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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읽기 현장리뷰 ❘ 《모두의 콘서트 : 같이, 봄》 느슨하되 가깝고, 담백하되 부족하지 않은

  • 김보라・임현주・지혜연 
  • 등록일 2026-05-27
  • 조회수 48

작품읽기

제46회 장애인의 날 기념 기획공연 《모두의 콘서트 : 같이, 봄》을 이음리뷰클럽 4기 멤버들이 함께 관람했다. 생동하는 봄밤, 다채로운 우리 장단과 선율이 어우러지며 객석과 무대가 흥겹게 하나 된 그 시간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김보라 김보라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모두미술공간에서 나도 작가로 참여한 기획전 《관계의 기술: 기꺼이 기어이 기대어》 오프닝 리셉션이 끝난 후 《모두의 콘서트 : 같이, 봄》을 보러 모두예술극장으로 가기로 했다. 이음리뷰클럽 멤버인 임현주 작가님도 이번 전시에 참여했기에, 이 기회에 저녁도 같이 먹고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다 함께 향했는데, 그러다 결국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지각하고 말았다. 장애인 콜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시간대였고 두 번 갈아 타야 하는 전철이 유일한 이동 방법이었다. 전동 휠체어 이용자인 임현주 작가님과 저시력자이다 보니 걸음이 매우 느린 나의 동행은 마치 이인삼각 경기에 출전한 팀과 같았다. 임 작가님은 가장 빠른 휠체어 이동 경로를 기억 속에서 더듬었고, 나는 우선 늦는다는 연락을 하고 앞장서는 임 작가님 뒤를 따라 달렸다. 그러다 한 번씩 숨을 고를 땐 함께 웃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다행히도 첫 무대가 끝난 후에 입장할 수 있어서 안도했고 큰 무리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길, 속도, 목소리를 갖고 있다. 장애예술에서 가장 좋은 점은 이곳에선 자신만의 그것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이 공연에서도 뻗어 나오는, 그리고 뚫고 나오는 소리에서 그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라. 내가 알고 있던 전형적인 판소리의 음, 사물놀이의 호흡이 아닌 것 같아.’ 알앤비나 재즈 음악의, 뒤로 묘하게 밀려났다가 다시 맛깔나게 돌아오는 ‘레이백(Lay back)’에서 느껴지는 해방감 같은 걸 맛봤다. 이러한 후기를 음악하는 동료에게 전하자,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은 내가 그런 비유를 하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자신만의, 그리고 우리만의 걸음, 박자, 음, 호흡, 소리, 장단이 어우러지니 음악은 더 선명해지고, 가사는 더 진실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다양한 팀이 참여한 공연인 만큼 팀마다 다른 색을 보게 된 것도 좋았다. 선망하면서도 늘 멀게만 느꼈던 국악과 조금 다르게 훌쩍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장애인의 날 기념으로 장애 국악 예술인들의 공연을 선택한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다양한 사람뿐 아니라 우리 전통의 길고 먼 시간을 포용하는 듯 신명 나게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이었다. 내년 장애인의 날에는 또 어떤 다른 분위기로 서로를 불러 모을지 궁금해진다.

  • 무대 가운데에서 한복 치마저고리를 차려입은 이지원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고, 뒤편으로 최준이 건반을 연주하며 노래 부른다.

    이지원 소리꾼과 최준 음악가의 협연

  • 네 명의 멤버가 무대에 나란히 앉아 각각 징, 꽹과리, 장고, 북을 연주하고 있다.

    사물놀이 땀띠의 공연

임현주 임현주

어머니의 된장찌개가 생각났다. 잘 발효된 된장에 청양고추 살짝 넣고 끓인 된장찌개.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깊은 맛. 《모두의 콘서트 : 같이, 봄》에서 만난 우리 음악이 그랬다.
복잡한 서울역 지하철 환승 시간을 고려하지 못해 선영숙 님의 가야금 공연을 놓쳐서 아쉬웠지만, 뒤이어 진행된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국악인 오정해 씨의 맛깔나는 사회는 공연의 품격을 높였고, 관객과 소통하고 참여를 끌어내고자 하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최준(피아노병창), 허정(판소리), 사물놀이 땀띠(사물놀이), 드림온 무용단(진도북춤), 이지원(민요), 악단광칠(퓨전국악밴드). 순서마다 흥미로웠지만, 특히 최준 님의 피아노병창은 경이로웠다. 화려하고도 순수해 보이는 의상과 어울리지 않게 시크한 표정으로 짚어내는 정확한 박자와 발음은 그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피아노 선율과 국악 타악기들의 독특한 매력에, 단번에 그의 팬이 되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누가 장애인이고 비장애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고, 사실 그 구분이 전혀 필요치 않았다. 오직 예술가와 관객의 뜨거운 호흡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어서 심장을 지나 창자를 울리는 이지원 님의 소리에 내가 가졌던 국악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깨졌다.
공연을 관람하며 국악과 장애예술의 절묘한 공통점을 발견했다면 너무 비약일까? 국악은 서양의 7음계와 달리 ‘궁상각치우’ 5음계를 바탕으로 한다. 서양음악의 기준에서 보자면 2음계가 부족한 셈이다. 하지만 그 5음계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덜어냈기에 더 깊고, 비웠기에 더 맑은 영혼의 소리를 들려준다. 단순한 선율로 인간의 영혼을 흔드는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말이다.
​장애예술 또한 마찬가지다. 장애를 결핍이나 부재로 보는 것은 비장애 중심의 좁은 시선일 뿐이다. 무대 위의 아티스트들은 장애를 ‘부족함’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삼아 새로운 예술적 언어를 창조하고 있었다. 5음계가 7음계의 대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한 음악이듯, 장애예술 역시 그들만의 독특한 호흡과 리듬으로 완성된 독보적인 장르인 것이다.
​결국 예술의 본질은 테크닉의 완벽함이 아니라 영혼을 얼마나 깊게 울리느냐에 있다. 조미료 없는 된장찌개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채워주듯, 이번 공연은 편견의 벽을 허물고 예술의 본질적인 생명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장애와 비장애, 국악과 양악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같이’ 맞이한 이번 공연은, 내 안의 봄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만한 5음계의 미학처럼, 독특한 예술 세계가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의 영혼을 흔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최준이 무대에서 홀로 건반을 연주하며 노래 부르고 있다.

