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호호)
삶의 궤적을 따라 장애에 대한 나의 시선은 변화해 왔다. 유년기, 온갖 놀림과 차별 속에서 장애는 나 개인의 문제였다. 그래서 자책과 열등감으로 얼룩져 있었다. 장애에 대한 나의 시선에 변곡점이 되었던 대학 시절, 장애라 명명된 학우들과의 만남은 장애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화하는 사회’의 문제임을 깨우쳐 주었다. 그 앎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 방송
을 시작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DJ 호호 김효진입니다. 은 장애 감수성을 기르는 본격 문학 방송입니다. 우리 방송은 장애 문학인을 비롯해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소개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허무는 것이 우리 방송의 목적입니다. 저는 노지영 문학 평론가 노평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평 님, 잘 지내셨나요?
○노지영(노평) 네, 잘 지냈습니다. 날씨가 너무 쌀쌀해졌죠.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지난 녹음 때까지만 해도 에어컨 켜고.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방송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저희가 막 목에 머플러를 두르고 오는 그런 만추의 날씨가 되었습니다.
○김효진(호호) 제가 일주일 전에 군산과 김제, 전주를 하루에 다녀왔어요. 각 지역에서 만날 분이 있어서.
○노지영(노평) 여전히 바쁘시군요?
○김효진(호호) 여전히라기보다는 10월, 11월, 12월이 저에게는 좀 바쁜 계절이죠. 군산에서 짬뽕을 먹었습니다.
○노지영(노평) 그 유명하다는 짬뽕집? 저도 가 보고 싶은데요.
○김효진(호호) 그런데 여러 군데더라고요, 짬뽕집이. 그런데 저희가…
○노지영(노평) 약간 미투 상품같이 그렇게 만들어진 건가요?
○김효진(호호) 그런가 봐요. 두 군데를 갔는데 두 군데 다 1시쯤 가서 그런지 재료가 떨어졌다고 들어가 보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세 번째 간 집에서는 줄을 서서 기다렸고요. 더 놀라운 사건은 들어가서 앉았는데 짬뽕이 나오기까지 20분 걸렸습니다. 약간 시스템이 좀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보다 나중에 온 사람이 먼저 먹고 있고, 막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데 왜 음식점은 또 음식이 맛있으면 또 다 용서가 되잖아요. 음식이 맛있어서.
○노지영(노평) 그래서 그 죄를 사해 주고 오셨나요?
○김효진(호호) 다 잊어버리고 올라올 수 있었는데 왜 군산 짬뽕, 군산 짬뽕하는지는 알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노지영(노평) 줄을 엄청나게 서서 먹는다는데.
○김효진(호호)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일요일인데. 그런데 여러 군데 전전하다 보니까 거의 2시에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그런데 저는 처음으로 줄을 서서 먹어봤거든요. 만약에 이제 현지인이 이곳에서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아마 저는 안 먹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곳에 가면 그곳에 사시는 분들의 말을 따라야 하잖아요. 그래서 줄을 서서 처음으로 먹어봤습니다. 줄 서서 먹는 거 하시나요?
○노지영(노평) 하겠습니까? 저는 시간도 맛만큼 중요하다 생각하는 편이라서.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줄을 서서 먹는 거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고요. 저는 인기 스폿을 중심으로 줄 서는 문화나 오픈런 하는 문화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구축된 문화가 아닌가 생각해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시간과 인내심을 투여한 자만이 무엇인가를 얻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잖아요. 그러니까 일정 시간을 참아낸 표준적인 몸만이 무언가를 먹을 수 있고 물건을 차지할 수 있고요. 그래서 기다리기 어려운 신체적 조건을 갖지 못한 이들도 동일하게 그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일종의 공정론에 입각한 사회적 규범을 강화하지 않나 싶은데요.
○김효진(호호) 저는 또 장애 탓은 안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또 멋지게 해석을 해 주시네요.
○노지영(노평) 아, 그런가요?
○김효진(호호) 그리고 상업적으로 이용하기도 하더라고요. 실제로 손님이 많지 않은데 줄을 서도록 해서 여기는 줄 서서 먹을 만큼 맛집이구나, 이렇게 알려지게 만드는.
○노지영(노평) 맞아요. 줄의 길이가 곧 맛집의 인기로 인식돼서.
○김효진(호호) 그런 식으로 많이 이용되기도 하고.
○노지영(노평) 일부러 사람들을 전시하는 줄을 선 모습으로 과시하는 맛집들이 있죠.
○김효진(호호) 거기에 이용되고 싶지는 않다, 이런 마음이 있었는데 하여튼 처음으로 줄 서서 밥을 먹어 본 경험. 뭐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노지영(노평) 어쨌든 도착한 순서대로 서열을 세워서 이용하게 만드는 문화는 신체적 접근이 힘든 사람에게는.
○김효진(호호) 그럼요.
○노지영(노평) 또 차별적인 것이라는 걸 생각해 보게 돼요.
○김효진(호호) 아니, 그런데다가 줄을 서서 들어갔는데 순서대로 음식이 나오지 않고, 굉장히 불공정한 거잖아요.
○노지영(노평) 맞아요.
