단원이 공연을 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브라질의 북이라고 합니다. 엄청 신났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발달장애인들은 모두 신나서 춤을 추기도 하고 호레이를 따라다니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춤 추는 걸 안 좋아해서 (별로 재미없어요) 그냥 따라다니면서 손뼉만 쳤습니다. 공원이어서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다른 시민들도 함께 구경하기도 했어요. 이번이 11회 대회였다고 하는데, 저는 처음 참여해 봤어요.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쑥스럽긴 했지만, ‘자유발언대’에도 참여해 작년부터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일하고 저축하고 자립홈에서 자립생활을 체험해 보기도 하고 요리를 배우기도 한 저의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도 대회가 열리면 참여할 생각입니다!
※ 조력자와의 대화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이성수
조금은 엉뚱한, 어찌 보면 이색적인, 그러나 알고 보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은 다정하고 따뜻하고 귀엽기까지 한 창작팀으로,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정평이 나 있는 ‘다이애나밴드’에서 이번에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시간을 마련했다기에 다녀왔습니다.
홍제천변을 함께 걸으며, 아무 일도 없는 듯 산책하며, 지극히 평범한 소리를 향해 조금은 특별하게 귀 기울여보는 시간. 일상적인 소리 사이사이로 새로운 혹은 낯선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과연 무엇을 가지고 돌아갔을까요? 나의 마음속에 좁쌀처럼 박힌 그것은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어떻게,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을까요? 어찌 보면 감상적인, 그러나 결코 우습게만 넘길 수는 없는 생각, 그리고 누군가를 떠올리며 홍제천 위로 떨어지는 노을을 뒤로하고 돌아왔습니다.
해랑
농인인 정상수 배우가 음성언어로 말하면서 청인을 연기한다. 그의 대사는 종이에 인쇄되어 받아볼 수 있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과 하는 일, 그리고 직장에서 만난 농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4~5개의 단어를 수어로 말하고 자신은 청인이라는 말로 대사가 끝난다. 말하는 중간마다 무대의 앞과 뒤에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 대사는 관객들의 의견을 받아 더 ‘청인답게’ 만들어진다. 배우의 발화가 사투리인가 아닌가부터 시작해서 소리에 대해 반응하는 태도까지. 수어의 서투름은 어느 정도까지여야 하는지 등등.
극을 보면서 종이에 적힌 대사와 배우의 말을 번갈아 가며 확인해야 하는 것이 불편했다. 의견을 주고받을 때 켜지던 조명도 강해서 눈이 편하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 같이 관람한 농인들은 의견을 제시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관객과의 대화를 보고서도 이 공연의 의미는 무엇일지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청인들은 평소 미디어에서 농인 연기를 하는 청인 배우를 보고 ‘농인 연기 잘한다’라고 말하지만, 농인이 보기에는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농인 연기는 농인 배우가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청인들은 왜 또 예민하게 구냐고 한다. 공연에서 청인 연기를 하는 농인 배우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의견에 동의하는 관객의 대다수는 청인이었다. 일상생활에서 듣는 ‘역차별’이라는 단어, ‘왜 이렇게 예민하냐’는 말을 듣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자유석으로 되어 있던 것도 조금 아쉬웠다. 연출가와 배우의 말이 수어통역 되는데, 미리 수어통역이 잘 보이는 좌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자유석이라도 농인 관객을 위한 좌석이 확보되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수어통역을 보다가 간간이 놓친 내용에 대해서 문자통역을 봤는데, 내용이 누락된다든가 실수가 잦아서 잘 감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이성수
‘관객 참여형 재판극’이라는 수식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연이었습니다. 피노키오로 상징되는 AI에게 인간의 자격을 부여해도 되는가 하는 주제를 놓고 검사와 변호사가 열띤 공판을 벌이다가 결국 논쟁은 관객에게 던져집니다. 관객은 배심원이 되어 ‘찬성’ 혹은 ‘반대’, ‘잘 모르겠다’와 같은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그 이유를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1, 2년 전에 미국 구글에서 한 연구원이 자신이 개발한 AI와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AI가 살아있다고 믿게 되었으며, 그 일로 인해 법정 소송까지 갔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연극은 그 사실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찬성이라고 하는 사람도 반대라고 하는 사람도 모두 일리 있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들며 진지하게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문득 “인간의 자격을 누군가가 부여할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의 자격을 갖춘 인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와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직은 해프닝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일이 실제로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고, 그 일을 모티브로 하는 연극이 만들어지고 제법 진지하게 토론하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하는 것은, AI의 존재감이 그만큼 가까이에 와 있으며 지금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크다는 방증인 것 같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새로운 변화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놀라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투표 결과, 찬성보다 반대 수가 조금 더 많아서 피노키오는 인간의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공연은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찬성 수가 엇비슷한 정도의 박빙이었기에 두려움은 오히려 더 커진 듯합니다.
