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안녕하세요
읽다 을다 머물다입니다 글속 마음을 소리로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오늘 소리로 전해드릴 낭독은
양기자님의 장편 소설 모순입니다 [음악]
양규자의 장소 모수는 1998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현대 한국사의 다양한 인간 생활과 삶의 아이러니를 따뜻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이 이 소설은
개인의 성장 이야기자 가족 사랑 삶의 가치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이
[음악] 책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면
제목은 모순 저자 양기자
출가는 1998년 장르는 현대 장편 소설이고
편행은 도서 출판 쓰다입니다
주제어는 가족 사랑 자착기 인생의 모순이 나타나 있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주인공 안진지는 29세의 평범한 여성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며 서울에서 좌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사랑 가족 인간관계 속에서 느끼는 수많은 모순들을 경험하며
성장해 나갑니다 안진지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가족간의 갈등과 상처 친구와의 거리감
사회의 이중성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마주합니다
하지만이 모든 과정을 통해 점점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에 솔직해지고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게
됩니다 [음악] 서설 주요 인물로는
안진 주인공이고 29세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시선을 가진
여성이고 삶의 모음과 마주하면서 [음악]
성숙해집니다 [음악] 그다음 안진의 부모
이혼한 상태고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진진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외 등장 인물로는 엄마 친구 연주 그리고 이모 할머니 등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진진의 내면 성장에 관여합니다
다음으로는 작품의 의를 살펴보면 모수는 출간 당시 30만 부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한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성장 소설입니다 특히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삶과
인간관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세대를 넘어
이끌어냅니다 작품의 구성을 살펴보면
17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마지막엔 모순의 작가 노트가 실려 있습니다
오늘부터 모순과 함께 17번의 소리의 여정을 시작할까 합니다
그럼 첫 번째 소리의 여정 그래 결을 따라 소리로 머무는 시간
잃다 을다 머물다 지금 시작합니다 자 그럼 무슨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양기자 소설 모음
1 생애 외침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해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 한다
밤날 아침 문득 정말이지 맹세코 아무런 게시나 암시도 없었는데
부연듯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생을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한 번만 더 맹세코라는 말을 사용해도
좋다면 평소에 나는 이런 식의 격렬한 자기 반성의 말투를 쓰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 게다가 그런 식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여란한을 만나면 지체없이 경멸해 버리고 두 번 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런 내가 어느 날 아침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부르짖었다 내 인생을 위해 내 생애를 바치겠다고
그런 스스로를 향해 어리둥절리 하고 있는 사이 더욱 회개한 일이 벌어졌다
눈물이 기척도 없이 방울방울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감사의 비가 내려 허약한 천장이 또 세는 것인 줄 알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흥분해서 얼굴에 땀이 흐르는 줄 알았다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눈물이었다 눈물이 없었다면 그 느닷없는
부르짖음은 눈 뜨고 꾸는 꿈에 잠고 될 정도로 익혀졌을지도 몰랐다
눈물이 없었다면 나는 내 입술을 빚집고 세워나온 격렬한 그 구어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저 혼자 흘러나온 혼잣말따위 나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 엄연한 증거가 있는 것이었다
속눈썹에 이슬처럼 달려 있는 마지막 눈물 한 방울
젖어 있는 휴지조아 맵사한 기운이 아직 남은 먹한 가슴