○김효진(호호) 음식 앞에서 우리가 또 이성을 잃잖아요.
○노지영(노평) 맞아요.
○김효진(호호) 그런 사건이 있어서 나름 재미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제 일행 중의 한 분이 50대 초반 여성이었는데 아무 말도 않고 자신들이 순서에 의해서 먹은 게 아니라 다른 테이블보다 먼저 받은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먹고 있더라고요. 그 사람들한테 따끔하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역시 젊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저도 한마디 했을 텐데 요즘은 이제 에너지가 달리다 보니까 그냥 화내지 않고 먹는 게 내 몸에 이롭다, 이렇게 저도 어느덧 생각하게 되었더라고요.
○노지영(노평) 아무튼 맛집의 공정성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보는 에피소드를 잘 얘기해 주셨습니다. 착한 맛집이라면 기다리는 사람을 덜 힘들게 하는 장치를 잘 고안해내야 하겠죠.
○김효진(호호)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노지영(노평) 저희도 그런 착한 맛집에 같이 줄 서요. 혼자만 줄 서지 마시고.
○김효진(호호) 네네. (웃음)
○김효진(호호) 잠시 공지 사항부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은 이음온라인 콘텐츠 중 하나인데요. 이음온라인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장애 예술 전문 지식 플랫폼입니다. 이음온라인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더 나은 문화 예술 정보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공연, 전시, 축제 등 문화 예술 소식과 다양한 형식의 예술 관련 콘텐츠를 수어 해설, 음성 해설 등 여러 접근성 정보를 포함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애 예술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포털 사이트에 이음온라인을 검색해 보세요.
○김효진(호호) 오늘도 역시 첫 번째 준비된 순서는 인데요. 에서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는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입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장애인도 해당이 되고 노인분들도 해당이 되잖아요. 그런데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이 무임승차 때문에 적자가 심하다, 이러면서 이 제도 없어져야 한다. 이런 얘기들이 계속 나와요. 노인에서 먼저 나와서 장애인 쪽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장애인 쪽에서 나와서 노인 쪽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양쪽 집단에 속해 계신 분들은 덜컥덜컥하는 거죠. 이것마저 없어져?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예를 들면 소득 보전이 된다거나 연급 같은 것이 잘되어 있다라면 무임승차 없어져도 되죠. 그런데 이제 그것이 아닌 상태에서 있던 제도가 없어진다는 거는 어찌 보면 퇴행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지난 총선 때도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가 노인 무임승차 제도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분이 잘하는 게 갈라치기잖아요.
○노지영(노평) 세대 간의, 남녀 간의…
○김효진(호호) 노인들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청년 세대들의, 특히 이대남들의 민심을 얻으려고 의도적으로 그런 발언을 하고 그러면서 이제 표를 딱 흡수하는 거죠. 그래서 그때 장애인도 또 얘기 나오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장애인으로 번지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지하철공사 측에서도 사실은 적자를 보전받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무임승차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언론에 이렇게 흘리는 그런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이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장애인과 노인들은 “이야, 이것마저 없어진다고?" 하면서 마치 우리의 기반이 흔들리는 듯한 굉장한 공포가 있는데 아마 우리가 어떤 느낌일지에 대해서 이분들이 과연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요. 장기적으로는 저는 할인 제도, 감면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기본적인 어떤…
○노지영(노평) 복지 시스템이 보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김효진(호호) 있는 상태에서 없어져야 하고 감면 제도, 할인 제도의 기본적인 한계가 있거든요. 뭐냐 하면 정부에서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복지 제도를 운영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긴 제도들이에요, 별도의 예산 없이. 그러다 보니까 쉽게 할 수 있고 그런데 그로 인해서 또 불만이 있는 집단들이 생기게 되고 이런 문제를 낳는데 이런 감면 제도, 할인 제도로 인해서 수혜를 받는 장애인이나 노인들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세금 내는 국민들에게 기생해서 사는 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는 거죠.
○노지영(노평) 맞아요. 얼마 전에 신분당선의 일부 구간에 민자 사업자에게 국가가 90억을 배상해야 한다는 행정법원의 판결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 구간을 이용하는 장애인, 노인 등의 교통 약자들을 무임 수송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왜 처음부터 국토교통부와 경기철도가 5년만 보장해 준다는 협약을 맺었는지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부랴부랴 협약 만기가 다가오니까 국토부와 협의를 해서 교통 약자로 인한 손실을 보상해달라고 하는 상황이 왔는데 그런 걸 보면 교통 약자를 손실을 일으키는 사회적 주범처럼.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여기게 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고, 그리고 그걸 계속 노이즈마케팅을 하면서.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노지영(노평) 당연히 누려야 할 시민적인 권리를 공리주의적인 사고나 어떤 손실이라는 맥락 속에서만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래서 민자 사업이라는 것들이 비용적으로나 혁신성의 측면에서나 경쟁력이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항상 나중에 이런 공적 가치와 충돌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걸 그런 사건들을 통해서 또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효진(호호)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노인, 장애인들이 많이 타서 적자가 나는 게 아니잖아요. 탄다고 해서 크게 다른 사람들이 못 타게 공간이 비좁거나 이런 문제가 아닌데 이럴 때마다 사회적 약자들을 거론하면서 우리에게 강화되는 낙인, 이게 저는 굉장히 화가 나고요. 기본적으로 무임승차 제도를 만든 취지 자체가 평상시에 다른 장애가 없는 사람 또는 청년층, 젊은 층에 비해서 이동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노지영(노평) 그렇죠.