이성수
캐나다에서 온 4인의 발달장애 댄서들과 한국 창작팀이 만나 흥겨운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시각장애가 있는 저는 무용, 댄스, 퍼포먼스와 같이 대사가 없는 공연은 잘 찾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요즘 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지인들이 관여한 공연도 적지 않아서 의외로 자주 그러한 공연을 관람하게 되는데요. 이번엔 음성해설에 진심인 구자혜 연출님이 위스퍼링 해설을 하신다기에 걱정과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가지고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관객들이 몰입하고 있는데, 속삭이는 해설 소리가 방해된다고 눈치 보는 상황이 생길까 봐 우려했었는데, 공연팀에서 시작 전에 위스퍼링 해설 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고 공지한 덕분에 당당하게 대놓고 해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구자혜 연출님은 발음도 정확하지만, 특유의 당당하고 단단해 보이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듣는 저도 덩달아 떳떳해지는 듯하였습니다. 사실 애초에 주눅들 일도 아니지만, 수십 혹은 수백 명의 관객 사이에서 혼자 소곤소곤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외롭다 못해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 옆에 있는 해설자의 목소리가 자신감이 없어 보이면, 괜히 저도 더 기가 죽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강하고 든든한 친구가 옆에 있으면 절로 어깨가 펴지는 어린아이처럼 당당하게 해설을 듣고, 편하게 웃기도 하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온 퍼포머들의 유쾌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댄스를 관람하였습니다.
강하림
조력자분이 두 개의 공연을 추천해 줬는데, 이 공연이 일정이 맞기도 했고, 홈페이지 내용을 보니 발달장애인들이 나온다고 해서 보러 갔습니다. 캐나다의 발달장애인 네 명이 출연했어요. 어린이도 있었고,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어른도 있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점이, 배우들이 앉아 있는 바닥에 별 조명이 달려있고, 별에 불이 들어오면 그 배우가 일어나서 자기 얘기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공연이었습니다. 춤을 엄청 잘 추더라고요. 배우들은 영어로 얘기를 해서 저는 한국어 자막을 보고 이해했습니다.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이 장애 진단을 받은 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다 보니까 춤을 좋아해서 공연팀에 들어오게 됐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를 잘 생각하고 꿈을 이룬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이트에서 예매하기는 어려워서 따로 전화해서 예매했는데, 친절하게 잘 응대해 주셨고, 티켓을 받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자유석이어서 자리 찾는 어려움도 없었고요. 또다시 한국에서 공연하면 많은 분이 보도록 추천하고 싶어요. 발달장애인도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비장애인들이 보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 조력자와의 대화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강하림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에서 9년째 일하고 있다. 광명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소속 인권강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장내 장애인인식개선교육 파트너강사, 장애인권교육 협업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뮤지컬과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
17dagala@naver.com
서주현
그림 그리는 사람. 어려서는 핑크로 도배할 만큼 핑크색을 좋아하다 우연히 잡지에 실린 재미로 보는 운세(?) 같은 코너에서 내 행운의 색이 빨강이라는 글을 본 후부터 지금까지 내 소울 컬러는 빨강이다.
iamboil@nate.com
이성수
중도 저시력 시각장애인. 힘빼고 컴퍼니 대표. 연극, 글, 장애인식개선,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대화하고, 놀이하는 사람. 2023년 배리어컨셔스 연극 〈국가공인안마사〉, 2024년 모두의 연극 〈도깨비 안마원〉 작품에서 극작, 연출, 출연했다. 2024년 배리어프리 에세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를 함께 썼다.
페이스북
유튜브채널 힘빼고컴퍼니
정지영
5월의 연둣빛과 6월의 해질녘 서늘한 바람을 좋아한다. 지식이 조금 넓고 말이 많지만 깊이 들어가면 조용해진다. 2000년부터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귀결은 유니버셜디자인! 지금은 대구대학교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물론 취향은 존중하지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30조(문화생활, 레크리에이션, 여가생활과 스포츠 참여)를 잊지 맙시다!
jiyoung.jung74@gmail.com
해랑
관심사가 많은 사람. 농인의 문화예술 향유권에 관심이 있으며 종종 접근성 자문, 모니터링을 한다. 아티스트, 공연 관계자, 관람객을 위해 「문자통역 신청 매뉴얼」을 제작·배포했다. 《2023 SPAF》, 《모두예술주간 2023》, 연극 〈이런 밤, 들 가운데서〉 등에서 접근성 자문을 했고, 2024년 재공연한 〈인정투쟁; 예술가 편〉에서는 접근성 창작진으로 함께했다.
deafjam66@gmail.com
사진 및 캡션 제공.필자
썸네일.해랑 “공연을 보러 가면서 보았던 낙엽 사진을 첨부합니다. 가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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