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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유남 배우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재주를 뽐내는 일

  • 김슬기 연극평론가
  • 등록일 2025-11-19
  • 조회수 29

인터뷰

유난히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인터뷰였다. 배우 김유남은 자신을 스스로 난쟁이 배우, ‘알집’, 연못 같은 말들로 표현했다. 연극 무대에서부터 무용, 뮤지컬, 음악극 등의 무대예술은 물론, 드라마와 웹뮤지컬, 뮤직비디오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온 그는, 마음속에 오래 품어온 서커스와 마임 같은 거리예술에 대한 연출 계획을 들려주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자신만의 표현을 찾기 위해 인물과 대화하고 몸을 적응시킨다는 배우 김유남, 그의 재주가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을 만들어 낼지 궁금하다.

  • 김유남 배우가 테이블 위에 걸쳐 앉아 우쿨렐레를 연주하듯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반은 붉은색, 반은 파란색으로 나뉜 셔츠를 입었다. 뒤편에는 책과 소품이 놓인 선반이 있다.

    김유남 배우

배우로 활동한다는 것

고등학교 시절 개그맨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선생님의 제안에 연기 학원을 등록하고 입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선생님이, “너는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고 선생님들한테도 위트 있게 잘 개긴다”라고 얘기하셨다. 관심받기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캐릭터로 인정받는다는 것도 기뻤다. 사실 이제 30대가 되어서 인정받는다고 표현하지만, 그때는 웃고 떠들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다.

2015년 신강수 작가가 쓴 〈급이 다르다〉로 처음 연극 무대에 올랐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연극배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가?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 20대 초반에 개그맨 시험을 준비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영화는 찍어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 학교 수업의 커리큘럼 안에서 연극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 나에게 연극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일종의 훈련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이제 활동한 지 10년이 되었는데, 훈련으로서의 연극을 넘어 배우가 어떤 일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배우라고 말하는 것이 직업적으로 설명하기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한데,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다 하니까 그냥 정말 광대, 꾼이다. 예전엔 배우는 연기를 할 때 그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어떻게 그 인물이 되나? 나의 존재를 숨기고 다른 인물이 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그때 한 선배가 인물과 대화하면서 연기를 찾아간다고 이야기해 줬다. 해보니 나한테도 그게 맞았다. 그렇다고 실제로 인물이 답을 주는 건 아니니까 좀 더 다양한 방법을 떠올리고 선택해볼 수 있게 된 거다.

작업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다양한 작업의 기회를 어떻게 만드나?

사실 주변 사람들과 열심히 대화하고 다니는 게 전부다. 공연 오디션을 본 적은 거의 없는데 감사하게도 지인들이 추천해 주면서 기회가 생긴 편이다. 가끔 SNS를 보고 연락 주시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 쪽에는 프로필을 돌리기도 한다.

몸을 사용하는 표현

연기도 하지만 무용과 뮤지컬, 음악극, 그리고 최근엔 뮤직비디오에 댄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몸을 사용하는 표현은 김유남에게 어떤 의미인가?

반전 매력? 춤이라는 게 대단한 기술이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대심땐스〉를 할 때 안은미 선생님도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자신의 몸짓을 표현하는 것 자체도 춤이라고. 내가 외적으로 잘 보이는 장애를 갖고 있지 않나. 어차피 비장애인과 똑같은 것을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나만의 색깔이 나올 수 있는 움직임을 찾는다. 나 스스로 ‘알집’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러니까 압축되어 있다는 거다. 거기서 오는 묵직함과 유연함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같은 동작을 해도 왕복 거리가 짧으니까 재빨라 보이기도 하고 효율적이다. (웃음)

그런데 역동적으로 몸을 사용했을 때 무리가 오기도 해서 배우들은 몸을 아낄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기도 한다. 자기 몸을 돌보면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접근법이 있나?

사실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최근에 더 느끼고 있다. 특히 나는 연골, 관절 장애이기 때문에 더 빠르게 망가진다는 말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할 때가 있다. 수술받았을 때, 교수님들이 되도록 운동은 자제하라고 했다. 할 거면 하중을 덜 받는 수영 정도? 나는 평소에 몸을 잘 돌보거나 하진 않지만 공연할 때는 일이기에 적응시키려 노력한다. 몸을 쓰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어쨌든 배우는 훈련을 해서 보여줘야 하고 판단을 받는 직업이니까, 오히려 할 수 있을 때 짧고 굵게 하겠다는 마음이 있다.

 

장애와 예술이 만났을 때

본인을 난쟁이 배우라고 소개한다. 난쟁이라는 말이 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자신의 장애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것은 신체적 조건이니까, 그 외에 어떤 말로 배우 김유남을 설명하고 싶은가?

난쟁이라는 말을 비하적으로 사용하면 문제다. 혼자 생각해 봤다. 난쟁이 말고 드워프라고 해볼까.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드워프는 손재주가 좋고 노는 거 좋아하는 재주꾼들 아닌가. 나도 할 줄 아는 건 많은데 다 얕다. 그래서 연못 같은 존재다. 얕지만 넓고, 잔잔한데 개구리가 들어오면 시끄러워지고. (웃음)

다양한 장애・비장애 동료들과 협업해 왔다. 어떤 환경에서 서로서로 환대한다고 느끼나? 일전에 한 인터뷰에서는 과한 배려가 편견이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어느 곳이든 처음 만나는 사람을 적대하는 곳이 있을까? 지내다가 잘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지 않나? 장애가 있다고 해서 푸대접받거나 환대받는 느낌은 없다. 과한 배려라는 건 예를 들면 도와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고민의 상황 같은 건데, 그냥 물어보면 된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모를 수 있다.