○김효진(호호) 그것을 보전해 주기 위해서 생긴 제도인 거잖아요. 그런데 그 취지에 대해서는 다 잊어먹고 마치 “너희 때문에 우리가 손해 봐."
○노지영(노평) 맞아요.
○김효진(호호) 이렇게 이제 가면서 국민 대다수에게 안 좋은 어떤 인식을 심어주니까 정말 당사자인, 이해당사자인 장애인과 노인 입장에서 좀 생각해 달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고요. 무임승차 제도, 감면 제도가 필요 없을 만큼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고요. 인권을 보장하려면 비용은 필수입니다.
○노지영(노평) 맞아요.
○김효진(호호) 이 사회권을 보장하는 데 비용 없이 한다는 건 사실 가짜거든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못 사는 나라도 아니고 경제의 8위라잖아요.
○노지영(노평) 그러니까요. 매일 GDP 규모는 그렇게 자랑에.
○김효진(호호) 그렇게 자랑하면서 그러면서 그 비용 쓰는 것에 대해서는 왜 한 번도 타당한 비용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국민들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건지. 그래서 아직도 권리에 기반한 정책은 갈 길이 멀구나. 그렇지만 반드시 그 방향으로 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이제 경기철도 관련 뉴스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노지영(노평) 장애인과 노인들은 국민 보건, 건강 측면에서도 부지런히 이동할 수 있도록.
○김효진(호호) 그럼요.
○노지영(노평) 정책을 만드는 게 진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거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는데도 이런 이슈들이 생기면 어떤 혐오 서사를.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선명히 하는 거에 사람들이 다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포커스를 딱 좁혀서 “이 사람 때문에 내가 손해 봐.” 이렇게 가면 사람들이 금방 거기에 또 현혹되게 만드는 거죠. 그래서 그런 프레임 자체가 얼마나 문제적인지에 대해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좀 깨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지영(노평) 그리고 정책의 본 취지의 어떤.
○김효진(호호) 늘 잃지 말아야 해요.
○노지영(노평) 복합적인 어떤 시스템? 뭐 이런 것들을 우리가 좀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도 예민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김효진(호호) 많이 예민해지셨습니다.
○노지영(노평) 그래요?
(일동 웃음)
○노지영(노평) 저 예민한 여자군요. 알겠습니다.
○김효진(호호) 이번에는 오늘의 특별한 손님을 모실 차례입니다. 시즌 5 여섯 번째 특별한 손님은 윤상원 작가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윤상원(손상) 안녕하세요? 윤상원입니다.
○김효진(호호) 저희 프로그램에 나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먼저 을 보거나 듣고 계시는 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윤상원(손상) 안녕하세요? 저는 윤상원이고요. 대한민국의 시각장애라 명명된 특수 교사이자 그리고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특별요구교육 전공으로 석사, 박사 학위 공부를 마쳤습니다.
○김효진(호호)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어떻게 가시게 되셨어요? 복지 쪽으로는 꿈의 나라잖아요. 그래서 유난히 궁금했습니다.
○윤상원(손상)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는 사실 제가 가족이 있다 보니까 가족이 모두 다 갈 수 있는 나라가 어디일까, 이런 재정적인 고민도 했습니다. 그래서 노르웨이는 기본적으로 박사 과정생들에게 교수랑 똑같은 월급을 줍니다. 그래서 직원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세금 다 떼고 나면 교수 월급이랑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고요. 뿐만 아니라 아시다시피 노르웨이는 복지의.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윤상원(손상) 1등 국가니까. 그리고 통합 교육과 관련해서 굉장히 선두에 있는 국가이고 아시다시피 시설이 없고, 장애인 시설이 없고, 그리고 특수학교가 없는 나라이다 보니까 통합 교육과 관련해서 굉장히 사회, 문화,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런 커리큘럼이 잘 만들어져 있었어요. 그리고 영국도 물론 합격을 했었지만 캠브리지 대학에서 장학금을 안 줘서 그래서 노르웨이 오슬로를…
○김효진(호호) 중요하죠, 장학금.
○윤상원(손상) 일단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하니까 그런 측면에서 노르웨이에 가게 됐습니다.
○김효진(호호) 네. 저희 방송에서는 이름 대신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고 있거든요. 오늘 방송에서 불리고 싶은 닉네임 말씀해 주시고요. 참고로 제 닉네임은 호호이고요. 노지영 평론가는.
○노지영(노평) 노평입니다.
○김효진(호호) 그래서 저희를 호호, 노평이라고 편히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윤상원(손상) 호호, 노평 님과 같이 저는 닉네임을 손상으로 하고 싶습니다.
○노지영(노평) 이게 약간 선생님이라는 닉네임이 선생님이라는 직책을 다르게 발음한 듯한 그런 뉘앙스인데요.
