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텍스트 크기

가

고대비

통합검색

툴팁 텍스트

잠깐! 찾고 싶은 정보와 관련 있는 핵심 단어를 적어주세요.

예시) 장애인예술교육 분야 자료집을 찾고 싶을 땐, "예술교육"처럼 핵심 단어를 적어주세요.

추천 키워드

배리어프리 콘텐츠 검색하기

모두기획 장애예술의 역사가 말하는 것 어느 시대에나 인정받은 고유성과 창의성

  • 정창권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부교수
  • 등록일 2026-05-27
  • 조회수 55

모두기획

1930년대 대표적인 영국 시인 C. 데이 루이스에 의하면, 예술의 기원은 장애인에게 있었다고 한다. 장애인은 사냥하기에도, 물건을 만들기에도, 밭을 갈기에도 힘이 모자랐다. 대신 물건의 형상을 만들어 내어 동굴 벽에 들짐승 그림을 그리거나, 성공적으로 사냥하는 모습을 언어로 표현하거나, 해와 비를 지배하며 많은 수확을 위한 마술적인 주문을 만들어 냈다.

인류 역사상 장애인의 예술적 업적은 대단히 컸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긴 그리스의 서사시인 호메로스는 시각장애인이었고, 『이솝 우화』를 지은 그리스의 우화 작가 이솝은 등이 굽은 척추장애인이었으며, 『손자병법』을 쓴 손자도 두 다리를 절단당한 지체장애인이었다. 독일의 음악가 베토벤은 청각장애인이었고,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는 한쪽 팔을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역사적으로 수많은 장애예술가가 존재했다. 근대 이후 우리나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서양의 영향을 받아 몸의 다름을 ‘흠(결함)’으로 여겼으며, 장애인은 ‘무능력(disability)’, 즉 불구이자 사회에서 배제되어 살아가는 특별한 사람을 가리키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장애란 그저 병의 일종이자 개인의 한 특성에 불과했으며, 장애인·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통합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현대인은 쉽게 믿기 힘들겠지만, 조선시대 장애인의 주요 직업은 문학, 미술, 음악 등에 종사하는 예술가였다. 이들은 예술을 통해 신분을 뛰어넘어 중인이나 노비도 양반층 선비나 사대부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조선시대 장애인은 예술을 통해 진정한 사회적 자아를 실현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장애예술가 중에는 시인이 가장 많았다. 당시엔 시로써 상대의 교양 수준을 판단했고, 시는 재능만 있다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강취주(여항인, 지체장애), 김득신(양반, 지적장애), 이단전(노비, 중복장애), 장혼(중인, 지체장애), 지여교(평민, 지체장애) 등이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인물로는 김득신, 이단전, 장혼을 꼽을 수 있다. 김득신은 지적장애가 있었지만, 사마천의 『사기』 중 ‘백이전’을 무려 1억 번이나 읽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여 59세 때 과거 시험에 합격하고 일생에 1천5백 수가 넘는 많은 시를 썼다. 이단전은 연암 박지원의 벗 유언호의 노비였지만 시 짓는 솜씨가 뛰어나 널리 이름을 떨쳤고, 양반 사대부와 사귀며 자유롭게 살아갔다. 장혼은 『아희원람』 『계몽편』 『초학자휘』 등 아동용 교재를 많이 저술하였고, 직접 서당을 차려 아이들을 교육한 전근대 대표적인 아동교육자였다.

