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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의 특별한 손님⑨ 조승리 작가 보이지 않던 세계를 열어주는 폭주 타자기

  • 노지영 문학평론가
  • 등록일 2025-10-22
  • 조회수 37

인터뷰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의 모든 것]에서는 초대 손님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해 깊이 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나눈다. 웹진 이음을 통해서도 A의 특별한 손님을 만나보자. 2020년부터 다녀간 특별한 손님들은 팟빵과 팟캐스트에서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

다시 책장에서 『나의 어린 어둠』을 꺼내 본다. 표지를 넘기면 첫 페이지에 조승리 소설가의 특별한 서명이 붙어있다. 이름을 점자처럼 올록볼록하게 눌러 박아 투명 스티커로 만든 사인이라, 마치 양각의 판화처럼, 무딘 손끝으로 섬세히 더듬어보게 된다. 이어서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 시꺼먼 바탕의 내지가 펼쳐진다. 하얀 글씨의 제목이 박힌 검은색 내지를 보면 잠시 세상이 암전된 것 같다. 갑자기 어둠이 찾아온 적 있는가.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점차 어둠에 익숙해지고 나면 하나둘씩 물상의 형체가 드러나던 경험. 이 소설집은 독자로 하여금 그렇게 어둠에 익숙해지는 과정에 동참하게 한다. 주인공이 맞닥뜨린 완벽한 어둠에 감정 이입하면서, 희미하게나마 시각장애인들의 윤곽을 바라보게 되고, 그들의 세계가 점차 자신의 일상에 스미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미 우리 곁에 있었던 풍경임에도 조승리의 문장을 통해서야 비로소 시각장애인의 삶이 내 주변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현상은 이채롭다. 확실히 소설가란 비가시적인 세계를 가시적인 세계로, 남다른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변용시키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A의 모든 것 시즌6] 3화 조승리 소설가(1부)

노지영(이하 노평)조승리라는 이름은 필명이 아닌 본명으로 알고 있다. 검색도 잘 되어, 작가로서는 참 좋은 이름이다 싶다. 작명 스토리가 있다고 들었다.

조승리(이하 뜨아)어머니가 아들이 태어날 거로 생각해 원래 다른 이름을 지어두었는데 딸이 태어나, 지어둔 이름을 쓰기 어려워 실망하셨단다. 그러던 중 1986년 아시안게임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마침 티브이에서 “승리하였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오길래, 그걸 보고 ‘넌 승리다’ 하면서 이름을 지어주었다 한다.

노평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매우 활발한 집필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경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책들을 냈는지 궁금하다.

뜨아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받으면서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24년 에세이집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출간했고, 2025년 에세이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연달아 출간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들이 엮은 앤솔로지 단편소설집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에 참여했고, 올해 6월, 개인 단편소설집 『나의 어린 어둠』을 출간했다. 현재 [경향신문]을 포함해 매거진 몇 곳에 연재하고 있다.

노평소설집 『나의 어린 어둠』을 출간하며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택한 이유는?

뜨아에세이를 쓰기 전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고, 실제로 쓰고 있기도 했다. 같은 소재를 두고 글을 쓰더라도 에세이는 사실에 기반해야 하니 무언가 제한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소설 장르는 같은 소재여도 나의 허구와 상상력을 더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소설의 형식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앞으로 써야 하는 이야기들은 소설이라는 가면을 쓰고 내보내야 할 게 많다.

노평『나의 어린 어둠』은 자전적 연작 소설 네 편 뒤에 자전적 에세이 한 편이 함께 수록된 형태다.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어디까지가 작가의 삶일까 유추해 보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창작자로서는 자전적 이야기를 소설의 재료로 삼아 다른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일이 상당히 조심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부희 언니라는 캐릭터를 포함해서 실존 인물로서의 장애인의 삶을 소설에 들여올 때 인물들의 사생활이나 개인적 특성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을 것 같다. 실존하는 소설의 모델들과 어떻게 거리두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뜨아그래서 실존 인물에 허구의 가면을 씌우고 싶었던 거다. 원래 이 책에 수록된 네 편의 소설은 모두 짧은 산문 형태로 썼던 글이다. 그 산문에 상상력과 허구를 입혀 소설의 형태로 변형시켰다. 하지만 시점을 일인칭인 ‘나’로 통일하여 썼기 때문에 독자들은 자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것 같다. 특히 내 삶이 투영된 에세이 전작들을 먼저 접한 독자들의 경우, 에세이와 소설을 겹쳐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노평작년 3월에 첫 번째 단행본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가 나왔는데, 1년 반도 되지 않아서 연달아 두 권의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글쓰기 몰입도도 대단하지만, 차기작의 출간 속도도 놀랍다. 글을 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 궁금하다.