○윤상원(손상) 굳이 왜 손상이라고 생각하냐면 제가 생각했을 때뿐만 아니라 제가 존경하는 심리학자 구 소비에트 연방의 비고츠키라는 사람이 그렇게 얘기했어요. 인간 발달의 모든 근간은 각 개인 그리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손상이다. 그 손상을 한 사회가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그 손상이 한 사회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손상을 대우하는 한 사회가 다르게 그 손상에 응대하면 그 손상은 곧 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든다, 그런 이야기로 해서 제가 손상이라고 짓고 싶은데요.
그래서 그런 손상을 하나의 발달 계기가 아닌 장애로 만드는 그런 문화 역사적 현실 앞에서 아이들과 좀 더 울고 웃으면서 저항하고자 그런 생각을 했는데 우리가 아시다시피 뭐 인간이 타고났을 때 치타처럼 날카로운 이나 혹은 공룡처럼 빠른 발이 없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룡이 다 멸종했는데 인간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에게 부족한 약점, 손상 그것들을 어떻게 다 같이 모여서 보완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고민했으므로 인간이 지금처럼 그 약점, 다른 동물보다 훨씬 더 약했던 그 약점을 과하게 보완하면서 이 자리에 왔다는 점에서 인간은 각자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손상 중에 특정 손상을 배제한 채 우리가 사회, 문화, 역사를 다 만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이 할 수 없도록 된 것은 실제로는 그 손상이 과 보완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 문화적인 환경, 그것에 대한 고민 때문에 손상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 손상은 모든 발달의 근원이기 때문에 손상을 제 닉네임으로 하고 싶습니다.
○노지영(노평) 그런데 이런 말씀을 심오하게 듣고 나면 손상 님이라고 그렇게 제가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손상의 한 사람의 정체성으로 빗대어 부르는 게 또 누군가에게는 비하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잖아요. 반면에 또 손상 프라이드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정체성을 환대하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런 호칭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여러 생각들을 가능하게 하는 닉네임을 제시해 주신 것 같습니다.
○윤상원(손상) 이게 프랑스의 샤를 가르두라고 프랑스 문화인류학자인데 이 사람의 책에 『약점이 힘이 될 때』라는 책이 있습니다. 즉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그 손상과 약점 자체가 한 인간이 그 스스로를 살아가게 하는 근간이 되었고 한 사람이 스스로를 과 보완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고 발전시키는 이유가 되었다는 문화인류학적 책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는 우리 약점과 손상과 화해할 때 진정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특정 손상을 배제하면 그들은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효진(호호) 저는 다리 기능의 손상이 있거든요. 손상 님께서는 어떤 손상을 갖고 계신가요?
○윤상원(손상) 저는 시각적 손상과 안면적인, 얼굴에 손상이 있었어서 아주 긴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효진(호호) 손상 님이 말씀하시니까 떠오른 게 제가 만약에 다리 기능의 손상이 없었다면 저는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든 보완하기 위해서 정말 기계치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에 도전하고 그 차를 끌고 다니면서 정말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운전을 하고 다녔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참 무사히 잘 운전을 하고 다닌 게 기적이다, 생각할 정도로 정말 길도 못 찾고 뭐 엉뚱한 데로 가고 역주행한 적도 있어요, 심지어. 그런데 그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던 건 손상 때문이 아니었나.
○노지영(노평) 말씀을 듣고 나니까 다리 기능에 손상이 없는 제가 호호 님의 차를 매일 얻어 타고 다니는 기생적 존재가 된 게 또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김효진(호호) 그 기생, 환영합니다. (웃음)
제가 운전하고 누군가를 태워줄 때 항상 그런 얘기해요. “장애인이 운전하는 차 처음 타 보시죠?" 이렇게 말해요. 그러면 “네, 맞아요." 이렇게. 왜냐하면, 장애들은 항상 누군가의 도움만 받는 존재라고 그렇게 알고 있기 때문에 상기시켜 주는 거죠.
○노지영(노평) 상기를 안 시켜주셔도 늘 되새기고 있습니다.
○김효진(호호) 손상 님, 너무 반가운데요. 오늘은 작년 4월에 출간된 손상 님은 첫 책 『누구를 위해 특수교육은 존재하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부재가 저는 더 인상적이에요. 평등한 분리 교육은 없다. 평등인 척하면서 분리 교육을 하는 거죠. 그래서 ‘저게, 부제가 주제가 됐어야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이 책의 일러주기에는 4개의 용어에 관한 설명이 있는데요. 장애라 명명된 학생 또 장애화하는 사회, 학습 도움실, 원적 학급. 다소 생소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세심히 적어주신 읽어두기를 읽으면서 이름 붙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데요. 오늘 방송에서도 일러두기에서 언급한 표현을 한번 써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노지영(노평) 지금 미는 단어잖아요, 어쨌든. 장애라 명명된 학생. (웃음)
○김효진(호호) 그렇죠.
○윤상원(손상) 네, 맞습니다.
○김효진(호호) 올바르게 명명하려면 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이 뒷받침돼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릴게요.