이런 증거들이 나를 퇴근하고 있었다 어서 밝혀내라고
어서 명명백하게 스스로를 설명해 보라고
내가 가진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무언가 요구가 있을 때 가능하면 그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다 하고자 했다
중학교 때 한 번 고등학교 때 두 번의 가출을 해서 어머니의 애관장을
녹인 것도 다 그런 성격 때문이었다 중학교 때는 동생이 내게 새 운동화를
사 달라고 요기했을 나와 인천의 모자 공장에서 두 달간
돈을 벌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여름방학 한 달로 동생의 운동화를
해결할 작정이었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두 달 만에 나는 동생과 내 운동화 그리고 어머니의 가죽구두둑까지 사들고
금의 환냥을 하였다 물론 온 가족의 신발을 마련해 돌아온 어린 딸에게
모진 매질과 욕서를 아끼지 않던 어머니로부터 오랫동안 수월을 당하긴 냈지만 그러나
어머니는 특별한 외출이 있을 때 내가 사다준 새 구두를 착용하는 것으로
내가 받은 수모를 완벽하게 보상해 주었다
고등학교 때 가출은 두 번 다 친구들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먼저 집을 나갔고이어서 또 한 친구가 가추를 했다
혼자 남은 나는 심심했고 친구들 역시 심심하면 내게 전화를 해서 놀러오기를 청했다
친구의 무료함을 달래 주기 위해 첫 번째는 일주일 두 번째는 좀 길게 한
달 나는 그렇게 긴 외출을 했을 뿐이었다
결코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집이 다소 지겹긴 했어도 인생만큼
지겨운 것은 아니었다 그 세 번의 가출 동기가 그토록이나
변차났던 것에 비하면 결과는 한없이 의미 심장했다
나의 행동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내에 일단은 가출 소녀라는 렌즈를 통과해서
사람들에게 이해되었다 나중에는 그 일 자체가 바로 나라는 인간의
본질이 되어 버릴 정도였다 나는 사람들이 뒤에서 수긍거리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세 번씩이나 집을 나간 맥랑한 년
그래서 나는 20살이 넘은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내 입으로 그
사건을 설명한 적이 없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씹을 줄만 알았지 즐기는 법은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에피소드란 맥랑한 것이 아니라 명랑한 것임에도
어쨌든 나는 꼽히는 3월에 어느 아침 느닷없이
나를 설명해 보라는 스스로의 요구에 사로잡혔다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나는 우선 아주 기초적인 자료부터
나열해 보기로 한다 굳이 비공개로 남겨둬야 할 이유가
손톱만큼도 없는 나의 평범한 신상 명세에서는 이렇다
이름 안진 그렇다 나는 진진이다
처음에 부모가 합의하기는 진이라는 외자 이름이었는데
동사무소에서 출생 신고를 하러 가는 도중에 아버지의 마음이 변했다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결정한 일도 5분
뒤에 새로운 진지함에 사로잡혀 뒤집을 수 있는 아버지
그래서 아버지는 즉흥적으로 내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참 진짜 같은 것은 한 번 쓰면 너무
무거우니 두 번으로 합시다 또 딸을 낳으면 선선이 미미 이렇게 이름을
지울 계획이니까 그러나 그뒤 더 이상의 딸은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도 진진이란 이름 앞에 아니 붙는다는 사실까지는 유념하지
못했을 것이다 약간 지나치게 해석한다면
어떤 식으로 해도 나라는 인간은 평생 자신의 이름을 부정하며 살아가야 할
운명인 것이었다 나이는 25 대화 일곱 달 가족은
어머니와 남동생 각각 한 명씩 추가로 떠돌아다니며 가끔씩 집에 들어오는
지금은 그나마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아버지를 넣을 수 있다
학력은 대학 휴학 중이고 휴학의 이유는 너무나 간단 명료하다
막대한 등록금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철없이 어머니를 졸라대거나 코피를 쏟으며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이토록 잦은 휴학을 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러나 그럴 필요가 어디 있는가
나는 아무런 할 일도 없었고 20대는 아직도 5년이나 남아 있었다
슈아쿠 벌기 위해서 거친 직업을 다 열거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될
것이다 불과 두어 달달 전만 해도 직업을 밝혀야 할 그런 기회가 있었다면 나는
조금 망설리다가 서비스업이라고 대답했어야 했다
게으른 주인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었으므로
그러다가 종종이 나이의 어린애들에게 차잔을 날라야 하는 일도 많았으므로
서비스업이라는 대답은 아주 적절한 것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행히도 사무원이라고 답할 수 있게 되었다.이
이 직업이 얼마나 내게 대견했는지는 한악기 등록금이 모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3월에 복학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충분히 진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이 자리를 얻는데 내 안간은