뜨아나는 본업이 안마사이고, 지금도 주 3일은 마사지숍에서 일한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에 3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글을 쓰고 있다. 나와 일했던 편집자들은 내가 글 쓰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폭주 타자기’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내가 사용하는 점자단말기가 타자기의 형태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더 그런 별명이 붙은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글쓰기를 전업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글쓰기는 취미의 영역으로 여기려 한다. 취미는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무언가에 잘 질리는 성격이어서 그런지, 글쓰기가 질리지 않으려면 취미로만 남아있어야 하는 것 같다.

노평전업작가이자 프로라고 여기면 글쓰기는 고해가 되기 쉽다. 정말 일체개고(一切皆苦)다. 글쓰기를 취미로 여기는 마음이 집필 활동을 더 왕성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두 번째 단독 저서 출간도 그 덕에 속도가 난 듯하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두고 이 책이 진정한 나의 첫 책이라고 인터뷰한 적이 있던데, 저자가 표지부터 내용, 교정까지 굉장히 신경 써서 작업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집 『나의 어린 어둠』은 전작들과 달리 어떤 부분에서 더 특별한 작업이 되었을까?

뜨아출간을 준비하며 에세이와 소설은 정말 다른 장르라는 걸 느꼈다. 에세이는 단순히 분량만 줄이는 정도로 교정 요청을 받았는데, 소설은 그게 아니었다. 에세이를 쓰다가 소설을 쓰니 소설이 수필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 교정을 보면서는 문장을 대사나 묘사로 풀어서 쓰는 과정들이 많았다. 나는 편집자들 말을 매우 잘 듣는 편이다. 교정지 피드백이 오면 프로들이 시키는 그대로 하려 한다. 소설집 인쇄가 끝나고 저자본 도서가 도착했는데, 에세이를 출간할 때와는 기분이 아주 달랐다. 책을 손에 쥐고 한참 울먹였던 것 같다. 꿈을 이뤘구나 싶은 감동이 있었다.

노평『나의 어린 어둠』은 소설로서는 첫 작품인데도, 꽤 인지도 높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출간되기까지 계약 과정이 궁금하다.

뜨아첫 에세이집은 28번째 투고 끝에 어렵게 출간할 수 있었다. 단편소설집의 경우도 출간이 쉽지는 않았다. 소설을 쓸 때마다 공모전에 도전하곤 했는데, 계속 떨어졌던 원고가 7~8편 정도 쌓이게 되었다. 써둔 작품들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했고, 투고한 12번째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그중 네 편의 소설을 추려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노평소설을 실제로 집필한 기간도 궁금하다.

뜨아폭주 타자기라는 별명답게, 집필 속도가 빠른 편이다. 소설을 구상하면 대개 일주일 안에 한 편을 완성하고, 그 후 일주일 동안 퇴고한다. 한 편의 소설을 쓰고 다듬는 데 2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최근에도 이 같은 속도로 단편소설을 몇 편 집필했다. 빠르게 써 내려가는 집필 방식이 혹여 글의 휘발성을 높일까 염려되어, 더 깊이 있는 작품을 쓰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 책장이 배경으로 놓인 공간에서 어두운 색 원피스를 입은 조승리 작가가 살짝 미소 지으며 의자에 앉아 인터뷰하고 있다. 뒤편 책장에는 시집과 예술 관련 서적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조승리 소설가

노평『나의 어린 어둠』은 시각장애라는 특수한 경험을 다루면서도, 보편적 성장 서사의 아름다움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장애문학은 왜 필요하며 어떻게 보편적 서사와 만날 수 있을까?

뜨아비장애인 독자들이 장애인 작가가 쓰는 책에서 보고 싶은 면이 있던 것 같다. 가령 명랑해야 해, 장애를 극복해야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이어야 해. 그런 부류의 선입견 속에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 선입견을 깨고 싶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내 첫 책처럼 여기는 이유가, 그 책에는 가감 없이 솔직하게 나의 감정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못된 마음을 가질 때도 있고 꼬여 있을 때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왜 굳이 보편적 문학과 장애문학을 나눠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장애문학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던 때가 있다. 최근에 성북구에서 북토크를 했는데, 60이 훨씬 넘은 할아버지가 내 에세이를 읽고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이 이렇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더라.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장애문학의 쓸모란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알리는 거구나 싶었다. 내가 좀 더 써야 할 장애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 작품이 장애문학으로만 불리는 건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시각장애인이 다 나 같지는 않다는 말을 늘 하고 다닌다.