○윤상원(손상) 우선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눈을 가지고,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모두가 다 A라고 상식적으로 모두가 다 A라고 말할 때 나는 그게 A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다르게 생각하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려는 그런 태도가 중요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상식이라는 건 결국 정상이라고 하는 가상의 신체나 가상의 능력, 모습을 기준으로 해서 말을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저희가 모두가 A라고 할 때 그 A가 아닐 수 있다는 그런 끊임없는 성찰과 고민이 따라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김효진(호호) 장애라 명명된 학생. 그러니까 원래 장애는 없다. 그런 의미인 거죠? 장애라 명명되니까 장애인인 거다, 장애 학생이고…
○노지영(노평) 명명이라는 게 알튀세르식으로 말하면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인 거잖아요. 장애라 호명하고 누군가가 응답하면서 체제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학교와 교육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장치 속에서 장애라는 호명이 시작되면 그 사회의 통념과 제도 속에 우리가 종속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상식과 통념 속에 공인된 용어를 거부하고 자기의 가치와 문제의식이 기준이 되는 이런 용어들이 많이 창안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효진(호호) 네 가지 미는 용어만 해도 사실 엄청난 함의들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사용하고, 그리고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특수 교사이잖아요. 직업을 선택하시면서 활동가를 해야 할지, 교사를 하셔야 할지 고민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책에 보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결과로 특수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 앞에 서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우연과 필연이 특수 교사의 삶으로 이끌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윤상원(손상) 제가 처음에 대학에 들어갔을 때 한 200여 장애 학우가 같이 살고 있었어요, 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김효진(호호) 유명한 학교죠.
○윤상원(손상) 전국에서 가장 많은.
○김효진(호호) 장애인이 많은.
○노지영(노평) 명문.
(일동 웃음)
○윤상원(손상) 그래서 친구들이랑 매일 기숙사에서 같이 모여서 뭐 사실 기숙사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되지만, 그래도 기숙사 생활의 재미는 밤새도록 모여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노지영(노평) 원래 통념을 거부하는 스타일이시죠?
○김효진(호호) 우리가 하지 말란다고 또 안 하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윤상원(손상) 그래서 그렇게 계속 새벽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다 저희 잘못처럼 느껴졌어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이. 그런데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니까 이게 우리 잘못만 아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러면 지금이야 활동 지원사가 계시고 또 장애인 보조 인력이 학교에 다 있지만, 옛날에는 활동 지원사도 없었고, 그 당시에는. 그랬을 때 학생 봉사자로 해서 옷을 입고 이런 것을 했었는데 옷을 갈아입혀 줄 친구가 없고 또 수어로 강의를 이야기해 줄 사람이 없고, 그리고 또 점자 교재가 없는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없는 이유는 실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손상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손상을 배제한 채 공부라고 하는 세팅. 즉, 글로, 잉크로 되어 있는 책만이 책이라고 얘기하고 올록볼록한 점자책은 책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그런 출판문화들 때문에 우리가 배제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친구들하고 술을 마신 결론은, 우리가 광장으로 나가자. 우리가 학습을 할 수 없는 학습 장애가 아니라 학습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학습 장애화된 이 대학을 바꾸자. 이런 고민을 해서 광장을 나가다 보니 광장에 나가는 시간만큼 공부를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4학년 2학기까지 온갖 학교 행사를 다 따라다녔어요. 그러니까 결국 사범 대학의 제일 중요한 거는 임용 공부거든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윤상원(손상) 그래서 전부 다 저 보고 임용을 포기했다. 그래서 저도 포기했었는데 그러면 뭐 마지막으로 한번 시험을 쳐보자. 왜냐하면, 제 친구가 같이 장애 운동을 하던 지금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노금호 소장님이시거든요. 같이 우리 5학년을 해야 다. 이렇게 도원결의했던 친구인데 그래서 그러면 한번 쳐볼게 해서 제주도에 내려갔는데 제주도가 경쟁률이 제일 낮았어요, 그때 당시에. 그때 인기가 없었어요. 지금은 제주도 인기가 많지만. 모두가 다 가고 싶어 하는 섬나라. 그런데 제 아는 형이 교육학 책을 두 권 딱 주더라고요. 그래서 찜질방에서 밤새도록 그 교육학 책을 봤어요. 다 봤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데 그다음 날 시험에 그 교육학 책에 있는 문제 다 나온 거예요. 그런데 시험을 치고 나오는 사람마다 그래요. “그 교육학 책에서 하나도 안 나왔네?" 이러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제가 본 책에 다 나왔고 평소 때 들었던 친구들하고 수어 했던 거라든지 점자 했던 거라든지 그게 또 다 나온 거예요. 그래서 공부를 하나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용에 대한 정말 우연을 가장한. 그리고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도 애들이랑 만나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사실 장애 운동을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로서. 그래서 이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까, 특수 교사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김효진(호호) 그 선배님은 어떻게 지나시나요? 업어드려야 할 것 같아서.
○윤상원(손상) 그 선배님 임용에 떨어지셔서 지금, 활동가로서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김효진(호호) 정말 우연과 필연이.
○노지영(노평) 그러네요. 그런데 활동가가 꼭 시민단체나 정당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어쨌든…
○김효진(호호) 학교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신 거죠?