    최준 음악가의 피아노병창

  • 두루마기와 갖을 갖춰 입은 허정이 휠체에 탄 채 한 손에 부채를 들고 판소리를 하고 있다. 옆에서 고수가 북을 두드리며 장단을 맞춘다.

    허정 소리꾼의 판소리

지혜연 지혜연

같이=together=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이 함께=서로 다름이 없이
봄=한 해의 네 철 가운데 첫째 철=희망찬 앞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보다=see

공연 제목에서부터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모두예술극장 자체가 ‘믿보극(믿고 보는 극장)’이고, 기대감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으로 극장에 도착했다.
공연을 시작할 때 사회자 오정해 씨가 “틀을 깨라”고 한 말이 가슴을 두드렸다. 기획부터 스태프, 사회자, 출연진이 너무너무 행복하게 무대를 꾸며주어서 하나만 콕 집어서 얘기하기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이지원 소리꾼의 무대가 인상 깊었다. 최근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지원 소리꾼이 시원시원한 음색으로 부르는 〈창부타령〉과 〈태평가〉를 듣는 순간 모든 불편한 마음이 씻겨 내려갔다. 그렇다. 짜증과 화를 내며 보내기엔, 사랑만 하기에도 너무 짧은 인생이다. 이렇게 특별한 날 국악이라는 장르를 악기와 소리, 북춤, 타악기 합주, 퓨전으로 접하고 객석에서 추임새를 넣으면서 무대와 객석이 ‘같이’ 하나가 된 콘서트장!
‘완벽’이라는 말뜻을 생각해 보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완벽해야 인정받지만, 과연 예술에 ‘완벽’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흠이 있는 구슬도 구슬이다. 꼭 예쁘지 않더라도 예쁠 수 있다. 다음번 무대에서는 또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장애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 한복을 차려입은 선영숙 연주자가 무대 바닥에 앉아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옆에서 고수가 장고로 장단을 맞춘다.

    선영숙 가야금 연주자의 가야금산조

  • 파란 저고리에 노란 한복 치마와 바지를 맞춰 입은 여섯 무용수가 북을 허리에 둘러맨 채 양팔을 크게 벌려 춤추고 있다.

    드림온 무용단의 진도북춤

모두의 콘서트 : 같이, 봄

모두의 콘서트 : 같이, 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2026.4.20.|모두예술극장

제46회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여 세대를 아우르는 우리 가락을 선보인다. 가야금과 판소리, 피아노병창, 사물놀이 등 다양한 소리와 몸짓이 무대 위에서 하나의 흐름을 이루며 지금, 이 순간의 생생한 감동을 빚어내고, 아름다운 우리 소리는 이웃과 세계로 울려 퍼지며 서로를 잇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예술감독 장재효, 오정해 사회로 선영숙, 허정, 최준, 이지원, 사물놀이 땀띠, 드림온 무용단, 악단광칠이 함께했다.

· 공연정보: 이음온라인 [문화소식]

김보라

김보라

도시 안에서 퍼포먼스와 워크숍을 기반으로 작업한다. 저시력자인 작가는 여전히 시각 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자신의 그리고 서로의 몸·관계를 돌보며 다양하게 감각하는 예술 방식을 공동체적인 관점으로 탐구한다. 그간 여러 단체전과 페스티벌, 그리고 발달장애인/신경다양성 전문배우극단과 소리와 빛 중심의 공연단에서 작가 및 퍼포머로 함께 하였다. 현재는 단체 ‘둥지’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포용적이고 유기적인 예술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임현주

임현주

지체장애를 가진 미술작가입니다.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고 그림을 통해 소통할 때 즐겁습니다. 개인전 및 초대전 10회, 단체전 200여 회 참가하였습니다.

지혜연

지혜연

사막여우. 연기하는 사람. 달꿈극단(사랑의 달팽이) 단장. 큰 귀를 가진 사막여우처럼 잘 듣고 싶어 인공와우를 착용한 청각장애인.

사진 제공.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촬영. 이강물)

2026년 5월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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