노평『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보면 마사지숍에 오는 다양한 고객의 맺힌 부분을 언어로 풀어주고 있어서, 마치 해원(解冤)의 텍스트를 읽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인간이 어딘가에서 상처 입거나 부서짐을 느꼈을 부분들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이를 매만져서 재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싶었다. 결국 서구적 의미의 보편 서사라는 게 부서지고 잃어버린 것을 전체성 속에서 회복하려는 운동이지 않나. 설령 회복이 불가능할지라도 그 곁에서 함께 질문하면서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문학의 보편적 특질이기도 하다. 당사자의 자전적 소설은 실화적인 진실성까지 확보하고 있으니 보편 서사로서 사랑받을 가능성이 광대무변하다 싶다.

뜨아내가 글을 쓰길 잘했다 싶을 때가 있다. 독자들이 길에서 시각장애인이나 장애인 콜택시가 보인다고 할 때다. 그 모든 것들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는데,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게 아닌가. 이게 인식 개선인 것 같다. 캄캄한 세계를 밝은 세상으로 끌어내는 게 나의 역할이라면 나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에세이를 놓지 않으려 한다.

노평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험이야말로 창작자의 기쁨일 것이다. 시시콜콜하지만 중요한 글쓰기 습관들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글 쓰는 루틴이나 글쓰기 전에 하는 행동도 궁금하다.

뜨아가만히 있으면 원고 구상이 잘 안된다. 원고를 쓰기 전에 40분 타이머를 맞춰두고 제자리 걷기를 한다. 그러면서 ‘오늘 뭘 쓸까’를 머릿속으로 40분 동안 구상하는 것이다. 구상이 끝나면 침대에 누워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엎드려서도 쓰고, 똑바로 누워서 쓰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구들장 위에 굴러다니던 게 습관이 되어서.

노평소설은 엉덩이로 쓴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책을 읽을 때도 비슷한가?

뜨아책은 주로 오후에 읽는다. 이어폰을 꽂고 책을 듣는 방식으로 읽기 때문에, 집안일을 하거나 왔다 갔다 운동을 할 때도 있다. 오디오로 제공되는 낭독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람이 읽는 낭독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가 읽는 TTS 방식인데, 나는 TTS 방식을 선호한다. 사람의 목소리로 읽으면 한번 감정이 필터링되는데, 그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다. 감상의 여백이 사라지지 않도록 텍스트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싶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앱은 매우 많다. 복지관이나 도서관,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다. 신간을 바로 읽을 수는 없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시각장애인을 위해 TTS로 변환할 수 있는 데이지(DAISY) 파일 형식이 지원된다. 시각장애인이 책을 접할 수 있는 방식이 최근 굉장히 다양해졌다.

노평점자단말기를 가지고 다니는데, 어떤 방법으로 글을 쓰는지도 알고 싶다.

뜨아시각장애인은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글을 쓴다. 하나는 보이스웨어가 깔린 PC로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점자단말기로 쓰는 것이다. 나는 점자단말기를 선호한다. 글을 쓸 때 소파에 엎드려서 쓰거나 침대에 누워서 쓰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점자단말기로 쓰는 것은 행갈이 하는 게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쓰던 글을 PC로 옮겨 행갈이 작업을 한 후 다시 점자단말기로 옮겨 퇴고한다. 천천히 읽어서 소리로 듣고, 점자단말기를 통해서는 손으로 읽으면서 원고를 완성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글쓰기 방식도 다를 수 있다. 아날로그를 선호하여 점자판에 직접 구멍을 뚫으며 점자를 찍어 글을 쓰는 분도 있다. 나의 글쓰기 방식이 시각장애인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각장애인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채 일반화하는 것을 경계했으면 좋겠다.

노평닮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뜨아클레어 키건을 좋아한다. 다시 읽을 때마다 더 좋아진다. 낭비되는 단어가 없는 걸 배우고 싶다. 문장을 짧게 쓰고, 또 책을 잘 팔기도 한다. 나의 스승인 박현경 선생님은 교과서에 실리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말을 해주더라. 클레어 키건은 아일랜드 교과서에 늘 수록되는데, 이런 글이어서 교과서에 실리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노평인생 책이라 꼽을 만한 작품이 있을까?

뜨아위화 작가의 『인생』이라는 소설책을 꼽고 싶다. 주인공이 시대적 격변기에 온갖 풍파를 겪으며 어떻게든 헤쳐나가지 않나. 그런데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 특유의 풍자와 해학적 표현도 배우고 싶고, 끝끝내 희망을 잃지 않는 이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사위인 얼 씨의 감정에 이입이 많이 되더라. 같은 장애인이고, 책임감이 강한 것도 나와 좀 비슷하다. 성실한 태도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에 아들을 부르고 죽는 장면도, 강렬하게 슬펐다.