○노지영(노평) 그러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그런 원하는 사회의 모습을 위해서 행동하는 그런 책도 쓰시고, 그리고 그런 활동들도 하시니까 특수 교사로 명명된 교육 활동가이지 않은가.
○김효진(호호) 오와. (웃음)
○윤상원(손상) 영광입니다.
○김효진(호호) 또 명명.
○노지영(노평) 한번 패러디 해봤습니다. 미는 것 같아서.
○김효진(호호) 잘하셨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석, 박사 하시느라고 6년 계셨어요?
○윤상원(손상) 네.
○김효진(호호) 유학 생활은 어땠는지도 좀 얘기해 주세요. 그 유학 생활이 지금 교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거든요.
○윤상원(손상) 유학 생활은 아주 단조롭기 그지없었습니다.
○김효진(호호) 정말요?
○윤상원(손상) 노르웨이 삶 자체가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저녁에 화려한 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멋진 샹들리에나 멋진 쇼핑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노지영(노평)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네요?
○윤상원(손상) 맞습니다.
○김효진(호호) 공부밖에 할 게 없는?
○윤상원(손상) 맞습니다. 아침에 도시락 2개 싸서 가고, 그리고 사과하고 싸 가지고 가면 하루 종일 도서관에 앉아서 있다가 집에 들어오는 길에 캔 몇 개 주워서 집에 들어와서 노르웨이는 캔을 슈퍼마켓 가져가면 동전 1캔당 200원으로 바꿔주거든요. 그래서 그걸 바꿔서 또 그다음 날 먹을 사과를 다시 사고. 박사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그냥 아침에 나오면 연구실에 가서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서 연구하다가 집에 가서는 가족 중심이니까 집에 가서는 가족들과 생활하고, 심지어는.
○노지영(노평) 가족들이 다 같이 이주를 한 건가요?
○윤상원(손상) 네, 제 박사 과정 때는 가족들하고 다 같이 가서 저희 딸은 유치원 다니고. 그러면 사실 너무 연구를 열심히 그때는 하다 보니까 사실 엉덩이에 욕창이 생겼었어요.
○김효진(호호) 그 정도로.
○윤상원(손상)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단조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막 남들처럼 막. 저희는 배달 앱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뭘 시켜 먹는다든지 뭐 자동차가 없어도 크게 불편하다는 느낌이 없고 또 저희 집에 에어컨도 없지만 그러저러한 이런 복잡하고 막 새로운 문화들, 이런 것들이 굳이 없어도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이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었고요.
교사로서는 무엇보다 특수학교가 없는 나라에서 공부를 하고 와서 특수학교가 없는 것이 가능하고 그런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통합 교육에 대해서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오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김효진(호호) 그런데 다른 선생님들과는 또 생각이 많이 달라서 그 학교 현장에서 나름 또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때문에 겪는 또 경험도 있으실 것 같아요.
○윤상원(손상) 그러시죠. 일단 기본적으로 선생님들이 수학여행이나 각종 체험 학습에 장애라 명명된 학생들이 같이 가지 않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윤상원(손상) 그리고 코로나 지나고 나서는 더더욱이나 코로나 기간 동안 안 나가던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리니까 현장 학습. 그런데 수학여행 같은 경우에도 저는 처음에는 전화가 오세요. “안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윤 선생, 그렇게 하는 거지?" 이렇게. 그러면 저는 “가야 한다." 그러면 “방을 따로 배정하는 게 당연한 거지?"
○김효진(호호) 아니다.
○윤상원(손상) “아니다. 같이, 아이들과 같이 생활해야 한다.” 그런 것들에 있어서 선생님들이 굉장히 처음에는 놀라셨어요. 한 번도 아이들을 수학여행이나.
○김효진(호호) 그렇죠.
○윤상원(손상) 소풍 갔을 때 같이 원반에서 같이 다닌다는 자체를 상상하지 못하셨던 겠어요. 그런데 그래도 또 그렇게 같이 가다 보니 이제는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런 갈등들 속에서도 나중에는 같이 하는 게 맞구나. 그런 계기들을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자연스럽게?
○윤상원(손상) 자연스럽게. 처음에는 서로 좀 힘들었지만.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계시는 곳이 한국 안의 노르웨이가 되는 그런 상황이네요. (웃음)
○김효진(호호) 그렇죠. 모순과 갈등은 새로운 배움의 계기가 되고 또 그 배움을 통해서 모순이 점차 줄어드는 방향으로 간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고요. 모순과 갈등을 긍정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해야 수용이 될 수 있을까요? 좀 전처럼 자연스럽게.
○윤상원(손상) 그러니까 결국 제 개인적인 삶 속에서 우리 각자, 각자 개인 안에 있는, 선생님 안에 있는 여성으로서의 소수자성. 그리고 차이로 인해서 겪었던 불편함. 그리고 남들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나를 바라보는 그 시선으로 인한 불편함, 힘들었던 것들. 그런 것들을 좀 끄집어내다 보면 이런 차이들로 겪는 불편함에 대해서 내가 계속적으로 호소하고 호소함으로 인해서 변화하는 주변인들의 변화로 인해서 내가 일상을 살아가는 게 또 더 편안해지는 그런 경험들을 우리가 되돌아보면 차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그런 갈등이나 모순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 또한 나의 존재감이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긍정적인 정체성을 가지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이 사회도 더 차이나 이런 것들을 수용해서 더 아름다운 방향으로,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한 그런 경험들을 우리가 되돌아보면 쉽게 모순과 갈등이 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 장애로 한정하지 않고 각자 가지고 있는 소수자성. 사실은 누구나 있거든요.