전혀 소형이 닿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모부에 지나가는 한 마디는
엄청난 유력이 있었다 임모브는 전화 한 통화로이 일을 해결했다
그리고 임모는 말했다 우리 회사에는 자리가 없어서라고
취미는 없다 나는이 취미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
취미란 단어는 악치미의 줄임말과 같은 뜻으로 종종 사용된다
[음악] 사람들이 진짜로 즐기는 유인은 고상한
것보다는 다니기의적인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실제로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게 클래식 음악 감상이 취미라고 말하던 커피
전문점 사장의 진짜 취미는 유부녀 홀릭이었다
사장말을 그대로 옮기면이 취미는 돈도 들지 않고 위험 부담도 없는 데다
짜릿한 재미까지 철 넘친다고 했었다.이
이 취미의 문제가 있다면 신상 카드에 떳떳이 기록할 수 없는 것뿐이었다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현재의 내 총 재산은 42만8,000원이다
나의 재산 규모가 진실로 얼마인지 어머니나 남동생기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보장만 해 준다면 거기에 열배를 곱한 액수라고 조용히 기뜸해 줄 수도 있다
돈 모으기를 생활 신조로 삼고 있진 않지만 그러나 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내 또래 누구보다도 더 나는 정확하게 알고 있는 편이었다
사람들이 때때로 어떤 거래나 협상의 자리에서 아주 진지한 얼굴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을 나는 절대 믿지 않는다
그런 말은 기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돈이라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외 몇 가지 신상 명세를 추가할
수도 있겠다 자령 크지도 작지도 않는 키라든지
혐오스럽지도 경의롭지도 않은 외모를 지녔다든지 이것저것
잡동산이로 읽은 책이 꽤 되어서 그럭저럭 머릿속은 채우고 있는
편이라든가 하는 것들 그리고
뒤에 더 이상 이을 말은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우울해 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하나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빈약한 인생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25 결혼 정령기라는
사실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내 나이 또래의 모든 여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지금 내게도 머지않는 시간에 청원을 할지도 모를 두 명의 남자가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20대에는 가만히만 있어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얼어멜 수 있는 기회들이 심심게
찾아온다 나처럼 전혀 내세울 것 없는 여자에게도
결혼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20대의 젊음이라는 것은 어떤
조건과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천하무적의 무기이니까
[음악] 벌써 결혼을 한여 동창들이 바로 그 천화무적의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익히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다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케인는 그녀는 뚱보인데다가 수다스럽고 거기다
덧붙여 몹이 해독하기 어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케이가 작년에
슈퍼마켓에 젊은 사장과 결혼을 했다 남자는 겉으로 보기엔 몹이 훌륭했다
절대 K를 선택할 이유가 내게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K가 우유를 사러 슈퍼에 들락날락거든 것이 만남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우유가 그런 놀라운 일을 해치웠다
우유가 엠은 병한 체질로 학교 다닐 때도
걸핏하면 장기 결석을 하던 친구였다 더 이상 자리에 눕지 않고 사람
구실만 살 수 있어도 원이 없겠다며 눈물을 짓던 애매의
어머니가 생각난다 그런 엠이 미남의 의사와 결혼한지
벌써 2년째다 병원 복도에서 비열로 쓰러진 애물
마침 그 미남의 의사가 발견하고 병실로 옮겨 준 것이 사랑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빈열이 그런 놀라운 일을 해치운 것이었다
빈열이 아무리 빛나는 20대라고 해도 극적인
연애담을 누구나 다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나처럼 매사에 무덤덤하고
세상사에 대해서 식큰둥한 인간에게는 설령 그런 극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해도 발길로 거어차 버릴 가능성이 많다 아마
이런 뒷말쯤은 군실렁거릴지 모르겠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다 유치하게 시리
그랬으므로 지금 내게 나타난 두 명의 남자와도 나는 당연히 몹이 무덤덤하게
만났다 유치해질 순간은 얼마든지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번번히 내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감상적이고 유치하게 살지 않았다는 자세는 약간 과장되게 말한다면