최근 장애예술의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다양한 공연, 워크숍 등이 기획되고, 새로운 동료들도 만나실 것 같은데.

예전엔 굳이 ‘장애’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 예술인과 장애예술인을 굳이 구분해야 하나? 지금은 장애예술을 지원하고 접근성도 고려하는 흐름이 만들어져서 지원도 더 받을 수 있고, 다양한 환경이 조성되어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플레이어든 크리에이터든 ‘장애예술인이니까 이 정도만 해도 돼’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프라이드를 말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훈련을 하고 배우로서 역량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활동 반경을 넓혀가기

영상 작업은 어떻게 다른가? 긴 시간 모두가 모여 서로 호흡을 맞추는 연극과 비교한다면.

〈비비드라라러브〉 뮤직비디오의 경우 무박 3일, 28시간 촬영했는데, 나중엔 좀 지치기도 했지만 굉장히 즐거웠다. 무대에서는 객석을 보면 되지 않나. 그런데 영상 작업에서는 카메라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연결을 맞추는 재미도 있고, 카메라 앞에서의 동작이 나한테는 어색할지라도 화면에 더 잘 나온다는 것을 알아가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는 대부분 음향이 들어가지만, 뮤직비디오는 영상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고 나중에 음악에 맞춰 편집하는 방식이라, 현장에서 서로에게 호응을 많이 했다. 댄서들이 모두 뮤지컬 배우였는데, 촬영 내내 도파민에 ‘절여져’ 있는 느낌이었다. (웃음)

배우가 다양한 삶을 연기해 볼 수 있는 직업이라 좋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여러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는데, 어떤 역할을 더 연기해 보고 싶나?

장르마다 좀 다른데, 연극에서는 주인공 옆에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 역할을 해보고 싶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따라다니기만 해도 주인공과 맞먹거나 더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역할? 붙박이처럼 등장하는 역할? 결국 분량인가. (웃음) 그리고 영상 쪽은 특수분장을 하고 출연했던 작업이 많아서 얼굴이 제대로 나오는 대중영화를 해보고 싶다.

저신장 장애배우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도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가?

저신장 장애배우를 만날 때마다 연락처를 모으고 있다. (웃음) 그렇다고 무언가를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계속 졸업을 꿈꾼다. 물론 지금은 전업 배우이지만 사실 내가 게으르고 배움에 대한 흥미도 없어서 계속 이대로 해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이 작업하는 동료들도 관객도 모두 충족시키고 싶은데, 그 부담이 커서 더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찾고 싶다는, 조금은 건방진 생각도 한다. 그래서 취미처럼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 부담을 좀 내려놓고 하면 나한테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항상 그려보는 것 중에 서커스나 마임, 거리예술 같은 퍼포먼스가 있다. 즉흥적이고 사람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는 게 좀 더 재밌다. 장애물의 위치를 계속 바꿔가면서 공간을 오브제로 가득 채우는 공연도 구상 중이다. 내가 제작하고 연출도 해보고 싶다.

  • 어두운 무대, 남자 배우 둘이 바닥에 나란히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각각 파란색 야구 점퍼와 노란색 트레이닝 상의를 입었다. 앞에는 소주병과 음료수병이 놓여 있다.

    연극 〈급이 다르다〉

  • 무대 중앙에 김유남 배우가 정면을 바라보고 서 있다. 조끼와 와이셔츠, 보타이를 갖춘 클래식한 의상에 모자를 썼다. 뒤에는 앙상블 배우들이 나란히 서서 군무 동작을 취하고 있다.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

  • 김유남 배우가 알록달록한 등딱지를 가진 거북이 인형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리고 있고, 주변의 배우들은 큰 잎사귀 모양 소품을 들고 거북이를 둘러싸듯 서 있다. 초록빛 조명이 자연 속 분위기를 자아낸다.

    릴랙스드 퍼포먼스 〈느릿느릿 엉금엉금 거북이〉

  • 김유남 배우를 선두로 네 명의 배우가 줄지어 서 있다. 배우들은 초록색 풀밭과 동물 그림자가 프로젝션된 배경에서 연기하고 있다.

    미디어 퍼포먼스 〈노래가 되자〉

김유남

김유남

통칭 저신장 배우, 자칭 난쟁이 배우.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무용 〈대심땐스〉(2017), 〈바넘, 위대한 쇼맨〉(2018), 뮤지컬 〈드리머스〉(2022), 음악극 〈합★체〉(2023) 등 다수의 공연에 출연했다. 드라마 〈보이스 4〉, 〈YG전자〉에 출연했고, 웹뮤지컬 〈골드보이〉(2022) 주연을 맡았다.
ssunder123@naver.com
∙ 인스타그램 @ssunder123

김슬기

김슬기

창작을 위한 읽기와 기록을 위한 쓰기를 한다. 공연예술의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한다. 일상과 연극, 연극과 사회가 만나는 방식 및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공연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며 이론과 실천을 잇는 연구를 하고자 한다.
soolsoolgi@naver.com

사진. 이재범 라무팜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자료 사진. 김유남

2025년 11월 (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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