○노지영(노평) 그럼요. 요새 니체의 <쇼펜하우어> 엄청 많이 읽히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러게요.
○노지영(노평) 그런데 니체가 인생의 고통이나 갈등을 수용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긍정적인 태도에 대해서 얘기하잖아요. 갈등과 모순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김효진(호호) 직면하는 것.
○노지영(노평) 온전히 경험하고 긍정하는 태도가 더 강력한 삶의 방식이 된다는 얘기를 해 주잖아요. 장애로 명명된 사람들은 그런데 그런 모순의, 아니면 방금 말씀하신 어떤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도 그런 모순에 응답하면서 계속 주체를 탄생시킬 수 있는 조건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장애로 명명된 사람들은 그런 가장 강력한 조건들을.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주체 탄생의 가장 강력한 조건을 갖고 계신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윤상원(손상) 그래서 이 사회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가 바로 장애라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인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이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얼마나 어린아이라는 것, 이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소수자적 존재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윤상원(손상) 그래서 그 시절을 좀 되돌아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그래서 사람들이 다양성, 다양성 이야기하는데 진짜 다양성이 멀리 있는 게 아니고 바로 내 삶과 내 옆 사람의 삶 속에 있는 건데.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이 뭔가 깨달음이 오지 않을까 싶고요.
○노지영(노평) 뭔가 빛과 소금 말씀하시니까 복음의 말씀을 전달받는 느낌입니다. 은혜로운 말씀.
○김효진(호호) 그렇죠?
○윤상원(손상) 제가 기독교인들의 그런 긍정적인 태도가 너무 좋잖아요. 저 기독교인 아니지만.
○노지영(노평)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김효진(호호)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대책은 특수학교 폐쇄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개인 중심 능력 간에 대한 검토와 반성이라고도 하셨어요. 그리고 노르웨이 사례도 소개해 주셨는데요. 외국의 경우 어떤 과정을 통해서 특수학교를 폐쇄했는지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얼마나 걸릴까요?
○노지영(노평) 얼마나? 예언까지?
○윤상원(손상) 우선 노르웨이 같은 경우에는 이미 1800년도에 특수학교법이 만들어졌어요, 북유럽 사회는. 그래서 사실 미국보다도 미국은 1970년대 전장연 교육법이 만들어졌거든요. 그러니까 이미 1800년대 특수학교가 있었어요. 어디에? 저 외딴섬에, 소록도 같은 저 외딴섬에. 아무도 없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렇죠.
○윤상원(손상) 그런데 그런 시설이라든지 특수학교라든지 이런 곳에 그런 외딴섬에 사람들을 분리해서 가둬 놓다 보니 온갖 학대 사건들이 막 이슈화됐던 거예요.
○김효진(호호) 그럼요.
○윤상원(손상) 그래서 전 노르웨이 사회나 북유럽 사회가 “이건 아니다. 우리 소중한 우리 딸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거기에 가면 더 행복할 줄 알았는데 학대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더라." 그래서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삶의 패턴 그리고 지역 사회 안에 살아야 한다. 이 고민을 부모들이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1950년도에 부모들이, 북유럽 부모들이 먼저 일어났어요. 장애인 단체가 아닙니다. 부모들이 먼저 일어나서 특수학교를 없애야 하고 생활 시설, 장애 생활 시설 없애서 그들의 정상적인 삶의 패턴에 나와 같은 가족 속으로 들어와서 지역 사회 안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래서 그 결과 1970년도에 시설 폐쇄법이 만들어지고 특수학교법이 없어지고 일반 초중등교육법에 다 들어가면서 공간적인 통합과 더불어서 법률적인 통합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통합들이 다 이루어졌고요.
아. 이게 한국 사회에서 언제쯤 될 거냐라는 것은.
○김효진(호호) 왜 그러냐 하면 제가 한 달 전쯤에도 곧 폐쇄될 시설이 갔다 왔거든요. 그런데 인권 침해가 엄청나게 일어난 곳이라서 폐쇄 결정이 된 거예요. 그런데 부모들이 반대해서, 막 어깨띠 두르고 “우리 아이들 어디를 가란 말이냐." 막 이러면서 반대해서, 그 반대 때문에 제가 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니까 이게 대한민국은 아직까지도 현실이거든요. 그래서.
○윤상원(손상) 이건 정치적인 측면의 좀 다름이 있기는 하죠. 노르웨이 사회는 사민주 사회에서 모든 사람들 책임져 주고 각자 많이 버는 사람도 없지만, 적게 버는 사람도 없는 그런 상황 속에 서로가 서로를 상호 부조해 주니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각자가 살아남아야 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 그런 책임을 국가가. 그러니까 노르웨이 사회는, 북유럽 사회는 자기 부모도 마찬가지고 아이도 마찬가지고 내가 열심히 해서 돈 벌어서 세금을 내는 만큼 국가가 내가 아니라 내가 부양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 줄 거라는.