내가 지닌 굳건한 세계관이었다 내게 친구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은
다 그 때문이었다 나는 감상과 유치함에 대해 언제나
과감하게 적대적이었으니까 [음악]
추리해 보면 아마도 내 경우에 있어서는 나의 이런 태도 자체가
K의 우유 혹은 M의 빈과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20대의 젊음에게는 온갖 것이 다
사랑의 묘약일 수 있다 20대란 나이는 무언가에게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필이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제 조금씩 가닥이 잡힌다
뒤돌아보면 어제도 우울했고 그제도 우울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물까지 흘리며 절박하게 부르짖을만큼 우울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예전에 나와는 달랐다 나는
걸으면서도 생각했고 일을 하면서도 생각했고 자면서도 생각했었다
사랑에 빠져 행복한 사람을 보면서 생각했고 등산에 빠져 주말다 산해 가는
행복으로 나나를 보내는 옆자리 직원을 보면서도 생각했고
죽을 때까지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대내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대학 동기를 보면서도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25회를 살도록 삶에 대해 방관하고 냉세하기를 일삼던 나는
무엇인가 25회를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무엇에 빠져 행복을 느껴본 경험이 없는나 삶이란 것을 놓고 진지하게 대초대조를
작성해 본 적이 없이 무작정 손가락 사이로 인생을 흘려보내고 있는
나 궁핍한 생활의 아주 작은 개선만을 위해
거리에서 분주의 푼돈을 버는 것으로 빛나는 젊음을 다 보내고 있는 날
더욱 나쁜 것은 아직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으면서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해서 결혼을
해 버릴 수도 있다고 중얼거리는 나였다 그렇게까지 해서 급히 결혼을 해야 할
이유가 내게는 전혀 없다 하지만 결혼 말고 내 삶의 부피를
늘려 줄 만한 어떤 일이 내 앞에 있는 것도 아니다
빈약한 인생을 걱정한다면 지금의 나로서는 결혼에 빠져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어리석은 판단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많은 시간 충분한 검토를 거치겠다고
각오만 열렬하다면 말이다 그랬다
나는 흘러간 유행가의 제목처럼 참 바보처럼 살았던 것이었다
그런 깨달음이 언제부터인가 아주 조금씩 마치 실금이 간 항아리에서
물이세듯 그렇게 조금씩 내 마음을 적시기 시작했을 것이었다
항아리의 균열은 점점 더 커지고 물은 겉잡을 수 없이 새 들어오고 마침내
마음자리에 홍수가 나 버려서이 아침 절박한 부르짖음을 토해내지 않을 수
없으리라 이렇게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홍수가 나 버리도록 마음자리가 불편할 때까지 나를 참게 한 힘은 무엇인가
인생을 방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면서까지 무의한 삶을 견디게 한 임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비로소 이야기 핵심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태까지이
말을 하고 싶어서 쓸데없는 군말들을 많이도 늘어놓았구나 하는 알 수 없는
긴장감마저 느낀다 내 삶이 이렇게 굳어진 데는 하나의 까닭이
있었다 아마도 나는이 아침 내 삶을
변명하기 위해서라도 꼭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삶을 변명하기 위해서
어머니의 삶을 들쳐내야 한다는 말은 정말 어리석은 핑계처럼 들린다
게다가 25세 다 커버린 나이에는 수치스러운
변명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미 오래 전에 검토를 끝내고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일이었다 그러나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고 나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내 삶의 뿌리를 더듬기 위해 어머니가
등장하는 것이 꼭 부끄러운 일만은 아니다
어머니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두 사람이 부모도 구별 못 할만큼 닮아서 키우는 동안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는
외할머니 한테서 귀에 못이 바뀌도록 들었다 얼굴도 같았고 성격도 같았고 하다
못해 학교 성적까지도 무엇이든 두 사람은 똑같았다
같은 집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생각을 하며 늘 붙어다니는 두 사람은
마치 둘로 나누어진 한 사람인 양 보였다고 했다
도저히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한 사람
어머니와 이모는 결혼과 동시에 비로써 두 사람으로 나뉘었다
두 사람으로 나뉘자마자 이들의 삶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세상의 행복이란 행복은 모두 차지하는 것으로 나머지 한
사람은 대신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다 소유하는 것으로 신에게 약속이나