노평위화의 『인생』이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덕분에 더 많이 읽혔는데, 『나의 어린 어둠』도 그렇게 영화화되면 어떨지 상상해 보았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시각장애인으로서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만한 여행기를 내기도 하였다.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뜨아올해 스페인과 프랑스에 다녀왔다. 유럽의 도시가 그렇게 멋있다지만,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강렬하게 기억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세종시다. 7월에 북토크를 하려고 세종시에 갔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공기에서 숲의 향기가 나더라. 온 도시에 풀 냄새가 가득했다. 강렬한 생명력을 느낀 도시로 세종시를 꼽고 싶다.

노평세종시에 식물원이 잘 조성되어 있던데, 세종시에서 홍보대사로 위촉해야 할 것 같다. 시각장애인으로서 플라멩코를 춘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뜨아스페인에 다녀온 후 플라멩코는 잠시 쉬고 있다. 독자들이 자꾸 춤을 조금만 보여주면 안 되냐고 하는데, 실은 정말 흐느적대는 정도로밖에 못 춘다. 발표회에 응원 온 지인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창피하지 않았냐고 물을 정도다. 그래도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다. 원래는 복싱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장애인이라 등록이 안 된다고 하더라. 장애라는 것은 잊고 살다가도 갑자기 그렇게 튀어나오곤 한다. 거절당하고 나오니 억울한 마음에 뭐든 하고 싶었다. 주변에 알아보니 개인 PT를 하는 헬스클럽이 있어서 일주일에 두 번씩 지도받는다. 요즘은 헬스 걸이 되는 게 꿈이다. 플라멩코는 동작과 박자를 맞춰야 하는 종목이라 쉽지 않은데, PT는 뇌를 끄고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 심지어 트레이너가 옆에서 숫자도 다 세주니 아무 생각 없이 무아지경으로 운동할 수 있다. 요즘 장르소설에 도전하는 중이라 정신이 없어서 머리를 좀 비우고 싶었는데, 헬스를 하니 도움이 된다.

노평다음 작업으로 장르소설을 준비하고 있나? 또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뜨아장르소설, 추리소설을 계약해서 쓰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음식 관련한 에세이도 계약한 상태다. 또 캄캄한 세상에 사는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를 밝은 세상에 소개해 보자는 차원에서 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시각장애인 스포츠 중에 ‘골볼’이라는 올림픽 종목이 있는데, 그 종목을 취재하면서 인터뷰집이나 르포르타주를 써보려고 계획 중이다.

노평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뜨아첫 단편소설집 『나의 어린 어둠』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고, 감사했다. 보통 독자들을 만나면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전하곤 한다. 성실한 작가가 되겠다. 꾸준히 성장하겠다.

  •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흰색 배경에 알록달록한 깃발을 든 오리 일러스트가 여러 마리 그려져 있다. 어떤 깃발들은 바닥에 흩어져 있다. 하단에는 추천사가 적힌 노란 띠가 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달, 2024

  •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중앙에 큰 빨간 원과 그 아래로 물결 튀는 자국을 닮은 파란 선들이 겹쳐져 있고, 원의 아래쪽에 비친 듯한 빨간 모양이 있다. 표지 상단에 흰 글씨로 책 제목이 손글씨체처럼 배치되어 있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세미콜론, 2025

  •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밝은 노란색 바탕에 가운데에는 만화풍의 인물이 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그림이 직사각형 안에 배치되어 있다. 그림 위에는 분홍색 글씨로 제목이 적혀 있고, 하단에는 여러 필자의 이름이 작은 글씨로 나열되어 있다.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문학동네, 2025

  • 검은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어두운 배경 앞에 별모양 비눗방울틀을 통해 무지갯빛 비눗방울이 만들어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제목은 흰 글씨로 중앙 상단에, 저자명은 오른쪽 위에 세로로 배치되어 있다.

    『나의 어린 어둠』 다산책방, 2025

조승리

조승리

소설가, 에세이스트.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산문집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로 2024년 알라딘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산문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썼고, 앤솔로지 단편소설집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에 참여했다.

노지영

노지영

문학평론가. 2010년 계간 [내일을여는작가] 등을 통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문학 및 교양 수업을 강의하고 있으며, 계간 [시와시학] [내일을여는작가] [평등과공정] 편집위원, [6411의 목소리] 편집자문위원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담집 『뒤를 보는 마음』을 펴냈고, 『정본 노작 홍사용 문학 전집』 『오장환 전집』 등을 함께 펴냈다. 현재 [A의 모든 것]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다.
norae@hanmail.net

A의 모든 것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방송 ‘A(able)의 모든 것 시즌6’

3화. 조승리 소설가(1부)
∙ 유튜브에서 [전체방송 듣기]
∙ 팟빵에서 [전체방송 듣기]
∙ 팟캐스트에서 [전체방송 듣기]

사진. 고형욱 사진작가
자료사진 제공. 달, 세미콜론, 문학동네, 다산책방

2025년 10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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