○김효진(호호) 그렇죠.
○윤상원(손상) 기본적인 생각이 있기 때문에 합의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조금 더 나아가면 조건이 만들어지면 부모님들도 쉽사리 그렇게 우리도 특수학교나 생활 시설이 없어져야 한다는 그런 운동에 동참해 주시지 않으실까.
○김효진(호호) 저는 예전에도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부모님들이 장애라 명명된 아이들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워낙 열악한 그 상황에서 자녀들을 양육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많이 상황이 바뀌었고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할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상상력이 부족하고 그 힘들었던 기억, 트라우마, 여기에 좀 갇혀 계신 게 아닌가. 1:1 인터뷰를 몇 분 했는데 또 의외로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 하니까 관심 또 가지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다른 쪽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전혀 가져보지 못하는 게 우리가 너무 단절적으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도생 속에서 단절되어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사실은 좀 했었어요.
○노지영(노평) 통합된 세계에 대한 공통 감각 같은 것들을 만들기가.
○김효진(호호) 부족하죠. 그렇죠.
○노지영(노평) 너무 어렵게.
○김효진(호호) 만들어져 있어요. 우리 사회가.
○노지영(노평) 개인적 불운에 대한 공포 같은 것들이.
○김효진(호호) 그렇죠, 그렇죠.
○노지영(노평) 이렇게 다 내면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윤상원(손상) 그런데 오히려 그런 것들이 사회적 갈등을 더욱 크게 만듭니다.
○김효진(호호) 그럼요. 실제보다 훨씬 더 과대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윤상원(손상) 그래서 지속 불가능한 삶을 오히려 그런 각자도생의 결과, 우리가 막 열심히 일했잖아요, 60년대. 그런데 그게 사회적 갈등이 엄청나게 커져 있잖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윤상원(손상)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살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사회가 대우하다 보면 사회적 갈등 요인은 더 커질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그러니까요.
○노지영(노평) 그래서 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백재중 선생님의 『자유는 치료다』 같은 책에 보면 이탈리아가 공공 정신병원이 없는 그런 나라로 소개되잖아요. 그래서 고립돼서 구금되는 생활이 병세를 악화시킨다는 걸 그렇게 깨닫고 어쨌든 정신 장애로 명명된 사람들이 지역 사회로 통합되는 그런 과정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탈리아 의회가 정신 의학 개혁 법안을 내고 또 정신 장애로 명명된 사람들을 그렇게 지역 사회 서비스 속에서 상호작용을 하게끔 한 것은 뭐 이제 바살리아의 병원 개혁 활동이 지대하겠지만 또 문화 사회계와 시민 사회 움직임이 계속 공통 감각을 형성해 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노지영(노평) 그래서 바살리아를 기리는 영화가 대중적으로 막 700만씩 들어서 호응 되면서 문화적 분위기가 그렇게 형성된 것. 이런 것들이 되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문화나 통합 문화나 탈시설에 관련된 콘텐츠 같은 것들이.
○김효진(호호) 맞아요.
○노지영(노평) 좀 많이 생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효진(호호) 손상 님 들으시면서 흐뭇하시겠어요. 정신 장애라 명명된 사람들…
○윤상원(손상) 한 번도 이렇게 명명을 이렇게 철저하게 사용해 주시는.
○김효진(호호) 학습 효과가 이렇게 좋습니다.
○노지영(노평) 문법이 여기에서 형성이 됐어요. 손상 님의 문법이.
○윤상원(손상) 결국 문법이라는 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의미가.
○김효진(호호) 그럼요.
○윤상원(손상) 여기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효진(호호) 그렇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1부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노지영(노평) 그런가요?
○김효진(호호) 듣고 싶은 말씀이 많은데요. 아쉽지만 2부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손상 님, 1부 마치면서 어떠셨는지요?
○윤상원(손상) 저는 라디오 방송이 사실 처음인데 이렇게 편안하게 손상과 장애와 명명과 분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김효진(호호) 뛰어난 학습자들 때문에.
○노지영(노평) 우리가 뛰어나다고 스스로 명명하고 있는 건가요?
○김효진(호호) 그럼요. 명명하는 거죠. 왜냐하면, 뛰어난 학습자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를 하는 거기 때문에 뛰어난 학습자가 많아야 합니다.
○노지영(노평) 자기 도취적 학습자인 것 같은데.
○김효진(호호) 감사합니다. 그러면 2부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시즌5 제6회_윤상원 작가편(1부) 프로그램 소개]
장애라 명명(labeled)된 학생, 장애화하는(disabling) 사회라는 표현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명명하는 특수교사 윤상원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특수교사의 이야기, 학생 이야기, 삶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실래요?
○ A의 모든 세상
매월 장애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6회의 주제는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입니다.
○ A의 특별한 손님 | 윤상원 작가
윤상원 작가는 대한민국의, 시각장애라 명명된 ‘특수’ 교사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특별요구교육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누구를 위해 특수교육은 존재하는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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