조선시대에는 장애 화가도 상당히 많았다. 현재까지 발견된 이들만 해도 묵죽화의 대가 이정(양반, 지체장애), 괴짜 화가 최북(중인, 시각장애), 평양의 명필 조광진(향반, 언어장애)과 그의 제자 차규헌(평민, 청각장애), 표암 강세황의 손자 강이천(양반, 시각장애) 등을 들 수 있다. 나는 그중 대표적인 인물로 이정을 꼽고 싶다. 이정은 조선 중기 왕실 종친이자 서화가였는데, 임진왜란 때 왜적의 칼날에 오른쪽 팔목이 절단되는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그는 대나무에만 집중하여 피나는 노력 끝에 묵죽화의 대가가 되었다. 흔히 조선시대 회화라고 하면 풍속화나 산수화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묵죽화를 최고로 꼽았다. 이정의 대표작 〈풍죽도〉가 5만 원권 화폐 뒷면에 어몽룡의 〈월매도〉와 함께 실려 있으니 한 번쯤 찾아서 살펴봐도 좋을 듯하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 관현맹인 제도가 있어서 전문적인 시각장애 음악가가 대단히 많았을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유명한 시각장애 음악가가 많이 활동했다. 대표적으로 조선 전기에는 이반, 정범, 김복산, 이마지 등이 있었고, 민간에서는 백옥과 김운란이 있었다. 조선 후기에도 국가의 음악과 의례를 담당한 관청인 장악원의 관현맹인과 함께 민간(여항) 맹인 악사도 상당히 많았다. 대표적으로 백성휘, 윤동형, 군할, 남학, 손봉사, 통영동이, 박뱁새, 이마지, 김운란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이마지는 거문고 명인으로 임금의 사랑을 받아 장악원 전악(정6품, 음악감독)을 두 번이나 역임했고, 『용재총화』를 지은 성현을 비롯한 당시 양반 사대부의 음악 선생으로도 활동했다.

1876년 개항 이후 근대에도 장애예술가는 계속 출현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장애인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병신’이나 ‘불구자’로 전락했다. 조선시대와 달리 정치계에서 배제된 근대의 장애인은 주로 예술계에서 활약하며 사회적 자아를 실현했다. 문학계에는 동시 작가 권오순(소아마비)과 서덕출(척추장애), 시인 서정슬(뇌성마비)과 이선관(뇌성마비), 학자이자 수필가 장영희(소아마비), 시나리오 작가 최금동(시각장애), 미술계에는 야수파 화가 구본웅(척추장애), 동양화가 김기창(청각장애), 구필화가 김준호(전신마비장애), 한국화가·판화가 장창익(중복장애), 음악계에는 판소리 명창 박유전(시각장애), 바이올린 연주자 안병소(지체장애), 퉁소 명인 유동초(시각장애)와 정해시(시각장애) 등이 있다. 이들 중 시인 이상의 친구로 유명한 구본웅, 서편조 소리의 시조이자 영화 〈서편제〉로 널리 알려진 박유전을 대표 인물로 들 수 있다.

최근 AI 시대가 급속히 밀려오고 있다. AI 시대에선 무엇보다 인간의 창의성이 중요한데, 그로 인해 머잖아 장애예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장애는 그 자체로 다양성과 개성을 지니고 있는데, 창의력은 바로 그러한 다양성과 개성에서 가장 잘 발휘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AI 시대의 주인공은 누구보다 장애인, 특히 장애예술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유리 전시 케이스 안에 한국 장애 예술인들의 도서와 음반 자료들이 진열되어 있다. 권오순의 시집 『조각달처럼』, 서덕출의 동시집 『봄편지』, 서정슬의 시집 여러 권, 음악 CD, 한문으로 쓰인 문집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오른쪽에는 각 자료에 대한 설명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다.

    근·현대 장애예술인의 도서와 음반 자료

정창권

정창권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부교수. 인권과 통섭(학문 융합)의 관점에서 고전을 연구하고 저술에 몰두하는 인문학자다. 요즘엔 주로 장애사(장애의 역사) 연구와 저술 및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장애 관련 과목으로는 ‘역사 속 장애인식’, ‘한국 장애인사’를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실학자의 눈으로 본 장애 이야기』,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근대 장애인사』, 『정조처럼 소통하라』,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 『거리의 이야기꾼 전기수』, 『한쪽 눈의 괴짜 화가 최북』, 『조선의 양생법』, 『성의 한국사』 등이 있다.
myjin55@korea.ac.kr

사진 제공.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5월 (75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비상업적 이용만 가능, 변형 등 2차적 저작물 작성 금지」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댓글 남기기

제 2021-524호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WA-WEB 접근성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 1.업체명: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주소: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고 112 3.웹사이트:http://www.ieum.or.kr 4.유효기간:2021.05.03~2022.05.02 5.인증범위:이음온라인 홈페이지 |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47조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9조제5항에 따라 위와 같이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서를 발급합니다. 2021년 05월 03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