받았듯이 그렇게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나는 불행을 짊어진 쪽으로 편입되어이 세상에 태어났다
[음악] 어린 시절에 나는 어머니와 이모가 그토록이나 혼란스러웠다
빗물새는 단칸방에서 울어 있는 어머니를 보다가 이모 집에 가서 똑같은 얼굴 똑같은
목소리에 이모가 비단 잠옷을 입히고 침실에서 나오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
누구나 다 그럴 것이었다 울고 있던 어머니가 무대뒤로 뛰어가
금방 비단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어 있고 행복한 또 다른 사람 역할을
연기하는 1인 이역의 연극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거나
할 수 있을지 그때까지만 해도 삶의 고단함이
어머니의 얼굴을 많이 핥켜 놓지 않아서 이모와 어머니를 구분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어 고백하자면 비단 자못쪽이 어머니가 아닌 것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 혼란스러워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내가 이모의 딸이었다면 그랬다 해도 가난하고 억센 이모와 부자이면서
부드러운 어머니를 혼동하곤 했었을까 실제로 나와 동갑인 이모의 딸은
쌍둥이 이모에 대해서 한 번도 혼란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곤
했었다 그애는 새취한 표정으로 늘 이렇게 말했다
저기 너네 어머니 있다 너네 어머니
아니 우리 어머니와 이모를 놓고 비교하는 일을 멈출 때는
내가 사람들 표현대로 심심하면 가출을 하기 시작한 무력과 거의 같았다
나는 똑같은 조건 속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 왜 이다지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만 삶에 대한 다른
호기심까지도 다 거두어 버렸다 이런 것이 운명이라면 그것을 내가
어찌 되돌릴 수 있으랴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이것이 사춘기에 내가 삶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음악]
어머니의 경험이 나에게서 멋진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동기 유발을 아삭아가
버린 것이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정리를 해 놓고 보니 너무 무겁다 플씨가 바람에 날리듯 마음속에서
막연히 부유하던 생각들도 정색을 하고 정리를 해 보면 깜짝 놀랄만큼
심각해지는 것이 정말 이상하다 내 삶이 이토록 질이 면렬해진 것을
모두 다 어머니에게 떠넘기고 싶은 생각은 추어도 없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원인을 분석한다고 때로는 문제가 있는 가정에 혹은
사회에 아니면 제도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가끔 그런 분석들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자신의 방종을 정당화하려는 젊은 애들을 만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의 교활함을 참을 수 없어 한다 특히
되는 어린애들이 텅빈 머리로 앵무새처럼 그런 핑계를 대고 있으면
뺨이라도 한대 올려붙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야 한다
명확함만 있고 자존심은 없는 인간들 그래서 나는 불행한 어머니에 대해
행복한 이모에 대해 할 수 있는 한껏 담담하게 말하고자 한다
그런 일이 있었지만 내 윗때의 상황이 좀 미묘하긴 했지만 내 삶이 그것에
완전히 빚져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그러나
이런 말은 어떤가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 한다
얼마 전 어떤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구절인데
내게는 아주 훌륭한 충고가 되어 준 말이었다
내 삶을 변명하기 위해 어머니를 끌어댈 용기를 품기한 것도 고백하자면
바로이 구절 때문이었다 인생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나의 인생에 있어 나는 당연히 행복해야 할 존재였다
나라는 개체는 이다지도 나에게 소중한 것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서 꼭
부끄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깨달음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려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가는 대로 놓아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거라도 탐구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음악]
감사합니다 다음이 시간에는
제이 거짓말들에 대해 낭독해 드리겠습니다 습니다
[음악]
양귀자 작가의 장편소설 『모순』은 1998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현대 한국사회의 다양한 인간생활과 삶의 아이러니를 따뜻하면서도 통찰력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개인의 성장이야기이자 가족, 사랑, 삶의 가치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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